추락천사 1 - 판타스틱 픽션 블루 BLUE 1-1 추락천사 1
로렌 케이트 지음, 홍성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음울한 고딕의 분위기가 사랑을 더욱 애절하게 만든다. 사랑하지만 사랑하는 순간 재가 되어버리는 비련의 운명. 더구나 한 사람만이 이를 알고 있다면 그 안타까움과 절망적인 고통을 무어라 할 수 있을까. 작품 속‘루신다(루스)’처럼 꿈속을 헤매는 것 같은 황홀함과 부드러운 촉감, 달콤한 사랑의 밀어가 귀가에 나즈막이 느껴지는 듯한, 진정 환상적 러브 스토리, 아니 그 이상으로 사랑스러운 작품이다.
남자친구의 죽음으로 소드앤크로스(Sword and Cross)라는 감화원(reform school)으로 전학을 가게 된 17살 소녀, ‘루신다 프라이스’. 그곳에서 처음 보게 된 가슴을 설레게 하는 매혹적인 남자, 다니엘에 빼앗긴 마음으로 온통 그의 생각으로 전전하고, 그 주체할 수 없는 환상적인 전율과 그리움의 애틋함이 떨리도록 전달된다.  

그러나 이처럼 사랑하는 연인에게 왠지 알 수 없는 저주가 감도는 듯한 분위기가 한 축을 이루면서, 재활학교인 소드앤크로스의 루스 주변 인물들의 예사롭지 않은 등장이 또 하나의 긴장을 담당한다. 자신감 넘치는‘아리앤느’, 학교의 모든 비밀을 알고 있는 듯한‘펜’, 구내식당에서의 악의적인 도발로 적대감을 보이는‘몰리’, 빼어난 미남으로 루스의 사랑을 요구하는‘캠’, 그리고 미스테리한 선생들, ‘콜’, ‘소피아’...그래서 학교의 음침한 분위기는 더욱 신비롭고 기이하며 매혹적인 내음을 발산한다.
루스를 따라다니는 구름같은 검은 그림자가 하늘을 드리우고, 뜬금없는 그림자인형극을 통해 “아흐레 낮과 밤동안... 사탄과 그의 천사들은 천국에서 아래로, 끝없이 추락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소피아 선생의 암시는 이들의 앞을 미궁으로 이끈다.

집요한 사랑을 갈구하는 캠과 사랑하지만 외면하는 다니엘 사이에서 갈등하는 루스의 애처로움 속에서 그녀가 위험에 휩쓸 때 마다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다니엘의 등장은 진부한 구조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결속을 기대하는 독자들의 마음을 고조시킨다. 다니엘의 비밀 장소인 호수가와 두 연인의 거칠어진 호흡이 들리는 듯한 사랑의 유영, 그리고 마침내 기다리던 다니엘의 포옹에서 “그녀는 더 많은 걸 바랐다. 더 뜨겁고 더 떨리기를 바랐다. 다니엘에게서 더 많은 걸 원했다. 똑같지는 않았지만 마치...꿈속에서처럼 황홀했다. 땅에 발을 디디는 느낌이 거의 없을 정도로 몸이 가벼웠다. 그의 손길이 온몸을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다.”는 그 달뜬 사랑의 감정은 여지없이 독자를 로맨틱한 불길에 휩싸이게 한다.

“맑은 담갈색 눈동자, 작지만 가지런한 치열, 짙은 눈썹, 풍성한 검은 머릿결”의 ‘루스’, 근육질의 팔로 루스의 허리를 감싸고, 달콤하고 열정적인 키스로 온몸을 관통하는 뜨거운 열망을 안기는 ‘다니엘’에게서 눈을 뗄 수 없게 된다. 그러나 ‘한 고대 전쟁(ancient war)이후, 사랑하지만 견뎌내야만 하는 저주를 받고, 지상으로 추락’한 두 연인에겐 더 이상 다가 갈 수 없는 장벽이 있고, 추락이후로 천년 동안 계속 살아남지 못한‘루스’에 대한 다니엘의 긴장과 위기에 대한 직감은 더욱 애틋하기만 하다. 이들 추락한 천사들에게 다가오는 어둠과의 불가피한 일전, 가려졌던 등장인물들의 의외의 반전 속에 이들 연인의 운명은 또다시 죽음과 재회의 반복되는 고통일지, 자못 그 궁금증이 증폭되기만 한다.

깃털처럼 부드러운 감촉, 터질 것 같은 강렬한 관능과 애절한 사랑의 운명이 전편을 호수처럼 잔잔히 흐르는 로맨틱 판타지 문학작품의 결정판이라 하여야 할 것 같다. 이미 디즈니사에서 출간되지도 않은 이 작품의 4부작에 대한 영화 판권을 사들였을 정도이니 사람들이 기대하는 로망의 절대적 스토리를 담고 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금지된 사랑에 대한 간절함은 인간의 영원한 운명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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