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럼 아일랜드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5-1 존 코리 시리즈 1
넬슨 드밀 지음, 서계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느물느물, 능글맞은, 그러나 자신의 말대로 자기를 보호하기위한‘안전지대’라는 장치로서 “거만하고, 자기중심적이고, 완고한 남성우월주의자인 수퇘지”로 짐짓 행동하는 호쾌한 남자가 있다. 수발의 총상을 입고 외삼촌의 롱아일랜드 해안주택에서 요양을 취하고 있는 뉴욕시경 강력계 형사‘존 코리’의 탄생 작(作)이다.

추리(推理), 스릴, 서스펜스, 미스터리, 그리고 하드보일드까지 거의 모든 요소들이 장치되어있어 소설적 재미라는 측면에서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탄저균, 에볼라 바이러스 등 끔직한 질병을 연구하는 정부 산하의‘동물질병연구소’가 있는 생화학적 봉쇄구역인 경외의 섬, ‘플럼 아일랜드’의 젊은 과학자 부부가 의문의 죽음으로 발견된다. 그리고 300여년에 걸친 섬의 역사에 스며있는 사연들, 지역 상류사회를 잇는 와인파티와 포도원, 고급요트와 푸른 해안... 살인을 의심케 하는 환경적 요인들은 즐비하지만 무엇 하나 명료한 단서를 제공하지 않는다.

이러한 구성적 흥미로움에 더해 이 작품의 절대적 매력인 ‘존 코리’의 징글맞은 유머는 읽다말고 몇 차례나 킥킥거리게 하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 걸쭉한 농을 멋지게 받아주는 여인들이 있으니, 그녀들과 벌이는 저릿저릿한 데이트는 추리로 팽팽하게 긴장된 독자의 정신을 적절하게 이완시켜가며, 작품에서 눈을 돌리지 못하게 하는 기막힌 요소가 된다. 지역역사회인‘피코닉 역사회’회장으로 등장하는 미모의 여성, ‘엠마 화이트스톤’과의 열정적 관계가 하나인데, 참을성 없고, 거칠며, 냉혹한 형사 캐릭터인 코리의 사랑에 대한 진정성이 드러날 때, 이 주인공 남자의 매력은 정말 하늘 꼭대기에 까지 이른다. 아마 ‘존 코리’에 반하지 않을 여성 독자들은 없으리라. 경쟁자인 남자도 매혹될 정도이니 말이다.

그리고 괴병원체의 도난의심이 만들어내는 공포, 의문의 섬 플럼아일랜드에서 벌어지는 왠지 알 수 없는 음모, FBI, CIA등 연방정부기관들의 노골적인 은폐와 방해, 살해된 이들의 모호한 행적, 전혀 종잡을 수 없는 용의자들, 이처럼 작품의 핵심 장치들이 뿜어내는 불분명한 복선과 단서들의 뒤엉킴 역시 작가의 정교하고 탁월한 구성역량을 돋보이게 한다.

특히나 파트너 아닌 파트너가 되어버린 서포크카운티 경찰서의 사건 담당 형사인‘베스 펜로즈’와 형성해 가는 신뢰의 과정에서 어느덧 함께“입조심을 하고, 꽁무니를 감추고, 머리 뒤에 눈을 달고, 배신자의 냄새를 맡고, 말하지 않는 것에 귀를 기울이며”진전시켜나가는 살인 사건 동기로의 접근 장면들은 아드레날린을 마구 솟구치게 한다. 그러나 인간이 저지르는 사건의 동기는 정말 단순한 것, 바로 인간의 탐욕에 맞추면 되는 것이라는 이 진리가 유별 섬뜩하다.

범인에 쫒기고 쫒는 폭풍우속에 펼쳐지는 해상장면, 온통 어둠이 지배한 공간, 그리고 범인과 조우한 코리의 위태위태한 그 증오의 부르짖음, 한 숨 놓으면 다시 나타나는 의외의 인물과 생명의 위협, 작품의 마지막 장에 이르면, 그 예리하게 일어선 긴장과 벌렁대는 심장을 진정시키고 침을 꿀꺽 삼키고 마음을 진정한 다음에야 비로소 한 페이지를 넘길 정도가 된다. 대략 700여 쪽에 이르는 이 작품을 한마디로 표현 한다면 아마‘버라이어티(variety)추리소설’이라 해야 하지 않을까? 최고의 재미를 선사한다. 이상의 무슨 말이 필요할까! 아 ~‘존 코리’에 중독 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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