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기원 과학과 사회 9
베르나르 빅토리 외 지음, 이효숙 옮김 / 알마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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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귀납적인 인간중심의 동어 반복적 시선을 완전히 탈피한 독특한 관점을 제공한다. 일례로 두발사용, 손의 자유로움이니 뇌의 발달이니, 후두의 하강들을 연합시키는 호미니제이션(hominization;사람화)과 같은 기원과 진화의 원인에 대해 조금도 설명해주지 못하는 그런 교만이나 우월콤플렉스를 止揚한 명쾌하고 신선한 관점으로 우리 자신의 종(種)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주는 걸작이라 할 수 있다.

언어의 기원에 대해 말하는 것은 언어의 관행들에 말하는 것이라는 정의는 이 저술의 본성을 말해준다. 그래서 호모사피엔스의 다른 종들과 호모나란스(homo narrans)를 구별해주는 최초의 언어 출현의 가설에 이르는 과정은 지극히 흥미로울 뿐 아니라 오늘의 인간행동을 이해하는 탁월한 관점을 선사한다.

첫 장에서 고인류학자인‘파스칼 피크’는 인간과 영장류 공동의 마지막 인지적 조상을 찾는데, 이는 현재의 종들 가운데서 인지능력이 출현하는 빈도와 분포, 그리고 인지능력과 연관된 구조적 특징들을 파악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뇌의 크기나 언어(문법)적 영역이라 부르는 뇌의 브로카 영역이니 베르니케 영역이니 하는 인간 “자기 자신의 진화에 대해 숙고할 때만 되면 인식론적 지혜를 온통 잃어버리는” 그런 오만을 불식시키기 위함이다. 그래서 오늘의 우리들이 사용하는 분절언어의 복합성에 대한 이론들을 검토한다. 메시지들로 구성된 의사소통 방식으로서의 ‘찰스 호게트’나, 언어의 산출조건과 독립적 언어기능을 끌어들여 언어 기능들을 정리한 ‘로만 야콥슨’을 통해 언어의 본능을 탐색한다. 그러나“의사소통 방식으로서의 언어의 기원들에 관한 문제가 명확히 밝혀지기는 요원하다”는 현실 하에 방법 면에서 제안된 몇 가지 틀로 시선을 연결한다.

언어역사학에서, 그리고 언어행동학적 측면에서의 검토가 그것인데, ‘베르나르 빅토리’의 언어학자 ‘룰렌’을 통한 인류 모어(母語), 즉 현 인류 언어의 모태가 된 어근에 대한 가설이다. 200만 년에서 160만 년 전에 형성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共通基語(프로토랭귀지; protolanguage)의 상정과 그 언어의 의사소통 체계에 대한 단계적 발전에 대한 가정이다. 첫 단계는 호모 에렉투스가 뛰어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미발달된 매우 거친 언어로 일종의 타잔 언어, 즉 프로토랭귀지로서 “아르투르 먹는다 바나나”와 같은 어휘는 있을지언정 문법은 없는, 사실적 정보교환이 가능한 상태로서 이해되고 있다. 그리고는 10만 년에서 20만 년 전에 존속했던 호모사피엔스의 작은 집단에 이르러 표현력과 복잡성을 인간 언어에 부과한 즉, 통사(統辭)라는 중요한 혁신을 이루어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여기서 언어학자‘장루이 데살’의 언어의 사건기능과 논증적 기능의 분류에 더해 매우 흥미로운‘서술적 기능’을 언급하고 있는데, “현재 상황에서 벗어나 다른 시간-공간의 틀로 들어가 거기서 실제적인 또는 상상의 인물들이 튀어나오게 하는” 하나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것의 엄청난 함의(含意)를 들려준다.
즉 호모에렉투스의 조악한 프로토랭귀지에서 통사를 창조해 냄으로서 호모사피엔스의 한 집단은 상상력, 동류들의 감정 깊이와 풍요, 자기 행위의 충동과 원인을 해독하고, 태도의 공감과 지탄을 이해하는 획기적인 정신의 형성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바로 모든 신화와 종교는 이야기들에 근거하며, 그것은 금기를 정해 놓는 하나의 수단이 되고, 결국 집단의 합의를 정립키 위한 행동에 이르렀다고 보는 견해이다.

여기에는 현대 인류의 행동을 이해케 하는 중요한 지식이 도사리고 있는데,  인간과 다른 사회적 포유동물들은 종의 생존을 위협하는 행동들을 이른바 본능적 메커니즘들에 의해 억압하는 반면에 언어의 서술적 기능을 획득한 것과 같이“금기 사항들이 부과되는 것은 사회집단의 말과 압력에 의한 것”처럼, 인간에게서는 사회적 제어가 생물학적 차원에 실행되지 않고 사회문화적 차원에서 행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초기 호모사피엔스인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을 설명해준다. 영장류의 인지능력 증대는 점차적으로 본능적 태도들의 제어로 이어졌으며, 이 본능적 태도들은 더 적응할만하고 더 사려 깊은 태도들로 대체되었는데, 급기야는 본능적 반응 등을 잃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영장류가 진화하던 중 어느 순간, 집단합의와 같은 사회생활의 규칙들로 구성된 해독제가 아직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을 때”사회적 문란 현상과 같은 위기에 대처하지 못하는 위태로운 시기가 있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즉 영장류들의 개체적 지성 증대가 오히려 스스로의 멸종을 야기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비대칭적인 진화가 示唆하는 멸종의 시나리오는 오늘의 현대 인류의 자연에 대한 일방적 지배행위로 야기되는 폐해와 관련하여 의미심장한 교훈이 된다.

끝으로 다윈의 원칙에 준거하여 언어가 왜, 어떻게 출현하였는가에 대한 가설은 끔찍할 만큼 오늘의 우리모습을 투사하고 있다. 언어의 두 기능중 하나인 사건적 기능을 보면, 그 이면의 의미를 해독케 되는데, “습관적인 일들과 차이나는 사건들을 동류에게 알려주려고 애쓰고”, “감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건들까지 여지없이 전달”하려는 습성이다. 왜 이런 행위를 하는 것일까? 이러한 행동이 과연 생존, 번식 등 자신에게 이로운 행위일까? 일견 유익한 정보를 경쟁자에게 전달해 주는 것은 다윈의 원칙에 반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은 하지 않는 자들에 비해 훨씬 번식을 이롭게 한다. 적과 같은 위험에 대한 사전 정보나 집단의 생태적 성공을 위한 위험감수 능력은 동맹 파트너들에게 필요한 자질을 과시하는 행동이 되고 명예를 획득케 된다. 이 위상 덕분에 자원과 생식에 가장 잘 접근 할 수 있게 되고, 나아가 동맹의 일원으로 소속되며, 경고한 동맹관계를 구축함으로서 이익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이는 오늘의 인간 정치 속에 추구되는 자질을 보면 확연하게 드러나는데, 용기, 동맹의 이익을 위한 위험감수, 자기 자질을 과시하려는 광고성 경쟁, 비겁함에 대한 경멸 등으로 이들의 핵심적 자질은 바로 언어가 우리로 하여금 과시할 수 있게 하여준다는 점이다. 다시 진화론적 측면으로 들여다보면 이런 이타적 행동에 소요되는 비용을 떠안을 수 있는 개체가 바로 집단으로부터 선택 될 수 있다는 점의 확인이 된다.

한편 언어의 두 번째 기능인 논리적 기능에서, 확인된 것과 욕망사이의 양립불가능의 형태로 탐지되는 문제들을 논리적으로 토론하는 것은 사건적 기능에 대한 진위를 판단하기위한 탁월한 기능이 된다. 부조리한 것이 드러나 보이면 언제든지 설명이 요구된다. 아마 호모사피엔스들은 자기가 한 말과 관련된 부조리를 해결하지 못하면 죽음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결국 이 저술은 인류의 분절언어는 발달 영장류가 이전에 가지고 있던 의사소통 체계를 혁명적으로 발명한 산물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러한 언어의 출현은 상징적-문화적 세계의 발달을 가능케 하였으며, 다른 영장류들에 비해 진화의 성격과 속도를 현격하게 변화시키고 독보적 자리를 차지하게 된 근인으로 조명하고 있다. 다채로운 학술적 가설과 이론들의 인용, 그리고 인문학적 성찰 뿐 아니라 인지과학, 진화론까지 포함하는 탁월한 통합적 연구과실로서 언어의 기원에 대한 저명한 연구자들이 송신하는 최신의 내용이란 측면만으로도 지적 흥미를 배가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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