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계곡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10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10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음습하기 짝이 없는‘포’의 시구가 함께하던 어둠과 죽음의 사자,‘시인(poet)’이 돌아왔다!
FBI를 향한 시인의 도발, 그것도 즐비한 사체들을 쌓아두고 자신에게 총을 겨누었던‘레이첼 월링’을 수신자로 하는 소포와 함께.
이 작품은‘마이클 코넬리’의 주력 시리즈물의 주인공인 전(前) LAPD베테랑 수사관이던‘해리 보슈’가 해결사로 등장하면서 시인과의 대결에 한층 긴장감을 더해준다.

한 때 공조수사 파트너였던 전직 FBI요원인‘테리 매컬렙’의 심장질환에 의한 돌연사의 의혹을 시작으로 보슈는 사망하기 전 테리의 석연찮은 행적을 좇는다. 테리가 남긴 프로파일의 메모들은 네바다 사막으로 연결되는 '지직스 로드(zzyzx road)'를 가리키고,  한편 시인이 조종하듯 안내하는 사막에 묻힌 사체들로 레이첼을 비롯한 FBI수사팀은 시인의 의도와 행적을 찾지 못해 곤혹해한다.

결국 한 인물을 좇는 보슈와 FBI수사팀간의 미묘한 신경전은 레이첼의 애매한 입지로 수사력의 균형을 보슈로 기울게 한다. 그래서 이 작품은 전작(前作) 시인의 전체를 떠돌던 죽음의 망령이나 공포와 같은 음침하고 음울한 분위기의 스릴러에서, 걸출한 전직 수사관을 통해 본격적인 추리작품으로서의 속도감과 남성적 박진감이 장착된 범죄 수사물(탐정물)로 보다 강화되었다는 느낌을 준다.  

이렇듯 냉정한 이성적 전유물로서의 크라임스릴러(crime thriller)에는 여간해서 등장하지 않는 주인공의 가족이 등장하는 의외로움도 있다. 사건 해결의 중심에선 주인공인‘해리 보슈’의 전처와 그의 딸‘매디’의 출현인데, 이는 아이의 순수한 시선과 오염된 어른들의 사악한 사회를 교차시키고, 시인의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의 심리적 외상과의 대비를 통해 아이들의 양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책임을 드러내는 작가의 의도가 아닐까. 어쨌든 이 작품만의 보기 힘든 특징이고, 시리즈의 다음 작품과의 어떤 관련성이 예견되기도 한다.
여기에 더해 섬세한 감수성이나 타자에 대한 배려와 같은 보슈에게서의 인간적 갈등의 묘사가 몇 차례 등장하는 것도 새로운 형태의 추적자이자 형사의 인물상을 보여준다.

작품의 정점에 이르러서는 그야말로 피할 수 없는 감정이입과 몰입으로 긴장을 넘어 안절부절 못할 정도로 독자를 흡입해댄다. 세차게 퍼붓는 비와 급하게 휘감아 도는 검푸른 강물, 세상의 끝만 같은 계곡, 그리고 처절한 추격과 대결장면은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의 하나로 각인 된다. 단서 하나하나에 까지 미치는 정교하고 세심한 장치는 정통 크라임스릴러의 진수란 이런 것이다! 라는 작가의 자긍심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인지 LAPD(L.A.경찰국)로 복직 신청을 한 보슈의 다음 행보는 예사롭지 않다...영혼을 잃은 망자의 검은 눈이 떠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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