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마모에 - 혼이여 타올라라!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중노년 삶의 지침이랄까? 이 시기에 부딪게 될 삶의 문제와 자신에게 할 질문들이 섬세한 심리묘사와 사실감 넘치는 언어로 과연 ‘기리노 나쓰오’구나 할 만큼 완성도 높게 구성된 작품이라 하겠다. 중년, 노년에 이르면서 우리는 한쪽의 상실을 겪게 된다. 나이 듦에 대한 또 다른 사회의 인식을 강요받게 되는 시점이고 준비되지 않은 아니 알지 못하는 세계에 발을 내 딛는 두려움과 공허함이 삶의 불안을 더욱 가중시키리라. 피부의 탄력은 사라지고 흰머리가 뒤덮는 중노년의 홀로된 삶은 어떤 것일까? 남은 생에서 우린 자신을 어떻게 이끌어야 할까?

남편의 갑작스런 죽음, 홀로 남겨진 59살의 전업주부인 ‘도시코’, 그녀의 심리적 움직임을 통해 중노년의 갈등과 위기, 그리고 새로이 마주하게 되는 세상의 위협과 극복, 도전과 화해의 이야기가 바로 곁에서 펼쳐지듯 그려진다.
작가는 도시코란 여성을 통해 질문과 문제를 던지고, 그녀가 어떻게 답하고 해결해 나가야 하는지 마치 대중잡지의 ‘Q&A’같은 형식을 취하고 있는 인상을 갖게 한다.
남편이 심장마비로 예기치 않은 죽음 맞이했다. 그런데 그에게는 그녀가 알지 못했던 연인이 있었다. 당신의 허물어진 감성에 도전적으로 나타난 이러한 배신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이제 홀로 살아가야 할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 8년 만에 나타난 아들이 집을 내놓던지, 재산을 분할해 내놓으라고 법정상속권을 주장한다. 아들의 이 이기적인 요구를 들어주고 그에게 의지하는 삶을 살아가야 할 것인가? 그럼 나의 노후는 안정과 자유와 위로를 받는 삶이 될 것인가?
배우자가 여전히 생존한 친구들과 미망인인 친구들의 극명한 삶의 시선에 대한 괴리, 미망인이 된 나의 열등감은 어디에 기초하는 것일까?
남편이 참여했던 취미활동 모임에서 함께하자는 연락이 왔다. 참여 할 것인가? 그중 마음에 흡족한 이성이 나를 유혹한다. 그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러나 그는 아내가 있다. 그와 동침을 하게 되었다. 내가 취할 길은 과연 어떤 것이어야 할 것인가?

이렇듯 이 작품은 이러한 삶의 질문들을 빼곡히 늘어놓고 도시코의 옮기는 발걸음에서 망설임과 회의, 다시 과감한 행동의 결단과 주장, 그리곤 밀려오는 고독함과 홀로됨의 열등감이 반복을 통해 자연스럽게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건강한 자아를 확립해나가는 길로 안내한다.

그리고 등장하는 인물들의 면면에서 노년의 삶을 슬기롭게 지탱해 나가는 이들을 목격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메밀국수 강습반을 이끄는 70대의 홀아비 이마이, 멋진 차림으로 여성의 눈길을 받는 전직 백화점 중역 쓰가모토의 세련된 매너와 로망스, 여과 없는 주장을 해대는 미망인 에이코의 과감함과 몰두는 작품의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무난히 소화한다.

이제 노년의 문제는 사회문제를 떠나 인류의 보편적 삶의 질에 관한 문제라 할 정도로 수명이 늘어났다. 이즈음에 있어 59세라는 나이는 중년도 아니고 노년도 아닌 애매한 연령이 되었다. 이 작품에서 배열하고 있는 중노년의 이성문제, 여가활동과 인간관계에 대한 의미, 직업을 비롯한 사회보장제도 등 삶의 질에 대한 보장과 사회적 시선에 대한 문제, 가족개념의 해체에 따른 홀로서기와 중노년의 정체성에 대한 인식 등은 사회적 과제로 관심을 기울여야 할 중요한 과제들이다.
기리노 나쓰오식 여성심리의 치밀하고 세련된 묘사는 소설적 재미를 배가시키고 문제의식을 슬며시 잘 녹여내고 있다. 세상의 모든 도시코들이여! 진정 당신들만의 삶을 위해 영혼을 불태우라! 새로이 기다리고 있는 삶의 모습 또한 아름다운 것을... 중노년의 삶에 대한 지평을 멋지게 그려낸 수작(秀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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