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호두과자
크리스티나 진 지음, 명수정 옮김 / 예담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너무도 맑고 깨끗한 그리고 세상의 추함이 어디에도 개입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은은하고 평온하게 수놓아진 이야기다. 정성이 가득 담긴 달콤한 호두과자의 따뜻한 냄새, 삶의 건강한 믿음이 속속들이 박힌 호두과자 한 알이 입속에서 퍼져나가는 흐믓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호두나무 숲과 그 속에 포근하게 감싸인 빨간 지붕의 ‘달콤한 호두과자(The Sweet Walnut Cookies)'집, 그리고 ‘마로’와 엄마의 소박하고 잔잔한 일상이 왠지 모를 슬픔과 추억, 사랑, 고독, 믿음, 고요함, 가족이란 단어들을 절로 떠올리게 한다. “그저 눈을 감고 달콤한 호두과자를 음미하세요.” 정말 눈을 감으면 이 동화(童話)의 모든 아름다움이 마음깊이 조화한다.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도 마음을 기울여 귀하게 대접하면 특별하고 귀한 존재로 바뀌는 법이란다.” ‘G선상의 아리아’가 호두과자 반죽과 공명한다. 한 폭의 그림 같다. 어떠한 과장이나 수사가 없음에도 아름답게 빛나는 삶의 사색들이 정성스럽게, 그리고 예쁘게 진열되어있어 ‘덕분에 귀한 알맹이’를 얻을 수 있는 모처럼의 삶의 고요와 평온에 다가가게 한다.

아버지를 여의고 삶의 고단함으로 시작되는 어린 마로와 엄마의 생계수단인 호두과자 가게는 어느덧 생활의 수단이 아니라 삶의 고귀함이 깃든 천국의 장소처럼 느껴진다. 작가의 요청이 아니어도 ‘카망베로’, ‘아이스크림 호두과자’, ‘장미시럽 호두과자’, ‘디어맘’까지 호두과자마다 깃든 그 사연들을 거닐다보면 순수하고 아름다운 공이 듬뿍 담긴 호두과자를 자기도 모르게 음미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케 된다.

“내가 믿는다는 것. 그녀가 올 거라고 믿는 것. 그게 중요한 거야.... 한 시간을 믿어온 자와 일 년을 믿어 온 자 사이에는 굉장한 차이가 있지. 믿음은 운명까지 바꾼단다.”매년 한번 찾아오는 아름다운 처녀를 기다리는 빵가게 ‘이한스’아저씨의 믿음은 ‘마로’의 세상에 대한 신뢰, 자신에 대한 긍정의 심성을 키워준다. 또 삶은 때로 우리를 힘겹게 한다. 그러나 마로는 혼신의 힘을 다해 쉑 - 쉑 - 쉑 - 쉑 - 페달을 밟는다. 그리고 언덕을 다 올라 페달을 밟을 필요가 없는 내리막의 멋진 코스, 다운힐!에 이르기도 하고, 바람이 세차게 불수록 더 아름답게 빛나는 별들을 바라본다.

하늘나라로 가신 아버지와 밤하늘 오리온좌를 쳐다보며 함께했던 추억들, 어린 아들의 홀로서기를 지원하기 위해 이미 죽음의 문턱에선 엄마의 정성, 이러한 추억과 배려는 연못 ‘천사의 눈물’가에 피어난 ‘마거리트’로 화환을 만들어 살포시 안기는 정겨움과 합해져 “서로의 가지를 포갠 채 바람을 맞는”호두나무들의 고요와 평온처럼 가족애의 따뜻함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엄마의 죽음을 맞는 마로 앞에“누군가 천국의 문에서 우리에게 암호를 대라고 물을게다.~ 以下省略”라는 엄마가 건네준 호두열매속의 아빠의 메모는 그 어떤 사랑의 언어보다 감동을 준다. “흑설탕을 아주 곱게 갈아 뿌린 호두과자”, ‘디어맘’을 입속에 넣으면 그냥 가족의 사랑이 온몸에 퍼져나갈 듯하다. 누군가를 생각하며 만드는 호두과자, 내겐 장미시럽 호두과자의 그 달콤함이 간지러움을 태우듯이 즐거운 미소와 누군가를 떠올리게 한다.

이 아름답고 맑은 삶과 사랑의 고귀한 클리쉐(Cliche)들로 반짝이는 동화는 불순물로 잔뜩 엉켜 붙은 우리의 심성을 정갈하게 하여준다. 어른 아이 모두에게 저마다의 투명하게 반짝이는 샘물로 안내하여 줄듯하다. 정말 포근하고 아름다운 글이다. 아! 책 속에 동화처럼 입혀진 그림들과 일러스트들은 이야기를 더욱 맛스럽게 한다. 새해를 맞이하는 모두에게 제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봄의 그늘에서 그녀를 발견 했네,
그러고는 장미 리본으로 그녀를 묶었지.
그녀는 눈치 채지 못하고 단잠을 자네.”
- 클롭슈토크 (독일 서정시인) 본문 P94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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