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 비타 악티바 : 개념사 4
이재유 지음 / 책세상 / 200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산주의 붕괴로 자본주의의 이데올로기가 세계의 유일한 가치처럼 되었고, 프랜시스 후쿠야마같은 작자는 역사의 종언이라 외쳐대며 자본주의 영원성을 예단하기도 하였다. 21세기 들어서자 밀턴 프리드먼과 그 추종자들인 자본주의 근본주의자들이 세계를 향해 무차별적으로 저지른 폭력의 가해는 또 다른 이데올로기의 분화와 갈등을 이미 초래하고 있다. 급기야 세계의 자본을 마음대로 주물러대고 지구전역의 인류를 노예화하기 위한 슈퍼클래스란 새로운 계급을 지칭하는 용어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계급이란 진정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130여 쪽의 이 짤막한 저술은“먹고 사는데 급급해서 정신적 영역에 눈 돌릴 틈도 없는”지구촌 대다수의 인류인‘노동자’의 각성을 위한 자기인식을 지원하는 기본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할 수 있겠다.

다만, 다소 고전적인 투쟁론에 저술의 취지를 두고 있어 세계시장의 글로벌(Global)化에 따라 발생하는 경제식민화로 인한 지배와 피지배에 대한 관점까지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계급의 출현과 의미, 계급의 역사성과 그 갈등, 계급의 이해와 새로운 사회를 향한 계급이론을 수월한 언어로 그 핵심들을 적확하게 정리하고 있어 산업화시대 이래 자본과 노동의 이 고착화된 계층의 갈등에 의문을 가진 사람들 누구에게든 훌륭한 안내서이자 문제해결을 위한 참고서가 되기에 충분하다.

마르크스와 베버의 계급론에서부터, 그리고 카우츠키의 경제결정론과 그람시, 알튀세르, 들뢰즈에 이르는 계급의 본성에 대한 다양한 비판과 이론이 정연하게 설명되고 있다. 이를 통해 저자는 중대하고도 의미심장한 의지를 가시화하고 있는데, 그 첫째는 노동자가 과연 자본주의를 해체하고 새로운 이상의 세계를 위한 주체가 될 수 있는가?하는 것이고, 둘째는 이러한 자본주의 해체의 방법이 개량적인 접근보다는 변혁적인 즉, 제3의 새로운 체제를 만들어내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있는 자본가와 자본가가 제공하는 생산수단을 이용하여 노동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는 노동자인 피지배자의 구조가 만들어내는 부의 극단적이고 불균형한 분배는 이제 네오콘같은 극소수의 자유방임적 자본주의자들이 전 인류를 노예화하여 조정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작게는 한국사회의 소득 양극화로 인한 소수의 거부(巨富)가 전체 국부의 80~90%를 차지하고, 빈곤층을 확대시키는 형국처럼 자본가와 노동자 계급의 갈등은 이를 인식치 못하는 노동계급의 착취와 소외를 보다 고착화시키고 있다.

그래서 이 저술은 계급(Class)의 진정한 의미의 제공을 통해 피지배계층인 우리들의 인간적인 삶의 향유를 위해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사유의 기틀을 마련하고 있으며, 그 출발점으로 노동자의 이중성이란 딜레마의 해결을 위해 산별 및 업종노조와 같은 노조의 연계가 갖는 의미와, 노동자 계급의 자기생산 교두보인 가족의 투쟁장소로서의 중요성, 그리고 가사노동의 사회화, 즉 여성의 가사노동에서의 해방이 계급투쟁의 기점임을 주장하고 있다.

경제기반이 취약한 국가들에 재난(災難)적 위기와 충격을 가해 거대자본의 이익을 실현하는 재난자본주의까지 등장할 정도로 자본주의는 사악하고 탐욕스러우며 자기모순과 폭력에 심취해있다. 이제 근본주의적이고 방임적인 자본주의 만능에 대항하는 진정한 인간적 삶의 실현을 위한 노동자 계급, 노동자적 지위의 약소국가는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 내야 할 위기의 시대에 있다. 개념사(槪念史)로서의 이 저술이 시사(示唆)하는 바는 자못 심대하고, 시의 적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