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 데이비스의 미술투자 노하우 미술시장 올가이드 1
론 데이비스 지음, 최리선 옮김 / 아르타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작은 회화소품이라도 한 점 장만하기 위해 미술관, 화랑에 발걸음 하기 전, 미술품에 대한 나름의 감식안을 갖기 위해 시동을 걸던 완전 초보자의 미숙함과 두려움으로 주저하던 순간에 이 저작을 대하게 되었다. 물론 나는 미술품 투자가로 나설 정도의 미술전문가나 재정적 여력을 가지고 있지도 못하며, 재력 있는 컬렉터도 물론 아니다. 정말 좋아하는 그림을 형편이 닿는 대로 구입하여 벽에 걸고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호사를 누려보고 싶은 소박한 기대뿐이다.

이 저술의 제목이 미술품의 투자를 통한 경제적 이익의 실현을 전제로 하고 있음에는 틀림없다. 또한, 미술품거래를 통한 투자수익을 주된 사업으로 하려는‘딜러’를 위한 기초매뉴얼이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내에 소개된 미술품 초보자 등 애호가를 위한 많은 저작들이 미술품의 소장에 대한 기쁨과 그 미술품의 작품성이 보여주는 감동, 조금 나아가서 화랑이나 미술관의 문턱을 낮추기 위한 용기를 불어넣어주는데 그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실제 미술품을 구입하기 위한 지식이나, 방법론, 위험요소, 미술시장의 동향, 정보와 자료수집의 방법, 미술품 가격정보와 그의 추정등과 같은 좀체 접하기 어려운 내용을 담고 있어 실전용으로 탁월한 저술이라 할 수 있다.

당장 전시장이나 화랑, 또는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그림 한 점을 구입하려는 초보자의 입장에서는 정말 막막하기 그지없다. 어떤 그림을 구입할 것인가? 그 그림의 가격은 과연 얼마가 적정한 것일까? 혹 그 그림이 위작은 아닐까? 가지고 있는 동안은 충분히 즐기겠지만, 언젠가 팔아야 할 때는 팔수 있는 작품일까? 그땐 어떻게 팔아야 하는 것일까? 이왕 그림을 구입할 때 가치 있는 그림은 어떻게 구별 할 수 있는 것일까? 하는 많은 의문들이 떠오른다. 그야말로 이 저술은 이들 내용 즉, 미술전문가들만이 지니고 있는 노하우를 숨김없이 소개하고 있으며, 어느 영역에서는 상당히 심화된 단계로까지 안내하여 여차하면 단순 애호가에서 전문딜러로의 길로 나아갈 정도에 이른다.

뛰어난 작품의 특징이란 무엇일까? 뛰어난 “그림은 해부학과 원근법, 구성, 색채와 콘트라스트가 완벽하게 구현”되어 있어,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점점 더 의미 있게 다가오면서 우리 눈을 자연스럽게 이끈다고 한다. 우리의 시선을 이끌고 감동을 주는 그림이라면 그래서 내가 좋아 할 수 있는 그림이라면 충분 할 것이라고.

이 탁월하고 진솔한 저자는 자신감을 갖지 못하는 우리들을 위해서 쉽게 정리된 실질적 현장론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어떤 그림을 구입하여야 할까? ‘리스트에 오른’작가의 작품을 사도록 하라고 주문한다. 즉, 미술품 경매시장이나 전시장, 화랑 등과 같이 이미 미술시장에서 거래가 이루어지는 작가들의 작품을 구입하라는 조언이다. 그리고 미술운동을 스스로 창시하였거나, 그 운동을 따르는 특정 화파(畵派)에 속해 있는 작가의 그림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이외에도 정말 중요한 핵심적 관점을 꼼꼼하게 정리하여 주고 있다.(내용을 모두 기술하는 것은 저자에 대한 예의가 아닌듯하여 생략함)

엄청나게 많은 화파와 작가들이 있는데 그렇다면 초보자인 내가 이들 모두에 대해 감식안을 갖는다는 것은 정말 터무니없는 일일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각자 마음이 가는 화파나 소재, 작품의 주제가 있다면 해당 분야에 속한 10명의 작가들을 조사하여 연습하라고 한다. 그들의 이름, 활동연대, 작품 가격수준, 서명, 전체 작품목록, 심지어 그들이 사용하던 액자까지 기억하도록 꾸준히 학습하고 해당 작가들의 회화전에 방문하여 비교하고 감상하면서 실전 감각을 키우면 기초적 준비가 완료 될 것이라고 단계화되고 구체적 설명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초보자가 일류작가의 작품을 구입하려다가는 구매금액도 만만치 않을뿐더러, 실수하면 단지 장식용에 불과한 작품가치가 떨어지는 작품을 구입하게 되는 위험까지 안을 수도 있다. 이류작가의 최상의 작품을 구입하는 것이 오히려 보다 안정되고 투자가치까지 확보할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즐거운 주제의 작품을 구입하라. 등등... 정말 너무 실제적이어서 감히 남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은 보석 같은 조언들이 이 까다로운 초보자에게 감동을 줄 정도이다.

작품의 진위의 판단을 위한 기초지식들로 캔버스 기저재(基底材)에서 나무패널, 아교, 제소에 이르는 각종 미술품 기저재에 대한 식견에서부터 시장의 이해를 위한 업계소식지, 경매 카다로그, 미술잡지의 구독의 당위성, 카다로그 레조네의 그 조심스러움과 중요성 등 헤아릴 수 없는 미술품 투자에 대한 지혜들이 가득하다.

미술품의 구매전략에서 판매방법까지도, 분명 우리 대다수의 서민들은 단순히 미술품 애호가에 이르기도 쉽지 않다. 구매력도 여의치 않을 뿐 아니라, 전문성 또한 간단히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한 점의 마음에 드는 회화나 소품을 구입하려 할 때 훗날의 투자가치를 고려치 않는다면 거짓일 것이다. 저자의 조언처럼 구입한 후 7~8년 후에 팔게 되면 상당한 투자수익을 실현 할 수도 있다. 그림이란 것이 천년만년 소장 할 것이 아니고 내 집에 걸어놓고 가족과 친지들이 기쁘게 즐기고, 적절한 시기에 팔아 또 새로운 그림을 구입하여 감상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과정이랄 수 있겠다.

미술 시장의 추세, 현재의 유행, 재정적 계획이 아니라 내가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미술작품이야 말로 오랜 시간 관심과 즐거움을 유지케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미술작품에 대한 초보자 뿐 아니라 투자가, 딜러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이 저술은 진정한 참고도서로서의 역할에 어떤 모자람도 없다. 다만, 이 저작물이 ‘론 데이비스’라는 미국인에 의한 미국미술시장을 기준으로 기술되어 있어, 우리나라 미술시장의 시스템이나 현실과 다소 괴리가 있어 부분적으로 국내의 현실을 따로이 파악해야 될 요구가 발생하는 점이 아쉽다. 다만, 이 저작물의 후속으로 발간 될 한국 미술시장‘올 가이드(All Guide)’의 출간을 기대하며 아쉬움을 달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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