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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과 무생물 사이
후쿠오카 신이치 지음, 김소연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6월
평점 :
생명의 실체?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는 무엇인가? 단세포 생물의 10분의 1도 안 되는 바이러스는 “무기질 적이고 딱딱한 기계적 오브제 지나지 않아 생명으로서의 움직임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럼 바이러스는 무생물인가? 생물을 단순한 물질과 구분 짓는 유일한 특징은 무엇인가? 그 유일한 특징이란 ‘자기 복제 시스템’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증식되는 세포분자는 어떻게 자신의 특성을 전달하는가? “끊임없이 무질서한 열운동에 농락당하는 원자의 행위가 어떻게 고도의 질서를 요구하는 생명활동”을 손상시키지 않고 “질서 정연한 상태를 창출하고 유지”하는 것인가? 이 생명 시스템에 고찰은 우리에게 자연에 대한 겸허와 경외감을 던져준다.
이 저술의 매력은 뉴욕 대기 중의 독특한 진동의 향수와 보스턴의 목가적이고 학문적 분위기와 같은 서정성과 저자의 연구생활에서의 경험적 진술이 어울려 자칫 이론적이고 낯설기만 할 수 있는 분자세포학, 분자생물학의 세계를 통해 생명의 실체를 수월하게 이해하는 기회를 제공하여준다.
단세포 생물에서 시작하여 미국 근대기초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사이먼 플렉스’의 세균분리, 네덜란드‘바이예린크’의 세균과는 다른 미세한 감염입자 즉, 바이러스의 발견, 그리고‘오즈월드 에이버리’에 의한 세계최초로 생명의 본체인 ‘유전자’-‘형질전환물질’- 구성단위의 발견 등을 오늘의 생명시스템에 이르는 위대한 과학적 발견으로서 그 이론적 의의와 내용을 상세하게, 그러나 일반 자 누구든지 이해하기 쉬 문장으로 설명하고 있다.
특히, 생물의 유전자정보 담당자로서의 DNA에 대한 구조와 그 대칭성이 지니는 의미, 이후 왓슨, 클릭, 윌킨스로 이어지는 DNA나선형 사슬에 그 과학적 발견과 생물학적 특성의 규명을 가능케 한 ‘샤가프의 퍼즐’의 설명은 이 저술의 중추적 내용이 되고 있는 ‘동적 평형’과 같이 분자세포학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원자는 그렇게 작은데 우리의 몸은 왜 이렇게 큰 것 일까? 하는 이 원초적 질문에 대한 ‘평방근의 법칙(루트n의 법칙), 즉 오차율의 부정확성을 줄이기 위한 고도의 질서를 요구하는 생명활동에 치명성을 줄이기 위해’자연이 선택한 이 오묘한 신비, 그리고 핵산의 위태로운 균형과 같은 네트워크화 된 ‘상보성’과, “생명이란 요소가 모여 생긴 구성물이 아니라 요소의 흐름을 유발하는 효과”라고 새로운 생명관을 제공한 ‘루돌프 쇤하이머’의 ‘동적 평형 상태에 있는 흐름’이란 생명의 정의 등, 이 화려한 생물학적 발견에 대한 지식의 향연은 가히 매혹적이다! 라는 표현이외에는 달리 할 말이 없어진다.
또한 췌장의 소화효소 생산세포의 세포막을 구성하는 GP2란 단백질이 생명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기위한 GP2 넉아웃실험과 그 결과 GP2마우스(쥐)의 성공적인 배양과 탄생에서 기계적 비교와 같은 인간의 오만한 과학적 실험이 가져온 어리석음을 겸허하게 반성하기도 한다. 이 실험에서 저자는 생명현상의 다양한 중복과 과잉이 생명시스템 자체에 이미 사전에 준비되어있고, 질서 그 자체를 유지하는 생명이라는 시스템의 고유현상- 동적 평형 -의 경이로움에 숙연해진다.
프랭클린의 DNA C선 해독자료를 훔친 윌킨스와 왓슨의 몰염치 같은 과학적 발견 뒤에 숨겨진 에피소드에서, 펄레이드의 단백질 흐름의 가시화 연구, 슈뢰딩거의 브라운운동과 확산, 평균하면 등 풍요로운 분자생물학의 역사 등 다양한 연구 성과에 이르기까지 이 저술은 문학작품을 능가하는 몰입을 견인하며, 철학과 문학, 과학이 통섭하는 학문적 다채로움의 장을 선사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