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사형통 - 중국 현대 소설선
톄닝.모옌 외 지음, 박재우 외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3편의 중편소설과 10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중국 현대소설의 일면을 볼 수 있는 작품집이다. 국내에 소개되어 익숙한 작가인 테닝이나 모옌의 작품뿐 아니라, 쉽게 접하기 어려운, 그리고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중국작가들과 작품들을 읽는 유익한 작품집이라는 측면에서 귀중한 가치를 가진다.

최근 우리에게 소개되어 독자를 형성하고 있는 위화, 옌렌커, 비페이위, 샨샤, 쑤퉁, 류헝과는 사뭇 다른 소감을 갖게 한다. 작품 개개의 시대적 배경이나 정신적 사조, 관철하고 있는 삶의 시선이 비교적 획일적이며, 감상적이란 측면에서 이 작품집은 중국 현대문학의 위치를 가늠케한다 할 수 있겠다.

대다수의 작품이 천안문사건이전의 문화혁명 시기를 전후하여 설정되고 있으며, 향토색 짙은 농촌사회나 소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빈농, 소외된 도시빈민, 그리고 의식주와 같은 삶의 기본적 요소와 같이 생존적 갈등이 주요 소재로 다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획일적이고, 진부하다.

오늘날 풍부하고 다양한 삶의 소재나 인류나 인간의 본질적 성찰과 같은 현대문학의 시류와는 완연히 다른 한국문학의 1920~30년대 계몽문학적이고 서구문학의 모방학습 시대와 같은 감상을 준다. 중국작가협회 주석인 테닝의 작품 ‘도망’은 도시빈민의 경제적 곤란을 소재로 하여, 우리사회의 인식으로는 다소 유치한 문제를 고민한다. 이를 순수함이라 하여야 할까? 또한 이 작품집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는 작품인 샤텐민의 중편 ‘한 쌍의 큰 양’역시 한 끼 밥 먹는 일이 고달픈 사막화가 진행되는 산골 빈농을 주인공으로 하여, 관리들의 탐욕과 무지, 중국사회의 전시행정을 꼬집는다. 다만, 쓰디쓴 해학이 어우러져 주제의식을 살짝 부양하는 정도이다.

이 작품집의 표제인‘만사형통’인 원제목 ‘길상여의(吉祥如意)’는 전형적인 계몽문학이라 할 수 있다. 농촌사회의 여유와 전통명절의 단아한 유쾌함을 어린 남매의 시선으로 따사롭게 그리고 있다. 중국사회에서 각광을 받았다는 작품이나 보편적 공감을 형성하기에는 낯설기만 하다.

또한 모옌의‘먹는 일에 관한 이야기’역시 먹고 살기 힘들던 시대의 탐식 습관이 비루하게도 이어지는 한 사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역시 소재의 파격이나 주제의식의 차별화를 발견하기에는 버겁다.

작가 판샹리의 단편 ‘맹물 야채국’은 성공한 사업가와 고위층의 사치를 즐기는 젊은 여성과의 불륜이 하나의 소재로 등장한다. 그러나 역시 조강지처에 대한 전통적이고 유교적인 가치관이 점령하는 계몽문학의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밖에도 류싱룽의 중편 ‘봉황거문고’나, 아청의 단편 ‘착한 창기’등 중국의 정서적 감흥에 대한 반복되는 유사한 표현방식과 억제된 배려와 같이 어설프게 국민정서를 그들 사회가 지향하는 일 방향으로 인도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 작품집에서 다소 오늘의 문학에 근접하는 작품으로 츠쯔젠의 ‘안개의 달, 외양간 울타리’, 에미의 ‘허물을 벗고 날아오르다’, 훙커의 ‘허풍’등을 들 수 있겠다. 이 작품집에서는 중국현대문학이 사회주의 계몽문학의 형태를 크게 일탈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서구 시장자본주의 물결이 거세게 중국대륙을 몰아대고 있는 현실을 볼 때 문화적 갈등의 충격이 이들 작가의 전통윤리에 대한 계몽적 권유라는 완충기능을 통해 대중에 위안을 주고 사랑을 받는 요소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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