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자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안재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540여 쪽에 달하는 작품이지만 일단 책을 손에 들면 놓을 수 없는 그런 몰입을 강요당하는 기막힌 소설이다. 커다란 스크린에 범인을 체포하기위해 몰려든 숨 막힐 정도로 역동적이고 기민한 경찰들의 움직임과 무덤덤하고 자신감 넘치는 표정의 주인공이 그려 질것이다. 헐리웃의 성공한 하드보일드(hard-boiled) 무비를 다른 누구보다 먼저 본 은근한 자긍심이 일어나게 할 정도이다.

‘잭 리처’를 오랫동안 기억해야만 할 듯싶다. 작가의 연작 중 첫 작품이니 말이다. “잘못된 때 잘 못된 곳에 나타난 이방인”,  한적한 미국의 어느 소도시‘마그레이브(Margrave)'에 잔인하게 살해된 시체가 발견되고, 주인공 리처는 살인의 누명을 쓴 채 끌려간다. 단지 아주 우연히 충동적으로 내려 소읍의 가로를 걸어왔을 뿐, 경찰서장은 살해현장 부근에서 피살자가 살해되던 시간에 주인공을 보았다고 한다. 함정에 빠진 주인공의 이후의 행동은 어떤 것일까? 다시 책장을 넘겨야 한다.

서장의 지시로 교도소로 이감되고, 다시금 감방 내에서 생존의 혈투를 불사케 한다. 박살난 머리와 낭자하게 흐르는 피, 리처의 영웅적 기민함이 돋보인다. 배경에는 여성경찰 ‘로스코’가 있고 그녀의 도움과 남녀의 에로틱한 열정이 오간다. 다시금 소비자를 유혹할 줄 아는 헐리웃의 기교가 스며든다. 긴장과 액션, 스릴과 서스펜스, 그리고 로맨스와 섹스가 적절하게 믹스되며, 이야기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피살된 시체의 신원은 잭 리처의 형인 ‘조 리처’로 밝혀지고 사건은 걷잡을 수 없는 열기로 휩싸인다. 잭 리처의 활약이 펼쳐지지 않겠는가? 사건의 배후를 찾아, 서로 서로 쫒기고 쫒는, 참혹한 살인의 연속과 그 잔인성, 참혹함의 묘사가 오히려 초라하게 보일 정도로 전개될 내용에 대한 강한 긴박감과 흥분이 커진다. 아드레날린이 마구 솟는다. 어느덧 잭 리처와 나는 같이 생각하기 시작한다.

소재도 지극히 미국적이다. 위조화폐가 사건의 배후에 있다. 이 정도만 얘기해 두자. 잭 리처의 현란한 추적이 시작된다. 로스코와 함께하는 수사는 짜릿한 전율과 불안감을 동시에 전달해준다. 작가의 수없는 재미의 장치들은 완벽하다는 말 밖에 표현이 존재치 않음을 느낄 것이다. 행동과 심리의 섬세한 묘사로 장면의 디테일을 클로즈업하는가 하면, 치밀하게 연구된 동작과 정교한 감정의 오버랩은 슬로비디오를 보는 듯하다. 가히 천재적이다.

리 차일드의 명성에는 거짓이 전혀 없다! 추리소설이 지녀야하는 지적놀이, 흥행을 배제하지 않은 적절한 구성, 에스프리(esprit) 넘치는 문장들과 이야기들, 그리고 멋진 영웅적 주인공까지, 추리소설의 완전한 진수를 보여준다. 충격과 지침 없는 폭주! 과감하고 깔끔할 정도로 담담한 살인과 소름 돋는 소도구들까지, 작가는 하나도 놓치려 하지 않는다. 결코 잊을 수 없는 장면들로 지면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다. 정말 순간에 다 읽어버렸다. 아쉬움의 입맛이 쩝 하고 다셔진다. 출판사와 편집진은‘리 차일드’의 연작 소개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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