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중국 당대문학 걸작선 1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두 주인공의 섹스만큼이나 문화혁명의 인간 존엄성 압살에 대한 거센 역설의 변()이다. 작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류롄우다왕두 남녀의 치열할 정도의 육체에 대한 탐닉과 성애의 묘사는 환락이기에는 어둡다. 사단장 관사인 ‘1호 원자의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적나라한 그네들의 행위는 작가의 소설적 장치에도 불구하고 인간본성의 회복이라는 지독한 목적성이 감추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주인공들은 작가가 추구하는 거대한 본질적 희구, 사랑과 인간 존엄성의 회복이라는 가치에 뒤덮여 그들의 주인공으로서의 소설적 본질을 잃어버린다. 그네들의 사유와 행위는 근원적 목적을 대리하고 표현하는 중개자적 역할에 그치고 만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사단장이 집을 비운 2개월 동안 사단장의 젊은 아내 류롄과 원자1호의 취사담당 공무 분대장 우다왕의 위험한 사랑의 이야기이며, 발가벗겨진 인간 본성을 통해 억압된 인민의 존엄성에 대한 발악적 외침이라고 까지 하고 싶다.

 

그가 온 힘을 다해 그녀의 두 다리 사이 꽃이 피어 있는 곳에 도달했을 때, ~ 中略 ~ 그리고 끊임없이 이어지던 그녀의 비명소리도 갑자기 뚝 멈춰버렸다.”

 

격정에 사로잡힌 류롄의 혼절을 묘사한 구절이다. 경험하기 힘든 섹스의 숨 막힘과 활력의 거침없는 묘사는 이 작품이 우직할 정도로 일관되게 추구하는 인간본성에 대한 이해의 촉구이며, 이를 통해 사회주의 혁명의 기치 하에 숨겨지고 짓눌린 인간 존엄성에 대한 반발의 세기라 가늠할 수 있다.

 

서로 누구의 사랑이 더 무한하고 죽음을 불사할 정도인지, 문화혁명의 상징이자 사회주의의 공고한 정신에 대해 "못으로 뱃지에 새겨진 마오 주석의 코를 내리찍고, 마오 주석의 어록 다섯 글자 위에 붓으로 자신의 사리를 추구해야 한다(要自私自利)’"고 조롱하기까지 한다. 그리곤 다시금 한 마리 작은 새를 잡듯이 그녀를 붙잡아 두 다리를 바닥에 대고 ~ 中略 ~ 들 짐승 같은 성애 행위를 했다. ~ 中略 ~ 이번에도 그녀는 그의 몸 아래서 또 한 번 시원하게 목 놓아 울었다.”

 

이 작품의 소설적 매력은 다음에 있다. , 혁명언어의 경전이자 무소불위의 금언인 마오쩌둥의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라는 연설제목에 부여한 의미의 이중성이다. 사단장 사택의 식탁 한가운데 놓여있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라는 팻말이 주인공 두 남녀의 성애를 알리는 도구로 사용된다. 바로 이 소설의 핵심 소재이자 주요 제재이다.

 

사회주의 혁명이 휩쓸어 버린 사회의 잔해로 남겨진 텅 비어버린 인간들의 상처 난 심장과 상실된 인간성에 대한 울먹임이 깊이 베어있다. 사단장의 젊은 부인인 인민을 위해 우다왕은 힘닿는데(?)까지 성심껏 복무한다. 또한 장면마다의 상황에 따라 묘사되는 심리와 행동의 표현은 섬세함과 창의성, 그리고 그 디테일로 혀를 차댈 정도의 공감을 자아낸다. 질주하는 환락, 그 곳에 있는 성적 본질, 거대한 시류 속에 손상된 인간의 영혼에 대한 연민이 우다왕의 창백한 원망과 함께 서려있다. 인류의 뛰어난 작가의 한사람으로 옌롄커를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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