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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 좋은 방 ㅣ E. M. 포스터 전집 4
E. M. 포스터 지음, 고정아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1세기가 지난 1908년 발표된 작품이다. 세월이 가져온 인간사의 정신적, 문화적 환경의 변화로 인해 오늘의 시선으로는 꽤나 낯설다. 그러함에도 이 작품의 문학적 의미가 퇴색되지 않음에는 그 사실적 심리묘사, 신분적 갈등과 화해, 현대사회화로의 진행에 따른 여성의식의 변화, 그리고 인간 본성의 섬세한 해부 등 그 구성의 탁월함이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도시와 교외, 현대와 봉건, 남성과 여성, 권위와 민주, 구속과 자유와 같은‘문명의 충돌’이 첨예해지는 새로운 세기로의 전환에 따른 혼란스러운 인간정신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 듯하다. 작품의 제목과 같이 '전망(View)'은 이러한 다양한 갈등을 바라보는 창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 아닐까?
영국 귀족 여성의 전형적인 사고를 가진 어린 아가씨‘루시’와 그녀의 사촌인‘샬럿’의 여행지인 이태리 피렌체의 한 펜션에서의 전망 없는 방이 배정됨으로서 작품은 시작된다. 펜션 베르톨리니는 작품의 귀중한 제재로서 동기를 제공하는 사건의 무대역할을 한다. 펜션에 묵고 있는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 이국적 문화와 그 사회를 구성하는 새로운 질서에서 주인공 루시는 새로운 세상을 이해하게 된다.
비브목사와 이거목사를 통해 권위적 종교의 해체를, 소설을 쓴다는 엘리너 레비시는 남성중심 사회에 도전하는 여성으로서, 그러나 진실 되지 못한 여성으로서 여전히 여성정신의 뚜렷한 설정에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고, 샬럿의 권위적이고 중세적인 여성의 자의식에 내재하고 있는 이중성을 그리고 있다. 신문기자였던 사회주의자로서 에머슨을 등장시켜 사회적 평등주의의 시선과 당시대의 가치관과의 마찰적 요소로 보여주기도 한다.
특히, 이 작품의 특성을 꼽는다면, 등장인물들에 대한 성격, 태도, 행동양식, 가치관등이 디테일하게 묘사되고 있다는 점이다. 루시의 약혼자로 등장하는 세실, 동생 프레디, 엄마 허니처치 부인, 그리고 그녀의 사랑을 얻는 조지 에머슨까지, 이 인물들을 독자는 아주 구체적으로 예상할 수 있으며, 루시와 세실, 그리고 루시와 조지의 관계를 통해 낭만적 로맨스를 뚜렷하게 구별할 수 있게 된다.
100년 전의 열정에 대한 작가의 생각은 아주 재미있다. “열정이란 저항 할 수 없는 것이어야 한다. 예의범절이라든가 심사숙고하든가 그 밖에 교양이라는 이름의 각종 족쇄를 잊는 것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그것은 통행권이 있는 곳에서 허락을 구하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무척이나 예의바른 포옹 후에 무언가 결핍된 듯 하여 이어지는 나레이션이다. 이 작품이 오늘에 읽혀지며 흥미로운 것은 바로 이와 같은 당시대의 사회상이라 할 수도 있겠다.
전망에 대해 작가는 작품 속에서 조지가 아버지 에머슨의 말을 인용하여“완전한 전망은 하나”이다,“우리 머리위로 올려다 보이는 하늘의 전망”, “땅위에서 보이는 전망들은 다 그걸 어설프게 흉내 낸 거래요”라고 전망이란 진실과 위선의 차이를 슬그머니 던진다. 이는 등장인물들의 심리와 성격묘사에서 샬럿이란 인물을 통해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으며, 세실과 조지의 대비적 특성등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일부 유치한 전개방식이나 설명식 사족, 구태의연한 표현 등 비록 1세기가 지난 작품이지만 문학적 감수성을 이해하고 인간 심연에 대한 본질적 탐험과 같은 섬세한 인물묘사 등은 가히 명작으로서 우리의 양식을 풍요롭게 하는데 일조한다 할 수 있다. 유쾌한 고전적 낭만과 로맨스를 즐기는 색다른 재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