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케의 눈
금태섭 지음 / 궁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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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을 대중에게 가까이 소개하려는 작자의 의도가 충분히 전달되었을까? 오히려 이것이 법의 실체란 말인가? 하는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쉽게 풀어쓴 판례해설문에 가까운 일화와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몇 가지 소송사례와 배경 등 17개의 소재로 구성되어 있는 인간사회에 대한 작가 나름의 시선을 담고 있다할 수 있겠다.

작자가 검사출신이다 보니 형사소송에 치중되어 일반 대중들이 빈번하게 시달리는 민사부문과 관련한 법의 실상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법은 현실이다.”라고 했던가?, 그럼에도 실제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지 못하거나 이해하고 있지 못한 것이 법이란 이야기는 없다. 재판법정에 참여해 본 사람들은 불과 1~2시간 만에 수 십 건의 재판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우리의 재판현실을 목격할 수 있다. 변호사를 선임한 돈 많은 기업과 법에 대해 무지한 소시민과에 대한 재판부의 태도도 볼 수 있다. 짜증이 묻어나는 판사의 비난어린 목소리와 법적 용어와 지식이 전무(全無)한 원고의 초라한 모습을 보게 된다. 작자의 말은 옳다. 법은 현실이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인데 법적 판단의 원리와 재판부의 고심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섰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기존중 욕구의 다른 표현 아닌가?

가볍게 그리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저술임에는 틀림없다. 그리고 많은 독자들의 대다수는 익히 인지하고 있는 내용들이기에 작자의 사변적 특성을 보여주는 소재로 선정된 17개의 항목구성이나 각 소재의 설명에 앞서 인용되고 있는 관련문헌을 찾아보는 재미와 같은 것이다.

진화론과 창조론과 관련한 일부 소재는 작자의 의도가 앞서 “디케의 눈”이라고 진지하고 거창하게 시작된 법 이론의 친절한 접근은 장황하게 과학과 종교의 논리를 대변하느라 슬그머니 본질이 실종된 느낌을 갖게 한다. 디케는 정말 왜 두 눈을 가리고 있을까? 이론과 현실, 말과 행동이 정말 일치하고 있는가? 불일치하는 그 틈새는 누가 감당하고 있는가? 감히 쳐다보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일체의 편견을 버리고 공정하게 양쪽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라는 것”, 재판부의 시각에서 할 말이다. 그러나 현실의 대중은 이렇게 평등하고 공정한 지위에 이미 있지 않다. 이것이 현실이다! 흥미롭고 유익한 법의 시선을 이론적이지 않은 이야기로 전달하고자 한 작자의 따듯한 노고를 이해하지만 보다 폭 넓은 입장(Stance)를 가지고 접근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떨치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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