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데기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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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주인공의 생활무대로 구분하면 대략 3분 할 수 있겠다. 청진과 무산(북한)에서의 생활, 중국에서, 그리고 영국에서의 삶으로. 작가는 작금의 글로벌화하는 지구촌과 종족의 이동이 의미하는 경계의 모호함을 위한 구도로 도입한 듯하다. 이는 작품속에 스며들어 인류의 삶과 정신의 동질성이라는 인식의 기반위에 인류의 무지와 탐욕 그리고 절망등 본성을 그려내고 이의 이해와 구원을 이야기한다.

주인공 ‘바리’는 청진시 무역직 간부의 일곱째(막내)딸로 비감(悲感)하게 출생한다. 육공주 집안에 또다시 출생한 일곱 번째 공주님 핏덩어리 바리는 바로 버려진다. 우리네 삶 그자체가 이미 원죄이듯이 바리의 세상과의 대면은 버려짐이다. 이후 북선(북한)에서의 삶은 외삼촌의 남선(남한) 도피로 가족이 분열되기까지 행복과 화목함으로 그려진다.
작가는 소박하고 아름다운 문체로 아기자기한 에피소드와 일상을 영상으로 담듯이 유연하게 북선의 삶을 그려내 독자의 흥미를 견인한다.

외삼촌의 탈출은 바리의 가족을 분열시키고 그들 모두를 어둠으로 내몬다. 무당의 염력이 전해져오는 할머니와 일곱 번째 딸‘바리’ 그리고 칠성이(개)는 우리네 무속설화인 ‘바리공주’와 교차한다. 두만강을 건너 오직 생존만이 삶일 수밖에 없는 처절함에서 어머니와 언니들, 그리고 할머니를 여의고 아버지, 칠성이를 잃고, 하늘아래 오직 어린소녀 ‘바리’만이 거칠고 낯선 이국의 질서에 남겨진다.

북쪽에 있는 우리의 피붙이들이 겪는 좌절과 회한의 단순한 이해를 떠나 인류의 연민과 구원이라는 차원의 시야를 만들어준다.
거칠고 사나운 대륙, 중국에서의 아슬한 생활과 15세 소녀 ‘바리’의 한 인간으로서의 삶의 궤적이 시작되고 죽음과 삶의 교차를 반복한다. 밀항선의 밑창, 그리고 컨테이너 바닥에 숨이 멋는 40여일간은 고통이 아닌 저승과의 수없는 왕래이다.

영국 런던에 기착한 ‘바리’의 삶은 그녀의 성품과 영험한 샤먼적 역량으로 이민사회집단의 무난한 정착과 동화를 가져다준다. 그러나 작품속의 종족은 유색인종 일색이다. 유일한 백인은 ‘에밀리’뿐, 그것도 흑색인종의 주술사를 연결하는 고리일뿐으로 ‘부 와 빈’ , ‘권력과 비권력’, ‘강대국과 약소국’등과 같은 양극화에 대한 이해와 해결의 접근으로서 못내 아쉬운 부분이란 생각을 갖게한다.

‘바리’의 결혼과 남편의 실종, 아이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18살 어린 아내이자 엄마의 번민과 고통은 다시금 ‘바리공주’설화의 환상을 빌려 인류의 본성과 구원을 꿴다.
“불행과 고통은 우리가 이미 저지른 것들이 나타나는 것”, 그리곤 ‘불바다’, ‘피바다’, ‘모래바다’, ‘무쇠성’을 여행한다. 굶어죽은 북선의 식구들, 죽고 죽이는 전쟁의 화신들, ‘목청껏 떠들지만 남의말을 삼켜버리는 아무런 의미도 전하지 못하는’ 종교인들의 허위를 내려다보며 서천의 하늘끝, 인류를 구원하는 생명수를 찾는다. 그러나 생명수는? “그런게 있나”.....

인간의 고통이란 그들의 묙망, 자신들의 절망일 뿐, 그리고 전쟁에서 승리한 자는 아무도 없대 . 그래서 우린 목청을 합쳐 서로의 말을 해주든지, 아니면 그냥 침묵하는 것이 좋을텐데, 그리고 작가는 우리 스스로의 구원이란 남을 위해 눈물을 흘려야 한다고, 어떤 지독한 일을 겪을지라도 타인과 세상에 대한 희망을 버려서는 안된다고 속삭인다.

작품 전편(全篇)의 이야기는 소설적 재미가 가득함에 틀림없다. 그러나 작가가 시사하고자 했던 집착화된 고정 관념과 의지가 상당히 표면화되어 있는 작품이란 생각을 갖게하며, 정교하게 조립된 기계와 같은 이성적 호소를 기저로 하여, 이 의도가 너무 불그러져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부담도 느끼게 한다. 특히, 작품의 마지막에 급작스런 결론을 내리려는 듯 ‘바리공주’설화의 환상을 현실인식에 무리하게 결부하려는 부조화는 작품의 내면과 흥미를 위축시키기기도 한다.
그럼에도 ‘바리데기’는 인류의 구원과 희망이란 메시지를 분명히 우리에게 전달해주고 있으며, 우리소설이 신자유주의의 질서와 인류라는 커다란 그릇을 활용한 새로운 시작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작품이라 아니할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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