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년의 질문, 베스트셀러 필사노트 (양장) - 필사로부터의 질문, 나를 알아가는 시간
김태현 지음 / 리텍콘텐츠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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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는 그의 소품 중 스스로 사고하기라는 글에서 많은 독서는 정신의 탄력성을 모두 빼앗아 간다.”라고 시인 알렉산더 포프를 인용하며, 쉴 새 없는 다독(多讀)이 사고를 못하게 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책 읽기의 태도를 되돌아 볼 것을 권하기도 했다.

 

모두의 머릿속에 산더미 같은 책이 담겨 있어

끊임없이 읽고 있지만 도무지 읽히지 않는다." - 愚人列傳3.194, Alexander Pope

 

진리나 통찰이 어떤 책에 그대로 쓰인 것을 편리하게 발견할 수 있지만, 그저 남의 생각을 읽기만 하면 독자적 사고와 자발적 사고의 샘이 막혀 자신의 원초적 사유의 힘을 잃어버리게 됨을 경고하는 말이다. 이 책 백년의 질문. 베스트셀러 필사노트의 취지도 이처럼 그저 한 줄의 문장을 읽는 순간에 공감하고 머리로 이해한 것으로 그치지 말고, 그 공감과 이해의 글 앞에 멈춰 질문을 자신에게 돌림으로써 생의 현실과 미지의 미래를 성찰할 것을, 숨 가쁘게 흘러가는 일상에서 잠시 멈춰면밀히 숙고하는 시간을 가질 것을 제안하는 것이다.

 


책은 총 14(Part), 112개의 문장 또는 한 절의 글귀들로 엮여, 인생의 안목과 센스, 인간관계, 시간의 주재자(主宰者)가 되는 법, 지친 마음을 보듬어주는 위무 등으로 구성되어있다. 현재 직면한 불안이나 살아오며 고민해 본 주제들은 독자들마다 모두 다를 것이다. 자신의 현재와 공명하는 Part에 수록된, 오랜 성찰을 통해 견인된 문장들을 곱씹으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기대치 않은 생각의 흐름을 만들고, 어쩌면 어떤 방법적 실마리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나는 우선 전체의 문장들을 모두 읽으며, 내 마음에 다가온 12개의 글귀를 필사했다.

 

그리고는 해당 필사의 문장으로 돌아가 내게 질문을 던지고 그에 답하기 위한 생각의 시간을 가졌다. 아마 이들 물음에 대해서 보다 여유로운 시간을 만들어내고 그 홀로만의 고독한 사색의 흐름을 쫓아보아야 할 것 같다. 책의 14번째 글귀는 컨셔스에서 발췌된 문장인데, 바로 고독하게 사유할 시간의 엄중함을 제안한다. 고독해야 사유할 수 있다. (...) 고요히 생각할 마음이 주어진다.(...) 그래야 자발적으로 내 몸을 일으키고 나의 주체성을 되찾고 내가 해야 할이 무엇인지 계획할 수 있게 된다.”.

 

종일 관계의 소요 속에 휘말려 지내다 지친 몸을 눕히기에 급급한 것이 우리네 일상이다 보니, 한가한 소리로 들릴 수도 있겠다. 그런데 58번째 글귀에 이르면 Change Way 변화, 그 아름다운 선택에서 발췌된 시간 전망(tome perspective)’, 즉 현재의 행동과 의사결정이 미래에 끼칠 영향력을 얼마나 길게 내다보는가의 헤아림 역량과, 당신의 시간은 곧 당신의 인생이다라는 오프라 윈프리의 정곡을 찌르는 말을 대하게 된다. 내 인생을 위한 시간보다 귀중한 것이 어디에 있겠는가? 시간이 없다는 말은 정말이지 자신을 함부로 취급하는 무책임한 말일게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 스스로를 제대로 볼 수 있음을 거듭 확인하게 된다.

 

요즘 나는 부모님들의 노환을 옆에서 바라보며 더없이 나의 죽음을 생각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이해인 수녀의 꽃이 지고나면 앞이 보이듯이마음의 눈을 크게 뜨고 보니 주변에 보물 아닌 것이 없는 듯합니다.”라는 문장이 내 가슴에 치밀어 들어온다. 보물같은 부모님, 이 생()에 함께하는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에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었는지 이 필사집을 통해 새롭게 읽어본다. 사랑하는 이는 사랑이 아무것도 아님을 알면서도 사랑을 현실보다 더 사랑한다.” 비록 내 마음이 그려낸 사랑이 환상일지언정, 나는 현실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본다. 반백년 넘어 살았음에도 사랑의 환상에 현실을 걸 수 있는 나는 아마도 아이의 마음에 머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무언가 변화를 도모해야할 만큼 진부함의 깊은 골에 빠져있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데 마침 은희경 작가의 새의 선물속 문장을 만나게 되었다. 아무 확신도 없지만 더 이상 지금 삶에 머물러 있지 않아도 된다는 것 때문에 떠나는 이의 발걸음은 가볍다.”, 심리학자 토니 로빈스의 변화를 원하는 사람은 기회가 있다고 믿는다.”는 말이 공명한다. 아무래도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 그 여정에서 내 삶의 행로에 놓인 물음들의 응답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라는 권유로 들린다.

 

책의 72번째 글귀는 아네테 블라이가 쓴 날아라 펭귄의 한 구절이 있다. 어린 펭귄 브루노가 아빠에게 묻는다. 아빠. 내가 갈매기처럼 날 수 있을까요? 너는 너만의 방법으로 날개 될 거야, 브루노.“ 그래, 우리는 우리만의 비행법이 있다. 남과 다른 고유한 나만의 비행술이 있음을, 아마 이 비행술이 무엇인지 나를 더듬어보는 시간이 될 것 같다. 삶의 속도를 조금 늦추어 걷다보면 내 생각과 행동을 만들어낸 무의식으로 변해버린 어떤 고집스러운 상태를 발견하게 될 터이다. 변화를 위해 그것을 끊어내는 시간이 되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해 본다.

 

내 삶을 구성하는 많은 사람들과 상황들, 이 모두에 겸손해지는 시간이 된다. 겸허함으로 이 책의 문장들의 울림에 귀 기울이고, 천천히 그 글귀들을 필사하며 작은 위로도 받고, 조금은 더 삶에 관대해지는 그런 시간이 된다. 아마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책의 문장들을 통해 자신에게 질문을 던짐으로써 보다 더욱 스스로를 사랑하고 신뢰하는 느낌을 갖게 되리라 믿는다. 저자의 프롤로그 글처럼 백년의 질문 베스트셀러 필사노트는 자신만의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고독하고 고귀한 시간이 되어 주는 길잡이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모든 선견을 잠시 묻어두고 겸양의 시선으로 다가가면 훨씬 많은 것들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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