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 지식의 탄생 (Knowing what we know), 사이먼 윈체스터 著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 세계에서 지식이란 인간에게 무엇인가?
[ 8월 29일 출간 예정인 사이먼 윈체스터의
『지식의 탄생(Knowing what we know)』에 대한 프리뷰입니다.]
“모든 인생의 발자취는 끊임없는 지식의 축적으로 만들어진다.” -10쪽
책은 지식의 생성에서 오늘과 같은 지식(knowledge)의 의미로 쓰이게 된 변화과정, 그리고 지식의 전승과 확산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이러한 배경 하에 지식의 획득과 기억이 더 이상 인간의 뇌를 필요로 하지 않고 컴퓨터가 모든 것을 대체하는 오늘의 상황에서 지능의 쓸모에 대해 살펴보려는 것 같다.
이제 우리는 유리 화면에 손끝을 가볍게 터치하는 것만으로 어딘가에 있을 방대한 정보와 지식 더미에 접근하여 필요로 하는 지식을 재가공 또는 생성하여 이용할 수 있는 시대에 도달해 있을 뿐 아니라, 그마저도 인공지능(Chat GPT와 같은)에 의해 자신의 지적 노력없이 새로운 지식을 창출할 수 있게 되었다. 저자의 문제 제기처럼 “지식의 생성, 분류, 조직, 저장, 확산”에 있어 기계가 인간을 대신하여 지식을 습득하고 대신 생각해준다면 인간 존재의 의미는 무엇인가는 정말 기이하고 염려스러운 상황이라 여길 수 있을 것이다.
이 문제제기를 탐구하기 위해, 지식이란 인간에게 무엇인지, 즉 안다는 것의 의미를 플라톤의 《테이아테토스》에서 정의한 ‘정당화된 믿음’이라는 정의를 기초로 인간의 일관성 없는 다양한 관습과 의례, 종교로부터의 영향 속에서 믿음에 의지했던 지식이 합리성에 의존한 계몽주의에 의해 비로소 신앙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된 ‘검증할 수 있는 확정적 개념으로서의 지식’에 이른다. 소위 ‘인식론’이라 불리는 지식의 오랜 지배 끝에 이를 제치고 새롭게 대두된 오늘의 지식이론인 ‘DIKW(Data, Information, Knowledge, Wisdom)체계’를 토대로 지혜의 발현에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요인들이며, 지식 구조와 선행요소인 데이터와 정보의 역할, 그렇게 만들어진 모든 정보로부터 비로소 지식의 생성과 이 지식들을 삶의 유용한 소중한 지식으로 바꿔 놓은 지혜를 설명한다.
또한 지식은 어떻게 전달, 전파, 확산되어 사회에 퍼져 나갔는지, 그 수단들과 건강과 생존, 공동체 결속이라는 전승 목적을 살펴본다. 그럼에도 모두에게 이로울 가능성이 큰 지식의 전승이 상업자본주의를 비롯한 민족주의와 전쟁들의 잡음에 파묻혀 사장되거나 지식 고유의 목적을 잃는 것은 왜 인지 성찰 한다. 이러한 물음에 답하기 위해 저자 사이먼 윈체스터는 교육(가르치고 배움의 터전으로서의 장소), 저널리즘, 백과사전, 사진, 방송에 이르는 광대한 분야를 조사하고, 바빌론의 설형문자부터 금속활자 인쇄술, 인공지능에 이르는 지식 확산의 전반적 범위를 친근한 일화와 일상적 사례를 통해 독자의 사유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일례로 인간이 어떻게 정보를 획득하고 유지하며 전달하는 지에 대한 훌륭하고 포괄적 지식의 설명이 세 살 때 벌에 쏘인 기억의 일화로 충분할 만큼 일견 사변적일 수 있는 지식의 장벽을 철수시켜 주는 것인데, 이 경험은 말벌이라는 곤충의 존재를 알게 하고, 상처를 치료해주었던 어머니가 얼음과 연고로 통증을 가라앉혀주었으며, 이 상처는 친구들에게 자신의 용감성을 알리는 일종의 전리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기도 했고, 참을성을 가지고 대처하면 칭찬을 받는 다는 사실과 벌에 쏘인 발이 왼발이라는 오른쪽과 구별이라는 지식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단순한 일화에는 지식의 생성, 전달, 확산이 모두 포함되어있다. 결국 경험은 지식 습득, 즉 새로운 사실을 인식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임을 설명하는 것이다. 이렇게 이 책은 수세기에 걸친 지식의 생성과 전달 확산의 역사와 그것들이 의미하는 목적에 대한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이로부터 우리는 책의 중심 주제인 지식의 전달과 그 전달로 인해 우리가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지 사유하게 한다. 책의 한국어 표제는 『지식의 탄생』이라는 역사성에 초점을 두고 있는 듯하지만, 원 제목은 『우리가 아는 것을 안다는 것(Knowing what we know)』이라는 점에서 학습과 인간의 마음에 대한 심층 탐구라는 물음의 사유에 가깝게 여겨진다.
결국 저자가 도달, 제기하려는 물음은 이 매혹적인 지식의 여행을 통해 오늘의 인간이 어떤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는지에 대한 숙고의 요청이고, 더는 생각하지 않으려는 인간들이 생각의 부족으로 이어지는 듯한 현대 정보기술 의존적 태도의 양가성의 문제일 것이다. 세 살 아이가 느꼈던 어떤 새로운 사실의 습득이 가져온 지식 획득과 전달의 즐거움이 사라진다면, 다시 말해 우리가 사물과 사건과 상황을 안다는 생각에서 수학, 지도읽기, 암기 등의 가치들을 제거하여 사고 능력이 점점 위험에 빠져드는 작금의 세계는 우리를 어떤 인간들로 변하게 할 것인가의 우려이기도 할 것이다.
컴퓨터 알고리즘에 의해 출현하는 데이터와 정보의 편협성에 길들여지고, Chat GPT가 생성해주는 정보와 지식에 의존하는 세상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 선험 또는 경험 지식을 위한 노력이 추구되지 않는, 그래서 소중한 지식으로 만들어낼 지혜가 없는, 현명한 인간이 없는 세상이 펼쳐진다면, 그 세계는 어떤 곳이 될지 상상해 보는 것은 왠지 두렵기조차 하다. 어쩌면 지혜 없는 정보만이 가득한 세계를 상상케 하는 생각이 없는, 지식이 결여된 세계를 숙고하고 자성해보는 시간이 되어 줄 것 같다. 독서와 체험의 삶에 이어 지혜를 잃은 인간 세계의 미래를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우울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저자의 호기심과 지혜의 관계에 대한 지적은 오늘 우리들이 상실해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정말 우리 인류에게 중대한 질문이 무엇인지, 그 물음에 우린 답할 수 있는지도 또 하나의 물음이 되어 울리는 듯하다. 아무튼 이 책은 지식 전달의 역사를 뛰어넘어 인류의 미래 삶에 대한 지식과 지혜에 대한 고귀한 고찰로 안내한다. 호기심 많고 경험하고 생각하는 지적 독자들에게 그야말로 매혹적인 책이 되어 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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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사이먼 윈체스터의 『지식의 탄생』에 대한 이 프리뷰는 프로롤그와 1장, 배움의 시작, 2장 최초의 도서관에 대한 사전 읽기에 의해 써진 것입니다. 책은 위 2개 장을 포함하여 지성의 행진, 조작의 연대기, 생각이 필요 없는 시대 등 총 7장, 575쪽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부분적 독서만으로 작성되었기에 저자의 결론이나 주제와 괴리가 있을 수 있음을 양지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