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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엉뚱한 세금 이야기 - 세금은 인류의 역사를 어떻게 바꾸어 왔는가?
오무라 오지로 지음, 김지혜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2년 9월
평점 :
이 책은 일본 쇠퇴의 직접적 추진 가속기가 된 세계에서 가장 악질적인 소비세라는 간접세의 도입으로 신음하는 자국 국민들에게 제발 정신 차리라고, 적극적인 세금 정책 참여와 감시를 하라고, 일본 전(前)국세청 조사관 출신의 저자가 흥미를 통해 세금이 국민의 생활을 어떻게 조작하는지 알려주려는 저작이라 할 수 있다. 세금제도와 정책은 나라를 가리지 않는 국민 생활에 직결되는 공통의 관심사이며 주제이다. 세계에는 시대와 장소(지역, 국가)를 불문하고 정말 엉뚱하고도 탐욕스런 세금들이 즐비하다. 이들 모두는 권력자, 사회 상층 기득권자들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지 진정 국민의 삶과 국가경제를 진작시키기 위한 것들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매양 반복되는 논란이지만 한국 사회 또한 권력만 잡으면 자기들의 배를 불리는 정책을 밀어 붙이려는 양아치 무리들로 민생은 무시되어 피폐함에 내몰리곤 한다. 작금에도 소수의 초(超)대기업들을 위한 감세 정책, 공기업 자산의 무차별적 매각, 시민대표 민간단체들의 지원중단 및 해체지시, 각종 복지, 국방 예산 감액 등과 함께 존재치 않던 상속 재산 취득가액에 대한 세금 부과라는 다분히 역진적(逆進稅 : 낮은 수입자가 더 많은 비율의 세금을 부담하는 세제)이고 악질적 세제의 도입을 시도하기 까지 하고 있다.
이러한 세제 정책들은 오직 부자 감세로 기득권자의 재산을 불리고, 이로 인해 부족해진 세수는 물론 대국민 선전용 과시적 행정을 위한 세수 증대를 위해 역진적 세제 정책을 무차별적으로 펼친다. 이명박 정권도 들어서자마자 대기업 감면과 급여생활자 연말정산 감면 항목들을 무더기로 축소 폐지하여 부족 세원을 서민의 얄팍한 소득으로 충원하는 파렴치를 서슴지 않았다. 이들 정치배들에게 맡겨두면 국민의 삶은 무한 나락으로 곤두박질치고 말 것이다. 국민들이 세금 정책을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오직 국민들, 약자들의 몫으로 돌아갈 뿐이다.
이렇듯 세금 징수 정책들은 기득권 집단의 세력을 키워 권력을 공고화하여 지배력을 항구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은 역사적이고 현재적이다. 어쩌면 세제는 권력자와 다수 국민사이의 끝없는 투쟁의 본질을 보여주는 가장 적나라한 보기 일 것이다. 프랑스 혁명의 방아쇠가 된 ‘타이유(taille)세(일명 농민세)’는 성직자, 귀족은 면제되고 오직 일반 평민과 농민에게 부과되던 악명 높은 세금이었다. 당시 삼부회(성직자, 귀족, 평민대표)에서 평민대표는 이 타이유세의 감면을 촉구했으나 귀족과 성직자는 회피, 반대했다. 이것이 평민의 대대적인 봉기를 촉발했으며, 세계사를 바꾼 혁명으로 이어졌다. 사용하는 농기구에까지 세금을 부과하는 이 파렴치한 세금으로 국민들의 삶은 그야말로 처참한 지경으로 내몰렸으나 지배층은 이를 외면하고 오늘 한국의 총리가 말하듯이 지배자가 배부르면 평민에게도 그 이익의 일부분이 돌아갈 것이라는 궤변을 논리로 삼았다. 역사 이래 부자의 이익이 빈자에게 이익이 된 사례가 없다는 것은 명망 있는 경제학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이보다 더 야만적이고 자신들의 탐욕을 숨기기 않은 적나라한 세금들은 모두 나열할 수 없을 만큼 비일비재하다. 소금세는 인간 모두가 소금을 섭취해야 하며, 그렇다고 부자는 더 많이 먹고 가난한자는 덜 먹는 그런 것이 아니다. 결국 이러한 세금은 더러운 부의 축재로 자기 세력을 키우는 목적을 가진다. 실제로 소금세를 부과하던 고대의 나라들은 소금세를 회피하기 위한 밀매업자들을 양산하는 정책의 다름 아니었다는 것이다. 즉 밀매업자가 곧 권력자, 지배자가 되거나 지배자였다는 점이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은 더욱 직접적이다. 적국 선박을 노획, 약탈하는 사략선을 허가해주고 그 노획품의 5분의 1을 받아 챙기는 해적세를 만들어 영국 왕실의 재원을 축적했음은 세금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가장 극명하게 밝혀준다. 아마 영국이야말로 파렴치한 세금의 천국이었던 모양이다. 1662년 난로세를 부과하여 가난한 이들에게 막대한 부담을 안기는가하면, 1696년 도입되어 1871년까지 유지되었던 창문세(거주하는 집의 창문 수에 따라 세금 부과)는 그야말로 악독한 역진세의 대표라 할 수 있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도시 비싼 집에 사는 사람보다 지방의 싼 집에 사는 사람이 더 많은 세금을 내야만하니 불공평하다.” 이러한 역진적 성격을 지닌 세금은 바로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주요인이다. 오늘날 총체적 국력 쇠퇴의 근본 요인이 된 일본의 소비세는 세계에서 가장 악질적인 세금의 대표다. 실제 소득이 낮은 사람일수록 부담이 큰 아주 나쁜 제도이다. 혹여 유럽 선진 각국들은 각종 물품에 부과하는 간접세가 이러한 역진적 성격으로 불평등을 심화시킬까봐 생필품의 경우 극히 낮은 세율로 설정토록 강제하여 양극화를 최소화하려 노력한다. 일본의 소비세는 이를 역행하는, 즉 부자에게 실질적 감면 효과를 부여하고 가난한자에게 부담을 가중시키는 부도덕한 세금정책이라 할 수 있다.
생필품에 부과하는 ‘간접세’란 태생적으로 불평등을 내재하고 있다. 부자나 가난한자에게 똑같이 부과한다는 것은 곧 가난한자를 더욱 궁지로 몰아대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간접세는 소비 물품의 구입시 부과되는 세금이다보니 사람들은 물품가격과 세금을 분리하여 생각지 않기에 세금의 규모라는 본질을 가리는 은폐된 음험함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간접세의 대표격인 담뱃세는 아마 높은 세율로 엄청난 국가 재정 수입원일 것이다. 재원 기여도에서 손꼽을 수 있는 수준일 것이다.
사회경제적 정의 차원에서 소극적인 ‘노블레스 오블리주’, 즉 부자들의 사회 기여를 누진적으로 그 폭을 높여야 한다. 일종의 부유세, 사치세를 늘리는 것은 분명 양극화 완화에 일조하는, 사회정의 실현에 작은 도움이 될 것이다. 실제 이 같은 세제가 많은 선진 강대국들에서 실행되고 있다. 한국의 우파보수 권력들은 이러한 제도를 가능한 폐지, 축소하며 정의 관념에 역행한다. 종부세의 부과기준을 높이거나 폐지하여 부자를 돕는 것은 그 대표적 악덕의 예라 할 것이다.
특이하고 별난 세금들도 있다. 독일, 네덜란드, 중국 등은 현재 반려견 한 마리마다 견세(犬稅)를 부과하고 있으며, 일본은 등록비로 3만원을 부과하고 있다. 헝가리는 국민 비만 문제 해결책으로 감자칩세를, 대만은 정크푸드세를 부과하고 있다. 덴마크는 포화지방산 2.3%이상의 식품에 2011년부터 비만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 공산당정부는 전통과자인 월병에 지금도 월병세를 부과하고 있다. 일본의 ‘협소주거집합주택세(일명 원룸세)’는 2004년에 창설하여 인구문제를 개선하겠다고 지금까지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러시아의 수염세는 물론 굴뚝세, 모자세, 숄세, 중국의 독신세, 하다못해 중세 유럽의 초야세까지 야릇하고 추악한 세금들이 일반 시민의 삶을 괴롭혀 오고 실행 중인 것이 현실이다. 사실 가장 형평성과 정의에 기초해야 할 세제가 역설적으로 가장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권력유지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은 인간의 추하고 우울한 실체의 반증일 것이다.
‘세상을 바꾼 엉뚱한 세금 이야기’라는 표제처럼, 그 변화는 양극화, 권력의 항구화, 서민대중의 불가피한 변화라는 부정적 의미에서의 바뀜이다. 그러니 엉뚱하다는 것일 게다. 아무튼 이 직관적이고 흥미로우며 짧은 글들로 이어진 세상의 세금 제도들을 읽으며 오늘 우리네 세금 정책의 보다 진지한 이해를 갖는 데로 나아가는 작은 출발점이 될 것이다. 국가가 산으로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우리 모두 정신 바짝 차려야 하는 시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