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위로 - 글 쓰는 사람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곽아람 지음 / 민음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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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분야의 학과목 이수 속에서 인간 삶의 그 풍부한 양태를 접하며 사유의 한계를 넓혀가는 과정을 술회하는 이 기억의 기록물은 진학과 취업, 기성 사회가 요구하는 성공이라는 목적을 위한 편협한 공부에 매몰되었던 한 인간의 자기 성취에 대한 자긍심의 산물이랄 수 있다. 공부에 대한 이해는 사람마다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소위 자기 계발이라는 실용적인 목적 지향성을 공부라 주장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이러한 공부는 일단 성취되면 더 이상 한 인간에게서 멀어지게 된다.

 

이 자긍심 그득한 책에서 말하는 공부는 삶이 계속되는 한 지속되는 영원한 배움이다. 그것은

저자가 술회하는 대학 교양과목을 비롯한 어학과 다방면의 인문학 과정의 공부로서 삶을 이해하는 시선과 인간에 대한 태도, 세계의 혼돈과 질서, 그리고 이러한 것들을 흡수, 해석할 수 있는 기초적 소양의 축적을 위한 배움의 시간이고 노력의 투여다.

 

이러한 시간들은 한 인간의 정신적 깊이와 폭의 정도를 심화, 확장시켜주었을 것이다. 물론 이 집중과 열정의 노력이 투여된 시간의 효과가 영 문장 한줄, 선형 계획이나 회귀분석과 같은 수학, 통계에 대한 자기 계발 따위의 지식처럼 목적 지향적 성과로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다분히 교양이라 총칭하여 부를 수 있는 이들 인문학적 소양의 축적은 인간과 세계에 대한 안목과 그 이해를 높여준다. 바로 이러한 공부는 책의 제목처럼 삶의 경계, 그 지평을 넓혀 마주칠 수밖에 없는 세상의 온갖 형태의 다름과 차이에 대한 관용과 위로의 지혜가 되어 줄 것이다.

 

어쩌면 저자가 흔쾌히 학년을 달리 할 때마다 선택하여 수강하고 체험하였던 학과목 각 과정들의 소개 내용에 귀 기울여 그 과정들에서 취할 수 있는 나름의 지적 성장을 위한 유용한 인문적 가이드가 되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인연(因緣)의 책이라 소개하고 있는 곰브리치의 서양 미술사의 발견처럼 나아갈 인생길의 등불처럼 등장하는 한 권의 책을 발견하는 것이 될 수도 있고, 고고미술사학과 학생이 듣는 민법총칙등 예견되는 법규의 선택처럼 다가 올 직업적 성취와 관련한 지식의 확장을 위한 관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공부란 미술사 전공의 3학년 학생이 독문과 개설의 독일 명작 이해의 강좌에 앉아 있을 때의 그 충만해지는 감성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토론과 책읽기로 이루어진 강좌에서 절로 체화되는 자유로운 의견의 개진과 글쓰기 연습, 문해력의 확장 등은 그대로 한 인간의 지성적 성숙함으로 스며들 것이다. 쓸데없는 공부란 없을 것이다.

 

내가 즐겨 사용하는 말이 있다. 개미처럼 늘 쓸모 있는 일만 하는 것은 저급한 동물의 특징이다. 설혹 하는 공부가 돈과 지위와 성공을 주는 것이 아닐지라도 삶의 의미를 공급해 줄 것이다. 공부란 실천적 삶의 예술(art)이다. 그 자체로만 목적이 있는, 달리 표현하자면 목적의 독재로부터 해방된 강제성 없는 자기실현으로서의 작업이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자발적 동기를 지닌 행복으로서의 공부는 그대로 위로요 위안이 되어 줄 것이다. 저자의 대학 공부 과정을 따라가며 계속 생각하게 만드는 힘, 지식의 터전을 마련하는 여정, 또 다른 세계의 문을 열게 되는 기쁨 등 다양한 공부의 길을 만끽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 이 책을 든 독자들, 특히 학업을 이어가고 있는 청년들에게 소중한 귀감의 시간이 되어 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시간(공부)의 중요함을 사람들에게 전하고자하는 충직한 성의가 깃든 이 책의 저자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시간이 될지도 모르겠다.

 

 

이 리뷰는 민음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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