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는 『생일 이야기(birthday stories)』라는 선집(anthology)의 소개 글에서 어느 날의 드라마틱한 기억을 술회한다. 이른 아침 무심히 튼 일본 전국망의 라디오 방송에서 1월 12일 일종의 공개 행사(public event)로서 그날 출생한 유명 인사의 생일을 축하하는 아나운서의 음성이 들려온다. 그런데 바로 자신의 이름 - “Novelist Haruki Murakami today celebrates his **th birthday.(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번째 생일을 축하합니다.)” - 임을 알아차렸을 때 너무 감동해서 그는 목 놓아 울었단다. “Whoa! I cried aloud....”
그저 평범하게 지나갔을 관습적으로 맞이하는 그런 생일이었을지 모를 하루가 그의 삶에 대한 기쁨을 자극하고, 그리고 다른 이들의 생일을 축하해주고 싶은 충동으로 번졌음은 어쩜 당연한 감정이었는지 모르겠다. 만일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누군가가 나의 출생이란 사건에 의미를 불러 넣어주는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나는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지...
아마 하루키의 단편소설, 「버스데이 걸(birthday girl)」은 그 어느 날과 다르지 않을 생일을 맞이할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비로소 이해하게 된 특별하고 소중한 의미를 지닌 생(生)의 감동을 나누기 위해서였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일까, 소설의 주인공은 ‘별 신통치 않을 생일’을 직감하는 스무 살 여자의 신비로운 하루의 이야기로 전달된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스무 살 생일을 맞이했던 어느 날의 이야기로서.
남자 친구와 깊은 상처의 말을 주고받은 후 다가온 그녀의 생일은 우연히도 그녀가 쉬는 날이었지만 동료의 질병으로 불가피하게 대신하여 근무하게 된 날이기도 하다. 그녀는 뭔가를 딱히 기대하는 그런 날이 아니라고 자신을 위로하며 담담히 맡은 일에 임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저녁 손님을 준비하던 오후부터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규칙적으로 같은 건물에 있는 사장에게 식사를 배달하던 매니저마저 복통으로 자리를 비우게 된다.
한 번도 마주친 적 없는 레스토랑의 사장에게 저녁 식사 배달의 임무를 맡게 된 여자는 낯 선 노년의 남자, 사장으로부터 예기치 못한 축하를 받는다.
“생일 축하해, 자네의 인생이 보람 있는 풍성한 것이 되기를, 어떤 것도 거기에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는 일이 없기를.”
그리곤 ‘흡사 친절한 요정’처럼 특별한 날에 수고스럽게 저녁 식사를 가져다주었음에 고마움을 표시하고, 단 한가지의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제안한다.
여자는 한 번도 생각해 본적 없던 소원을 골똘히 생각한다. 그런데 그녀의 소원은 부자가 되는 많은 돈도 아니고, 좀 더 똑똑하게 해달라는 것도 아니며, 뛰어난 미인이 되는 것도 아니다. 신비에 싸인 노인은 예상 밖의 소원에 다시금 확인한다. 대개의 사람들은 이런 소원을 말하지 않는다고, 그러나 손바닥을 딱 하고 마주침으로서 그녀의 소원은 성취되었음을 알린다.
사장의 방을 나서는 여자의 얼굴은 미소로 가득하다. 그녀의 소원은 무엇이었을까?
노인의 생일 축하의 말에 이어졌던 ‘어떤 것도 그녀의 인생에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는 것’이 아니었을까? 내 생일 나는 내게 무엇을 선물 할 수 있을까? 하루키는 누구나 일 년에 딱 한 번 갖는 공평한 하루인 생일은 삶이라는 축복을 얻은 무엇보다 소중한 날임을 선언한다. 자신에 대한 사랑, 그것으로부터 타인에 대한 사랑이 이어지고, 삶의 축복이 모든 이들에게 전해질 수 있음을 말하려던 것이 아니었을까 라고 생각해 본다. 올 해는 내 자신을 위해 작은 과잉을 저질러 볼 까하고 소심한 다짐을 해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