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의 풍경 창비시선 135
심호택 지음 / 창비 / 199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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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의 내용이 다채롭다기보다는 어수선하다.
1부에서 5부의 일상과 생의 여정들이 흩어져 있는데, 3부의 광주와 생드니에 관련된 시편들 말고는 딱히 뭣 때문에 부가 나뉘었는지 알 수 없이 산만하다.
구수한 입말로 고향을 읊는 5부가 이전 시집이면서 첫 시집인 <하늘밥도둑>과 유사한 정조의 시들이 묶여 있다. 거기에 ‘사람다움’이 많다.

“도대체 어디로 날아갔나
그 기쁨의 순간들은
/살구철이 지난 어느날
우거진 잎새 사이에서
얼핏 ! 샛노란 살구 하나 찾아냈을 때
/고구마 캐낸 빈 밭에서
무심코 쟁기질 뒤따르는데
덜렁 ! 고구마 한 덩이 뒤집혀 나올 때
/사정없이 가슴이 콩당거리던
그만큼은 아닐지라도
그만큼은 아닐지라도” -113쪽, 그 기쁨의 순간들은

이렇게 소박하고 따뜻한 기쁨이 있다니.

“무엇인가
쓰러지고서야 봄이 온다
나는 그 순환을 응시한다” 11쪽, 자세히 보아라

이런 의미심장보다는
아래와 같은 눙침과 여운이 좋았다.

장마


그해 여름은
그 뭐이냐
비가 억수로 와서 막
홍수가 나서 막
온 동네가 물속에 철푸더엉 쟁겨버링게 막
황소 돼지 염생이 퇴깽이
오리 괭이 때꺼우 달구새끼
헐 것 읎이 막
나 살리라고 꽥꽥거림서 떠나려가는 판인디
아 그런디
가마아니 보고 있을라닝게
어디서 막
큰 구렝이 한 마리가 기어나오더니 막
저도 죽게 생겼응게 막
뽁대기만 간신히 나온 초가지붕으로 막
나 죽겄다고 막
기어올라가더라 이거여 —
아 그런디
그 뭐이냐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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