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 미 - <미 비포 유> 완결판 미 비포 유 (살림)
조조 모예스 지음, 공경희 옮김 / 살림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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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뉴욕 커피숍에서 뉴욕 커피를 마시고 있어! 난 뉴욕 거리를 걷고 있어! 멕 라이언처럼! 아니면 다이앤 키튼처럼! 난 진짜로 뉴욕에 있어!’ 그러자 2년 전 윌이 내게 설명하려던 게 정확히 이해되었다. 몇 분 동안 생소한 음식을 먹고 이상한 광경을 보면서 나는 순간에만 존재했다. 온전히 현재에 몰두하고 감각이 살아 있었고, 주위의 새로운 경험을 받아들이려고 내 존재 전체가 열려 있었다. 나는 존재할 수 있는 세상의 딱 한 곳에 있었다. (p.25)

 

다시 피곤이 밀물처럼 몰려왔다. 창에 머리를 기대고 자신에게 말했다. 나른한 게 정상이라고, 나도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새로운 세상에 왔으니 잠깐 불편하겠지. 안전지대에서 밀려나면 기분이 이상하기 마련이지.’ 윌의 마지막 편지가 내 안에서 메아리쳤다. 멀리서 들리는 것 같았다. 그러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p.59)

 

내가 활기찬 것은 일 때문만은 아니었다. 뉴욕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고, 뉴욕도 날 받아들이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민자들의 도시에서 살기란 어렵지 않았다. 아그네스의 최상류층 생활에서 벗어나면, 나는 수천 마일 밖에서 온 보통 사람이었다. 시내를 뛰어다니면서 일하고, 테이크아웃 할 음식을 주문하고, 커피나 샌드위치를 주문할 때 최소한 세 가지를 요구해서 뉴요커처럼 보이려 했다. (p.118)

 

그날 밤 깨서 마곳의 사연을 생각했다. 아그네스를 떠올렸고, 특별한 한을 품고 지척에 사는 두 여인이 다른 세계였다면 서로 위로가 되었을거라고 생각했다. 여성은 목표가 낮으면 모를까 어떤 인생을 선택하든 큰 대가를 치른다는 사실을 생각했다. 하긴 그거야 나도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난 여기 오면서 막대한 대가를 치른 것을. 한밤중에 자주 윌의 목소리를 떠올렸다. 그는 어처구니없게 청승 떨지 말고, 성취한 것들을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어둠 속에 누워서 내가 이룬 성취를 손가락으로 꼽았다. 적어도 당분간은 집이 있었다. 돈을 받고 일했다. 여전히 뉴욕에 있고 친구들 속에서 지냈다. 어떤 결말을 맞을지 궁금하긴 해도 새로 연애를 시작했다. 다시 기회가 온다면 전과 다르게 선택할 거라고 말할 수 있을까?

 

 

사지마비 환자가 된 남자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내야 했던 루이자 클라크. 사랑했던 그와 이별 후 런던에서 다시 새 출발을 하는가 싶었는데 이번엔 몇천 마일 떨어진 뉴욕으로 떠났다. 남자친구 네이선의 소개로 상류층 고프닉 집안에 어시스턴트로 고용되어 화려한 세계에 발을 들이지만 뉴욕 생활이 익숙해질수록 마음은 혼란스럽고 일은 심란하게 돌아간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여기는 이름만 가정집이었다. 그녀를 포함해 네이선, 일라리아, 계속 드나드는 업자들, 스태프,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뭔가 하는 이들에게 이곳은 그야말로 작업 현장과 다름없었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서로 다른 공간에 있는 듯한 느낌?! 부자들의 씀씀이는 상상을 초월했으며 그들 사이에 진짜 비밀은 없었다. 사람들은 비밀을 지키려고 대가를 치뤘고 그들을 바로 곁에서 지켜보는 루이자의 가슴에는 어느샌가 묵직한 짐이 지어졌다. 겉으로는 부유함에 행복해 보일지도 모르나 실상 그 속을 들추어보면 아무도 행복하지 않았다. 뭘 하든 자유롭지 못하고 언제나 자기 자신보다는 타인의 눈을 더 신경써야 했으니까. 그녀가 이곳에서 생활하며 가슴속에 새긴 말은 딱 한 가지. 이곳에서 있었던 모든 일은 보지도 말고, 듣지도 말고, 싹 잊을 것. 이런 곳에서 그녀가 잘 버텨낼 수 있을까?

 

 

줄무늬 타이츠를 입는 괴상하고 사랑스러운 여주인공 루이자 클라크, 그녀가 돌아왔다. 진정으로 사랑했던 윌을 죽음으로 떠나보내고 ‘대담하게 살아, 클라크.’ 윌이 했던 말을 되새기면서 그가 바라던 대로 살기 위해 뉴욕으로 떠나온 그녀. 저자는 전작 <미 비포 유>에서 안락사라는 민감한 주제를 가지고 사랑할 힘과 용기를 나누어 주더니 이번에는 남겨진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감당하는 과정과 함께 새로운 세상에서 대담하게 살아가는 법을 이야기한다. 윌과 함께 보낸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은 그녀가 세상 모든 것에 대해 느끼는 방식까지 바꾸어놓았다. 말이 끄는 마차! 노란 택시! 아찔한 마천루! 화려한 도시 뉴욕. 이제 그녀는 이곳에서 즐길 수 있는 건 모두 누리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늘 갇혀서 새로운 경험을 외면하던 자신에게서 벗어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녀는 윌이 당부했던 대로 대담한 삶을 살아나간다.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또 다른 시련을 겪지만, 좌절하지 않는다. 기대기보다는 자신의 힘으로 삶을 새롭게 시작하며 그녀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며 진짜 나를 찾아나간다. 전 세계적으로 1,40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미 비포 유> 의 마지막 이야기 <스틸 미>. 그녀가 전하는 이야기는 쉽게 읽히지만 책을 덮고 나서도 그 여운이 한동안 남아 있을 만큼 가슴으로 스며드는 감동과 울림은 제법 컸다. 읽어보면 알겠지만 439쪽에 달하는 적지 않은 분량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만 사랑스러운 그녀, 루이자를 여기서 그만 떠나보내야 한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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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 불확실한 삶을 돌파하는 50가지 생각 도구
야마구치 슈 지음, 김윤경 옮김 / 다산초당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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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인류가 반복해 온 비극을 우리는 또다시 되풀이할 것인가? 아니면 이미 지불한 비싼 수업료의 값어치를 살려 더욱 높은 수준의 지성을 발휘하는 인류, 이른바 새로운 유형의 인류로 살아갈 것인가? 그에 대한 대답은 과거의 비극을 토대로 얻은 교훈을 얼마만큼 배워 활용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p.17)

 

우리의 목적은 즐겁게, 나다운 인생을 살면서 행복해지는 것이다. 이에 반발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개중에는 ‘아니, 나는 행복하지 않아도 좋아. 그 대신 역사에 내 이름을 남기고 싶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그 사람에게는 행복의 정의가 자신의 이름이 역사에 남는 것이니 결국 같은 말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목적이 즐겁게, 나다운 인생을 살면서 행복해지는 데 있다면 지식이나 기술을 몸에 익히는 일의 의미도 궁극적으로는 ‘그렇게 해서 즐겁게 살 수 있는가?’ 또는 ‘행복해질 수 있는가?’의 관점에서 판단되어야 한다. (p.33)

 

자기 시점에서 세상을 이해한다 해도 그것은 타자에 의한 세상의 이해와는 다르다. 물론 타자의 견해를 ‘네 생각은 틀렸어’라며 부정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인류에게 일어난 비극의 대부분이 자신은 옳고 자신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타자는 틀렸다고 단정한 데서 야기되었다. 그러나 나와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다른 타자를 배움과 깨달음의 계기로 삼는다면 우리는 지금까지와 다른 관점의 가치관을 획득할 수 있게 된다. (p.162)

 

주체적으로 최적의 해답을 구하기 위한 논리 사고가 강세인 오늘날에는 ‘무엇이 정답인지 잘 모르겠다, 그저 되어 가는 형편대로 결정하자’는 태도가 ‘포기’로 비칠지도 모른다. 경영 관리 측면에서는 철두철미하게 자기 머리로 생각하는 태도가 미덕으로 여겨질지 모른다. 머리로만 생각하는 일을 어리석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어쩌면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최적의 정답을 스스로 도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지적 오만이 아닐까? (p.213)

 

 

우리는 왜 철학을 배워야만 하는가? 불확실한 시대에 불분명한 문제들과 싸워야 하는 것은 이제 현대인의 숙명. 더 이상 얄팍한 처세나 임기응변으로는 버틸 수 없다는 뜻이다. 철학을 배워서 얻는 가장 큰 소득은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깊이 있게 통찰하고 해석하는 데 필요한 열쇠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지적 전투력을 극대화하는 철학적 사고법이야말로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무기가 아닐까. 최근 철학을 중심으로 한 교양과목이 앞으로 세상에 막대한 권력과 영향력을 미치게 될 엘리트를 교육하는 데 중요하다는 사실이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서양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철학과 역사를 필수 과목으로 가르쳐왔다. 우리에게는 쓸모없는 학문으로 치부되던 철학이 그들에게는 기꺼이 시간을 할애하고 우선순위로 착실히 배워야 할 만큼 중요한 학문이었던 것이다. 이제 철학이라는 학문은 알게 모르게 우리가 어떤 삶을 살든 어떤 직업을 선택하든 꼭 배워야하는 필수적인 학문이 되어버렸다. 그럼 어떻게? 배워야지! 이 책에서 소개하는 50가지 철학·사상의 핵심 개념은 모두 저자가 컨설팅 현장에서 일하며 유용하게 사용하던 것으로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철학이 현실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고 또 어떤 도움을 주는지, 우리가 철학을 앎으로써 어떤 무기를 손에 넣고 현실에서 어떻게 활용해 사고방식과 행동에 변화를 줄 수 있는지를 재미있고 명쾌하게 풀어 나간다. 시중에 자리하고 있는 유사의 도서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대부분의 철학 입문서는 시간, 즉 철학의 역사를 편집의 축으로 사용하는데 반해 이 책은 목차를 시간축으로 구성하지 않고 대신 철학자들이 남긴 다양한 개념들을 콘셉트에 따라 정리해 목차를 구성하며 사용할 수 있는지 없는지 만을 기준으로 평가해 철학 사상의 중요성보다는 저자 자신이 실감하는 유용성을 토대로 편집되었다. 그리고 핵심적인 철학 사상외에도 경제학, 문화인류학, 심리학, 언어학에 관한 내용까지도 함께 다루고 있다. 철학을 다루는 책이지만 철학만을 소개하기보다는 그 외의 다른 영역에도 눈을 돌려 보다 폭넓게 우리의 삶과 문제에 대해 말하는 책이다. 인간이 존엄성을 지키며 좀 더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사람들을 인도하는 것은 물론 무조건 잘살고 발전하면 좋은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르게 사는 것인지 생각하도록 우리를 이끌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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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당신들 베어타운 3부작 2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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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그 이후의 이야기, 어느 해 여름에서 겨울까지의 이야기다. 베어타운과 그 옆 마을 헤드의 이야기, 두 하키팀 간의 경쟁이 돈과 권력과 생존을 둘러싼 광기 어린 다툼으로 번진 이야기다. 하키장과 그 주변에서 두근대는 모든 심장의 이야기, 인간과 스포츠와 그 둘이 어떤 식으로 번갈아 가며 서로를 책임지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의 이야기, 꿈을 꾸고 투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우리 중 몇 명은 사랑에 빠질 테고 나머지는 짓밟힐 테고, 좋은 날도 있을 테고 아주 궂은 날도 있을 것이다. 이 마을은 환희를 느낄 테지만 또 한편으로는 불타오르기 시작할 것이다. 끔찍한 충돌이 벌어질 것이다. (p.15)

 

인간은 저마다 백 가지로 다르지만 남들 눈에는 우리가 그들과 한 팀인지 아닌지 그것만 보인다. 미라 안데르손은 변호사고 두 개 나라의 두 개 대학교에서 학위를 받은 인재지만 베어타운에서는 언제까지나 ‘페테르의 부인’일 것이다. 그걸 죽도록 싫어하는 그녀가 죽도록 싫어지는 날도 있다. 보조 역할로는 직성이 풀리지 않는 그녀가 죽도록 싫어지는 날도 있다. (p.53)

 

우리 중 몇 명은 사고였다고 할 것이다. 몇 명은 살인이었다고 할 것이다. 몇 명은 그들만의 잘못이라고 생각할 테고 또 몇 명은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이 더 많다고 생각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잘못이었다고. 우리의 잘못이었다고. 서로 미워하도록 부추기는 건 워낙 쉽다. 그래서 사랑을 절대 이해할 수 없는 거다. 증오가 워낙 간단하기 때문에 항상 이길 수밖에 없다. 불공평한 싸움이다. (p.593)

 

인생은 우라지게 희한한 것이다. 우리는 모든 시간을 쏟아부어가며 인생의 여러 가지 측면을 관리하려고 하지만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인생의 대부분을 규정한다. 우리는 이해를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가장 좋았던 기억도, 가장 나빴던 기억도. 이해는 언제까지고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 중 누구는 이사를 가겠지만 대부분은 여기에 남을 것이다. 이곳은 복잡하지 않은 곳이 아니지만 어른이 되어보면 어디든 그렇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베어타운과 헤드에 얼마나 많은 허점이 있는지 하늘도 알고 땅도 알지만 그들은 우리 마을이다. 여기가 우리에게 주어진 세상의 모퉁이다. (p.595)

 

 

<베어타운>, 그 두 번째 이야기 <우리와 당신들>. 전작에 이어 또 다시 베어타운을 무대로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한때 잘나가던 시절의 영광도 잊혀진 지 오래된 쇠락한 작은 마을, 베어타운. 베어타운은 서로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작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사람들로 넘쳐날 만큼 넓은 도시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 일자리도, 미래도 없이 막다른 곳으로 내몰린 소도시에 불과하다. 과거 도시의 주민들은 젊은 친구들에게 미래의 희망을 걸었다. 마을 사람들이 바라는 건 오직 하나! 청소년 아이스하키팀의 우승! 다른 곳에서는 그게 아무 의미 없을지 몰라도 이곳에서는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이 일대에서 최고의 청소년팀으로 등극하면 온 국민에게 이 도시의 존재를 다시 일깨울 수 있었다. 그래서 다들 과거의 영광을 다시 누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하지만 우승을 눈앞에 두고 하키팀의 스타였던 남학생이 여학생을 성폭행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지면서 마을 사람들의 꿈은 연기처럼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책은 그 사건이 있고 몇 달 후의 이야기로 그때 그 사건이 일어난 이후 베어타운의 하키팀은 뿔뿔이 흩어지고 주요 선수들은 코치와 함께 옆 마을 헤드의 하키팀으로 옮겨갔다. 베어타운에 남은 선수들에겐 하키팀의 해체라는 혹독한 소문만이 들려오는 가운데 베어타운과 헤드팀의 신경전은 돈과 권력과 생존을 둘러싸고 점점 더 치열해지고 그 순간 한 선수의 비밀이 폭로되면서 마을은 또다시 혼란의 구렁텅이로 빠져든다.

 

 

‘우리 아이들을 우리 손으로 지키지 못했어.’ 이 말이 자꾸만 눈 앞에 어른거리던 소설 <베어타운>. 한 사람의 용기있는 결단이 없었다면 그 모든 일이 하얀 눈 속에 파뭍히고 말았을 테지만 용기 있는 행동은 우리를 희망의 길로 이끌었다. 저자는 눈 덮인 숲과 얼어붙은 호수의 아름다운 풍경을 뒤로하고 이전 작품들에서 주던 웃음과 감동과는 또 다른 깊고도 뭉클한 감동과 위로를 전하던 <베어타운>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문제들을 보다 깊고 넓게 되짚어본다. 충격적인 사건으로 마을을 비탄에 빠트린 이후 찾아온 두 번째 사건은 또다시 마을을 혼란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다. 하지만 이제는 과거에서 벗어나 뭔가를 보여줘야 할 때. 전작과 비교해 봤을 때 모두가 침묵하며 소극적으로 움직였었던 과거와 달리 이번 작품에서는 눈앞에 직면한 문제들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보다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사를 내비친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일어선 그들. 베어타운에서 펼쳐지는, 눈물과 감동으로 얼룩진 러브 스토리는 이전에 그러했던 것처럼 또다시 우리를 책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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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소네 케이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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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뭐가 든 거야.”

썩기라도 하는 물건이라면 큰일이라는 생각에 간지는 그 자리에서 가방 지퍼를 열었다. 안에 든 것은 검은 비닐봉지였다. 반투명한 봉지로 바뀌기 전에 쓰레기를 버릴 때 쓰던 것과 비슷한 비닐봉지가 가방에 꽉 차 있었다. 봉지 아가리를 벌리고 안을 들여다본 순간, 간지는 숨이 멎을 뻔했다. 돈다발이 그득했다. 10만 엔이나 20만 엔 정도가 아니다. 띠종이로 묶은 만 엔짜리 다발이 벽돌처럼 쌓여 있었다. 허둥지둥 비닐봉지를 오므리고 가방 지퍼를 잠갔다.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봐서는 안 되는 것을 본 기분이 들었다. (p.14)

 

 

최영희가 사업가로서 보여준 수완은 대단했다. 어디선가 그러모은 동향 여자들을 마소 부리듯이 혹사시킨 결과, 얼마 지나지 않아 가게는 정상 궤도에 올랐다. 료스케의 호주머니도 금세 두둑해졌다. 부업을 위해 마련한 타인 명의 계좌에는 달마다 형사 월급보다 훨씬 많은 돈이 들어왔다. 형사가 느닷없이 돈지랄을 하기 시작하면 주위 사람들이 어떤 눈으로 보는지 료스케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생활권에서 흥청되지 않을 정도의 신중함은 아직 남아 있었다. 비번 날은 도쿄나 간사이 지방으로 나가서 비싼 술을 마시고 불법 카지노에서 닥치는 대로 돈을 걸었다. 자신에게도 드디어 운이 돌아왔다고 혼자 싱글거렸다. 하지만 갑자기 그런 생활에 끝이 왔다. 최영희의 행방이 묘연해진 것이다. 미리 계획한 듯 살던 맨션도 빈껍데기처럼 텅 비었고, 가게 종업원들에게 물어봐도 그녀가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몰랐다. 에스테가 폐업처리 되자 달마다 들아오던 배당금도 당연히 뚝 끊어졌다. 유흥비야 어쩔 수 없다 쳐도, 문제는 고다가 빌려준 돈이었다. (p.36)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이 옛날부터 미나가 세상을 마주하는 방식이었다. 어째서 아버지는 목을 맸을까. 어째서 나보다 공부를 못하는 아이도 대학교에 가는데 나는 일해야 할까. 어째서 죽어서 일만 하며 고생한 어머니가 암에 걸려야 할까. 어째서······. 생각해도 뾰족한 수는 없다. 분명 운명이리라. 처음부터 그렇게 정해져 있던 것이다. 이 세상에 나보다 더 불행한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서러운 일도 많지만 만약 행복한 순서대로 사람을 줄 세우면 뜻밖에도 자신은 그다지 나쁘지 않은 위치에 서지 않을까. (p.52)

 

간지는 올가을에 환갑이다. ‘유토피아’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5년, 일은 익숙해졌고 아직 체력에도 자신이 있지만 역시 밤샘 근무는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주간 근무와 달리 심야 수당이 붙으니 거부할 수가 없다. 무엇보다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나이를 먹고도 일 할 수 있는 게 어디냐 싶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밤에 혼자 일을 하고 있는데 정체불명의 남자가 들어와 커다란 가방을 사물함에 던져두고 담배를 사러 나가더니 아침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았다. 간지가 매상을 금고에 넣고 옷장을 점검하면서 발견한 두툼한 그의 가방 안에는 돈다발이 그윽했다. 10만 엔이나 20만 엔 정도가 아니다. 무려 1억 엔. 엄청난 액수의 현금이다. 오래지 않아 가방을 찾으러 오리라 생각했던 남자는 나타나지 않고 마음이 자꾸 보스턴백으로 쏠린다. 집에 계신 어머니는 치매가 진행되어 매일같이 사고를 치고, 아내는 다리를 다쳐 입원하고, 결혼한 딸은 생활이 어려워 빚을 지고, 목욕탕 매니저는 간지를 해고하려는 지금 이 가방 속 돈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오직 간지뿐이다.

P현경 우시가누마 서 생활안전과 형사인 료스케는 애인 최영희의 감언이설에 속아 그녀가 운영하는 가게에 투자하기 위해 조직 폭력배 고다 파에게 2천만 엔이라는 빚을 진 상태. 돈을 빌리면 관계가 더 깊어질 것이 뻔했지만, 돈과 여색으로 눈이 흐려진 료스케는 이성적으로 따져보지도 않고 그 손을 덥석 잡았다. 그녀의 수완으로 가게는 금방 정상 궤도에 오르고 료스케의 호주머니도 금세 두둑해졌지만 최영희는 어느 날 갑자기 미리 계획이나 한 듯 행방이 묘연해졌다. 가게가 폐업 처리되자 료스케에게 들어오던 배당금은 뚝 끊겨버리고 거액의 빚만 남았다. 빚 독촉에 시달리던 료스케는 급기야 사기를 저지른 동창을 구해주겠다는 명목으로 도피자금을 빼앗으려 하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고 그때 소식을 알 수 없었던 최영희가 거액의 돈과 함께 나타난다.

평범한 주부였던 미나는 두 해 전 집에 놀러온 고등학교 시절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주식 투자에 푹 빠지면서 결혼하고 저금한 돈을 몽땅 날리고 소비자 금융 회사에서 거액의 빚까지 왕창 떠안게 된다. 독촉에 시달리던 그녀는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상황이 되어서야 이 사실을 남편 다케오에게 털어놓았고 이를 알게 된 다케오는 불같이 화를 내며 그녀를 때리고 통장, 카드, 인감까지 전부 빼앗아갔다. 그리고 집세와 쥐꼬리만한 생활비를 제외하고는 더 이상 돈을 주지 않았다. 이에 어쩔 수 없이 미나는 일자리를 찾았다. 하지만 서른이 넘은 나이에 아무 자격도 없는 여자를 정사원으로 뽑는 곳은 없었다. 그렇다고 물장사에 뛰어들 수도 없어서 미나는 구인광고를 보고 기이바 제과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이후 다케오는 자주 폭력을 휘두르며 억지로 몸을 요구하고 사랑 없는 부부 생활에 지친 미나는 인터넷 윤락 사이트 ‘유부녀의 정원’를 통해 성매매를 하며 그곳에서 만난 신야와 개인적인 만남을 이어간다. 그러던 중 미나가 남편에게 맞고 산다는 사실을 알게 된 신야는 분노하며 그를 죽여주겠다며 주도면밀하게 뺑소니 계획을 세우고 사건 당일 새벽 미나에게 남편을 죽였다는 소식을 전해온다. 남편에게 걸린 보험금은 9천만 엔. 이제 그에게서 벗어나는 걸까.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남편은 버젓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다. 신야는 도대체 누구를 죽인 걸까?

막다른 골목에 맞닥뜨린 순간, 눈앞에 보이는 것이라곤 지푸라기뿐일 때 과연 지푸라기라도 잡을 것인가, 아니면 이것마저 놓칠 것인가? 책은 사우나에서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살아가는 가장과 정의감 따위 개나 준 악덕 형사, 가정 폭력과 빚에 시달리는 가정주부 등 저마다 고달픈 사연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이 막다른 길에서 ‘마지막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1억 엔을 얻기 위해 혈투를 벌이는 추리 소설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하류 인생들의 고군분투를 숨 막히게 그려낸다. 과연 이들 가운데 거액의 돈을 손에 넣는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간지, 료스케, 미나 절박한 상황에 놓인 이들 세 사람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각각 독립된 이야기처럼 보여지지만 점차 사건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하고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진실이 펼쳐지면서 혼란을 일으킨다. 의문의 사체, 은밀한 제안, 베일에 싸인 과거... 세 주인공들의 삶은 그야말로 낭떠러지에 다다랐다. 절박한 상황 속, 서로 다른 욕망. 이야기는 현실과 동떨어진 듯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현실의 삶과 맞닿아 있는 이들 세 사람. 만약 내가 그 상황이라면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 섣부른 판단은 금물, 예상을 뛰어넘는 반전에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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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로 본 번역의 세계
이정서 지음 / 새움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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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은 원래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바꾸는 것이기에 기본적으로 ‘의역’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번역은 그 ‘의역’의 범위를 확대해서 이상할 정도로 ‘해석’에 집착합니다. 한마디로 있는 그대로 옮기면 단정하고 의미 깊은 문장을 역자 임의로 해석해 어설픈 문장으로 만드는 데 익숙해 있는 것입니다. (p.162)

 

 

문학은 보통 인문서와 다릅니다. 한 단어가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지만, 실상은 앞뒤 문맥을 살피면 그 단어가 어떤 의미로 쓰였는지를 거의 정확히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틀리는지 맞는지를 검증하는 것도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것이 정말 작가가 의도한 정확한 의미인지를 파악하는 일은 그 앞에서부터 정확히 직역이 되었다는 전제하에서만 가능한 일입니다. 의역은 사실 오역에 다름 아닙니다. 의역한 문장은 원문과 비교해 보면 문법적으로도 어딘가 틀린 것을 알 수 있습니다. (p.238)

 

 

혹자는 번역에 있어서의 문장구조의 일대일 대응은 불가능하다며, 번역 현장에서 그것은 탁상공론에 불가하다고까지 주장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절대 그렇지 않은 것입니다. 오히려 어떤 문장이 직역으로 안 되겠다고 느껴 역자 임의로 의역을 하는 순간 그건 곧 ‘오역’이 되는 것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작가의 서술 구조를 지켜 직역하려 애쓰지 않으면, 정말 작가가 고민해 만든 멋진 문장을 촌스럽고 유치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일 터입니다. 문학예술은 단지 스토리만을 옮긴다고 해서 원래의 감동이 전달되는 것이 결코 아니기 때문입니다. (p.344)

 

 

어떤 위대한 번역가라 해도 작가가 쓴 문장보다 좋은 문장을 만들어 낼 수 없습니다. 어떤 위대한 학자라 해도 작가가 쓴 문장보다 나은 의미를 담은 문장을 창작해 낼 수 없는 것입니다. 번역은 그야말로 작가가 쓴 의미를 찾아가는 고된 노동인 것입니다. (p.393)

 

 

 

번역은 기본적으로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바꾸는 일이기에 ‘의역’일 수밖에 없고, 따라서 작가가 아닌 이상 누구도 100% 정확하게 그 의미라고 확증할 수 없기에, 저 역시 숱한 시행착오를 거칠 수밖에 없었고, 그 사이 여러 오해도 생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이번엔 ‘직역’애 대한 내 생각을 ‘설명’알 것이 아니라, 직접 원문과 번역문을 1:1 대응시켜 봄으로써 그것이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해 보고 싶었습니다.제가 작가의 문장을 100%로 옮겨싸고 주장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원래 작가 문장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오히려 문장은 감동을 준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것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어른 아이 구분 없이 아직까지도 많은 독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어린왕자>. 이 책은 그 어린왕자를 원문과 번역된 문장으로 한 글자씩 짚어주며 불·영·한을 비교해 놓은 책으로 역자는 직접 원문과 번역문을 1 : 1 대응시켜 보여 줌으로써 작가의 원뜻을 고스란히 전달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제껏 많은 책을 읽어보고 봐왔지만 이런 책은 정말이지 처음이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 재탄생된 <어린왕자>는 그 만큼이나 다양한 번역본이 존재한다. 그들이 모두 틀렸다는 것은 아니지만 매번 번역본만을 읽다가 원문과 함께 실린 번역문과 함께 읽어보는 <어린왕자>는 번역본만을 읽었을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방대하고 그 끝을 알 수 없는 깊이에 놀라움의 연속이다. 하나의 단어를 두고도 이를 옮기는 이가 어떻게 번역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는 확연히 달라진다. 원문에 있지도 않은 말을 만들어 넣어서 의미를 강화시키기도 하고 한 문장을 아예 누락시키기도 하는 까닭에 똑같은 책이라 하더라도 상당히 많은 차이를 보인다. 번역에도 정답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내 생각에는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어느 장을 펼쳐 봐도, 작가가 원래 쓴 주어, 서술어, 대명사, 쉼표, 마침표, 접속사 등등 작가의 서술 구조와 다르게 역자 임의로 더하거나 뺀다거나, 의역한 곳이 단 한 군데도 없다. 그래서일까. 이 책에서 어린왕자는 생생히 살아 숨쉰다. 마치 실제로 어린왕자를 만나본 듯한 기분이 든다. 그만큼 작가의 생각을, 느낌을 그대로 고스란히 옮겨 놓으려고 애를 쓴 역자의 노력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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