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 미 - <미 비포 유> 완결판 미 비포 유 (살림)
조조 모예스 지음, 공경희 옮김 / 살림 / 201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난 뉴욕 커피숍에서 뉴욕 커피를 마시고 있어! 난 뉴욕 거리를 걷고 있어! 멕 라이언처럼! 아니면 다이앤 키튼처럼! 난 진짜로 뉴욕에 있어!’ 그러자 2년 전 윌이 내게 설명하려던 게 정확히 이해되었다. 몇 분 동안 생소한 음식을 먹고 이상한 광경을 보면서 나는 순간에만 존재했다. 온전히 현재에 몰두하고 감각이 살아 있었고, 주위의 새로운 경험을 받아들이려고 내 존재 전체가 열려 있었다. 나는 존재할 수 있는 세상의 딱 한 곳에 있었다. (p.25)

 

다시 피곤이 밀물처럼 몰려왔다. 창에 머리를 기대고 자신에게 말했다. 나른한 게 정상이라고, 나도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새로운 세상에 왔으니 잠깐 불편하겠지. 안전지대에서 밀려나면 기분이 이상하기 마련이지.’ 윌의 마지막 편지가 내 안에서 메아리쳤다. 멀리서 들리는 것 같았다. 그러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p.59)

 

내가 활기찬 것은 일 때문만은 아니었다. 뉴욕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고, 뉴욕도 날 받아들이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민자들의 도시에서 살기란 어렵지 않았다. 아그네스의 최상류층 생활에서 벗어나면, 나는 수천 마일 밖에서 온 보통 사람이었다. 시내를 뛰어다니면서 일하고, 테이크아웃 할 음식을 주문하고, 커피나 샌드위치를 주문할 때 최소한 세 가지를 요구해서 뉴요커처럼 보이려 했다. (p.118)

 

그날 밤 깨서 마곳의 사연을 생각했다. 아그네스를 떠올렸고, 특별한 한을 품고 지척에 사는 두 여인이 다른 세계였다면 서로 위로가 되었을거라고 생각했다. 여성은 목표가 낮으면 모를까 어떤 인생을 선택하든 큰 대가를 치른다는 사실을 생각했다. 하긴 그거야 나도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난 여기 오면서 막대한 대가를 치른 것을. 한밤중에 자주 윌의 목소리를 떠올렸다. 그는 어처구니없게 청승 떨지 말고, 성취한 것들을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어둠 속에 누워서 내가 이룬 성취를 손가락으로 꼽았다. 적어도 당분간은 집이 있었다. 돈을 받고 일했다. 여전히 뉴욕에 있고 친구들 속에서 지냈다. 어떤 결말을 맞을지 궁금하긴 해도 새로 연애를 시작했다. 다시 기회가 온다면 전과 다르게 선택할 거라고 말할 수 있을까?

 

 

사지마비 환자가 된 남자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내야 했던 루이자 클라크. 사랑했던 그와 이별 후 런던에서 다시 새 출발을 하는가 싶었는데 이번엔 몇천 마일 떨어진 뉴욕으로 떠났다. 남자친구 네이선의 소개로 상류층 고프닉 집안에 어시스턴트로 고용되어 화려한 세계에 발을 들이지만 뉴욕 생활이 익숙해질수록 마음은 혼란스럽고 일은 심란하게 돌아간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여기는 이름만 가정집이었다. 그녀를 포함해 네이선, 일라리아, 계속 드나드는 업자들, 스태프,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뭔가 하는 이들에게 이곳은 그야말로 작업 현장과 다름없었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서로 다른 공간에 있는 듯한 느낌?! 부자들의 씀씀이는 상상을 초월했으며 그들 사이에 진짜 비밀은 없었다. 사람들은 비밀을 지키려고 대가를 치뤘고 그들을 바로 곁에서 지켜보는 루이자의 가슴에는 어느샌가 묵직한 짐이 지어졌다. 겉으로는 부유함에 행복해 보일지도 모르나 실상 그 속을 들추어보면 아무도 행복하지 않았다. 뭘 하든 자유롭지 못하고 언제나 자기 자신보다는 타인의 눈을 더 신경써야 했으니까. 그녀가 이곳에서 생활하며 가슴속에 새긴 말은 딱 한 가지. 이곳에서 있었던 모든 일은 보지도 말고, 듣지도 말고, 싹 잊을 것. 이런 곳에서 그녀가 잘 버텨낼 수 있을까?

 

 

줄무늬 타이츠를 입는 괴상하고 사랑스러운 여주인공 루이자 클라크, 그녀가 돌아왔다. 진정으로 사랑했던 윌을 죽음으로 떠나보내고 ‘대담하게 살아, 클라크.’ 윌이 했던 말을 되새기면서 그가 바라던 대로 살기 위해 뉴욕으로 떠나온 그녀. 저자는 전작 <미 비포 유>에서 안락사라는 민감한 주제를 가지고 사랑할 힘과 용기를 나누어 주더니 이번에는 남겨진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감당하는 과정과 함께 새로운 세상에서 대담하게 살아가는 법을 이야기한다. 윌과 함께 보낸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은 그녀가 세상 모든 것에 대해 느끼는 방식까지 바꾸어놓았다. 말이 끄는 마차! 노란 택시! 아찔한 마천루! 화려한 도시 뉴욕. 이제 그녀는 이곳에서 즐길 수 있는 건 모두 누리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늘 갇혀서 새로운 경험을 외면하던 자신에게서 벗어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녀는 윌이 당부했던 대로 대담한 삶을 살아나간다.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또 다른 시련을 겪지만, 좌절하지 않는다. 기대기보다는 자신의 힘으로 삶을 새롭게 시작하며 그녀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며 진짜 나를 찾아나간다. 전 세계적으로 1,40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미 비포 유> 의 마지막 이야기 <스틸 미>. 그녀가 전하는 이야기는 쉽게 읽히지만 책을 덮고 나서도 그 여운이 한동안 남아 있을 만큼 가슴으로 스며드는 감동과 울림은 제법 컸다. 읽어보면 알겠지만 439쪽에 달하는 적지 않은 분량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만 사랑스러운 그녀, 루이자를 여기서 그만 떠나보내야 한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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