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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로 본 번역의 세계
이정서 지음 / 새움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번역은 원래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바꾸는 것이기에 기본적으로 ‘의역’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번역은 그 ‘의역’의 범위를 확대해서 이상할 정도로 ‘해석’에 집착합니다. 한마디로 있는 그대로 옮기면 단정하고 의미 깊은 문장을 역자 임의로 해석해 어설픈 문장으로 만드는 데 익숙해 있는 것입니다. (p.162)
문학은 보통 인문서와 다릅니다. 한 단어가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지만, 실상은 앞뒤 문맥을 살피면 그 단어가 어떤 의미로 쓰였는지를 거의 정확히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틀리는지 맞는지를 검증하는 것도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것이 정말 작가가 의도한 정확한 의미인지를 파악하는 일은 그 앞에서부터 정확히 직역이 되었다는 전제하에서만 가능한 일입니다. 의역은 사실 오역에 다름 아닙니다. 의역한 문장은 원문과 비교해 보면 문법적으로도 어딘가 틀린 것을 알 수 있습니다. (p.238)
혹자는 번역에 있어서의 문장구조의 일대일 대응은 불가능하다며, 번역 현장에서 그것은 탁상공론에 불가하다고까지 주장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절대 그렇지 않은 것입니다. 오히려 어떤 문장이 직역으로 안 되겠다고 느껴 역자 임의로 의역을 하는 순간 그건 곧 ‘오역’이 되는 것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작가의 서술 구조를 지켜 직역하려 애쓰지 않으면, 정말 작가가 고민해 만든 멋진 문장을 촌스럽고 유치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일 터입니다. 문학예술은 단지 스토리만을 옮긴다고 해서 원래의 감동이 전달되는 것이 결코 아니기 때문입니다. (p.344)
어떤 위대한 번역가라 해도 작가가 쓴 문장보다 좋은 문장을 만들어 낼 수 없습니다. 어떤 위대한 학자라 해도 작가가 쓴 문장보다 나은 의미를 담은 문장을 창작해 낼 수 없는 것입니다. 번역은 그야말로 작가가 쓴 의미를 찾아가는 고된 노동인 것입니다. (p.393)
번역은 기본적으로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바꾸는 일이기에 ‘의역’일 수밖에 없고, 따라서 작가가 아닌 이상 누구도 100% 정확하게 그 의미라고 확증할 수 없기에, 저 역시 숱한 시행착오를 거칠 수밖에 없었고, 그 사이 여러 오해도 생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이번엔 ‘직역’애 대한 내 생각을 ‘설명’알 것이 아니라, 직접 원문과 번역문을 1:1 대응시켜 봄으로써 그것이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해 보고 싶었습니다.제가 작가의 문장을 100%로 옮겨싸고 주장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원래 작가 문장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오히려 문장은 감동을 준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것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어른 아이 구분 없이 아직까지도 많은 독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어린왕자>. 이 책은 그 어린왕자를 원문과 번역된 문장으로 한 글자씩 짚어주며 불·영·한을 비교해 놓은 책으로 역자는 직접 원문과 번역문을 1 : 1 대응시켜 보여 줌으로써 작가의 원뜻을 고스란히 전달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제껏 많은 책을 읽어보고 봐왔지만 이런 책은 정말이지 처음이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 재탄생된 <어린왕자>는 그 만큼이나 다양한 번역본이 존재한다. 그들이 모두 틀렸다는 것은 아니지만 매번 번역본만을 읽다가 원문과 함께 실린 번역문과 함께 읽어보는 <어린왕자>는 번역본만을 읽었을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방대하고 그 끝을 알 수 없는 깊이에 놀라움의 연속이다. 하나의 단어를 두고도 이를 옮기는 이가 어떻게 번역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는 확연히 달라진다. 원문에 있지도 않은 말을 만들어 넣어서 의미를 강화시키기도 하고 한 문장을 아예 누락시키기도 하는 까닭에 똑같은 책이라 하더라도 상당히 많은 차이를 보인다. 번역에도 정답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내 생각에는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어느 장을 펼쳐 봐도, 작가가 원래 쓴 주어, 서술어, 대명사, 쉼표, 마침표, 접속사 등등 작가의 서술 구조와 다르게 역자 임의로 더하거나 뺀다거나, 의역한 곳이 단 한 군데도 없다. 그래서일까. 이 책에서 어린왕자는 생생히 살아 숨쉰다. 마치 실제로 어린왕자를 만나본 듯한 기분이 든다. 그만큼 작가의 생각을, 느낌을 그대로 고스란히 옮겨 놓으려고 애를 쓴 역자의 노력이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