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와 당신들 ㅣ 베어타운 3부작 2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월
평점 :



이것은 그 이후의 이야기, 어느 해 여름에서 겨울까지의 이야기다. 베어타운과 그 옆 마을 헤드의 이야기, 두 하키팀 간의 경쟁이 돈과 권력과 생존을 둘러싼 광기 어린 다툼으로 번진 이야기다. 하키장과 그 주변에서 두근대는 모든 심장의 이야기, 인간과 스포츠와 그 둘이 어떤 식으로 번갈아 가며 서로를 책임지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의 이야기, 꿈을 꾸고 투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우리 중 몇 명은 사랑에 빠질 테고 나머지는 짓밟힐 테고, 좋은 날도 있을 테고 아주 궂은 날도 있을 것이다. 이 마을은 환희를 느낄 테지만 또 한편으로는 불타오르기 시작할 것이다. 끔찍한 충돌이 벌어질 것이다. (p.15)
인간은 저마다 백 가지로 다르지만 남들 눈에는 우리가 그들과 한 팀인지 아닌지 그것만 보인다. 미라 안데르손은 변호사고 두 개 나라의 두 개 대학교에서 학위를 받은 인재지만 베어타운에서는 언제까지나 ‘페테르의 부인’일 것이다. 그걸 죽도록 싫어하는 그녀가 죽도록 싫어지는 날도 있다. 보조 역할로는 직성이 풀리지 않는 그녀가 죽도록 싫어지는 날도 있다. (p.53)
우리 중 몇 명은 사고였다고 할 것이다. 몇 명은 살인이었다고 할 것이다. 몇 명은 그들만의 잘못이라고 생각할 테고 또 몇 명은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이 더 많다고 생각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잘못이었다고. 우리의 잘못이었다고. 서로 미워하도록 부추기는 건 워낙 쉽다. 그래서 사랑을 절대 이해할 수 없는 거다. 증오가 워낙 간단하기 때문에 항상 이길 수밖에 없다. 불공평한 싸움이다. (p.593)
인생은 우라지게 희한한 것이다. 우리는 모든 시간을 쏟아부어가며 인생의 여러 가지 측면을 관리하려고 하지만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인생의 대부분을 규정한다. 우리는 이해를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가장 좋았던 기억도, 가장 나빴던 기억도. 이해는 언제까지고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 중 누구는 이사를 가겠지만 대부분은 여기에 남을 것이다. 이곳은 복잡하지 않은 곳이 아니지만 어른이 되어보면 어디든 그렇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베어타운과 헤드에 얼마나 많은 허점이 있는지 하늘도 알고 땅도 알지만 그들은 우리 마을이다. 여기가 우리에게 주어진 세상의 모퉁이다. (p.595)
<베어타운>, 그 두 번째 이야기 <우리와 당신들>. 전작에 이어 또 다시
베어타운을 무대로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한때 잘나가던 시절의 영광도 잊혀진 지 오래된 쇠락한 작은 마을, 베어타운. 베어타운은 서로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작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사람들로 넘쳐날 만큼 넓은 도시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 일자리도, 미래도 없이
막다른 곳으로 내몰린 소도시에 불과하다. 과거 도시의 주민들은 젊은 친구들에게 미래의 희망을 걸었다. 마을 사람들이 바라는 건 오직 하나!
청소년 아이스하키팀의 우승! 다른 곳에서는 그게 아무 의미 없을지 몰라도 이곳에서는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이 일대에서 최고의 청소년팀으로
등극하면 온 국민에게 이 도시의 존재를 다시 일깨울 수 있었다. 그래서 다들 과거의 영광을 다시 누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하지만 우승을
눈앞에 두고 하키팀의 스타였던 남학생이 여학생을 성폭행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지면서 마을 사람들의 꿈은 연기처럼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책은
그 사건이 있고 몇 달 후의 이야기로 그때 그 사건이 일어난 이후 베어타운의 하키팀은 뿔뿔이 흩어지고 주요 선수들은 코치와 함께 옆 마을 헤드의
하키팀으로 옮겨갔다. 베어타운에 남은 선수들에겐 하키팀의 해체라는 혹독한 소문만이 들려오는 가운데 베어타운과 헤드팀의 신경전은 돈과 권력과
생존을 둘러싸고 점점 더 치열해지고 그 순간 한 선수의 비밀이 폭로되면서 마을은 또다시 혼란의 구렁텅이로 빠져든다.
‘우리 아이들을 우리
손으로 지키지 못했어.’ 이 말이 자꾸만 눈 앞에 어른거리던 소설 <베어타운>. 한 사람의 용기있는 결단이 없었다면 그 모든 일이
하얀 눈 속에 파뭍히고 말았을 테지만 용기 있는 행동은 우리를 희망의 길로 이끌었다. 저자는 눈 덮인 숲과 얼어붙은 호수의 아름다운 풍경을
뒤로하고 이전 작품들에서 주던 웃음과 감동과는 또 다른 깊고도 뭉클한 감동과 위로를 전하던 <베어타운>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문제들을 보다 깊고 넓게 되짚어본다. 충격적인 사건으로 마을을 비탄에 빠트린 이후 찾아온 두 번째 사건은
또다시 마을을 혼란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다. 하지만 이제는 과거에서 벗어나 뭔가를 보여줘야 할 때. 전작과 비교해 봤을 때 모두가 침묵하며
소극적으로 움직였었던 과거와 달리 이번 작품에서는 눈앞에 직면한 문제들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보다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사를 내비친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일어선 그들. 베어타운에서 펼쳐지는, 눈물과 감동으로 얼룩진 러브 스토리는 이전에 그러했던 것처럼 또다시 우리를 책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