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19.3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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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가 필요한 당신에게 시 한 편을 / 이해인

꽃거울에 나를 비추어보는 봄

 

꽃은 거울이다.

들여다보는 이를 비춰주지 않는 거울이다.

들여다보는 이가 다 꽃으로 보이는 이상한 거울이다.

 

꽃향기는 끌어당긴다.

꽃향기에 밀쳐진 경험은

한 번도 없다.

꽃은 주위를 가볍게 들어올려준다.

꽃 앞에 서면 마음이 가벼워진다.

마음은 꽃에 여닫히는 자동문이다.

꽃잎을 만져보며 사람들은 말한다.

“아, 빛깔이 참 곱다.”

빛깔을 만질 수 있다니,

빛깔을 만질 수도 있게 해주시다니.

사람들은 다 시인으로 만들어주는 꽃은 봄의 심지다.

 

 

함민복의 <꽃비>

 

 

 

 

 

 

이 남자가 사는 법 / 김승현

청춘스타에서 ‘진짜 배우’로 거듭난 싱글대디

 

“세상에서가장 소중한 딸을 얻었잖아요.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이죠.” 그 시절을 담담하게 회상하는 그이지만 외로이 견뎌내야만 했던 시간들이 어찌 순탄하기만 했겠는가. 한 아이의 아빠인 동시에 배우가 되고 싶은 꿈 많은 청년에겐 어딜 가든 ‘미혼부’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갑자기 돌아선 따가운 시선에 마음이 무너졌지만 그는 위기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기로 결심했다. 당당하게 배우로 인정받아야겠다는 열망으로 연극 무대의 문을 두드리며 단역, 조역 가리지 않고 차근차근 연기력을 키워나갔다.

 

1997년, 잡지 모델로 데뷔하며 단번에 톱스타 반열에 오른 김승현. 드라마 주연과 예능 프로그램 진행자 등을 섭렵하며 그의 인기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았다. 매일 세 상자 이상의 팬레터를 받고 명동 같은 번화가에 나가면 일대가 마비될 정도. 하지만 십 대 소녀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청춘스타로 명성을 날리던 그가 곤두박질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초반이던 2003년, 그에게 고등학교 시절 만난 여자친구 사이에서 낳은 세 살 된 딸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그에게 환호하던 팬과 언론들은 이 소식을 접하고 비난의 화살을 퍼부었다. 이제는 미혼모나 미혼부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되었지만 당시만 해도 용납하기 힘든 일이었다. 아들의 추락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부모님은 아이를 동생으로 호적에 올리자고 어렵게 말을 꺼냈지만 차마 인기와 딸을 맞바꿀 수는 없었던 그는 모든 사실을 인정하고 활동을 중단하며 많은 대가를 치러야 했다. 우여곡절 속에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그를 붙들어준 것은 늘 곁에서 힘이 되는 가족이었다. 아들을 대신해 손녀를 맡아 돌보며 그저 믿고 기다려준 부모님과 투정 한번 부리지 않고 의젓하게 자라준 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딸과 동반 출연한 예능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그는 요즘 여러 일로 바쁜 나날을 보낸다. 본업인 배우 활동에 매진하며 바쁜 와중에도 자신이 받은 사랑을 돌려주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유명 연예인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배우, 오래오래 연기하는 배우로 남기를 꿈꾸는 김승현. 그는 오늘도 더 좋은 아빠, 실력 있는 배우가 되기 위해 걷는다. 성공은 절대 저절로 찾아오지 않는다. 노력하는 자만이 성공을 얻는다.

 

 

 

 

 

 

특집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공공장소에서, 회사에서, 낯선 여행길에서

조금 더 양보하고 배려하는 마음과 태도,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는 친절과 매너가

세상을 아름답게 가꿔줍니다.

 

공공장소에서는 물론이고,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필요한 배려와 예의. 이번 달 특집에서는 상대방의 작은 배려에서 나온 매너로 마음 따뜻했던 기억 나의 센스 하나로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 경험 등 세상을 살맛나게 하는 매너 이야기를 들려준다. 은발의 인생 선배에게 배운 매너, 미국 출장길에서 배운 뒷사람을 배려하는 마음, 무더운 여름날 편의점에서 만난 친절한 미소 천사, 여행길에서 만난 중국인 가족의 친절과 배려, 공중도덕을 철저히 지키는 아들, 눈발을 헤치며 걸어오는 다른 등산객을 위해 길가의 눈을 치워주던 등산객, 야간 근무를 하는 친구를 위한 우렁 각시 룸메이트의 밥상 등 저마다 늘어놓는 훈훈한 이야기에 마음에 따뜻함이 번져간다.

 

 

 

 

 

 

 

 

멋스럽게 자리잡고 있는 단청과 너무나 맑고 깨끗한 하늘에 미세먼지로 답답했던 숨통이 탁 트이는 것 같다. 이달에는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설렘을 가득 안고 들여다본 샘터는 이번에도 역시 사랑방에 들어앉은 것 마냥 시끌시끌하다. 어린 시절 자주 봐오던 청춘스타 김승현의 이 남자가 사는 법, 생활의 지혜가 깃들어 있는 양춘재 할머니의 부엌과 영화나 드라마에 사용되는 특수효과에 대해 알 수 있었던 이달에 만난 사람 등 이달의 샘터에는 지난달에 이어 진한 감동과 호기심을 충족할 만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몰랐던 정보를 배우고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는 이 시간은 언제나 유쾌하다. 이렇게 다가오는 3월도 힘차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아 참! 올해부터 샘터가 새로워졌다. 스마트한 시대에 걸맞게 이 모든 콘텐츠를 팟캐스트 ‘샘터 라디오’로 만나볼 수 있다는 것. ‘팟빵’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거나 ‘팟빵 홈페이지’에서 샘터 라디오를 검색하면 매달 소개되는 <샘터>의 다채로운 소식을 매주 하나씩 음성으로 들을 수 있다. 음성 파일을 다운받아 원하는 시간에 청취할 수 있으니 더욱 편리해진 샘! 2019년도 샘터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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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통일사전 - 통일 세대를 위한 남북한 언어 탐구생활
글씸(U&J) 지음, 이명선 그림, 강경민 감수 / 대원키즈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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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끝나고 친구들과 집에 오는 길, 꼬치 어묵 하나씩 사 먹으면 정말 맛있지요? 북한의 겨울철 대표 간식도 바로 어묵이에요. 북한에서는 어묵을 물고기떡 혹은 고기떡이라고 부른답니다. 생선, 즉 물고기를 쫀득쫀득한 떡처럼 만들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지요. 그러고 보니 물고기떡이라는 순우리말이 잘 어울리기도 하고, 예쁘기도 하네요. (p.37)

 

시원한 얼음을 갈아서 달콤한 팥과 과일, 연유를 넣어 먹는 빙수!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도네요. 북한에서도 한여름 무더위를 날리기 위해 빙수를 즐겨 먹는다고 해요. 남한의 빙수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들쭉이나 토마토, 두부를 넣은 빙수도 있다고 하네요. 북한에서는 빙수를 단얼음이라고도 한답니다. (p.71)

 

산보라는 단어는 남한과 북한에서 모두 쓰여요. 북한에서도 산책의 의미로 산보라는 말을 쓰지만, 북한에서 사용되는 산보는 특별한 의미도 함께 가지고 있어요. 남한에서는 서로 좋은 감정을 느끼는 남녀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데이트’라고 하지요? 이 ‘데이트’라는 밀 대신 북한에서는 산보라는 말을 쓴답니다. 그래서 “나랑 산보 갈래?”라고 물어본다면, “나랑 데이트 할래?”라는 뜻이지요. (p.133)

 

적대적인 관계에서 점차 우호적인 관계로 변해가는 남과 북. 이대로라면 이제 정말 우리 모두가 바라는 것처럼 한반도에도 평화가 찾아오지 않을까? 하지만 문제가 있다. 바로 언어. 같은 한글을 사용하고 있으면서도 긴 세월 동안 서로 교류하지 않고 다른 생활기반과 환경, 문화를 가지고 살아온 까닭인지 남한의 표준어와 북한의 문화어는 문법, 억양, 표기 그리고 어휘 등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언어장벽. 아마 이것은 통일이 된 후에도 오랫동안 서로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 나가야 할 숙제가 되지 않을까. 알쏭달쏭~ 같은 듯 다른 북한말! <우리말 통일사전>은 이처럼 서로 너무 다른 북한말을 쉽고 재미있게 알 수 있도록 만든 책으로, 책은 옷, 음식, 신체·질병, 운동·문화 등 12가지의 주제로 나뉘어 300여 개의 단어를 담고 있다. 넥타이는 목댕기, 주스는 과일단물, 지하수는 땅속물, 파마머리는 볶음머리, 수면제는 잠약, 물구나무서기는 거꾸로 서기 등등 각각의 단어에 대한 설명과 그와 관련된 대화, 그림 등을 통해서 북한과 북한 친구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다. 언젠가는 다시 하나로 합쳐지게 될 남과 북. 그날을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조금씩 관심을 기울이며 아이와 함께 쉽고 재밌게 배워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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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도 나를 슬퍼했다
김지훈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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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도 나를 슬퍼했다

은은한 달밤에 탁상에 앉아

저물어 가는 하루를 붙잡고 있었다

오고 가는 술 한 잔에 친구는 쓰라렸고

달빛의 조명에도 쉽게 슬펐다

배운 말은 많은데 위로해줄 언어가 없었다

단지 취할 뿐이었다

돌아가는 친구의 주머니에

가지고 있던 배춧잎 몇 장을 넣었다

친구가 떠난 자리는 공허하고 추웠다

무심결에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지금은 없어야 할 배춧잎이 있었다

그때, 그날 아버지도 내가 슬펐나 보다 (p.19)

 

▶ 무게

오늘도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행복을 떠올리다

아련한 사람들을 그린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누군가를 짊어져야 한다는 ‘무게’의 다른 표현

사랑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하나라도 덜고 싶지만

무엇 하나 놓을 수 없음에

가슴이 아프다 (p.54)

 

▶ 어른이 된다는 건

어른이 된다는 건

상처를 입어도

모른 척 덮는 일이 많아진다는 것

곪은 상처가 끝내 터져

아픔에 신음해도

다른 사람들도 버티고 산다며

끝내 외면하는 일

철이 든다는 것이

아플 때 소리 내지 말라는 의미란 걸

진작 알아더라면

난 좀 더 늦게 철이 들었을 텐데 (p.55)

 

 

 

 

<아버지도 나를 슬퍼했다> 책은 저자 본인의 이야기면서 아버지의 이야기이기도 한 시집으로, 자식들을 뒷바라지하다 이제는 늙어버린 아버지와 아버지의 삶에 이제 막 들어서는 아들의 이야기를 동시에 애잔하게 그려낸다. 아들은 이제 아버지의 무게를 몸소 느끼며 어른이 되어가고 아버지는 그런 아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다시 청춘이 되려 한다. 아버지. 가장의 어깨에 드리워진 무게는 상당히 버겁다. 한평생 가족들을 위해 헌신하며 애를 쓰던 아버지가 이제야 눈에 들어오는 아들. 자신이 걸어온 길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아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아버지의 마음이 썩 좋지만은 않다. 아들은 이제 아버지와 많은 얘기를 하고, 다양한 추억을 쌓으며 청춘 같은 세월을 함께 보내고 싶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런 아들을 아버지는 기쁘면서도 슬프게 바라본다. 겉으로는 아무 내색을 하지 않지만 마음 속으로는 감정이 북받치지 않을까. 먹먹하고 애잔하고 시 한 구절 한 구절에 마음이 젖어 든다. 예전이라면 그저 스치고 지나갔을 터인데 이제는 잠시 머무르기도 하고 가슴 한 편에 담아두기도 한다. 아버지를 그리고 있어서일까? 하나의 시에 여러 감정들이 들어오고 나간다. 한 글자 한 글자 눈에 들어오는 시들이 제법 많다. 우리 아버지도 아마 이렇게 삶을 살아오셨겠지. 어려서는 보이지 않던 모습들이 이제야 하나둘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내가 예상조차 하지 못했던 가장의 무게. 언제부턴가 뒤돌아선 아버지의 모습이 자꾸 눈에 밟힌다. 집을 떠나왔음에도 아버지의 시선은 여전히 나를 향한다. 이만큼이나 컸음에도 아직 나는 예전의 어린 모습으로 비춰지나보다. 이제는 그 무게를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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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니까 - 마음이 따뜻해지는 엄마의 사랑법
박영숙 지음 / 디스커버리미디어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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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아름다워서 슬퍼질 때가 있다.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너무 아름다웠지만, 나는 마음이 시렸다. 나는 이 낯선 나라에 ‘놀러 온’ 게 아니라 ‘살러 온’ 것이었다. 무턱대고 즐겨도 좋을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어쩌다 여기까지 밀려왔을까’ 낯선 행성에 불시착한 ET처럼 어리둥절했다. 깨어나기 힘든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p.22)

 

그리움! 고국을 떠나온 후, 우리 가족은 한참 동안 부초처럼 흔들거렸다. 별것도 아닌 것에 의미를 두는 일이 잦았고, 별일 아닌데도 자주 울었다. 어느 집 담벼락에 핀 노란 민들레만 봐도 걸음이 멈춰졌다. ‘어쩜 저렇게 똑같이 생겼지?’ 나도 모르게 쭈그리고 앉아, 그 작은 꽃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다. 내 나라에서 본 것과 똑같다는 이유만으로, 이미 ‘그 꽃은 내게로 와 의미’가 되어 버렸다. (p.73)

 

그랬다. 내가 사춘기 아이 셋과 ‘지옥’을 헤매고 있을 때, 남편은 그조차 함께 하지 못했다. 아무리 지옥이라도 같이 있고 싶은 게 가족이 아닌가? 만날 때마다 아이들은 콩나물처럼 쑥쑥 컸다. 몸도 마음도 하루가 다르게 변해갔다. 지독하게 입이 짧아 얼굴에 버짐이 필 정도였던 아이들이, 이제는 피자 한 판이 부족할 정도로 달라진 것이다. 일 년에 두어 번 아이들을 만나는 남편에게는 무척이나 낯선 모습이었을 것이다. 낯선 만큼 서글프고, 어쩌면 허망했으리라. 그는 아이들을, 나는 그런 그를 바라본다. 무엇을 위해 우리는 이토록 큰 슬픔을 감내하는가? 또다시 원점에 선 기분이다. 막막하고 먹먹하다. (p.152)

 

사춘기 아이 셋을 키우는 일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십년 치를 벌충이라도 하듯 최선을 다하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지옥’을 경험했다. 끊임없이 풍랑이 몰아치는 ‘바다’에서 우리는 서로를 할퀴고 밀치며 버둥거린다. ‘엄마’라는 직업은 자격증도 없고, 수습 시간도 없다. 나는 아이들에게 수시로 상처를 주고, 반성과 고백을 반복한다. 너무 힘겨워 도망치고 싶을 때, 어김없이 엄마가 떠오른다. 이렇게 힘든데, 형편마저 녹록치 않았던 엄마는 얼마나 막막했을까? 아침마다 학용품을 사 달라고, 용돈 달라고 손 내미는 자식이 얼마나 버거웠을지, 어쩔 수 없이 주인집에 돈을 빌리러 갔던 엄마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너무 늦은 지금에서야 가늠이 된다. 끝까지 지난한 삶을 포기하지 않은 엄마가 새삼 고맙다. 그녀가 있어 지금 내가 있다. (p.222)

 

 

세상은 참 모질었다. 좀 늦게 자라는 ‘나무’를 기다려 줄 관용이 대한민국 어디에도 없어 보였다. 저자의 딸아이는 또래보다 몸이 약하고 마음도 여렸다. 하지만 친구들은 그런 딸을 외면하고 무시했다. 학교에 찾아가고, 부모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아이들이 딸을 외면하듯 그들도 저자를 외면했다. 부모들은 어른스럽지 못했고, 교사와 학교는 전혀 교육적이지 않았다. 경쟁, 무시, 회피, 무책임. 그땐 대한민국이 그랬다. ‘정녕 이것이 답인가? 무슨 방도가 없을까?’ 아침마다 등 떠밀 듯 딸아이를 학교에 보내면서, 저자는 스스로 끊임없이 반문했다. 불면의 밤이 시작되었다. 무던히 애를 썼지만, 상황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아이는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고, 행복하지 않았다. 그래서 저자는 지난 십 년 동안 일하던 직장에 작별을 고하고 이제 일 대신 아이들과 함께 부대끼기로 했다. 너무 늦기 전에, 평생 꺼내 먹을 수 있는 추억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위해서라면 세상 어디든 가보자!’ 직장을 그만두자 앞이 보이기 시작했다. 봄꽃이 필 무렵, 저자는 한국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때마침 ‘조기 유학’의 바람이 뜨거워지고 있었다. 그렇게 두 딸을 데리고 캐나다 빅토리아로 유학을 떠났다. 그게 내 나라에서 상처받은 아이가 행복해지는 길이라 믿었다.

 

 

밴쿠버에서 한 시간 반쯤 페리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한가롭고 아름다운 도시 빅토리아. 하지만 아무리 빅토리아가 좋아도 그건 남의 일이었다. 기대를 하고 떠난 것이 아니라 ‘견딜 수 없어서’ 떠난 유학길을 참 쓸쓸했다. 더군다나 오랫동안 직장 생활을 했던 저자에게 낯선 나라에서 갑작스럽게 시작된 전업주부의 삶은 남의 옷을 걸친 것처럼 불편하고 불안했다. 갑자기 바뀐 환경에 아이들 또한 마찬가지로 잔뜩 주눅이 들었다. 그렇게 시작된 험난한 유학 생활.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지금 내 곁에 선 나의 아이를 떠올렸고 또 이제껏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사랑스런 눈길로 나를 보듬어 안아주는 엄마를 떠올렸다. 그녀의 희생과 노고가 없었다면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나 있었을까. 내가 아파하는 순간에도, 심장을 쥐어짜는 고통스런 순간을 맞이하고 있을 때도 언제나 내 곁에 있어 주었던 우리 엄마. 그렇게 받은 사랑이 이제는 내 자식에게로 되물림되어 고스란히 전해져간다. 아마 저자도 이런 마음이지 않았을까. 이 모든 것은 저자가 엄마이기에, 엄마니까 할 수 있는 일. 오죽하면 아는 사람 하나 없는 타국으로 떠났을까. 아이를 위해 그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저자의 마음은 얼마나 힘들었을지 그 생각만 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서러운 일이 천지인 이방인의 나라에서 세 아이를 데리고 정착하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저자는 살아가면서 정말 다양한 일들과 마주한다. 하루하루가 서바이벌 게임이었다. 별거 아닌 일에도 서러움이 올라오고 울컥 눈물이 났다. 외국에서 살다 보면 저절로 영어를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그야말로 ‘아름다운 오해’였다. 그렇게 6년을 넘게 유학생의 엄마로 살아온 저자. 이제 이방인의 삶은 끝났다. 두 딸은 미국 대학에, 뒤늦게 합류한 막내아들을 미국 보딩 스쿨에 입학시키고 그녀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고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제 엄마가 아닌 한 여자로서 그녀의 행보는 어떻게 될까. 물론 엄마의 역할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순간순간 자녀들이 자잘하게 그녀의 삶에 들쑥날쑥 드나들겠지만 이젠 그녀만의 삶을 찾아도 되지 않을까. 그녀가 한 말처럼 너무 늦기 전에 다시 한번 멋지게 날아올랐으면 좋겠다. 자식이 아닌 나 자신을 우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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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면 나와 세상을 이해하게 됩니다 - 우리가 공부해야 하는 이유 아우름 34
이권우 지음 / 샘터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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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성장은 학과 문이 결합할 적에 이루어진다. 지금까지 축적된 지적 성과물을 배우되, 이를 신줏단지 모시듯 해서는 발전이 없다. 어떤 방법으로 그 지식에 이르렀는지 면밀히 살펴 익히고, 그것을 비판적 관점에서 볼 적에 무엇이 문제인지 집요하게 파헤쳐야 한다. 기실 인문학은 학문의 정신이 실현되는 장이었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를 이해하고 운영하는 앎을 얻었다. (p.48)

 

창조와 혁신은 권위에 대한 도전에서 비롯된다. 창의의 영역에 영원한 법칙은 없다. 지금까지 유효한 것만 있을 뿐이다. 의심하고 비틀어보고 다시 생각해보고 질문해나갈 때 새 지평이 열리는 법이다. “남이야 뭐라 하건!” 자기의 주장을 당당히 펼치는 정신이 우리에게는 절실하다. 그리고 그 도전을 높이 쳐주는 너그러움 또한 간절하다. (p.77)

 

반성적이고 비판적인 질문이 없다면 내가 지금까지 믿거나 지지해왔던 앎은 완벽하다고 여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런 앎의 체계에 질문을 던지기 시작하면, 부족한 부분이나 감안하지 않은 부분,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이 정도에서 질문을 멈추지 않고 앎의 기본에 대해 지속해서 문제로 삼다보면 궁극에는 그 주춧돌마저 뿌리뽑기에 이른다. 그렇다면 다음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알고 있던 바가 참된 세계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다시 앎의 모험을 떠나게 된다. 그 앞에 어떤 고난이 있을지라도 앎의 신대륙을 찾아 나서기 마련이다. (p.104)

 

길고 긴 과정 끝에 이른 결론은 놀랍게도 단순하다. 어떻게 하면 참된 공부의 자리에 다다를 수 있나? 어떻게 해야 인공지능 시대에 걸맞은 공부방식을 찾을 수 있을까? 읽고 토론하고 쓰면 된다. 인간 지성의 특징이 여기서 비롯되었고, 궁극에 창조성의 자리에 등극할 수 있는 바탕힘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순서를 바꾸자. 쓰기가 맨 앞에 나와야 한다는 말이다. 단언하건대, 쓰려고 읽는 일이야말로 가장 미래적인 공부방법이다. (p.137)

 

 

 

 

각계 명사에게 ‘다음 세대에 꼭 전하고 싶은 한 가지’가 무엇인지 묻고, 그에 관한 응답을 담는 인문교양 시리즈 ‘아우름’의 서른네 번째 주제는, '우리가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다시 생각해보자’. 이 책에서는 저자는 동양의 대표적 지성 공자부터 서양의 과학자들까지 인류의 오래된 독서와 공부의 역사를 되짚어본다. 통찰력과 창의성을 높일 수 있는 책을 늘 가까이 한 그들의 발자취를 통해 책에서 얻은 지식을 곱씹으며 이를 통해 어떻게 인류가 지금의 위치에 올 수 있었는지를 생각해보고, 앞으로 어떻게 공부해야하는지, 나아갈 수 있도록 방향을 일러준다.

 

 

이 시대에 우리는 왜 공부해야 하는가? 저자는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획일성을 뛰어넘어 다양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남들을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몰입해서 창의적인 결과물로 승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야 공부와 좀 멀어졌다 싶었는데 또다시 공부라니 영영 벗어날 수 없는건가.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그때가 좋을 때다”, “공부가 제일 쉽다”, “공부는 다 때가 있다” 하지만 저자는 생각은 이와 다르다. 공부는 어떤 한때 하는 것이 아니라 늘 때에 맞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도권의 학교를 졸업하면 공부가 끝난다는 생각은 잘못된 편견이다. 그것은 대학에 들어가는 데만 소용되는 공부일뿐이다. 공부는 그것으로 제한할 수 없다. 이미 알던 것도 공부하면서 잘못된 것이라 깨닫고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는 것이 참된 공부의 가치다. 거기다 공부는 나만 잘사는 세계에서 벗어나 남의 고통을 이해하고 더불어 행복해질 수 있는 세계를 꿈꾸게 해준다. 그러니 공부는 한때 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평생해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인공지능 시대에 걸맞은 공부 방식을 찾을 수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읽고 토론하고 쓰면 된다. 저자는 쓰려고 읽는 일이야말로 가장 미래적인 공부방법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글을 쓰려고 읽는 과정에서 누구든 엄청난 변화를 겪으리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공부를 통해 타인의 고통을 상상하는 힘을 키워야 함을 강조한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삶의 현장으로 치고 들어오는 4차 산업의 시대에서 과거의 공부 방식으로는 절대 미래 시대를 준비할 수 없다.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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