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까만 단발머리
리아킴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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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 작업을 위해서 나는 나를 고립시킨다. 누군가 흐름을 깨는 것을 못 견디는 탓에 블라인드를 모두 치고, 조명도 최소한의 것만 켜둔다. 이렇게 사방을 완전히 막아놓고 작업을 시작해야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동작이 나온다. 그렇게 춤이 시작되면 시간이 흐르는 걸 인지하지 못한다. 10시간이고 12시간이고······. 정신을 차려보면 해가 떠 있기 일쑤. 밤 12시에 시작된 연습은 점심시간을 몇 시간 앞두고서야 끝이 나기도 한다. 생각해보니 물도 안 마셨고 밥도 안 먹었다. 연습실에 들어가면 세상과 나는 그렇게 차단된다. 스튜디오의 세 벽면을 가득 채운 거울에 내 모습이 비친다. 지금부터 이곳은 나만의 공간이다. 어떤 춤이 나올지 모르는 무한한 가능성이 펼쳐질 그런 곳. (p.22)

 

내가 입을 다물지 못하고 빠져들었던 그것은 마이클 잭슨의 내한 공연이었다. 나는 아주 큰 뭔가로 머리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는데, 그렇게 넋 놓고 바라봤던 무대에서 불렀던 노래가 바로 「빌리진 Billie Jean」이었다. 관객들은 마법에 걸린 것처럼 오롯이 ‘그’에게 몰입하고 있었다. 화면 밖에 있는 나까지 전율을 느끼게 해주며, 그가 그렇게 내 앞에 나타났다! 매일 마이클 잭슨의 영상을 보고 자료를 찾았다. 그에 대해 알면 알수록 머리는 찌릿해지고 가슴은 터질 것 같았다. 볼 때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도 저런 거 하고 싶어!’ 찌질이, 왕따, 사춘기, 반항의 시기를 온몸으로 겪고 있던 내가 꽤 오래 고민하다 아빠에게 말했다. “아빠, 저 춤 배우고 싶어요.” (p.66)

 

목적지까지 가는 길을 선택하는 건 각자의 몫이다. 거기에 전제되어야 할 것이 있다. 확신이란 것. 내가 좋아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 잘할 수 있는 것에 대한 확신이 생기면 좀 오래 걸리더라도, 좀 험한 길이라도, 결국은 목적지까지 가보자 싶다. 목적지가 생겼는데 가는 길이 걱정돼서 망설인다면, 결국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목적지가 내가 생각했던 곳과 같은 곳인지 다른 곳인지는 거기 가봐야 안다. (p.78)

 

아직 인생의 의미를 다 안다고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이제 그 방향이 어디인지는 안다. 여전히 나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지만, 예전보다 내가 더 성장한 것은 맞다. 이 시간이 점점 더 쌓이고 쌓여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만든다. 누가 그랬다. 사람들은 원하는 일이 어렵다고 핑계 대면서 해보지도 않고 결국 그것에 ‘꿈’이라는 이름을 붙인다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냥 하는 거라고. 행복해지길 원한다면 하면 된다. 해보면 알게 된다. 이제 나는 내가 추고 싶은 춤을 춘다. 그리고, 나의 춤을 춘다. (p.254)

 

 

 

내가 사랑에 빠졌던 춤, 미쳐 있었던 춤, 나를 기쁘게 했던 춤, 나를 힘들게 했던 춤, 살기 위해 이 춤을 다시 만나야지. 내가 추고 싶은 춤, 내가 행복한 춤, 나를 살게 해주는 춤을. 그리고 원하는 만큼 충분히 해야지. 직성이 풀릴 때까지. 이 책은 ‘춤’이 아니라, ‘그녀가 사랑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세계 대회 팝핀 우승, 빛나는 K팝 안무의 숨은 주인공, 유튜브 구독자 1,600만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의 안무가 리아킴 이야기 <나의 까만 단발머리>. 때론 파워풀하고 때론 섹시하게 팝핀, 락킹, 힙합, 어반 코레오그라피 등 장르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춤추는 그녀는 댄스 커뮤니티를 시작으로 K팝 안무, 유튜브 채널, 공중파 방송, 기업과의 아트 컬래버까지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춤을 전파해 나가고 있다. 선미의 <24시간이 모자라>, <가시나>, 트와이스의 <ㅜㅜ>, 아이오아이(I.O.I) <너무너무너무> 등 K팝을 더 신나게 하는 리아킴의 매직.

 

찌질이, 왕따, 사춘기, 반항의 시기를 온몸으로 겪고 있던 소녀는 마이클 잭슨의 내한공연을 보고 처음으로 심장이 폭발할 듯 뛰었고, 문화센터, 댄스팀 등 춤을 배울 수 있는 곳이라면 대학 진학도 포기하고 어디든 찾아다녔다. 재능과 열정, 노력이 함께 폭발해 세계 댄스 대회에서 팝핀과 락킹 부문에 우승하며 댄스 커뮤니티의 주인공이 된다. 그러나 세계 최고라는 타이틀이 주었던 행복은 단 3일뿐이었다. 그녀는 사람들이 댄서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길 원했다. 춤을 만들어 선보인 사람도 작곡가나 작가처럼 독립적인 아티스트로 인정받기를 원했다. 누군가의 백업 댄서가 아닌 메인 아티스트로 활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다. 춤을 더 많은 이들과 함께 공유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가 만들어졌다.

 

 

책에는 리아킴, 그녀가 춤, 즉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추구하며 겪은 성공과 긴 방황, 그리고 이를 통해 얻은 깨달음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왕따였던 학창 시절부터 부모님 이야기,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사연까지 그녀의 부끄러운 흑역사들을 정말 솔직하게 담아낸다. 리아킴? 그녀의 춤은 멋지다. 황홀하다. 눈을 뗄 수가 없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춤을 정말 잘 춘다. 어느 정도 위치에 오르면 자신의 능력을 으스댈 만도 한데 그런 게 전혀 없다. 이런 그녀를 보고 사람들은 “선생님은 타고나셨죠?” “재능이 있으니까 그렇게 추죠!” “전 완전 몸치예요!” 이런 이야기들을 하지만 알고 보면 그녀는 그저 집요한 노력파에 불과하다. 먹고, 자고, 화장실 가는 것도 잊어버린듯 목표 그 하나에 올인하는 집요함. 이것의 그녀의 재능이었다. 그녀는 멈추지 않는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독창적인 안무를 만들고 대중들과 소통하고자 쉼없이 열정을 쏟아붓는다. 오직 그런 노력만이 그녀를 이 자리에 이르게 만들었다. 이게 바로 그녀가 어디서나 반짝반짝 빛이 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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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가 돌아왔다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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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돌아가지 마. 사람들은 항상 이렇게 얘기한다. 상황이 달라져 있을 거라고. 기억하는 것과 다를 거라고. 과거는 과거로 남겨두어야 한다고. 물론 맨 마지막 충고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과거는 자꾸 되살아나는 성향이 있다. 꼭 맛없는 카레처럼. 나도 돌아가고 싶지 않다. 진짜다. 내 위시리스트에는 쥐들에게 산 채로 잡아먹히기나 라인 댄스가 그보다 더 상위에 랭크되어 있다. 내가 나고 자란 거지 소굴을 그 정도로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살다 보면 잘못된 선택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도 있다. (p.16)

 

살짝 목이 멘다. 나는 무감각해지는 데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그래도 잠깐 평정심에 금이 간다. 희망으로 가득했던 인생. 하지만 모두의 인생이 그렇다. 희망이다. 확약은 아니다. 우리는 미래에 우리 자리가 마련돼 있다고 믿고 싶어 하지만 예약만 되어 있을 뿐이다. 그 자리가 경고나 환불도 없이, 얼마만큼 가까이 왔는지에 상관없이 당장이라도 취소될 수 있는 게 인생이다. 경치를 감상할 시간 조차 없이 달려왔더라도 말이다. 벤처럼. 내 여동생처럼. (p.26)

 

나는 귀신을 믿지 않는다. 우리 할머니는 입버릇처럼 얘기했다.

“네가 무서워해야 하는 쪽은 죽은 사람들이 아니야. 살아 있는 사람들이지.” 거의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나쁜 일이 남긴 잔상을 느낄 수 있다는 말은 믿는다. 그것들은 콘크리트에 찍힌 발자국처럼 우리의 현실이라는 천 위에 각인된다. 그 흔적의 원인은 오래전에 사라졌을지라도 남은 자국은 영영 지워지지 않는다. 어쩌면 내가 그래서 아이의 방에 들어가지 않는 건지 모른다. 이 집에서 사는 건 괜찮지만 이 집 자체가 괜찮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어떻게 그럴 수 있겠는가. 이 안에서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고 건물들은 그걸 기억하는데 말이다. (p.34)

 

사람들이 말하길 시간은 치유의 힘이 엄청나다고 한다. 이 말은 틀렸다. 시간은 지우는 힘이 엄청날 따름이다. 무심하게 흐르고 또 흘러서 우리의 기억을 갉아먹고, 여전히 고통스럽지만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작고 뾰족한 조각들만 남을 때까지 불행이라는 커다란 바위를 조금씩 깎아낸다. 무너진 가슴은 다시 맞출 수 없다. 시간은 그 조각들을 거두어 곱게 갈 뿐이다. (p.68)

 

 

작은 마을 안힐에서 마을 전체를 충격에 빠뜨린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엄마가 아들을 처참하게 살해하고 자살한 것이다. 엄마는 아이의 시신 위쪽 벽에 피로 ‘내 아들이 아니야’라고 휘갈겨놓았다. 사건의 처참함에 경찰조차 눈살을 찌푸릴 정도였다. 그리고 이 한 문장으로 인해 가슴 깊숙한 곳에 비밀로 묻어두었던 20년 전 처참했던 사건의 봉인이 다시 열리게 된다. 그 사건이 일어났던 건 20년 전. 조 손이 열다섯 살 때의 일이다. 조와 친구들은 갱도로 들어가는 입구를 찾았다는 친구 크리스의 말에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열어서는 안 되는 문을 한밤중에 몰래 열고 만다. 가파른 계단을 따라 내려간 그곳은 놀랍게도 어린아이들의 유골이 가득한 동굴 무덤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조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자신의 어린 동생 애니가 몰래 따라왔을 줄은. 동굴에서 뜻밖의 딱정벌레 떼의 습격을 당한 친구들은 허겁지겁 도망치려 하다가 쇠지렛대로 애니를 치고 만다. 애니는 죽었다. 조와 친구들 모두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 일이 있고 48시간 뒤…… 애니는 상처 하나 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오빠의 이름을 다정하게 부르며. 그리고 조의 끔찍한 악몽이 시작되었다.

 

이 책이 증명한다. 스티븐 킹, 리 차일드 강력추천, 출간 즉시 아마존 베스트셀러, 40개국을 매혹시킨 환상의 스토리텔러, 2019년 스릴러 최대 화제작 등 책에 따라붙는 수식어가 어느 하나라도 헛되지 않는다. 틀린 말이 아니다. 읽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아주 그냥 초반부터 난리가 났다. 너무 무서운데 책을 덮을 수가 없다! 누굴까? 도대체 누구야! 함정에 제대로 빠져버렸다. 예단하지 말 것. 모든 것에 의문을 제기할 것.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할 것. 저자가 전작 <초크맨>에서 보여주었던 강렬한 도입부와 반전을 거듭하는 속도감이 배가 되었다. 거기다 음산하고 신비주의적인 분위기까지 더해져 옴짝달싹할 수가 없다. 모든 문장은 단서가 되고, 그 단서는 후반부에 이르러 반전으로 되돌아와 독자들을 강렬한 충격에 빠뜨린다.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압도적이다. 허투루 쓰인 문장이 하나도 없다. 정말 순간순간 입이 마르고 숨이 멎는 듯했다. 미쳤다 이건! 더위를 순식간에 날려버린다! 더위? 그게 뭔데! 이 작가가 앞으로 또 어떤 작품을 내놓을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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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피치, 마음에도 엉덩이가 필요해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서귤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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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상형은 로봇 청소기에게 상냥한 사람. 인형 탈을 쓴 알바생과 기념사진을 찍고 싶어 수줍게 줄을 서는 사람. 개미가 줄지어 지나가면 피해서 돌아가는 사람. 송이째 떨어진 능소화를 줍기 위해 땡볕에서 허리를 구부리는 사람. 산책하는 강아지를 보면 반사적으로 웃어버리는 사람. 그렇게 작은 것에 마음을 내어주는 사람. 내가 얻고 싶은 사람. 되고 싶은 사람. (p.57)

 

끝없는 사탕 꾸러미를 만들어요 당신과의 추억은 가방 앞주머니에 넣어둔 비상용 사탕 같아요. 지치고 힘들 때 하나씩 꺼내 먹으면 비실거리던 몸과 마음에 힘이 솟아요. 나는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끝없는 사탕 꾸러미를 당신과 만들고 싶어요. 언젠가 당신이 곁에 없는 비상시의 그날이 찾아오면 이 사탕이 나를 지탱해주리란 걸 알아요. (p.72)

 

마음을 위한 요가 수업 무릎을 세우고 바닥에 앉으세요. 그리고 양팔로 다리를 껴안으세요. 허벅지를 가슴에 밀착시킨 후에 고개를 숙여 무릎에 이마를 대세요. 턱을 내려 입과 코를 한껏 심장 가까이로 당기세요. 이제 손바닥으로 종아리와 허벅지를 두드려볼까요? 토닥토닥. 10번 해볼게요. 좋아요. 이제 심장을 향해 말해주세요. 괜찮아. 지금 아파해도 괜찮아. 나는 네가 언젠가는 다시 행복에 겨워 두근거릴 거라는 걸 알고 있어. (p.78)

 

너무 많은 건반 앞에서 청춘은 피아노를 처음 배우는 아이 같아요. 오른손 엄지손가락으로 도를 누른 후, 아이는 남은 87개의 건반 중에 무엇을 눌러야 할지 몰라 겁에 질려요. 너무 많은 건반, 너무 많은 건은 색과 하얀 색, 너무 많은 화음, 너무 많은 가능성. 보면대에 놓인 악보는 사실 하나도 읽을 수 없는데, 무엇을 눌러야 하는지 모른 채 손가락에 힘을 주지도 풀지도 못하고 울먹이는 것이 바로 청춘의 얼굴. 안쓰러워서 사랑스러운, 그저 처음 피아노 앞에 앉았을 뿐인 우리. (p.118)

 

 

그림책, 만화에서 에세이까지 종횡무진 다양한 장르에서 재치를 떨치며 활보하는 서귤 작가와 유전자 변형으로 자웅동주가 된 사실을 알고 복숭아 나무에서 탈출하였다는 토실토실 말랑말랑 귀염둥이 어피치의 만남은 생각보다 그 파급력이 대단하다! 넘어온다~ 넘어온다~ 이리 넘어온다~ 이렇게 귀여운데 안 넘어오고 베겨?! 울리다 웃기기 전문 악동 서귤 작가의 글에 오늘도 넘치는 흥과 핑크핑크 에너지를 뿜어내는 개구쟁이 어피치가 더해지니 눈으로 머리로 가슴으로 글이 하나둘씩 모여든다. 이래서 믿고 본다니까! 입가에는 배시시 웃음이, 가슴에는 진한 감동이! 악동 둘이서 사람을 쥐락펴락! 안 읽으면 후회하지롱~ 만나고 헤어지고 그리워하고 다시 사랑하고 이 모두가 혼란스럽고 싫지만 또 마냥 그렇지만은 않은 감정들. “살아남는 건 우리의 찬란한 재능. 마르지 말자. 바스러지지 말자. 내일은 더 대충 살자!” 다음은 차례는 누구일까?! 튜브? 네오? 프로도? 제이지? 무지? 콘? 누가 나와도 격하게 인기 상승각! 그래도 나는 라이언이 제일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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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히피 로드 - 800일간의 남미 방랑
노동효 지음 / 나무발전소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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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을 찍는 여행’과 ‘선을 따라가는 여행’. 둘 중에 어느 것이 더 나은가, 하는 문제는 여행자의 취향에 달렸다. 그리고 여행자의 취향이 다르면 가진 돈의 사용처도 달라졌다. 어떤 여행자는 맛집, 어떤 여행자는 투어프로그램, 어떤 여행자는 나이트클럽, 나의 경우엔 다른 경비를 아껴서라도 길과 풍경을 보는 데 돈을 투자했다. 지구상의 모든 길을 다 보고 싶었기에. 물론 나의 욕망이 불가능한 욕망이란 건 잘 알고 있다. 모든 길을 다 보았다 한들, 지나간 길에서 또 다른 길이 태어나고 자랄 테니까. (p.57)

 

레인보우 패밀리 오브 리빙 라이트Rainbow Family of Living Light. 줄여서 레인보우 패밀리라 부른다. 지구 행성 어느 대륙에나 존재하는 가족이지만 이끄는 사람은 따로 없다. 그럼에도 무지개 모임은 1972년 이후 현재까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무정부주의 성향 유랑자 집회로서 조직이 워낙 느슨하다 보니 관심주제도 다양하다. 비폭력 평등주의, 환경주의, 페미니즘, 평화 행동주의 등등. 모든 관심주제는 ‘사랑과 평화’로 귀결된다. 그들은 말한다. 무지개 모임은 1960년대 히피들이 뿌린 꽃씨에 물을 주고, 씨앗을 퍼트리는 것이라고. (p.75)

 

사람들은 내가 여행을 좋아할 거라고 여긴다. 그러나 내가 진정 사랑하는 건 언제나 ‘다른 곳에서의 삶’이었다. 여행을 하든, 관광을 하든 ‘다른 곳으로 가는 길’은 늘 존재하지만 ‘다른 곳에서의 삶’이 늘 존재하는 건 아니다. 가령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도 한 달을 보냈다. 아름다운 작품들로 가득한 미술관, 화려한 쇼와 수많은 볼거리들. 어디에서나 ‘다른 곳으로 가는 길’이 있었지만 ‘다른 곳에서의 삶’은 없었다. 마르델플라타엔 ‘다른 곳에서의 삶’이 있었다. 내게 여행이란 단 한 번의 인생에서 여러 겹의 생을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마르델플라타에서 보낸 또 다른 생은 행복했다. (p.154)

 

삶은 어떤 우연에 의해 전혀 다른 곳으로 방향을 틀기도 한다. 오늘의 기쁨과 환희가 내일의 슬픔과 고통으로 돌아오기도 하고, 오늘의 슬픔과 고통이 내일의 기쁨과 환희가 되어 돌아오기도 하듯이. 강도 사건을 겪고 키토를 떠나 도착한 마을에서 만난 떠돌이 히피들. 다들 호스텔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이었다. 국제방랑서커스단. 내 앞에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삶이, 또 다른 세계가 기다리고 있었다. (p.247)

 

 

그에게 남아메리카는 방랑의 대륙이었다. 히피, 거리의 악사. 호보(떠돌이 일꾼). 히치하이커. 떠돌이 명상가. 유랑 서커스단. 떠돌이 수공예가. 지구 행성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방랑의 물결이 남아메리카를 흐르고 있었다. 물론 짧은 여정으로 대도시만 찍고 가는 관광객들과 출장 비즈니스맨에겐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세상 조류에 아랑곳없이 시간을 향유하는 여행자는 만나게 될 것이다. 남아메리카의 터미널과 광장에서 큰 배냥을 메고 꽃잎처럼 떠도는 방랑자들을. 남아메리카는 가난한 나라들로 이뤄진 대륙. 북아메리카의 히피들처럼 타고 다닐 컨버터블 자가용이나 폭스바겐 버스 따윈 없었다. 황량한 도로엔 히치하이킹 차량조차 드물었으니까. 남아메리카에서 태어난 ‘꽃의 아이들’은 제 몸으로 익힌 기예와 기술로 여비를 벌며 대륙을 떠돌기로 했다. 길 떠난 아이들은 낯선 나라의 광장에서 자신이 만든 수공예품을 팔고, 기예를 부리고, 악기를 연주해서 여비를 벌었고, 히치하이킹이나 대중교통을 갈아타며 길을 떠돌았다. 가진 것도, 잃을 것도 없는 가난이 북아메리카 히피가 가졌던 한계를 넘어서게 한 것이다.

 

지구 풍경과 삶의 베일을 벗기기 위해, 2~3년 주기로 대륙을 옮겨 다니며 여행하는 작가 노동효. 그가 7년 만에 내놓은 신작 <남미 히피 로드>. 페루에서 시작해 볼리비아, 파라과이,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칠레, 에콰도르, 콜롬비아, 브라질, 쿠바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남아메리카를 떠돌며 전직 방랑자였거나 현직 방랑자인 자매형제들과 어울려 보낸 800일간의 기억을 여기 이곳에 가득히 담아냈다. 그는 보통의 여행가들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많은 여행안내서에서는 남미를 가르켜 치안이 불안하고, 불량배로 가득하고, 소매치기와 강도 사건이 비일비재하다고 소개하지만, 작가는 오히려 각 도시에서 가장 허름한 숙소를 찾아다니며 유럽이나 북미출신 배낭 여행자나 일반 관광객이 아닌 현지에서 살아 숨 쉬는 방랑자들을 만난다. 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히피 공동체 ‘레인보우 패밀리 RAINBOW FAMILY’와 안데스 산자락에서의 숲속 생활, 콜롬비아 커피 마을의 서커스 학교 체험, 남아메리카의 광장과 거리에서 만난 악사, 방랑 시인, 떠돌이 명상가, 유랑서커스단, 길거리 수공예가, 쿠바의 젊은 음악가 등 남아메리카의 자유 영혼, 그리고 히피 무리와 어울리며 지낸 체험담을 실제 그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함께 생생하게 그려낸다. 그만큼 그에게 남아메리카는 여행자들의 불안과 불편을 털어버릴 만큼 강력한 매력을 발산하는 곳이었다. 그의 여행 방식은 장기체류 후 이동. 지구란 행성과 인간을 더 잘 알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고, 넓은 대륙이나 지역의 경우 최소 2년이 소요되었다. 그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은 바로 “저 너머엔 무엇이 있을까?”. 궁금증과 호기심이 그를 이처럼 끊임없이 움직이게 만든다. 그가 살아 있는 한, 길이 존재하는 한, 그는 이 길을 계속 따라갈 것이다. 각 지역에 맞는 속도로 너무 빠르지 않게, 너무 느리지 않게. 이 책 뭐지? 떠나고 싶지만 떠날 수 없어 책을 들었더니 책이 오히려 등을 떠민다. 그와 함께 하는 길은 즐거웠고 감동적이었으며 눈에 직접 담고 싶을 만큼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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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일의 지구 여행 - 아이들과 떠나는 최소 비용 세계 여행 프로젝트
곽명숙 지음 / 아라크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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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 대해 생각할수록 꿈은 점점 커졌다. 터키에서는 열기구를 타고 싶었고, 뉴욕에서는 헬기를 타면 좋을 것 같았다. 가고 싶은 나라와 하고 싶은 일을 모두 적고 예산을 짜 보았다. 그랬더니 3,000만 원을 훌쩍 넘어 4,000만 원에 가까운 돈이 필요했다. 소심한 내 심장이 콩닥콩닥 뛸 정도의 액수였다. 두 달에 4,000만 원을 쓰는 건 내 기준에서 제정신이 아닌 일이었다. 다녀와서는 어떻게 살려고? 예산을 보고 충격을 받은 건 남쳔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과감한 결단이 필요했다. 나는 평소 생활 습관처럼 여행도 미니멀로 떠나기로 했다. 반드시 하고 싶은 것 한 가지를 남기고 나머지는 상황에 맞춰 유동적으로 즐기기로 했다. 법정 스님도 말하지 않았던가! “텅 빈 상태에서 충만감을 느끼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빡빡한 계획에 쫓겨 다니지 말고 적은 일정으로 홀가분하게 여행을 하자. (p.18)

 

항공권을 검색하는 방법은 무한대다. 저가 항공이 늘어나면서 항공사들의 경쟁도 심해졌다. 그와 동시에 여행객들의 노하우도 발전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보가 많을수록 다양한 방법으로 저렴한 여행을 할 수 있다. 최저가 항공권 검색은 보통 ‘스카이스캐너‘ ‘카약’ ‘구글플라이트’를 많이 이용한다. 항공권뿐 아니라 호텔과 렌터카까지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하다. 그 외 국내 사이트로는 ‘인터파크 투어’ ‘땡처리 닷컴’ ‘네이버 항공권’ 등이 있다. 참고로 저가 항공권의 경우 환불이 어려울 수 있으니 결제 전에 요금 규정을 꼭 확인해야 한다. 우리는 여행 전 가격을 미리 알아보고, 예매는 떠나기 직전에 했다. (p.27)

 

장기간의 가족 여행은 언제든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여행자 보험이 필수다. 환전 시 일정 금액 이상이면 무료로 여행자 보험을 들어 주기도 하고, 신용카드사에서 제공하는 여행자 보험도 있으니 먼저 내용을 확인해 두면 좋다. 하지만 무료 보럼은 보장 내용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더 많은 보장이 되는 보험을 준비하고 싶다면 ‘온라인 보험슈퍼마켓 보험다모아’에서 여행자 보험을 비교해 보고 가입하면 된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보험 비교 사이트로, 안전하고 믿을 만하다. (p.49)

 

여행이 주는 묘미인지 황당함인지, 항상 보던 가족들의 새로운 모습을 마주하게 되는 일이 종종 있다. 아이들은 불쑥 어른스러운 행동을 하고 남편은 불쑥 아이 같은 행동을 하기도 한다. 여행이 끝날 때쯤이면 아이들은 얼마나 더 성장해 있을까. 그리고 남편은 얼마나 더 웃기는 사람이 되어 있을까. “엄마, 제대로 가는 거 맞아요?”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시간, 우린 마치 납치당하는 것처럼 허름한 버스에 실려 갔다. 아이들은 불안했는지 옆에 바싹 붙어 앉아 물었다. 아무 말 없이 출발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언제쯤 도착한다는 설명도 없이 달리는 버스 때문에 스릴은 한층 더 업그레이드되었다. 하지만 버스는 무사히 공항에 도착했고, 우리가 납치 당하는 일도 없었다. (p.84)

 

 

 

지금껏 가정주부로 열심히 살았다. 앞으로도 그런 일상에 큰 변화가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10년 넘게 열심히 일만 하던 남편이 SOS 신호를 보냈다. 남편의 휴식을 위해, 그리고 오래된 작은 꿈을 이루어 주기 위해 여행을 준비했다. 하지만 막연히 떠올린 여행은 점점 규모가 커졌고 어느덧 눈덩이처럼 불어나 세계 일주가 되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 1년 동안 정보도 모으고 돈도 모았다. 그렇게 여행을 떠나 60일간 세계 13개국 21개 도시에 머물렀다. 미국, 영국, 프랑스, 사하라 사막을 돌고 목표했던 2,000만 원 내에서 여행을 완성했다. 그리고 여행을 준비하면서 겪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여행이 준 크고 작은 변화에 대해 꼼꼼하게 기록했다. 여행을 준비하는 모든 가족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다같이 돌자~ 동네 한 바퀴~♪ 아니다?! 다같이 돌자~ 지구 한 바퀴! 아이들과 떠나는 최소 비용 세계 여행 프로젝트 <60일의 지구 여행>. 평범한 가족의 아주 특별한 여행이 시작된다. 세계 여행은커녕 유럽 한번 가 본 적 없던 전업주부가 아이들의 손을 잡고 60일간 지구를 한 바퀴 돌았다. 꿈도 많고 걱정도 많은 평범한 가족이 용기 내어 한 발 내디딘 길 앞에 펼쳐진 고단하고 행복한 여정의 기록! 이 여행 절대적으로 찬성이오! 아이들에게 있어서도 부모에게 있어서도 평생 잊지 못할 추억임이 분명하다. 부모는 아이들에게 아이들은 부모에게 서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간을 선물했다. 서투르지만 여행을 이끌어 가며 직접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이런 기회가 어디 그리 흔할까. 얼핏보면 시중에 나와 있는 여행 책들과 비슷할지 모르나 그 속은 판이하게 다르다. 여행을 결심하게 된 계기부터 떠나기 전까지 작가가 모으고 정리한 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 여행의 고수가 보기엔 뭘 이런 것까지 알려 주나 싶을 정도로 A부터 Z까지 수많은 정보를 차곡차곡 아낌없이 공유한다. 여행지를 고르는 방법부터 최저가 항공권을 찾는 방법, 숙소를 선택하는 기준, 여권 및 서류 준비와 여행자 보험, 여행지에서의 로밍과 유심, 그리고 여행 전에 확인하면 좋은 어플까지 추천한다. 게다가 짐 싸는 방법과 여행 중에 꼭 필요했던 물건 등 작가가 여행을 준비하면서 익힌 모든 노하우를 정리했다. 초보 여행가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임이 분명하다! 어쩌다~ 어쩌다! 이 책을 보게 된 것인지 내 발등 내가 찍었구나..! ㅠㅠ 책을 덮고 당장이라도 짐을 싸서 아이와 함께 떠나고픈 마음이 굴뚝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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