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까만 단발머리
리아킴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안무 작업을 위해서 나는 나를 고립시킨다. 누군가 흐름을 깨는 것을 못 견디는 탓에 블라인드를 모두 치고, 조명도 최소한의 것만 켜둔다. 이렇게 사방을 완전히 막아놓고 작업을 시작해야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동작이 나온다. 그렇게 춤이 시작되면 시간이 흐르는 걸 인지하지 못한다. 10시간이고 12시간이고······. 정신을 차려보면 해가 떠 있기 일쑤. 밤 12시에 시작된 연습은 점심시간을 몇 시간 앞두고서야 끝이 나기도 한다. 생각해보니 물도 안 마셨고 밥도 안 먹었다. 연습실에 들어가면 세상과 나는 그렇게 차단된다. 스튜디오의 세 벽면을 가득 채운 거울에 내 모습이 비친다. 지금부터 이곳은 나만의 공간이다. 어떤 춤이 나올지 모르는 무한한 가능성이 펼쳐질 그런 곳. (p.22)

 

내가 입을 다물지 못하고 빠져들었던 그것은 마이클 잭슨의 내한 공연이었다. 나는 아주 큰 뭔가로 머리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는데, 그렇게 넋 놓고 바라봤던 무대에서 불렀던 노래가 바로 「빌리진 Billie Jean」이었다. 관객들은 마법에 걸린 것처럼 오롯이 ‘그’에게 몰입하고 있었다. 화면 밖에 있는 나까지 전율을 느끼게 해주며, 그가 그렇게 내 앞에 나타났다! 매일 마이클 잭슨의 영상을 보고 자료를 찾았다. 그에 대해 알면 알수록 머리는 찌릿해지고 가슴은 터질 것 같았다. 볼 때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도 저런 거 하고 싶어!’ 찌질이, 왕따, 사춘기, 반항의 시기를 온몸으로 겪고 있던 내가 꽤 오래 고민하다 아빠에게 말했다. “아빠, 저 춤 배우고 싶어요.” (p.66)

 

목적지까지 가는 길을 선택하는 건 각자의 몫이다. 거기에 전제되어야 할 것이 있다. 확신이란 것. 내가 좋아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 잘할 수 있는 것에 대한 확신이 생기면 좀 오래 걸리더라도, 좀 험한 길이라도, 결국은 목적지까지 가보자 싶다. 목적지가 생겼는데 가는 길이 걱정돼서 망설인다면, 결국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목적지가 내가 생각했던 곳과 같은 곳인지 다른 곳인지는 거기 가봐야 안다. (p.78)

 

아직 인생의 의미를 다 안다고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이제 그 방향이 어디인지는 안다. 여전히 나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지만, 예전보다 내가 더 성장한 것은 맞다. 이 시간이 점점 더 쌓이고 쌓여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만든다. 누가 그랬다. 사람들은 원하는 일이 어렵다고 핑계 대면서 해보지도 않고 결국 그것에 ‘꿈’이라는 이름을 붙인다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냥 하는 거라고. 행복해지길 원한다면 하면 된다. 해보면 알게 된다. 이제 나는 내가 추고 싶은 춤을 춘다. 그리고, 나의 춤을 춘다. (p.254)

 

 

 

내가 사랑에 빠졌던 춤, 미쳐 있었던 춤, 나를 기쁘게 했던 춤, 나를 힘들게 했던 춤, 살기 위해 이 춤을 다시 만나야지. 내가 추고 싶은 춤, 내가 행복한 춤, 나를 살게 해주는 춤을. 그리고 원하는 만큼 충분히 해야지. 직성이 풀릴 때까지. 이 책은 ‘춤’이 아니라, ‘그녀가 사랑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세계 대회 팝핀 우승, 빛나는 K팝 안무의 숨은 주인공, 유튜브 구독자 1,600만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의 안무가 리아킴 이야기 <나의 까만 단발머리>. 때론 파워풀하고 때론 섹시하게 팝핀, 락킹, 힙합, 어반 코레오그라피 등 장르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춤추는 그녀는 댄스 커뮤니티를 시작으로 K팝 안무, 유튜브 채널, 공중파 방송, 기업과의 아트 컬래버까지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춤을 전파해 나가고 있다. 선미의 <24시간이 모자라>, <가시나>, 트와이스의 <ㅜㅜ>, 아이오아이(I.O.I) <너무너무너무> 등 K팝을 더 신나게 하는 리아킴의 매직.

 

찌질이, 왕따, 사춘기, 반항의 시기를 온몸으로 겪고 있던 소녀는 마이클 잭슨의 내한공연을 보고 처음으로 심장이 폭발할 듯 뛰었고, 문화센터, 댄스팀 등 춤을 배울 수 있는 곳이라면 대학 진학도 포기하고 어디든 찾아다녔다. 재능과 열정, 노력이 함께 폭발해 세계 댄스 대회에서 팝핀과 락킹 부문에 우승하며 댄스 커뮤니티의 주인공이 된다. 그러나 세계 최고라는 타이틀이 주었던 행복은 단 3일뿐이었다. 그녀는 사람들이 댄서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길 원했다. 춤을 만들어 선보인 사람도 작곡가나 작가처럼 독립적인 아티스트로 인정받기를 원했다. 누군가의 백업 댄서가 아닌 메인 아티스트로 활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다. 춤을 더 많은 이들과 함께 공유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가 만들어졌다.

 

 

책에는 리아킴, 그녀가 춤, 즉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추구하며 겪은 성공과 긴 방황, 그리고 이를 통해 얻은 깨달음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왕따였던 학창 시절부터 부모님 이야기,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사연까지 그녀의 부끄러운 흑역사들을 정말 솔직하게 담아낸다. 리아킴? 그녀의 춤은 멋지다. 황홀하다. 눈을 뗄 수가 없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춤을 정말 잘 춘다. 어느 정도 위치에 오르면 자신의 능력을 으스댈 만도 한데 그런 게 전혀 없다. 이런 그녀를 보고 사람들은 “선생님은 타고나셨죠?” “재능이 있으니까 그렇게 추죠!” “전 완전 몸치예요!” 이런 이야기들을 하지만 알고 보면 그녀는 그저 집요한 노력파에 불과하다. 먹고, 자고, 화장실 가는 것도 잊어버린듯 목표 그 하나에 올인하는 집요함. 이것의 그녀의 재능이었다. 그녀는 멈추지 않는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독창적인 안무를 만들고 대중들과 소통하고자 쉼없이 열정을 쏟아붓는다. 오직 그런 노력만이 그녀를 이 자리에 이르게 만들었다. 이게 바로 그녀가 어디서나 반짝반짝 빛이 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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