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사전 - 내게 위안을 주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소리들
윤혜선 지음 / 마음의숲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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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만 알려드릴게요.

혼자 있고 싶을 땐 연인에게 말해보세요.

“나 지금 눼닝눼닝이야.”

 

당신이 좋아하고 아끼는 사람과 싸우지 말고, 오해하지 말고,

사이좋게 예쁘게 귀엽게 잘 지내기를 바라요. 눼닝눼닝. (p.43)

 

 

세상 모든 소리가 긁는 소리 중 가장 아름다운 소리.

연필과 종이가 서고 긁고 긁히는 소리.

 

서로가 긁히며 글자가 써지는 소리.

서로가 긁히며 그림이 그려지는 소리. (p.69)

 

 

내가 아끼는 사람들을 생각하는 밤.

그들을 위해 기도하게 되는 밤.

 

모닥불이 탄다.

토닥토닥. 토닥토닥. (p.84)

 

 

 

아니, 대체 일 초에 몇 번이나 날개를 돌려대면 그런 소리가 나는 걸까? 주파수를 맞추고 있는 듯한 소리, 전자기기에서 나는 듯한 소리, 브즈즈즈즈 하는 그 소리 말이다.

 

성충이 되기까지 애벌레를 천 번이나 돌보는 그 정성에서, 싸구려 설탕물을 빨아 마셔도 황금빛 꿀물을 만들어내는 그 신비함에서, 동료에게 길을 안내하는 흥겨운 꼬리 춤에서, 나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가치를 본다. 자신들의 존재 이유와 함께 끝끝내 놓지 않는 아름다운 가치를 본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다. 바로 그것. 말보다 강한 몸의 공감 능력을 가진 벌들이 이미 지키고 있던 가치였다. (p.116)

 

 

소리사전이라니, 이게 가능할까? 글로 소리를 듣는다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저마다 고유의 소리가 있긴 하지만 그걸 책을 통해서, 그러니까 책을 읽으며 들을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 조차 못해봤다. 그런데 이게 가능하다? 그래서 정말 깜짝 놀랐다. 각각의 소리를 모아 놓은 글을 마음속으로 다시 되뇌이며 읽으면 어느샌가 달빛의 소리가 들리고, 마음에 비 오는 소리, 까치의 웃음소리, 종이가 연필을 만날 때 나는 소리, 모닥불 타는 소리, 아이가 달려가는 소리, 가위질 소리, 자몽에이드 얼음 녹는 소리, 개구리 소리, 마음이 멍드는 소리, 모기의 소리, 눈 오는 소리 등 여러 가지 소리가 하나 둘씩 들려온다. 모두 보고 듣고 느끼는 마음의 소리들.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들을 수 있는 것들이지만 어째 평소와는 확연히 다르다. 콩닥콩닥, 후후, 위이잉, 땍땍땍, 띵똥, 푸드덕 푸드덕, 타닥타닥, 콩콩콩, 평소 자주 듣던 소리들이라 귀에 익숙하지만 마음속에서 하나씩 재생되는 소리들은 어째서인지 더 집중해서 듣게 되고 그만큼 더 깊숙이 파고들어 또렷하게 들려온다. 사뭇 새삼스럽다. 가만히 앉아있던 글자에 소리가 더해지더니 글자가 갑자기 공중을 붕붕 떠오르고 생기있고 발랄한 모습으로 변해버렸다. 분명히 알고 있는 것들인데 모든 소리가 하나하나씩 분리되어 그에 웃기도 하고 가슴 찡한 감동을 받기도 하고 적잖게 위로 받으며 특별한 의미를 더해 새롭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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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씽 인 더 워터 아르테 오리지널 23
캐서린 스테드먼 지음, 전행선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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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직 당신뿐이다. 당신 이외에는 신경 쓰는 사람도 없다. 살아남으려 발버둥 치는 것은 오직 당신과 당신 자신뿐이다. 음악이 멈췄어도 춤추기를 멈출 수 없는 느낌, 그게 바로 무덤을 팔 때의 기분이다. 춤을 멈추면 죽는다는 걸 아니까. 그러니까 계속 판다. 계속 팔 수밖에 없다. 대안이 없으니까. 있다고 하더라도 필경 어느 노인의 낡은 헛간에서 찾아낸 삽으로 단단히 다져진 땅을 끝없이 파들어가기보다 훨씬 더 끔찍할 테니까. (p.13)

 

 

나는 그것을 건너다본다. 구겨진 방수포 둔덕. 그 아래 살과 피부와 뼈와 이가 놓여 있다. 죽은 지 세 시간 반 된 시체가. 아직 따뜻할지 궁금하다. 내 남편. 만져보면 따뜻할 것이다. 구글로 이미 검색해봤다. 어느 쪽이든 놀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됐어. 그래, 팔과 다리는 차가울 테지만, 몸통은 아직 따뜻할 것이다. 그럼 됐다. (p.17)

 

 

그와 나는 한 팀이다. 물샐 틈 없다. 안전하다. 세상에는 우리가 있고, 우리를 제외한 나머지가 있다. 지금까지는 그랬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p.79)

 

 

 

 

 

한밤중 깊은 숲속에서 홀로 무덤을 파고 있는 에린. 지금 그녀가 파고 있는 구덩이는 남편을 묻을 무덤이다. 행복한 신혼부부였던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두 달 전, 금융업계에서 스카우트되어 승진할 정도로 능력 좋은 은행가 마크와 촉망받는 신예 다큐멘터리 감독 에린은 열렬한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하고 보라보라섬으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그곳 바다 한가운데에서 의문의 가방 하나를 발견했다. 셀 수 없이 많은 지폐와 다이아몬드, 권총 한 자루가 들어 있는 가방. 그 아래 깊은 바닷속에는 추락한 비행기와 가방의 주인으로 보이는 시체들이 가라앉아 있었다. 이를 본 마크와 에린은 주인 잃은 그 가방을 차지하기로 결심하고 돈과 보석을 몰래 처분할 계획을 세운다. 세관을 통화하고 증거물을 안전하게 처리하고 스위스에 차명계좌를 개설하고 모든 게 놀라울 정도로 순조롭기만 한데 어째서인지 무언가 서서히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에린을 사로잡는다. 꼭 잠근 뒷문이 열려 있고, 부부 사진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매일 말 없는 부재중 통화가 정확히 똑같은 시간에 남겨져 있다. 지금 누군가 자신들을 뒤쫓고 있는 게 분명하다!

 

인생을 바꾸어놓을 단 한 번의 선택! 이제 목숨을 담보로 한 아슬아슬한 심리 게임이 시작된다! 이 책의 저자는 TV 드라마와 연극 무대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며 ‘로런스 올리비에’상에도 노미네이트된 연기파 배우다. 그녀는 뜨거운 나미비아 사막에서 촬영하던 중 눈부시게 반짝이는 바다를 생각하다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3개월 만에 글을 써 내려가 이 소설을 탄생시켰다. <썸씽 인 더 워터>는 결혼에 갓 골인한 행복한 커플이 돈과 다이아몬드, 권총이 든 가방을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심리스릴러다. 누구나 한 번쯤 꿈꿔보는 일확천금의 기회, 완벽한 범죄자가 되지 못한다면 모든 걸 잃을 것이다. 영리하게, 우아하게, 그러나 최후의 순간에는 비정하게. 시체를 파묻는 손은 점점 핏빛으로 물들어간다. 마지막까지 결말을 예측할 수 없는 짜릿한 심리스릴러! 이 책은 읽으면서도 다시 보고 싶을 정도로 매혹적이다. 그래서 위험하다. 치밀하게 짜여진 이야기에 발을 들여놓은 이상 웬만해서는 뒷걸음질 치며 달아날 수가 없다. 온몸을 전율케하는 긴장감에 한낮의 더위는 잠시 잊혀져간다. 그만큼 흡입력이 상당하다. 배우로서의 경험이 고스란히 이야기에 녹아들어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하다. 이러니 누가 됐던 간에 책을 읽기 시작하면 마지막 장에 이르기까지 손에서 내려놓을 수 없다. 시간순삭 최고최고! 2020년 출간 예정인 두 번째 작품 <미스터 노바디>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상당히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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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 몰입의 즐거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크리스틴 웨인코프 듀란소.필립 래터 지음, 제효영 옮김 / 샘터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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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무언가에 몰입했던 순간보다 강렬한 기억은 거의 없다. 몰입의 순간은 인생을 살만하다고 느끼게 한다. 목표를 이루고자 열정을 다해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이와 같은 상태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몰입의 큰 장점이다. 달리기를 하면 다양한 상황에서 몰입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몰입을 경험하는 빈도가 높아진다. 달리기 대회에서는 경쟁심 높은 선수들이 체계적으로 구성된 험난한 환경에서 자신의 기량을 시험한다. 산길이나 시골길을 달릴 경우 기술적으로 넘어서야 할 과제들과 맞닥뜨리지만, 동시에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혀주고 생각을 가다듬게 한다. 해변에서 달리면 파도 소리 때문에 명상하듯 생각에 열중하게 된다. 평지를 달릴 때도 한발 한발 내딛는 리듬과 함께 찾아오는 가뿐한 기분에 푹 빠지면 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p.29)

 

몰입의 역설적인 특징 중에서도 단연 최고는 몸과 마음의 잠재력이 거의 최대한 발휘되면서도 굉장히 즐겁다는 점이다. 이론적으로 최고의 성과는 최선을 다했을 때 따라야 한다. 몰입에서 나타나는 이 모순된 상황은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복잡하고 연속적인 단계에서 비롯된다. 무조건 몰입할 수 있다고 보장할 수는 없지만 심리적 · 생리적 상태가 완전히 일체화되어 기능할 경우, 몰입이 가장 절실한 순간 실제로 몰입을 경험하게 될 확률이 가장 높아지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진다. (p.53)

 

좋아하는 일은 더 많이 하게 된다. 많이 할수록 더 잘하게 되고, 잘하게 되면 더 어려운 일에 도전할 수 있다. 그리고 도전의 난도가 높아질수록 몰입을 경험할 가능성도 커진다. 몰입을 경험하면 그 일을 더 사랑하게 된다. 사랑하면 더 많이 하게 되고, 그렇게 계속 흘러간다. 이처럼 몰입의 순환은 같은 지점에서 시작하고 끝이 난다 바로 하고 있는 일 자체를 사랑하는 것이다. 트로피와 포상만을 바라고 달리는 사람은 몰입을 경험할 수 없다. 더 멀리, 또는 더 빨리 달리는 것에서 즐거움을 얻을 수도 있고 단시간에 러너스 하이를 경험할 수는 있겠지만 달리기 자체를 아끼는 마음이 없다면 몰입은 불가능하다. (p.82)

 

 

 

 

“달리고, 몰입하고, 행복하라!” 이 책은 몰입의 개념을 일반 대중들에게 소개한 몰입 이론의 창시작인 칙센트미하이의 최근 작품으로, 그의 지도를 받으며 몰입과 운동이 행복한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집중적으로 연구한 크리스틴 웨인코프 듀란소와 올림픽 대표 육상선수들의 훈련 방법과 훈련 과학, 스포츠심리학에 관한 광범위한 주제로 글을 쓰는 필립 래터가 몰입에 대해 연구한 내용을 이 책을 통해 자세히 설명한다.

 

1부에서는 몰입 경험에 관하여 중점적으로 설명한다. 몰입과 관련된 달리기 사례를 통해 몰입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보고, 몰입이 왜 그토록 독특하고 강력한 경험인지 알아본다. 이후 몰입을 구성하는 아홉 가지 요소를 통해 몰입의 개념을 더욱 공고히 다지고, 몰입의 순간을 자주 경험하는 사람들의 특징과 뇌의 화학적 기능, 개개인의 성향이 몰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본다. 이어 운동선수는 물론 일반인 모두에게 몰입이 중요한 이유가 무엇인지 논의하는 것으로 1부를 마무리한다. 2부에서는 앞서 설명한 정보를 달리기에 좀 더 구체적으로 적용한다. 몰입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를 전부 하나하나 설명하고, 지금까지 획득한 지식을 경쟁 없는 일상적인 달리기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 경쟁에 초점을 맞춰 몰입이 달리기 속도를 높이는 데 어떤 도움을 주는지, 달리기를 통해 경험한 몰입을 인생의 다른 측면까지 어떻게 확장할 수 있는지 살펴본다. 이 책은 몰입이라는 개념을 학계의 연구 주제로만 보지 않는다. 사진과 표 등 몰입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각적인 자료와 더불어 독자들이 직접 몰입의 순간을 찾을 수 있도록 실용적인 연습 방법도 함께 제공하여 전문 선수와 일반인 구분 없이 달리기를 하는 모든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는 영역으로 끄집어 낸다.

 

몰입은 자칫 신비롭고 순식간에 지나가는 경험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 많은 연구가 이루어진 일종의 심리학적 현상이다. 이 책의 공저자인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1970년대에 몰입 현상을 처음 규명했고, 이후 40여 년간 수백 명의 학자들이 이 현상을 연구했다. 결과는 다음과 같다. “자주 몰입하는 사람일수록 더 행복하게 더 큰 성취감을 느끼면서 살아간다.” 누구든 우연히 몰입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몰입의 순간을 더 발전시키고 몰입의 장점을 누리려면 지식과 연습이 필요하다.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은 그런 점에서 아주 운이 좋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목표는 일상적으로 몰입을 경험하려면 꼭 알아야 하는 지식을 제공하는 것이다. 어떤 요소가 몰입에 영향을 주는지 알면 몰입을 경험할 수 있는 확률을 높일 수 있고, 좀 더 행복하게 더 큰 성취감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다. 몰입은 개인이 획득할 수 있는 최고의 결과나 중대한 성취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성과를 향상시키는 훌륭한 도구로 활용할 수도 있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박사가 지난 40여 년간 몰입을 연구하면서 세운 목표는 단순하면서도 고귀하다. 바로 사람들이 좀 더 행복하게, 좀 더 즐겁게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달리기와 몰입을 향한 열정에서 시작한 책이지만 그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이제 이 책을 접하는 독자들에게 달리기는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일상생활에 더 많이 몰입할수록 일과 대인관계, 취미에 더 깊이 참여하고픈 의욕이 생길 것이다. 더 나아가 삶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바뀔 것이다. 열정을 쏟을 만한 일을 찾아라. 진심을 다해 살아라. 달리고, 몰입하고, 행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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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소설 - 당신의 이야기가 소설입니다
마리애비 외 지음, 바이트 기획 / 에이치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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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불행하지도 행복하지도 않게, 그렇게 흘러갔다. 내 딸만큼은 나처럼 살게 하지 말아야지. 그런 마음이 불에 달군 차돌처럼 깊숙하고 더 단단하게 심장 어딘가를 파고 들었다. 아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해주려고 노력했다. 파출부, 식당, 건물 청소까지 안 해본 일이 없었다. 하지만 돈이라는 것은 버는 족족 어딘가로 새나가는 느낌이었다. 깨진 그릇에 아무리 물을 펴 담아봐야 소용없는 것처럼. 아이를 위해 더 열심히 일할수록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줄어들었다. 아이가 어떻게 크는지 바라볼 여유가 없었다. 아이는 점점 말이 없어졌다. 어릴 때는 집에 돌아오면 내 품에 안겨 이런저런 얘기를 조잘대곤 했었는제. 나중에는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아니 점심으로 뭘 먹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p.14)

 

싫다고 맞설 용기가 있었다면 좀 다르게 살았을까? 그런데 그 용기도 뭔가 하고 싶은 게 있어야 생겨나는 것이다. 답도 없으면서 싫다고 맞서는 것은 그저 반대를 위한 반대일 뿐. 아무것도 원치 않는 내가 원하는 대로 해봤자 나는 공허하고 엄마는 불행할 터이다. 남 눈치 열심히 보는 엄마 뜻대로 하면 나는 공허하지만 엄마는 즐거울 테니까. 공리주의자인 나는 둘 중 하나라도 행복한 쪽을 택했을 뿐이다. 투명인간이 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것이다. 남들이 원하는 대로 사십 평생을 살았더니 가끔은 이런 생각이 고개를 든다. ‘마음 어딘가가 허전해요. 지금 내 모습이 내가 아닌 것 같아요. 진짜 나 자신을 찾고 싶어요.’ 하지만 나는 답을 안다. 사실 진짜 나 자신은 없다는 것을. 나 자신을 못 찾아서 허전한 게 아니라 나 자신이 없다는 것 자체가 허전한 거다. 맛있는 음식을 못 먹어서 허전한 게 아니라 무엇을 먹어도 맛을 못 느껴서 허전한 거다. 나는 이 허망함을 안고 살아가야 하리라. 마땅히 죽을 이유가 없으니까. (p.48)

 

빡빡하거나 스케줄이 가득 차 무언가에 쫓기는 삶은 지루하다. 아주 먼 옛날에는 나침반이 없어서 별을 보고 자신들의 길을 정하고 초원을 떠도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 나는 학원 전임 강사이기도 하면서 나의 생각과 의견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크리에이터이고, 정해진 거취나 장래 같은 것들에 얽매이지 않고 매순간 반짝이는 무언가를 찾아 떠도는 일종의 유목민이다. 어쩌면 내 삶은 새카만 하늘에 점점이 박혀 반짝이는 무수한 별들 중에서 나만의 작은 별을 찾는 여정이 아닐까. 그래, 넓디넓은 사막과 초원을 내가 사랑하는 양 몇 마리를 데리고 떠도는 삶. 한없이 자유롭고 매일이 새로운 경험과 자극으로 가득한 그런 삶. 밤이면 하늘을 올려다보며 나만의 작은 별과 눈맞춤을 하고 잠자리에 드는 그런 삶. (p.101)

 

 

당신의 이야기가 소설입니다. 서른여섯 명의 삶을 소설로 풀다. 그들이 건네는 진한 공감과 통쾌한 위로. 저마다의 사연에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3분소설>. 이야기 한입 하고 싶을 때 바이트! 바이트는 짧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가득한 앱으로 유튜브 영상 한 편 보듯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짧은 글을 누구나 쓰고 읽을 수 있는 곳이다. 이 책에 담겨진 이야기들은 누군가의 고민을 짧은 소설로 풀어주는 소설처방 서비스에 쏟아진 수많은 이야기 중에서 골라낸 36편의 초단편 소설로 로맨스, 판타지, SF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작가와 독자가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간다. 책 제목처럼 3분 정도의 짧은 시간 안에 읽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2,000자(2~4장) 남짓의 이 짧은 소설은 가볍게 여길 수도 있겠지만 각자 자기 나름의 사연이 담겨진 까닭에 하나하나의 이야기들은 파도가 밀려왔다 빠져나가듯 위로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서서히 멀어져간다. 특별한 소재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불안, 이루고 싶은 꿈, 인간관계에서 오는 갈등, 그리고 연인과의 만남과 헤어짐 등 저마다 사연은 다르지만 우리가 삶 속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소재로 함께 울고 웃고 설레며 다양한 이야기들을 흥미진진하게 즐길 수 있다. 틈새 시간에 읽기 딱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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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브, 힘낼지 말지는 내가 결정해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하상욱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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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알고 보면 좋은 사람이야”라고

말해 주는 사람과 가깝고 싶다.

 

누군가를 알고 봐 주고

좋게 봐 주는 사람일 것 같아서.

 

앞으로는

내게 제일 소중하지만

내가 가장 소홀했던 사람에게

잘해야겠다.

 

나에게

 

하고 싶은 걸 다 하면서 살 거라고

기대한 건 아니지만,

 

하기 싫은 일을 이렇게나 많이 하면서

살게 될 줄은 몰랐다.

 

 

남이 함부로 대해도 되는 사람은 없다.

남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이 있는 것뿐.

 

 

 

 

믿음직스러운 라이언, 애교만점 어피치에 이어 이번에는 화나면 미친 오리로 변신하는 튜브다! 왜자꾸 힘내래. 힘빼고 살건데. 어쩌면 내가 듣고 싶었던 위로는 “넌 할 수 있어”가 아니라 “넌 할 만큼 했어”가 아니었을까. 국민 시팔이 하상욱 작가와 카카오프렌즈의 소심한 오리 튜브가 만났다! 겁 많고 마음 약한 오리 튜브는 작은 발이 콤플렉스라 오리발을 착용하는, 미운 오리 새끼의 먼 친척뻘이다. 평소에는 소심한 성격이라 사람들 앞에 쉽게 나서지 못하지만, 절대 얕보지 말 것! 극도의 공포를 느끼거나 화가 머리끝까지 나면 입에서 불을 뿜으며 밥상을 뒤엎는 미친 오리로 변신하니 언제나 주의해야 한다. 그러나 작은 발을 부끄러워하는 소심한 튜브, 오리발로 분노의 하이킥을 날리는 튜브 모두 사랑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을 가장 좋아하며, 한적한 전원생활을 즐기는 튜브의 일상은 오늘도 평화롭다.

 

평소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운 촌철살인의 화법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하상욱 작가님. 그의 진가는 뉴스에서도 어김없이 드러났다. 지난 5월, 노동절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노동절을 맞아서 시청자분들에게 전할 시로 혹시 갑자기 생각나는 게 있냐는 앵커의 말에 작으나마 위로의 말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그냥 생각나는 말이 있다며 "여러분 이틀만 더 나가면 그래도 주말입니다"라는 말로 27년 차 방송기자를 당황하게 만든 것이다. 이처럼 그의 글에는 사람의 마음을 자유자재로 쥐었다 폈다하는 강력한 힘이 있다. 그것은 이 책 또한 마찬가지! 무방비 상태에서 튜브와 합세하여 퍼붓는 저자의 공격에 한 방에 나가떨어졌다. 역시 그 답다. 읽고 또 읽어도 좋다. 공감은 물론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게 만드는 글들이 넘쳐난다. 저자만의 적절한 위트와 반전으로 답답한 속을 시원하게 풀어준다. 이런 책은 곁에 두고 오래오래 보아야 한다. 왜냐고? 너무 좋으니까!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라이언에겐 미안하지만 이제껏 나온 시리즈 중에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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