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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사전 - 내게 위안을 주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소리들
윤혜선 지음 / 마음의숲 / 2019년 7월
평점 :





당신에게만 알려드릴게요.
혼자 있고 싶을 땐 연인에게 말해보세요.
“나 지금 눼닝눼닝이야.”
당신이 좋아하고 아끼는 사람과 싸우지 말고, 오해하지 말고,
사이좋게 예쁘게 귀엽게 잘 지내기를 바라요. 눼닝눼닝. (p.43)
세상 모든 소리가 긁는 소리 중 가장 아름다운 소리.
연필과 종이가 서고 긁고 긁히는 소리.
서로가 긁히며 글자가 써지는 소리.
서로가 긁히며 그림이 그려지는 소리. (p.69)
내가 아끼는 사람들을 생각하는 밤.
그들을 위해 기도하게 되는 밤.
모닥불이 탄다.
토닥토닥. 토닥토닥. (p.84)
아니, 대체 일 초에 몇 번이나 날개를 돌려대면 그런 소리가 나는 걸까? 주파수를 맞추고 있는 듯한 소리, 전자기기에서 나는 듯한 소리, 브즈즈즈즈 하는 그 소리 말이다.
성충이 되기까지 애벌레를 천 번이나 돌보는 그 정성에서, 싸구려 설탕물을 빨아 마셔도 황금빛 꿀물을 만들어내는 그 신비함에서, 동료에게 길을 안내하는 흥겨운 꼬리 춤에서, 나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가치를 본다. 자신들의 존재 이유와 함께 끝끝내 놓지 않는 아름다운 가치를 본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다. 바로 그것. 말보다 강한 몸의 공감 능력을 가진 벌들이 이미 지키고 있던 가치였다. (p.116)
소리사전이라니, 이게 가능할까? 글로 소리를 듣는다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저마다 고유의 소리가 있긴 하지만 그걸 책을 통해서, 그러니까 책을 읽으며 들을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 조차 못해봤다. 그런데 이게 가능하다? 그래서 정말 깜짝 놀랐다. 각각의 소리를 모아 놓은 글을 마음속으로 다시 되뇌이며 읽으면 어느샌가 달빛의 소리가 들리고, 마음에 비 오는 소리, 까치의 웃음소리, 종이가 연필을 만날 때 나는 소리, 모닥불 타는 소리, 아이가 달려가는 소리, 가위질 소리, 자몽에이드 얼음 녹는 소리, 개구리 소리, 마음이 멍드는 소리, 모기의 소리, 눈 오는 소리 등 여러 가지 소리가 하나 둘씩 들려온다. 모두 보고 듣고 느끼는 마음의 소리들.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들을 수 있는 것들이지만 어째 평소와는 확연히 다르다. 콩닥콩닥, 후후, 위이잉, 땍땍땍, 띵똥, 푸드덕 푸드덕, 타닥타닥, 콩콩콩, 평소 자주 듣던 소리들이라 귀에 익숙하지만 마음속에서 하나씩 재생되는 소리들은 어째서인지 더 집중해서 듣게 되고 그만큼 더 깊숙이 파고들어 또렷하게 들려온다. 사뭇 새삼스럽다. 가만히 앉아있던 글자에 소리가 더해지더니 글자가 갑자기 공중을 붕붕 떠오르고 생기있고 발랄한 모습으로 변해버렸다. 분명히 알고 있는 것들인데 모든 소리가 하나하나씩 분리되어 그에 웃기도 하고 가슴 찡한 감동을 받기도 하고 적잖게 위로 받으며 특별한 의미를 더해 새롭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