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소설 - 당신의 이야기가 소설입니다
마리애비 외 지음, 바이트 기획 / 에이치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삶은 불행하지도 행복하지도 않게, 그렇게 흘러갔다. 내 딸만큼은 나처럼 살게 하지 말아야지. 그런 마음이 불에 달군 차돌처럼 깊숙하고 더 단단하게 심장 어딘가를 파고 들었다. 아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해주려고 노력했다. 파출부, 식당, 건물 청소까지 안 해본 일이 없었다. 하지만 돈이라는 것은 버는 족족 어딘가로 새나가는 느낌이었다. 깨진 그릇에 아무리 물을 펴 담아봐야 소용없는 것처럼. 아이를 위해 더 열심히 일할수록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줄어들었다. 아이가 어떻게 크는지 바라볼 여유가 없었다. 아이는 점점 말이 없어졌다. 어릴 때는 집에 돌아오면 내 품에 안겨 이런저런 얘기를 조잘대곤 했었는제. 나중에는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아니 점심으로 뭘 먹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p.14)

 

싫다고 맞설 용기가 있었다면 좀 다르게 살았을까? 그런데 그 용기도 뭔가 하고 싶은 게 있어야 생겨나는 것이다. 답도 없으면서 싫다고 맞서는 것은 그저 반대를 위한 반대일 뿐. 아무것도 원치 않는 내가 원하는 대로 해봤자 나는 공허하고 엄마는 불행할 터이다. 남 눈치 열심히 보는 엄마 뜻대로 하면 나는 공허하지만 엄마는 즐거울 테니까. 공리주의자인 나는 둘 중 하나라도 행복한 쪽을 택했을 뿐이다. 투명인간이 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것이다. 남들이 원하는 대로 사십 평생을 살았더니 가끔은 이런 생각이 고개를 든다. ‘마음 어딘가가 허전해요. 지금 내 모습이 내가 아닌 것 같아요. 진짜 나 자신을 찾고 싶어요.’ 하지만 나는 답을 안다. 사실 진짜 나 자신은 없다는 것을. 나 자신을 못 찾아서 허전한 게 아니라 나 자신이 없다는 것 자체가 허전한 거다. 맛있는 음식을 못 먹어서 허전한 게 아니라 무엇을 먹어도 맛을 못 느껴서 허전한 거다. 나는 이 허망함을 안고 살아가야 하리라. 마땅히 죽을 이유가 없으니까. (p.48)

 

빡빡하거나 스케줄이 가득 차 무언가에 쫓기는 삶은 지루하다. 아주 먼 옛날에는 나침반이 없어서 별을 보고 자신들의 길을 정하고 초원을 떠도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 나는 학원 전임 강사이기도 하면서 나의 생각과 의견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크리에이터이고, 정해진 거취나 장래 같은 것들에 얽매이지 않고 매순간 반짝이는 무언가를 찾아 떠도는 일종의 유목민이다. 어쩌면 내 삶은 새카만 하늘에 점점이 박혀 반짝이는 무수한 별들 중에서 나만의 작은 별을 찾는 여정이 아닐까. 그래, 넓디넓은 사막과 초원을 내가 사랑하는 양 몇 마리를 데리고 떠도는 삶. 한없이 자유롭고 매일이 새로운 경험과 자극으로 가득한 그런 삶. 밤이면 하늘을 올려다보며 나만의 작은 별과 눈맞춤을 하고 잠자리에 드는 그런 삶. (p.101)

 

 

당신의 이야기가 소설입니다. 서른여섯 명의 삶을 소설로 풀다. 그들이 건네는 진한 공감과 통쾌한 위로. 저마다의 사연에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3분소설>. 이야기 한입 하고 싶을 때 바이트! 바이트는 짧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가득한 앱으로 유튜브 영상 한 편 보듯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짧은 글을 누구나 쓰고 읽을 수 있는 곳이다. 이 책에 담겨진 이야기들은 누군가의 고민을 짧은 소설로 풀어주는 소설처방 서비스에 쏟아진 수많은 이야기 중에서 골라낸 36편의 초단편 소설로 로맨스, 판타지, SF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작가와 독자가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간다. 책 제목처럼 3분 정도의 짧은 시간 안에 읽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2,000자(2~4장) 남짓의 이 짧은 소설은 가볍게 여길 수도 있겠지만 각자 자기 나름의 사연이 담겨진 까닭에 하나하나의 이야기들은 파도가 밀려왔다 빠져나가듯 위로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서서히 멀어져간다. 특별한 소재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불안, 이루고 싶은 꿈, 인간관계에서 오는 갈등, 그리고 연인과의 만남과 헤어짐 등 저마다 사연은 다르지만 우리가 삶 속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소재로 함께 울고 웃고 설레며 다양한 이야기들을 흥미진진하게 즐길 수 있다. 틈새 시간에 읽기 딱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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