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이아리 - 누구나 겪지만 아무도 말할 수 없던 데이트 폭력의 기록
이아리 지음 / 시드앤피드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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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내 앞에 무릎을 꿇는다.

자책하고, 눈물을 흘리며, 반성한다고 말한다.

내게는 평생 남을 끔찍한 기억이

그에겐 찰나의 실수일 뿐이었다.

용서를 해주면 그는 면죄부를 받는다.

‘내가 이렇게 해도 나를 받아주는구나.

그만큼 얘도 나를 사랑하나 보다.’

폭력이 반복될수록

면죄부는 쌓이고 쌓여

그에게 단단한 방패를 쥐어주고,

더 큰 위협의 칼날을 휘두를 수 있게 만든다.

사람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지독한 방식으로 알게 되었다.

나로 인해 상대가 달라질 수 있을 거라는 달콤한 상상은

현실에서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았다. (p.64)

 

아침이 오는게 힘들다.

잠에서 깨고 나니 또 괴롭다.

영원히 잠들고 싶다.

 

이성적으로 생각해서 그에게 이별을 말했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속에 있는 울음이 터져 나왔다.

 

친구는 내 상태를 눈치 채고

핸드폰으로 메시지를 보내왔다.

너는 사랑받을 가치가 충분한 앤데

왜 그런 사람과 사귀느냐고.

그 말을 듣고 또 울었다.

나는 향해 웃고, 다정하게 말하던 그의 모습과

시뻘건 얼굴로 윽박지르며 폭력을 휘두르던 그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뒤섞여 점점 더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p.84)

 

피해자에게 쏟아지는 화살과

가해자를 막을 수 있는 강력한 법과 체계의 부재.

그 속에서 나는, 어쩔 수 없이 도망친다.

만약, 운 좋게 그가 나를 놓친다면 그는 반성할까?

다음 피해자는 생기지 않는 걸까?

나를 만났던 이 사람이 가면을 쓰고

당신에게, 당신의 친구에게, 가족에게

다가갈 수도 있는데

그럼에도 피해자가 도망치는 것이,

가해자의 비위를 맞추는 것이

과연 해결책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p.211)

 

내가 이렇게 맘 졸이는 동안 그는 아무렇지 않게 지냈겠지. 나는 이 끔찍한 기억을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한다. 기억은 지워지지 않는다. 흉터도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그 위를 다른 기억들이 덮을 뿐이다. 그리고 그 마저도 언제든 뚫고 나와 나를 집어 삼킬 수 있다. 나는 조급했다. 빨리 이 상처를 지우고 싶었다. 당신이 없어도 행복하다고. 아니, 당신이 없어야 내가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p.258)

 

 

 

그녀는 몸매가 어떻든 짧고 타이트한 옷을 좋아하는데, 그는 그녀의 옷차림을 항상 지적했다. “너 노출증 있냐?” “그렇게 입으면 너 쉽게 봐.” “누구 보여주려고 그러냐?!” ‘표현이 좀 거친 것 같은데···. 날 너무 좋아해서 그러는 거겠지?’ 어린 나이, 처음 해보는 연애에서 그녀는 모든 게 서툴렀고, 아는 것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둘은 사소하게 다투게 되었고 그녀는 그에게 헤어지자고 말했다. 그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새빨개졌다. 그리고 순간, 그녀의 뒷목을 세게 잡고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그날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한쪽 신발이 벗겨진 채로 그에게 끌려갔다. 골목 끝에 그가 멈춰 섰을 때, 그녀의 발은 물웅덩이를 밟고 있었다. 그제야 그는 정신을 차렸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에게 있어 그녀는 같은 인간으로서 존중해줘야 할 대상이 아니라, 말 잘 듣고, 예쁘고, 착하게, 길들이고 싶은 존재가 아니었을까.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못하는 것은 없었다. 그는 그녀의 주변을 철저하게 정리했다. 남자일 경우에는 연락처를 지우거나 차단시켰다. 여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인간관계와 스케줄 모든 것을 관리하면서 그것을 사랑이라 말했다. 뜨겁게 부어오르던 뺨, 분에 못 이겨 주먹으로 벽을 치던 그의 모습. 사랑하는 이가 나를 때렸다는 현실을 직시할 때마다 그녀의 세계가 무너져 내렸다.

 

지독한 집착과 통제, 끈질긴 스토킹, 반복되는 폭언과 폭행. 데이트 폭력 피해자의 경험과 목소리를 담은 웹툰이 책으로 출간되었다. 인스타그램에서 연재를 시작한 이 웹툰은 SNS 독자들의 폭발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키면서 순식간에 10만 팔로워를 달성했고, 연재 초기에 이미 네이버 도전 웹툰과 다음 1부 리그에 오르며 120만뷰가 누적될 만큼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길을 걷다 당신과 한 번쯤 마주쳤을지 모를 평범한 사람. 데이트 폭력의 피해자. 그리고 그 경험을 만화로 그린 작가 이아리.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자신이 직접 겪었던 일을 바탕으로 피해자의 무력감과 공포를 적나라하게 그려내며, 연재 당시 각각의 에피소드에 달렸던 공감과 지지의 댓글을 수록하고, 또 다른 이아리들의 사연들도 더해 그들의 아픔을 올곧이 담아냈다.

 

데이트 폭력?! 이런 연애는 당장 끝내야 한다. 뒤를 돌아볼 필요도 없다. 단번에 끊어내는 게 옳다. 폭력적인 성향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랑에 가려져 사랑한다는 이유로 옳고 그름을 분간할 수 없다. 그 일은 직접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르는 일이다. 누구나 겪지만 아무도 말할 수 없던 데이트 폭력의 기록. 나도 모르게 목이 메어 온다. 손이 떨린다. 그 기억들을 떠올려 글로 담아내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을 텐데 용기를 내어주신 작가님께 참 감사하다. 이제 더는 아프지 않았으면, 더 좋은 사람 만나 마음껏 사랑하고 또 아낌없이 사랑받았으면. 다 이아리. 누구나 다 ‘이아리’가 될 수 있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아리들이 숨어있다. 우리 더 이상 침묵하지 말아요. 용기를 내어주세요. 도움의 손길을 요청해주세요. 기꺼이 그 손을 잡아 드릴게요. 그러니 이제 그만 그곳에서 벗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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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다 때려치우고 싶다 - 회사, 일, 인간관계 때문에
사이토 시게타 지음, 박은영 옮김 / 레몬컬쳐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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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그 속에서 자기 나름의 희망을 찾느냐 마느냐가 중요하다. 현재가 아무리 불안하고 활량한 공기로 가득하더라도 다시 한 번 희망을 갖고 헤쳐 나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평균 수명이 80년을 넘어가는 요즘, 인생이 끝나려면 한참 멀었다. 당장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절망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가능성 없는 인생이란 없다. 자기 마음 속에서 어떤 목적과 활력을 찾아냈을 때, 그곳이 언제나 당신의 출발점인 것이다. (p.25)

 

불행이나 괴로움은 마음을 단련시킨다. 마음에 무거운 짐이 있을 때는 더 큰 행복이 들어올 수 있도록 마음의 그릇을 튼튼하고 크게 키우는 기간이라고 생각하자. 지금 겪고 있는 불행만큼 행복은 찾아온다. 그리고 어떤 고민이나 괴로움에도 반드시 끝은 있다. 지금 괴로울지라도 그것만은 기억해 두자.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긍정적으로 변할 것이다. (p.38)

 

만에 하나 실패해도 아쉬워하지 말자.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했다. 역사상의 수많은 발명이나 발견은 실패에서 중요한 교훈을 얻고 그 교훈을 스승 삼아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로 얻어진 것임은 잘 알고 있으리라. 물론 실수는 적을수록 좋겠지만 실수를 통해 배우는 것도 많을 것이다. 주눅들지 말고 그 교훈을 다음 도전에 밑거름으로 쓰면 된다. 그리고 만약 당신이 그 실수 때문에 상사에게 호된 질책을 받았다 해도 당신처럼 실수를 거듭하고 당신처럼 혼이 났기에 그 상사도 오늘이 있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나 실패를 통해 성장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실수를 두려워하거나 실패로 우울해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p.71)

 

그저 잊고 있을 뿐이지 과거에도 나쁜 일은 많이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 겪고 있는 나쁜 일도 언젠가는 잊혀질 것이다. 어쩌면 지금의 괴로움도 언젠가 과거를 회상할 때 좋은 추억으로 남을지 모른다. 그러니 현재의 사소한 기쁨을 소중히 여기자. 언젠가는 크나큰 기쁨으로 떠오를 테니까. 현실이 힘들고 괴롭다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과거의 영광’에 매여 현실을 외면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이런 메시지를 보내고 싶다. “당신의 미래는 모두 당신의 것입니다. 당신 자신의 손으로 반드시 바꿀 수 있어요. 불행해질 수밖에 없는 인생이란 없답니다.” (p.113)

 

 

 

 

오랜 세월 가족, 부부, 육아, 정신질환 및 스트레스 등을 연구하며 마음의 명의로 두터운 신뢰를 받으며 왕성한 집필과 강연 활동을 해온 저자가 들려주는 마음의 여유를 찾는 방법. 이 책에서 저자는 오랜 인생과 정신과 의사로서의 다양한 경험에서 얻은 깨달음으로 현대인이 끌어안고 있는 다양한 고민과 불안을 따뜻하게 위로하며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삶의 힌트를 차곡차곡 담아낸다. 제목 그대로 그냥 다 때려치우고 싶을 때 읽으면 참 좋은 책!

 

업무는 적성에 안 맞고, 꽉 막힌 상사는 말도 안 되는 목표를 달성하라며 야단이고, 아무리 노력해도 좋은 평가는 안 나오고, 회사의 규정이라는 이유로 쓸데없는 잡무를 챙겨야 하고, 사내 인간관계는 피곤하고···. 회사, 일, 인간관계 때문에 나 너무 힘들어! 하루에도 몇 번씩 삼키는 그 말, 그냥 다 때려치우고 싶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런 감정을 안고 사는 사람이 결코 적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럴 때마다 앞으로 살아갈 길이 막막하고 가슴이 답답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에 상황은 점점 더 나빠지고 마음은 덩달아 불안해진다. 이때 저자는 말한다. 다 때려치우고 싶다는 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살고 싶다는 마음의 신호다. 지금 다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당신이 성장하는 데에 필요한 쓴 약이라고 생각하자. 다 때려치우고 싶어지는 시련을 더 큰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라 여기자. 그러기만 해도 마음은 한결 편해질 것이다. 아무리 힘든 일도 보는 관점을 바꾸면 신기하리만치 긍정적인 마음이 든다. 어디로 가야 할지 어느 방향이 옳은지 정답은 없지만 희망을 가져야 가능성도 생긴다. 가능성 없는 인생이란 없다. 자기 마음속에서 어떤 목적과 활력을 찾아냈을 때 그곳이 언제나 당신의 출발점인 것이다. 서두르지 말고 느긋하게 가자. 아무도 나의 행복을 방해할 수 없다. 어디 한 번 덤벼보시지! 나는 점점 더 행복해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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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 지나친 열정과 생각으로 사서 고생하는 당신을 위한 번아웃 방지 가이드
진민영 지음 / 문학테라피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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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가 나를 힘들게 할 때 우리는 상대방과 상황에서 원인을 찾는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제가 피어오른 출발점은 내 안에 있다. 내성적인 나의 성격, 독특한 취향과 관심사보다는 내성적이고 독특하기에 어울릴 수 없고 이해받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고 처음부터 문을 닫고 관계를 마주하기에 인간관계가 그토록 어려워진다. (p.22)

 

생각도 물건처럼 쓸모없는 것은 차곡차곡 쓰레기통에 담아 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몸과 환경은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땀을 흘리면 눈에 띄게 정돈이 되지만 마음은 닦아도 얼룩이 바로 지워지지 않는다. 매일 닦아도 어제와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자신에게 알맞은 방법으로 내면을 꾸준히 단련해나가면 조금씩 눈에 띄지 않게 속이 깨끗해진다. 매일 닦아야했던 속이 이틀에 한 번, 일주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으로 줄어들며 마음 정리가 하루하루 수월해진다. (p.47)

 

성공한 삶이란 은행 잔고에 쌓인 숫자로 매겨진 순위가 좌우하지 않는다. 내 죽음 앞에서 슬퍼할 사람들의 눈물, 나를 그리워할 사람들이 결정한다. 더 많은 사람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을 사람이 더 풍요로운 인생을 산 것이다. 취미가 업이 되는 과정도 다르지 않다. 홀로 즐기던 일을 다수의 즐거움으로 확장하며 취미는 업이 된다. 타인을 더 사랑할 필요는 없다. 그들의 삶을 내 삶보다 소중히 여길 필요도 없다. 그러나 분명한 건 타인의 삶을 기름지게 만들수록 내 삶도 함께 더 기름져진다는 사실이다. (p.77)

 

내 삶이 공허하다면 그 원인은 의미의 부재가 아닌 행복하지 않은 개인이 아닐까. 행복한 사람은 의미를 놓고 씨름하지 않는다. 스스로의 삶이 가치 있다는 확신이 들지 않으면 삶의 추상적인 의미를 자꾸만 따져 묻는다. 금은보화보다 죽기 전 값지게 다가올 건 스스로 평가하는 자기 자신이다. 지난 80년 참 좋았다, 호젓하게 말할 수 있다면 적어도 ‘의미’를 놓고 고민하지는 않을 것이다. 누구나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다. 내 삶이 가치 있다고 평가하고 판단할 수 있는 건 오직 나 자신의 만족도뿐이다. (p.141)

 

 

 

지나친 열정과 생각으로 사서 고생하는 당신을 위한 번아웃 방지 가이드,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암만 봐도 제목이 딱이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아주 그냥 입에 착착 달라붙는다. 이 책은 머리맡에 놓아두고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다. 이유 없이 짜증 날 때, 감정 표현이 어려울 때, 자존감이 낮을 때, 한 게 없어 허무해질 때, 인생이 부담될 때, 공허하고 무기력할 때, 사람에 확신이 없을 때 등 삶에 위로가 필요한 순간 글을 하나하나 제대로 음미하며 읽다 보면 찌푸렸던 마음에 천천히 구름이 걷히고 그 사이로 햇살이 비치기 시작한다. 정말 위로가 되는 말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동안 힘들었던, 지금도 여전히 나를 괴롭게 만드는 것들을 잠시 내려놓고서 푹 쉬어간다. 그래서 그 덕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내가 나 자신에게 선사하는 작지만 커다란 선물! 사람이 한평생을 사는데 너무 아등바등할 필요가 없다. 살아보니까, 삶에 정답은 없더라. 아니 꼭 답이 필요한 건 아니더라. 인생에서 행복과 불행은 자기가 판단하기 나름. 내가 행복하게 사는 것이 최고다. 그러니 우리 적당히 이기적으로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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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만 헤어져요 - 이혼 변호사 최변 일기
최유나 지음, 김현원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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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 우선순위를 정한다. 우선순위의 기준은 의뢰인에게 달려 있다. 어떤 이는 그저 이혼만 시켜달라고, 돈이고 뭐고 필요 없다고 내 손을 움켜잡는다. 그분에게는 이혼 판결과 위로의 말들이 우선이다. 물론, 최대한 재산의 많은 몫을 갖고 싶다는 이에게는 금전적 보상이 우선이다. 그 우선되는 부분을 파악하고 그에 맞춰 내 일을 해나간다.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가 아닌, 바로 그 부분이 나의 우선 순위다. 그렇게, 나는 이혼 변호사가 되었다. (p.38)

 

우리는 언제부터 서로에게 고통을 주는 존재가 되었을까. 아이와 정해야 할 규칙도 많은데, 하물며 부부끼리는 얼마나 많은 규칙이 필요할까. 우리 모두 너무나 ‘서툴러서’ 너무나 ‘부족해서’ 결혼은 어렵고, 또 어렵다. 규칙을 만들어가는 것은 모든 부부에게 계속되는 숙제이다. 결혼 1년 차. 기존 생활과 결혼 후 생활의 균형점을 찾기 위한 다툼. 결혼 5년 차. 자녀 교육관, 일과 삶의 가치관 차이로 인한 다툼. 결혼 10년 차. 다시 각자의 삶을 좀 더 찾고 싶어 생기는 다툼. 결혼 20년 차. 그간 정한 룰들이 무색하게, 또다시 시작되는 다툼. 결혼 30년 차. 자녀들은 분가하고 단둘이 남겨진 후의 어색함. 새로운 삶에 맞추어 타협해야 하는 것들. 끝도 없는 다툼과 타협 끝의 행복감. 결혼 생활에 답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툼보다 행복이 더 큰 결혼 생활이라면 서로가 큰 희생과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겠지. (p.110)

 

나를 포함한 젊은 세대들이 누리고 있는 일상의 소소한 행복들을 생각해본다. 우리는 어떻게 이런 것들을 누릴 수 있는 걸까. 이전 세대의 아버지, 어머니의 희생과 인내 때문 아닐까. 60~70대 의뢰인들과 대화를 나누며, 우리가 이전 세대에 참 큰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자식들 먹여 살리느라 정작 자기 삶은 제대로 돌볼 시간조차 없었던 부모님 세대들을 생각하면 참 가슴이 아프다. 어디 그뿐인가. 가부장적인 유교 문화로 경제 활동이 거의 불가능했던 상황에서 희생을 당연히 강요받고 지내온 어머니들과 가장 역할을 하느라 손발이 다 닳도록 뛰어다녀야 했던 아버지들. 그분들에게 진 빚을 우리는 언제쯤이면 다 갚을 수 있을까. (p.175)

 

사람은 후회의 동물이다. 후회는 작은 불씨에서 미화된 추억을 촉매삼아 자책이란 큰불로 번진다. 그떄 왜 그랬을까. 내 잘못일지도 몰라. 내가 잘못했지. 되돌릴 수 없을까. 난 왜 이럴까. 이혼하기 전에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 한다. 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나를 위해서. (p.290)

 

 

20대부터 이혼 변호사로 활동하며 1,000건 이상의 이혼 소송을 진행했다. 누군가의 인생에 불현듯 닥쳐온 고통의 시기에 든든한 동반자가 되는 것을 천직이라고 여기는, 소송을 통해 인생을 배우고 또 배우는 워킹맘이 바로 그녀다. 그동안의 숱한 간접 경험을 통해 느끼고 배우는 것을 공유하고 이혼 소송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김현원 작가와 함께 인스타툰 <메리지 레드>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곳에 결혼 생활 전후의 모든 시기마다 가장 보편적으로 일어나는 갈등 상황을 다루면서 그에 대한 이혼 변호사로서의 자기 생각을 솔직담백하게 담아냈다. 그 결과 그 노력이 빛을 발해 기혼자뿐 아니라 미혼자에게 더 큰 공감을 얻었고, 연재를 시작한 지 1년도 안 되어 팔로워 수가 무려 16만 명으로 늘어났다.

 

"제 남편이랑 이 친구 부인이랑 바람이 났어요", "변호사님 아니랍니다···. 제 아이인 줄 알고 키웠던 아이가 사실 제 친자식이 아니라고····.", "시어머니 때문에 미칠 것 같아요!" 막장 드라마가 아니다. 이것은 실화다. 이혼 변호사 최변이 들려주는 상상 초월 법정 드라마! 짠내 폭발 최변의 이혼 변호사 라이프! <우리 이만 헤어져요>. 2018년 9월 연재를 시작해 순식간에 16만 팔로워를 모으며 인스타툰 최고의 화제작으로 등극한 <메리지레드>가 이렇게 단행본으로 우리를 찾아왔다. 둘이 되어 사는 결혼 그리고 다시 하나가 되는 이혼. 제멋대로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다. 저자가 현직에 몸담고 있으면서 직접 겪어왔던 일들을, 갈등과 상황을 사실적으로 고스란히 담아냈다. 읽다 보니 정말 많은 이들이 함께 공감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리고 이 모든 게 실화라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아무리 사랑에 눈이 멀었다고 한들 반평생을 함께 살아온 동반자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나도 모르게 감정이 이입되어 많이 씩씩거렸다. 결혼은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다. 단순히 신부와 신랑 두 사람의 만남이 아니라 두 사람의 가족까지도 결합시키는 일이다. 그리고 이혼은 그 사랑에 마침표를 찍는다는 것이다. 일시적 감정에 따라 섣불리 결정을 내릴 일이 아니다. 이런 걸 보면 결혼은 참 버라이어티하다. 그 무엇도 예상할 수 없다. 그래서 상대방에 대한 믿음과 배려가 충분치 못하다면 더 힘든 것일테지. 미혼에겐 예습 필독서! 기혼에겐 실전 필독서! 헤어지고 싶다면, 헤어지고 싶지 않다면 꼭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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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초
T. M. 로건 지음, 천화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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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은 세 가지였다. 72시간 안에 이름 하나를 말해야 한다. 거절하면, 제안은 사라질 것이다. 영원히. 받아들이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다. 선택을 번복할 수도 없다. 그녀는 이 낯선 남자를 바라보았다. 전에도 만난 적 없고, 오늘 밤이 지나면 다시는 만날 일 없는 이 남자를. 그녀에게 빚을 지고 말았다는, 이 강하고 위험한 남자를. 오로지 단 한 번의 거래, 평생 한 번뿐일 제안이었다. 그녀의 인생을 바꿔놓을지도 모르는 거래. 누군가의 인생을 바꿔놓을 것이 거의 확실한 거래. 악마와의 거래였다. (p.11)

 

현명한 처신은 그저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있는 것일 거다. 그 일을 묻어버리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 것. 가족에 대한, 특히 아이들에 대한 위협은 너무도 컸다. 볼코프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가 아주 위험한 사람이라는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다 잊고 자신의 삶을 사는 게 상책이었다. 볼코프가 했던 제안 따위 잊는 것. 내게 이름 하나를 주십시오. 그러나 잊을 수 없었다. 그럴 수 없었다. 볼코프가 제안을 하자마자, 말이 그의 입술을 떠난 바로 그 순간 세라에게는 한 가지 생각뿐이었으니까. 너무도 강렬해서, 그 외에 다른 생각은 떠내려 보냈던 단 하나의 생각. 그 생각이 세라를 찾아오기까지는 몇 분도, 아니,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이름과 성. 두 단어. 다섯 음절. 당연히, 세라는 볼코프에게 알려줄 이름이 있었다. 누구에게나 이런 경우 말하고 싶은 이름이 하나쯤은 있다. 그렇지 않은가? (p.150)

 

꿈이 아니었다. 현실이었다. 세라의 인생이었다. 세라의 선택이었다. 이성과 격정 사이의 선택. 논리와 감정 사이의 선택. 그런 선택이 공정한 싸움이었던 적이 있긴 한가? 세라는 그때 더 자세히 묻지 않았고, 그게 실수였음을 이제야 깨달았다. 사라지다라는 말은 도대체 무엇을 뜻하는가? 온갖 것을 의미할 수도 있었다. 멀리 보내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게 한다는 뜻인가? 협박을 해서 현재의 삶에서 도망치도록, 또는 결과를 감수하도록 하는 건가? 돈으로 매수해서 멀리 떨어진 어딘가에서 새 삶을 살게 하는 건가? 어느 것도 그럴듯해 보이지 않았다. 가장 명백한 하나의 답만큼 있음직하지 않았다. 명백한 하나의 답, 사람이 증발한다는 것. 영원히······. (p.191)

 

 

 

 

대학 시간 강사인 세라는 상사인 러브록 교수에게 매일 성희롱을 당하고 있다. 인사권을 갖고 있는 러브록은 전임 강사 자리를 얻고 싶다면 자신과 자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압박을 가한다. 이에 세라는 러브록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거부 의사를 표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평생의 커리어가 달린 자리를 포기할 수도, 그렇다고 날로 심해지는 러브록의 횡포를 더 이상 참아낼 수도 없는 처지.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한계에 다다른 어느 날, 세라는 우연히 한 여자아이를 구하고 그 아이의 아버지에게서 솔깃한 제안을 받는다. “내게 이름 하나를 주십시오. 한 사람의 이름을. 내가 그 사람을 사라지게 해주지, 당신을 위해서.” 조건은 세 가지. 세라는 72시간 안에 이름 하나를 말해야 한다. 거절하면 제안은 사라질 것이다. 영원히. 받아들이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다. 선택을 번복할 수도 없다. 오로지 단 한 번의 거래, 평생 한 번뿐일 제안이었다. 세라의 손을 더럽힐 필요도 없고, 잡혀서 처벌을 받을 일도 없다. 방법도 간단하다.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을 위험천만한 악마와의 거래. 그 손을 잡을 것인가? 말 것인가?

 

전작에서도 그러했듯 이번에도 역시나! 모든 것이 엎치락뒤치락,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정말 단숨에 읽어 나갔다. 숨이 막힐듯이 답답하지만 그 상황에 놓인 세라의 심정이 너무나 잘 이해가 됐다. 법도 제도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두 아이의 엄마이자 집안의 가장으로써 그녀가 할 수 있는 선택이 뭐란 말인가. 작가 로건은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을 직장내 괴롭힘과 성희롱 문제에 대해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아주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그러면서 넌지시 물어온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냐고. 기회는 단 한번, 당신의 선택은? 나약해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결코 그러지 않았다. 냉철하게 옳고 그름을 파악하며 흔들리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우는 그녀의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물론 일련의 상황들이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누구라도 그런 상황에 놓여져 있다면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책을 읽으면서 이 빌어먹을 자식때문에 얼마나 흥분을 했는지! 매 순간 화를 삭이느라 무던히도 애를 썼다. 권력을 앞세워 약자를 즈려 밟는데 그에 맞대응할 수 없다는 게 너무나 억울했다. 하지만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처럼 누구든 간에 극악무도한 짓을 저지른 놈은 응당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는 법! 시원한 사이다 한 방에 짜릿한 전율이 온몸을 사로잡는다.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 ㅡㅡ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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