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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만 헤어져요 - 이혼 변호사 최변 일기
최유나 지음, 김현원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8월
평점 :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 우선순위를 정한다. 우선순위의 기준은 의뢰인에게 달려 있다. 어떤 이는 그저 이혼만 시켜달라고, 돈이고 뭐고 필요 없다고 내 손을 움켜잡는다. 그분에게는 이혼 판결과 위로의 말들이 우선이다. 물론, 최대한 재산의 많은 몫을 갖고 싶다는 이에게는 금전적 보상이 우선이다. 그 우선되는 부분을 파악하고 그에 맞춰 내 일을 해나간다.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가 아닌, 바로 그 부분이 나의 우선 순위다. 그렇게, 나는 이혼 변호사가 되었다. (p.38)
우리는 언제부터 서로에게 고통을 주는 존재가 되었을까. 아이와 정해야 할 규칙도 많은데, 하물며 부부끼리는 얼마나 많은 규칙이 필요할까. 우리 모두 너무나 ‘서툴러서’ 너무나 ‘부족해서’ 결혼은 어렵고, 또 어렵다. 규칙을 만들어가는 것은 모든 부부에게 계속되는 숙제이다. 결혼 1년 차. 기존 생활과 결혼 후 생활의 균형점을 찾기 위한 다툼. 결혼 5년 차. 자녀 교육관, 일과 삶의 가치관 차이로 인한 다툼. 결혼 10년 차. 다시 각자의 삶을 좀 더 찾고 싶어 생기는 다툼. 결혼 20년 차. 그간 정한 룰들이 무색하게, 또다시 시작되는 다툼. 결혼 30년 차. 자녀들은 분가하고 단둘이 남겨진 후의 어색함. 새로운 삶에 맞추어 타협해야 하는 것들. 끝도 없는 다툼과 타협 끝의 행복감. 결혼 생활에 답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툼보다 행복이 더 큰 결혼 생활이라면 서로가 큰 희생과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겠지. (p.110)
나를 포함한 젊은 세대들이 누리고 있는 일상의 소소한 행복들을 생각해본다. 우리는 어떻게 이런 것들을 누릴 수 있는 걸까. 이전 세대의 아버지, 어머니의 희생과 인내 때문 아닐까. 60~70대 의뢰인들과 대화를 나누며, 우리가 이전 세대에 참 큰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자식들 먹여 살리느라 정작 자기 삶은 제대로 돌볼 시간조차 없었던 부모님 세대들을 생각하면 참 가슴이 아프다. 어디 그뿐인가. 가부장적인 유교 문화로 경제 활동이 거의 불가능했던 상황에서 희생을 당연히 강요받고 지내온 어머니들과 가장 역할을 하느라 손발이 다 닳도록 뛰어다녀야 했던 아버지들. 그분들에게 진 빚을 우리는 언제쯤이면 다 갚을 수 있을까. (p.175)
사람은 후회의 동물이다. 후회는 작은 불씨에서 미화된 추억을 촉매삼아 자책이란 큰불로 번진다. 그떄 왜 그랬을까. 내 잘못일지도 몰라. 내가 잘못했지. 되돌릴 수 없을까. 난 왜 이럴까. 이혼하기 전에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 한다. 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나를 위해서. (p.290)
20대부터 이혼 변호사로 활동하며 1,000건 이상의 이혼 소송을 진행했다. 누군가의 인생에 불현듯 닥쳐온 고통의 시기에 든든한 동반자가 되는 것을 천직이라고 여기는, 소송을 통해 인생을 배우고 또 배우는 워킹맘이 바로 그녀다. 그동안의 숱한 간접 경험을 통해 느끼고 배우는 것을 공유하고 이혼 소송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김현원 작가와 함께 인스타툰 <메리지 레드>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곳에 결혼 생활 전후의 모든 시기마다 가장 보편적으로 일어나는 갈등 상황을 다루면서 그에 대한 이혼 변호사로서의 자기 생각을 솔직담백하게 담아냈다. 그 결과 그 노력이 빛을 발해 기혼자뿐 아니라 미혼자에게 더 큰 공감을 얻었고, 연재를 시작한 지 1년도 안 되어 팔로워 수가 무려 16만 명으로 늘어났다.
"제 남편이랑 이 친구 부인이랑 바람이 났어요", "변호사님 아니랍니다···. 제 아이인 줄 알고 키웠던 아이가 사실 제 친자식이 아니라고····.", "시어머니 때문에 미칠 것 같아요!" 막장 드라마가 아니다. 이것은 실화다. 이혼 변호사 최변이 들려주는 상상 초월 법정 드라마! 짠내 폭발 최변의 이혼 변호사 라이프! <우리 이만 헤어져요>. 2018년 9월 연재를 시작해 순식간에 16만 팔로워를 모으며 인스타툰 최고의 화제작으로 등극한 <메리지레드>가 이렇게 단행본으로 우리를 찾아왔다. 둘이 되어 사는 결혼 그리고 다시 하나가 되는 이혼. 제멋대로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다. 저자가 현직에 몸담고 있으면서 직접 겪어왔던 일들을, 갈등과 상황을 사실적으로 고스란히 담아냈다. 읽다 보니 정말 많은 이들이 함께 공감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리고 이 모든 게 실화라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아무리 사랑에 눈이 멀었다고 한들 반평생을 함께 살아온 동반자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나도 모르게 감정이 이입되어 많이 씩씩거렸다. 결혼은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다. 단순히 신부와 신랑 두 사람의 만남이 아니라 두 사람의 가족까지도 결합시키는 일이다. 그리고 이혼은 그 사랑에 마침표를 찍는다는 것이다. 일시적 감정에 따라 섣불리 결정을 내릴 일이 아니다. 이런 걸 보면 결혼은 참 버라이어티하다. 그 무엇도 예상할 수 없다. 그래서 상대방에 대한 믿음과 배려가 충분치 못하다면 더 힘든 것일테지. 미혼에겐 예습 필독서! 기혼에겐 실전 필독서! 헤어지고 싶다면, 헤어지고 싶지 않다면 꼭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