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초
T. M. 로건 지음, 천화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조건은 세 가지였다. 72시간 안에 이름 하나를 말해야 한다. 거절하면, 제안은 사라질 것이다. 영원히. 받아들이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다. 선택을 번복할 수도 없다. 그녀는 이 낯선 남자를 바라보았다. 전에도 만난 적 없고, 오늘 밤이 지나면 다시는 만날 일 없는 이 남자를. 그녀에게 빚을 지고 말았다는, 이 강하고 위험한 남자를. 오로지 단 한 번의 거래, 평생 한 번뿐일 제안이었다. 그녀의 인생을 바꿔놓을지도 모르는 거래. 누군가의 인생을 바꿔놓을 것이 거의 확실한 거래. 악마와의 거래였다. (p.11)

 

현명한 처신은 그저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있는 것일 거다. 그 일을 묻어버리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 것. 가족에 대한, 특히 아이들에 대한 위협은 너무도 컸다. 볼코프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가 아주 위험한 사람이라는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다 잊고 자신의 삶을 사는 게 상책이었다. 볼코프가 했던 제안 따위 잊는 것. 내게 이름 하나를 주십시오. 그러나 잊을 수 없었다. 그럴 수 없었다. 볼코프가 제안을 하자마자, 말이 그의 입술을 떠난 바로 그 순간 세라에게는 한 가지 생각뿐이었으니까. 너무도 강렬해서, 그 외에 다른 생각은 떠내려 보냈던 단 하나의 생각. 그 생각이 세라를 찾아오기까지는 몇 분도, 아니,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이름과 성. 두 단어. 다섯 음절. 당연히, 세라는 볼코프에게 알려줄 이름이 있었다. 누구에게나 이런 경우 말하고 싶은 이름이 하나쯤은 있다. 그렇지 않은가? (p.150)

 

꿈이 아니었다. 현실이었다. 세라의 인생이었다. 세라의 선택이었다. 이성과 격정 사이의 선택. 논리와 감정 사이의 선택. 그런 선택이 공정한 싸움이었던 적이 있긴 한가? 세라는 그때 더 자세히 묻지 않았고, 그게 실수였음을 이제야 깨달았다. 사라지다라는 말은 도대체 무엇을 뜻하는가? 온갖 것을 의미할 수도 있었다. 멀리 보내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게 한다는 뜻인가? 협박을 해서 현재의 삶에서 도망치도록, 또는 결과를 감수하도록 하는 건가? 돈으로 매수해서 멀리 떨어진 어딘가에서 새 삶을 살게 하는 건가? 어느 것도 그럴듯해 보이지 않았다. 가장 명백한 하나의 답만큼 있음직하지 않았다. 명백한 하나의 답, 사람이 증발한다는 것. 영원히······. (p.191)

 

 

 

 

대학 시간 강사인 세라는 상사인 러브록 교수에게 매일 성희롱을 당하고 있다. 인사권을 갖고 있는 러브록은 전임 강사 자리를 얻고 싶다면 자신과 자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압박을 가한다. 이에 세라는 러브록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거부 의사를 표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평생의 커리어가 달린 자리를 포기할 수도, 그렇다고 날로 심해지는 러브록의 횡포를 더 이상 참아낼 수도 없는 처지.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한계에 다다른 어느 날, 세라는 우연히 한 여자아이를 구하고 그 아이의 아버지에게서 솔깃한 제안을 받는다. “내게 이름 하나를 주십시오. 한 사람의 이름을. 내가 그 사람을 사라지게 해주지, 당신을 위해서.” 조건은 세 가지. 세라는 72시간 안에 이름 하나를 말해야 한다. 거절하면 제안은 사라질 것이다. 영원히. 받아들이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다. 선택을 번복할 수도 없다. 오로지 단 한 번의 거래, 평생 한 번뿐일 제안이었다. 세라의 손을 더럽힐 필요도 없고, 잡혀서 처벌을 받을 일도 없다. 방법도 간단하다.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을 위험천만한 악마와의 거래. 그 손을 잡을 것인가? 말 것인가?

 

전작에서도 그러했듯 이번에도 역시나! 모든 것이 엎치락뒤치락,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정말 단숨에 읽어 나갔다. 숨이 막힐듯이 답답하지만 그 상황에 놓인 세라의 심정이 너무나 잘 이해가 됐다. 법도 제도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두 아이의 엄마이자 집안의 가장으로써 그녀가 할 수 있는 선택이 뭐란 말인가. 작가 로건은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을 직장내 괴롭힘과 성희롱 문제에 대해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아주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그러면서 넌지시 물어온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냐고. 기회는 단 한번, 당신의 선택은? 나약해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결코 그러지 않았다. 냉철하게 옳고 그름을 파악하며 흔들리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우는 그녀의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물론 일련의 상황들이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누구라도 그런 상황에 놓여져 있다면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책을 읽으면서 이 빌어먹을 자식때문에 얼마나 흥분을 했는지! 매 순간 화를 삭이느라 무던히도 애를 썼다. 권력을 앞세워 약자를 즈려 밟는데 그에 맞대응할 수 없다는 게 너무나 억울했다. 하지만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처럼 누구든 간에 극악무도한 짓을 저지른 놈은 응당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는 법! 시원한 사이다 한 방에 짜릿한 전율이 온몸을 사로잡는다.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 ㅡㅡ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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