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
요 네스뵈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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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가 아닌 스탠드얼론, 748쪽의 묵직함으로 돌아온 스릴러의 제왕! 말이 필요 없는 작가 요 네스뵈, 그가 돌아왔다.

아버지는 로위에게 연약한 동생 칼과 엄마를 지켜줘야 한다고 말한다. 어른이 된 로위는 노르웨이의 작은 마을 오스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며 홀로 은둔생활을 하고 있다. 15년 만에 동생 칼은 미국에서 경영학 공부를 마치고 섀넌과 함께 고향 마을 오스로 돌아온다.

외톨이로 생활하던 형 로위와 다르게 동생 칼은 동네에서 인기가 많았고 그의 귀향을 고향 사람들은 반가워한다. 칼은 오스에 호텔을 짓겠다는 호언장담을 하면서 마을 사람들에게도 투자를 하라며 마을을 들썩거리게 만든다.

로위와 칼을 지켜보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형제의 친구이자 마을 경찰인 올센이었다. 십여 년 전 로위와 칼의 부모님이 자동차 추락 사고로 사망한 사건을 재조사하려고 했던 아버지가 현재까지 실종 상태였기 때문이다.

칼의 등장으로 잔잔했던 로위의 일상이 조금씩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오랜 세월 감춰두었던 비밀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로위는 동생 칼을 위해 그리고 가족의 명예를 위해 무언가를 숨기고 감춰야만 했다. 경찰의 재조사로 이 가족의 비밀은 밝혀질 수 있을까?

아버지는 로위와 칼에게 "우린 가족이다. 우리가 믿을 건 가족뿐이야. 친구, 애인, 이웃, 이 지방 사람들, 국가. 그건 모두 환상이야. 정말로 중요한 때가 오면 양초 한 자루 값어치도 안 된다. 그때는 그들을 상대로 우리가 뭉쳐야 해, 로위. 다른 모든 사람 앞에서 가족이 뭉쳐야 한다고." 가르쳤다.

가족을 지키기 위한 로위와 칼의 행동을 다 이해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쩌면 그래야 살 수 있었던 선택이 아니었을까란 생각도 해보게 된다. 진실이 밝혀지는 것보다 가족의 비밀이 밝혀져서 오프가르 집안은 굴욕을 당할 것을 더 수치스러워하는 로위의 행동과 가족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의 비밀이 되어 줄 수밖에 없는 로위와 칼.

서로 정반대의 성격과 외모를 가지고 있는 로위와 칼은 다른 사람이 갖고 있는 것을 나도 갖고 싶다는 모방 욕망을 표출하게 된다. 심지어 사랑까지도. 말 없는 목격자 오테르틴 산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과연 오프가르 킹덤을 지키기 위해 로위와 칼은 과연 어떤 일까지도 할 수 있을까?

오랜만에 읽어보는 요 네스뵈의 작품이었다.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를 간간히 읽었지만 2020년에 발표한 킹덤은 61세, 한국 나이로 치면 환갑에 발표한 작품이다. 그래서일까? 그냥 술술 흘려서 읽을 수가 없었다. 스탠드 얼론으로 살아있는 캐릭터들의 향연을 느낄 수 있는 만족스러운 748쪽의 반전의 묘미를 당신도 느껴보길 바란다. 


한번 손대면 멈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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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외 지음, 황현산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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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와일드(1854~1900) 아일랜드 더블린 출생 극작가, 소설가, 시인으로 유미주의 작가이다. 당시 빅토리아 시대의 엄숙주의를 조롱하며 사회적 풍자가 넘치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자녀들을 위해 쓴 책으로 <행복한 왕자와 다른 이야기>가 있다. 표제작인 <행복한 왕자>는 온몸이 순금 판으로 덮였고 보석으로 치장한 행복한 왕자의 조각상이 비참한 도시를 내려다 보다 가난하게 사는 사람들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쉬러 온 제비에게 부탁하여 보석과 순금을 떼어 내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볼품없는 동상을 녹여 버리기로 사람들이 결정을 하게 되고 천사가 가장 귀한 두 가지로 왕자의 쪼개진 심장과 죽은 제비를 가지고 가서 천국에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이 난다.



<행복한 왕자> 이야기는 주변의 소외된 이웃을 돌아보고 나눔의 행복을 자녀들에게 알려주려는 것이었겠지만 너무 오래된 이야기라 그런가 왕자는 살아있을 때는 깨닫지 못했던 백성들의 가난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발목 잡힌 제비는 왕자를 돕다 결국 얼어 죽고 마는데 그게 과연 올바른 희생인 건가? 죽어서 천국 가면 뭐하나 살아서 행복하게 살아야지.



<나이팅게일과 장미>는 철학을 공부하는 대학생이 교수의 딸을 사랑하게 된다. 나이팅게일은 순수한 사랑을 최고로 생각하는데 청년의 눈물에 감동을 받고 스스로 가시에 몸을 찔리며 붉은 장미를 피워내고 죽게 된다. 대학생은 교수의 딸에게 장미를 들고 찾아가지만 그녀는 다른 남자가 준 보석에 마음을 빼앗겨 붉은 장미를 거절하게 되고 대학생은 붉은 장미를 버리며 사랑의 덧없음을 깨닫고 철학 책을 펼쳐들면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교수의 딸은 김중배의 다이아몬드처럼 속물근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고 나이팅게일에게는 예술가와 진정한 사랑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고 나이팅게일의 노래를 그저 아무런 의미도 실용성도 진정성도 없다고 생각하는 대학생은 그저 책 속에서 철학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어려운 주제를 정말 오스카 와일드는 아이들에게 들려준 걸까?



<어부와 그의 영혼>은 어부와 인어로도 번역되는 작품이다. 어부는 인어와 사랑에 빠지는데 영혼이 있는 사람은 물속에서 살 수가 없으니 마녀의 도움으로 영혼을 잘라낸다. 영혼은 어부에게 무섭다며 마음을 달라고 하지만 어부는 인어에게 줄 것이기 때문에 거절하고 1년에 한 번은 꼭 만나자는 약속을 하게 된다. 영혼은 매년 어부를 찾아와 지혜와 반지로 유혹하지만 모두 실패하고 만다. 3년째 찾아온 영혼은 아름답게 춤추는 여인의 맨발을 보러 가자는 유혹에 넘어간 어부는 영혼을 다시 자신의 몸에 붙이고 도시로 가게 된다. 도시에서 영혼이 자신에게 계속 악행을 지시하자 영혼을 다시 떼어내려고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단 한 번만 잘라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부는 죽은 인어를 끌어안고 생을 마감하게 된다.



인어 공주가 생각나는 작품이다. 사랑을 위해서 정말 영혼까지 팔 수 있을까? 어부의 영혼은 악마였을까? 인어를 사랑하지만 인어에게 없는 발에 대한 호기심으로 영혼을 다시 붙이는 어부의 잘못은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나는 사랑을 위해서 어떤 것까지 희생할 수 있을까? 사랑만으로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 내 답은 사랑이 밥을 먹여주진 않는다. 그리고 사람이 밥만 먹고살지도 못한다.



<별 아이>는 별이 떨어지는 걸 목격한 두 나무꾼이 발견한 것은 신비한 별 장식과 금박이 달린 망토로 쌓인 아기였다. 나무꾼은 아이를 키우게 되고 아이는 아름답게 자랐으나 성격은 점점 더 건방지고 사악해져만 갔다. 어느 날 거지 여인이 잃어버린 자식을 찾으러 오게 되는데 거지 행색의 여인이 내미는 손을 거부한 아이는 얼굴을 두꺼비 같고 몸은 뱀처럼 비늘로 뒤덮여 흉측하게 변하게 된다. 아이는 3년 동안 엄마를 찾아다니다 사악한 마법사에게 붙잡히고 세 번의 시험을 거치게 되는데 산토끼에게 베풀었던 동정으로 시험을 통과하게 된다. 엄마의 용서를 받고 왕이 되지만 3년 후 아이는 죽게 된다.



동정을 베푼 나무꾼의 손에 키워진 아이는 너무나도 잔인한 아이였다. 동정을 베풀 가치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자신의 엄마가 내민 손길도 거부하는 그 못된 마음이 얼굴이 바뀌는 저주가 아니었을까? 잘못을 반성하고 세 가지 시험을 통과하면서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아이의 이야기는 지금의 외모지상주의에도 통할까? 세상은 냉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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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MIDNIGHT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프란츠 카프카 외 지음, 김예령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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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갈 때 가볍게 챙겨가기 좋은 책으로 강추!!



한 권에 4편(어셔가의 붕괴 / 붉은 죽음의 가면극 / 검은 고양이 / 도둑맞은 편지)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짧지만 4편 모두 강력한 충격을 주는 작품들이다. <검은 고양이>는 어릴 때 읽고 너무 무서웠었는데 지금 읽어도 소름이 오싹오싹!



에드거 앨런 포(1809.1.19~1849.10.7)는 추리소설의 창시자로 불리는 작가다. 하지만 나에겐 에드거 앨런 포 하면 떠오르는 시가 있다. 사랑하는 아내 버지니아를 떠나보낸 뒤 발표한 애도시 '애너벨 리'. 학창 시절 얼마나 절절했던지. 흡! 마지막 6연을 소개하자면.



달도 내가 아름다운 애너벨 리의 꿈을 꾸지 않으면 비치지 않네.

별도 내가 아름다운 애너벨 리의 빛나는 눈을 보지 않으면 떠오르지 않네.

그래서 나는 밤이 지새도록

나의 사랑, 나의 사랑, 나의 생명, 나의 신부 곁에 누워만 있네.

바닷가 그곳 그녀의 무덤에서

파도 소리 들리는 바닷가 그녀의 무덤에서



그래서일까? 부인을 너무 사랑한 작가가 작품 속에 투영한 것일지도 모르는 치명적으로 아름다운 여인의 죽음이 자주 등장한다. 에드거 앨런 포도 2년 후에 알코올중독에 빈사상태로 떠돌다 사망하게 된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



<어셔가의 붕괴>는 다른 출판사에서는 어셔가의 몰락으로 번역되는 작품이다. 어셔의 편지로 어셔 가를 방문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은 이상하고 괴상하다. 동생 매들린도 죽고 어셔는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데 폭풍우 치는 날 어셔는 매들린이 보인다는 얘기를 하는 그에게 광란의 해후를 읽어주자 현실에서 똑같이 일어나면서 매들린에 대한 비밀을 듣고 어셔 가를 도망치는 주인공은 바로 나였다. 이렇게 짧은 글에 공포를 느낄 수 있다니 정말 천재적이다. 아~ 비명을 지르고 싶다. 소리치면 무서움이 달아날까?



처음 읽은 <붉은 죽음의 가면>은 붉은 죽음이라는 역병에 걸리면 30분 안에 피를 토하며 죽게 된다. 역병을 피해 소수의 인원이 수도원으로 피신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리고 있다. 선택받은 자들은 맘껏 즐기고 있는데 그들에게도 어두운 불안의 그림자가 드리우게 된다. 안개처럼 스멀스멀 퍼지는 불안감이 어떻게 미치게 만드는지를 보여준다.



어린 시절부터 고양이를 무섭게 만들어준 단연 최고의 작품 <검은 고양이> 마지막 장에 고양이 울음소리가 또다시 들리는 것 같다. 이건 읽어봐야 이 맛을 알 수 있다. 아~~ 무셔



<도둑맞은 편지>는 D 장관이 왕비의 비밀 편지를 훔쳐서 곤란해지자 이 편지를 찾기 위해 경찰이 뒤팽에게 도움을 청하면서 시작된다. 아무리 뒤져도 경찰은 못 찾아낸 편지를 뒤팽은 아무렇게나 꽂혀져 있는 편지를 쉽게 찾아낸다. 눈에 불을 켜고 찾으면 오히려 더 안 보이는 '주의력 착각'. D 장관도 뒤팽도 인간의 심리를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4편 모두 짧지만 긴 시간 동안 여운을 남겼다. <검은 고양이>는 단연 최고다.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하겠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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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외 지음, 황현산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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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1882.1.25~1941.3.28)의 남편 레너드 울프는 버지니아를 위해 출판사를 차리고 아내의 작품 대부분을 출간했다. 남성과 결혼과 아기에 대한 혐오감이 깊었던 버지니아 울프와 결혼한 레너드 울프는 어떤 사람이었을지 정말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자기만의 방>은 여성과 소설에 대해 케임 브리지 대학교의 두 여성 칼리지에서 두 차례 강연한 내용을 <여성과 소설>이라는 에세이로 썼다가 그 글을 좀 더 발전시켜 여섯 개의 장으로 구성한 에세이이다.



버지니아 울프를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있다. 바로 모더니즘과 페미니즘이다. 당시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는데 그 당시 도서관을 이용하려고 해도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연구원을 동반하거나 소개장이 있어야만 출입이 가능했다. 임신과 출산, 육아, 가사로 지적 활동의 기회마저 박탈당하고 있었다.



작가가 글을 쓰기 위해선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물질적 토대가 필요하다. 즉 돈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며 버지니아 울프 자신도 숙모에게 일 년에 500파운드를 상속받은 뒤에야 '두려움과 쓰라림'에서 해방되었다고 한다.



고정된 수입이야말로 마음껏 사유하고 집필할 수 있기 위한 필요조건인 것이다. 셰익스피어와 똑같은 재능이 있는 누이가 있다고 한들 오빠와 같은 대작가가 될 수도 없고 오히려 파멸했을 것이라고 얘기한다. 왜냐면 여성들은 집에서 가사노동을 시작하도록 부모에게 강요받고 법과 관습이 재능 있는 누이를 파괴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1년에 5백 파운드와 문을 잠글 수 있는 자기만의 방을 갖는다는 것은, 지금의 돈으로 환산하면 한 달에 200만 원은 벌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재산과 시간을 가질 수 있어야만 자유로운 창작활동이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자신만의 자유로운 사유를 할 수 있는 권리, 즉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가져야 함을 의미한다.



"순전히 단순하게 남자거나 여자인 것은 치명적입니다. 남성스러운 여성이나 여성스러운 남성이 되어야 합니다.(...) 마음에서 남성과 여성의 통합이 이루어진 뒤에야 창의적인 예술을 이룰 수 있습니다."



문학과 여성을 주제로 여성을 둘러싼 편견들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있다. 여성의 권리만을 주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성을 주장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하면서 <양성론>에 대한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우리의 관계가 남녀 세계에 국한되지 않고 리얼리티 세계와 관련된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노력하는 게 가치가 있다는 말로 마무리하고 있다.



여성과 소설에서 뻗어나간 버지니아 울프의 생각들은 그 당시에는 가벼운 에세이로 취급했지만 현대 문학에서 페미니즘과 젠더 이론의 선구가 되는 작품이다. 남성 위주의 사회와 이데올로기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비판했던 그때와 지금은 얼마나 바뀌었을까? 버지니아 울프가 지금의 우리를 보고 어떤 말을 할지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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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MIDNIGHT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프란츠 카프카 외 지음, 김예령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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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1909.6.19~1948.6.13)는 필명으로 본명은 쓰시마 슈지이다. 대지주 쓰시마 가문의 11남매 중 10번째 자녀로 태어났지만 허약한 어머니의 손에 자라지 못하고 유모와 숙모, 보모의 손을 거치며 자랐다. 고리대금업으로 부를 축적한 가문을 경멸했지만 경제적으로 독립하지도 못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부잣집 아들로 자랐다.



1930년 도교 제국 대학 불문과에 입학하였지만 공부보다는 집에서 보내주는 돈으로 화려한 생활을 하고 있는 자신을 경멸하기 시작하면서 죄책감과 자기혐오에 빠지기 시작해 마르크스 주의에 심취하기 시작한다. 3년 동안 좌익 활동을 했으나 송금을 중단하고 모든 인연을 끊겠다는 맏형의 편지에 다자이 오사무는 동료들을 배신하게 된다.



스무 살에 2학기 시험을 앞둔 전날 첫 자살 시도를 하게 된다. 스물한 살에 긴자 카페 종업원과 다량의 칼모틴을 복용하고 동반자살을 시도했으나 자신만 살아남게 된다. 하쓰요와 결혼을 하고 신문사 입사 시험에 응시했다 떨어지면서 또 자살시도를 하게 된다. 스물여덟 살에 하쓰요의 불륜 사실을 알고 그는 또다시 동반자살을 시도했지만 이마저도 실패로 끝나게 된다. <인간 실격>을 집필하고 서른아홉 살 아내에게 <굿바이>원고와 유서를 남기고 애인이었던 야마자키 도미에와 다마가와 강에서 서로 기모노 끈으로 묶고 동반 투신자살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다자이 오사무에게 계속해서 자살을 시도하게 만든 이유는 뭘까? <인간 실격>을 읽다 보면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첫 문장 '나는 그 사내의 사진을 석 장 본 적이 있다.'로 시작한다. 석 장의 사진 속에 담긴 사내의 외모와 색다른 모습을 설명해 주는 머리말로 야릇한 미모의 남자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켜주면서 시작된다.



"참으로 수치스러운 삶을 살아왔습니다."



주인공 요조는 세 개의 수기로 인간의 생활을 잘 모르겠다면서 소외감을 느끼고 불안과 공포를 위장하기 위해 타인 앞에서 익살을 떨며 세상과의 관계를 계속해 나가고 있다. 자신의 익살이 속임수임을 타케이치에게 간파당하고 호리키에게 간파당하고 호리키와 사귀고 유부녀와 동반 자살을 하려다 자신만 살아남게 되고 성폭행 당하는 모습을 목격한 충격으로 모르핀 중독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서 마침내 인간 실격을 자각하게 되는 요조를 만나 볼 수 있다.



"그저 모든 것은 지나갑니다."



어떤 내적 불안이 그를 이렇게까지 내몰았을까? 고리대금업으로 부를 축적한 쓰시마 가문에서 강자가 약자를 다스리는 모습을 보면서 컸기 때문 아니었을까? 강자를 비판하고 약자를 사랑하는 마음이 그의 내적 불안을 만들었으리라. 차라리 편하게 집안의 강자로 군림하는 쪽을 선택했다면 결코 자살을 선택하는 허약해 보이는 다자이 오사무가 되지는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가진 자의 집안에서 돈의 혜택은 제공받으면서도 좌익활동을 하게 만든 약자를 생각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그의 마음은 계속 흔들리고 불안하고 외로웠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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