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자이 오사무(1909.6.19~1948.6.13)는 필명으로 본명은 쓰시마 슈지이다. 대지주 쓰시마 가문의 11남매 중 10번째 자녀로 태어났지만 허약한 어머니의 손에 자라지 못하고 유모와 숙모, 보모의 손을 거치며 자랐다. 고리대금업으로 부를 축적한 가문을 경멸했지만 경제적으로 독립하지도 못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부잣집 아들로 자랐다.
1930년 도교 제국 대학 불문과에 입학하였지만 공부보다는 집에서 보내주는 돈으로 화려한 생활을 하고 있는 자신을 경멸하기 시작하면서 죄책감과 자기혐오에 빠지기 시작해 마르크스 주의에 심취하기 시작한다. 3년 동안 좌익 활동을 했으나 송금을 중단하고 모든 인연을 끊겠다는 맏형의 편지에 다자이 오사무는 동료들을 배신하게 된다.
스무 살에 2학기 시험을 앞둔 전날 첫 자살 시도를 하게 된다. 스물한 살에 긴자 카페 종업원과 다량의 칼모틴을 복용하고 동반자살을 시도했으나 자신만 살아남게 된다. 하쓰요와 결혼을 하고 신문사 입사 시험에 응시했다 떨어지면서 또 자살시도를 하게 된다. 스물여덟 살에 하쓰요의 불륜 사실을 알고 그는 또다시 동반자살을 시도했지만 이마저도 실패로 끝나게 된다. <인간 실격>을 집필하고 서른아홉 살 아내에게 <굿바이>원고와 유서를 남기고 애인이었던 야마자키 도미에와 다마가와 강에서 서로 기모노 끈으로 묶고 동반 투신자살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다자이 오사무에게 계속해서 자살을 시도하게 만든 이유는 뭘까? <인간 실격>을 읽다 보면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첫 문장 '나는 그 사내의 사진을 석 장 본 적이 있다.'로 시작한다. 석 장의 사진 속에 담긴 사내의 외모와 색다른 모습을 설명해 주는 머리말로 야릇한 미모의 남자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켜주면서 시작된다.
"참으로 수치스러운 삶을 살아왔습니다."
주인공 요조는 세 개의 수기로 인간의 생활을 잘 모르겠다면서 소외감을 느끼고 불안과 공포를 위장하기 위해 타인 앞에서 익살을 떨며 세상과의 관계를 계속해 나가고 있다. 자신의 익살이 속임수임을 타케이치에게 간파당하고 호리키에게 간파당하고 호리키와 사귀고 유부녀와 동반 자살을 하려다 자신만 살아남게 되고 성폭행 당하는 모습을 목격한 충격으로 모르핀 중독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서 마침내 인간 실격을 자각하게 되는 요조를 만나 볼 수 있다.
"그저 모든 것은 지나갑니다."
어떤 내적 불안이 그를 이렇게까지 내몰았을까? 고리대금업으로 부를 축적한 쓰시마 가문에서 강자가 약자를 다스리는 모습을 보면서 컸기 때문 아니었을까? 강자를 비판하고 약자를 사랑하는 마음이 그의 내적 불안을 만들었으리라. 차라리 편하게 집안의 강자로 군림하는 쪽을 선택했다면 결코 자살을 선택하는 허약해 보이는 다자이 오사무가 되지는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가진 자의 집안에서 돈의 혜택은 제공받으면서도 좌익활동을 하게 만든 약자를 생각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그의 마음은 계속 흔들리고 불안하고 외로웠으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