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지니아 울프(1882.1.25~1941.3.28)의 남편 레너드 울프는 버지니아를 위해 출판사를 차리고 아내의 작품 대부분을 출간했다. 남성과 결혼과 아기에 대한 혐오감이 깊었던 버지니아 울프와 결혼한 레너드 울프는 어떤 사람이었을지 정말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자기만의 방>은 여성과 소설에 대해 케임 브리지 대학교의 두 여성 칼리지에서 두 차례 강연한 내용을 <여성과 소설>이라는 에세이로 썼다가 그 글을 좀 더 발전시켜 여섯 개의 장으로 구성한 에세이이다.
버지니아 울프를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있다. 바로 모더니즘과 페미니즘이다. 당시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는데 그 당시 도서관을 이용하려고 해도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연구원을 동반하거나 소개장이 있어야만 출입이 가능했다. 임신과 출산, 육아, 가사로 지적 활동의 기회마저 박탈당하고 있었다.
작가가 글을 쓰기 위해선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물질적 토대가 필요하다. 즉 돈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며 버지니아 울프 자신도 숙모에게 일 년에 500파운드를 상속받은 뒤에야 '두려움과 쓰라림'에서 해방되었다고 한다.
고정된 수입이야말로 마음껏 사유하고 집필할 수 있기 위한 필요조건인 것이다. 셰익스피어와 똑같은 재능이 있는 누이가 있다고 한들 오빠와 같은 대작가가 될 수도 없고 오히려 파멸했을 것이라고 얘기한다. 왜냐면 여성들은 집에서 가사노동을 시작하도록 부모에게 강요받고 법과 관습이 재능 있는 누이를 파괴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1년에 5백 파운드와 문을 잠글 수 있는 자기만의 방을 갖는다는 것은, 지금의 돈으로 환산하면 한 달에 200만 원은 벌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재산과 시간을 가질 수 있어야만 자유로운 창작활동이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자신만의 자유로운 사유를 할 수 있는 권리, 즉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가져야 함을 의미한다.
"순전히 단순하게 남자거나 여자인 것은 치명적입니다. 남성스러운 여성이나 여성스러운 남성이 되어야 합니다.(...) 마음에서 남성과 여성의 통합이 이루어진 뒤에야 창의적인 예술을 이룰 수 있습니다."
문학과 여성을 주제로 여성을 둘러싼 편견들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있다. 여성의 권리만을 주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성을 주장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하면서 <양성론>에 대한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우리의 관계가 남녀 세계에 국한되지 않고 리얼리티 세계와 관련된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노력하는 게 가치가 있다는 말로 마무리하고 있다.
여성과 소설에서 뻗어나간 버지니아 울프의 생각들은 그 당시에는 가벼운 에세이로 취급했지만 현대 문학에서 페미니즘과 젠더 이론의 선구가 되는 작품이다. 남성 위주의 사회와 이데올로기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비판했던 그때와 지금은 얼마나 바뀌었을까? 버지니아 울프가 지금의 우리를 보고 어떤 말을 할지 상상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