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 이스탄불
부르한 쇤메즈 지음, 고현석 옮김 / 황소자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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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가 우리나라와는 6.25 UN군 파병과 월드컵 4강(3, 4위전)을 함께 거치며 우호가 돈독한 나라이다.

이슬람 국가이지만 경제적 이유 아니고 친교를 맺은 몇 되지 않은 나라 중 한 나라다.

옛날 오스만 투르크는 막강한 국력으로 아시아와 유럽 일대를 장악한 적도 있다. 화려한 문화 유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 영토도 큰 나라다.

지리적으로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곳에 위치해 두 문명을 복합적으로 받아들임과 동시에 독특한 헬레니즘 문화를 이룩한 나라이기도 하다.

이스탄불은 터키의 수도이면서 동로마시대 수도, 콘스탄티노플이라고 불렸던 곳이다. 우리나라는 1990대 들어 해외 여행이 자유로워지면서 가장 많이 찾는 나라 중 한 곳이다.

문학적으로는 잘 알려지지 않아 노벨상 수상작가 오르한 파묵과 그의 작품 몇몇만 알려져 있다.(이것은 필시 독자의 과문 탓이리라)

이 책 『이스탄불 이스탄불Istanbul Istanbul』은 물론 작가 부르한 쇤메즈도 독자로서는 생소하다.

그러나 작품의 내용은 몹시 재밌다. 문학성도 높고 상상력도 기발하다. 이 책을 통해 작가와의 상견례도 멋진 셈이다. 그를 좋아하게 됐으니까. 기발한 상상력이란 것은 한 작품 안에 도스토옙스키와 《데카메론》을 만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다.

현실의 고통을 잘 표현하는 도스토옙스키, 신비로운 이야기를 재미 있게 풀어낸 《데카메론》, 모두 이 작품 안에서 발견된다.





“여기가 이스탄불인가?”

“예, 아저씨. 스스로 신이라 믿는 남자들의 도시, 가출한 소녀의 꿈이 통곡하는 도시, 흰고래를 찾아 바다를 떠도는 늙은 어부의 도시, 평생을 살아도 그리운 도시 이스탄불이에요. 먼 길을 돌아 이 도시에 온 아저씨는 이스탄불에서 그 무엇을 찿으셨나요?”

오르한 파묵 이후 터키가 배출한 가장 걸출한 문인으로 평가받는 소설가 부르한 쇤메즈가 마침내 우리나라 독자들과 만난다.

이 책 『이스탄불 이스탄불』 은 현재 활동하는 전 세계 작가들 중 가장 유니크한 소설가라 칭송받는 부르한 쇤메즈의 세 번째 소설이자 대표작이다.





잔인하리만큼 고혹적인 도시 이스탄불의 깊디깊은 지하감옥. 시멘트벽으로 구획된 좁디좁은 감방 안에 나이도 직업도 성향도 전혀 다른 네 남자가 함께 갇혔다.

아마도 혁명운동에 연루되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네 남자는 서로의 비밀을 지켜주기 위해, 언제 또 찾아올지 모를 고문의 두려움에 함몰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재미난 이야기를 풀어낸다.

흰고래를 찾아 평생 먼바다를 떠돌다 패배한 늙은 어부, 해도(海圖) 위에 가상의 섬을 그린 후 자신이 사랑한 여인의 이름을 지어주는 해도 담당 선원, 기발한 수완으로 강간을 모면하는 수녀, 벽의 거짓말에 속는 외딴마을 사람들, 사람의 영혼을 가진 늑대, 딸의 딸이자 손녀이자 남편의 여동생인 아이와 둘이 살아가는 노파…. 여기에 에피소드 사이사이를 메우는 네 남자의 사적인 내러티브는 땅 위와 땅 아래, 이야기 안과 이야기 바깥, 수천년 시공간이 얽히고설키며 거대한 태피스트리로 완성된다.

보이지 않는 곳에 존재하는 그들의 대화가 곧 현실의 우화가 되어 자유와 연민, 욕망과 기억이라는 철학적 주제를 흡사 환상동화처럼 풀어내는 이 소설은 “머잖아 고전의 반열에 우뚝 설 위대한 작품”이라는 상찬 속에 전 세계 34개국으로 판권이 팔렸다.





흑사병이 창궐하던 14세기, 피렌체에 살던 한 무리의 귀족들은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의 냄새를 피해 시골 별장으로 은신했다.

두려움과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그들이 택한 것은 이야기였다. 음탕하고 우스꽝스러운 이야기. 순진한 사랑 이야기, 기발한 복수 이야기….

인간의 본능과 악덕, 탐욕과 허영, 선량함과 예지를 유쾌하게 일깨우는 서사를 통해 그들은 폐허가 된 삶을 북돋울 용기와 지혜를 모색했다.

조반니 보카치오의 소설 『데카메론』이 이렇듯 역병을 피해 자가격리된 귀족들의 서사라면, 『이스탄불 이스탄불』은 타의에 의해 한순간 지하세계로 떨어진 네 남자의 서사이다.

자발적 격리와 강제 격리, 삶 쪽에 가까워진 현실과 죽음에 바짝 다가선 운명이라는 차이는 분명했지만, 이스탄불 지하감옥에 갇힌 그들 역시 천일야화처럼 끝나지 않을 이야기를 통해 견디기 힘든 상처와 두려움을 치유하려 했다.

그렇게 열흘 동안, 삶과 죽음 사이에 가로놓인 연약한 문턱에 선 채 각자 체험하거나 듣거나 읽은 온갖 이야기를 변주하면서 시시각각 부옇게 흐려지는 땅 위의 삶, 한 줄기 꿈에 매달렸다.





“실은 긴 얘기지만 짧게 할게요, 이스탄불에 그렇게 눈이 많이 온 적은 없을 거예요. 한밤중에 수녀 두 명이 안 좋은 소식을 전하기 위해 카라쾨이의 성 조지 병원을 출발해 파두아의 성 안토니오 성당으로 가고 있었어요. 그때는 4월이었는데, 유다나무 꽃들은 얼어서 갈라지고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바람 때문에 거리에 돌아다니는 개들은 추위에 진저리를 칠 정도였어요. 수녀들이 갈라타 탑에 거의 도착했을 때 젊은 수녀가 같이 가던 나이든 수녀에게, 어떤 남자가 계속 자신들 뒤를 따라 언덕을 올라오고 있다고 말했어요.”

- p. 7

보스포루스 해협을 휘감아 돌며 숨 막힐 듯 아름다운 첨탑과 돔들이 스카이라인을 이루는 오래된 도시 이스탄불. 그 아래, 죽은 자들의 묘지보다 깊고 음습한 지하감옥으로 던져진 네 남자가 가로 1m 세로 2m 좁은 감방에 함께 갇혔다.

칼날 같은 추위가 찾아오는 초겨울 무렵이었다. 열아홉 살 대학생 데미르타이가 원한 건 단지 가난한 엄마가 밤마다 눈물 흘리지 않는 세상에 사는 거였다. 그런 세상을 만들자고 혁명운동을 하다 이곳까지 왔다. 고문 끝에 정신을 잃고 죽은 개처럼 축 늘어져 여기에 처박힌 그를 살려낸 건 의사 아저씨라고 불리는 남자였다.

동정과 연민, 완전성에 대한 믿음을 지닌 의사는 병든 도시를 구하겠다며 혁명집단에 들어간 의대생 아들이 폐결핵에 걸린 병자로 나타나자 다른 이의 이름으로 아들을 입원시킨 뒤, 아들 신분으로 여기에 끌려왔다.

그리고 이발사 카모. 고통만이 생의 유일한 스승이었던 그는 이 좁은 공간에서도 철저히 외로운 시인으로 존재하기를 택했다.





이곳은 항로에서 벗어난 배의 짐칸이었을까, 아니면 카모가 어떻게 탈출해야 하는지 몰랐던 위기의 바닥이었을까?

세 개의 벽, 하나의 문, 그리고 피를 뒤집어쓴 남자 하나가 있을 뿐이었다. 카모는 눈을 감으면 다른 곳에서 깨어날 거라고, 한순간 장소가 바뀔 거라고 믿는 듯했다. 자신을 믿는 것과 자신을 잃는 것 사이에는 아주 미세한 경계가 있을 뿐이었다.

- p. 72





어느 날 피투성이 거구의 노인 퀴헤일란이 이 감방에 들어왔다. 멀고 먼 마을에서 평생토록 이스탄불을 동경하다 생의 끄트머리에 이 도시에 도착한 퀴헤일란은 무아지경의 시인, 무모한 탐험가, 격정에 사로잡힌 연인들처럼 이스탄불을 찬미했다.

현실과 상상이 따로 분리되지 않는 그에게 이곳 지하는 그래서 좋았다.

통제 불가능한 속도로 탐욕의 희생양이 되어가는 이스탄불을 지상에서 보았다면 그는 절망했을 테니까.

유혹에 저항하지 못하는 몽상가들처럼, 퀴헤일란의 열정에 이끌린 세 사람은 이야기의 향연에 점점 더 깊이 빠져들었다. 흡사 꿈이 거세된 도시를 새롭게 설계하는 정복자들같이…





그동안 국내에서 출간된 터키 문학을 접할 때면 당연히 떠오르는 작가가 바로 오르한 파묵이다. 꾸준히 이 작가의 번역을 도맡아 하다시피 한 번역가 님의 이름이 친숙할 정도로 터키 문학에서 차지하는 오르한 파묵의 절대적인 문학의 세계는 기타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접할 때마저도 비교하게 되는 확고한 고정팬을 갖고 있다고 출판사 측은 밝혔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접한 터키의 새로운 신예라고도 할 수 있는, 나에게 있어서 처음으로 만나 본 부르한 쇤메즈란 작가는 터키의 문학의 또 다른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이 책의 제목인 이스탄불이 주는 책의 화려한 표지도 그렇지만 내용 또한 동양적인 냄새와 서양적인 냄새가 은연중 혼합의 느낌으로 다가오게 한다.





터키 쿠르드인 마을에서 자란 쇤메즈는 이스탄불 대학교를 졸업한 뒤 인권변호사이자 저술가로 활동하던 중 정치적인 이유로 고문당했고 영국으로 망명해서 치료받은 이력의 소유자다.

자신의 투옥체험이 투영되었을 이 소설은 그럼에도 경쾌한 문장으로 삶의 다채로운 아름다움을 노래한다.

“도시는 경제 교환 장소 이전에 말과 욕망과 기억의 교환 장소이다.” 이탈로 칼비노의 말이다.

고전적인 플롯과 구전설화의 서사를 차용해 주제의식을 강화하는 이 작품은 도시의 일상 속에서 하루하루를 건너는 우리에게 변하는 풍경과 변치 않는 가치들, 욕망하는 것과 기억해야 할 것들을 찬찬히 돌아보자고 다정하게 속삭인다.

저자 자신의 경험담이 녹아들었다고도 생각되는 구절들의 표현은 차세대 터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서의 역량을 발휘했다는 소개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게 한 책이다.

이스탄불에 대한 끝없는 찬미를 하던 노인 퀴헤일란처럼 세월의 흔적을 남기도고 여전히 자신의 모습을 통해 과거와 현대를 아우르는 도시, 이스탄불에 대한 연가처럼 들리기도 한 작품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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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전계약서 1
플아다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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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성』을 쓴 프랑스 보부아르는 중등학교 철학 교사로 근무 중(21세)에 지적인 동반자 샤르트르와 만나 사랑에 빠졌다.

죽는 날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잘했고 행복했던 것은 '샤르트르를 만난 것'이었다는 말을 남겼다.

『제2의 성』(1949년 출간)은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페미니즘 저서였다. 시몬 드 보부아르가 1986년에 죽었을 때 추도사에는 '페미니즘의 성서', '여성운동의 최고사제' 또는 '페미니즘의 어머니' 등과 같은 말들이 사용됐다.

보부아르와 샤르트르의 만남은 매우 지적이었고, 서로를 인정하는 실존적 차원에서 이뤄졌다.

1929년 두 사람은 '계약결혼'을 한 후 반세기 동안 자유로운 연인 관계를 유지했다.

이는 서로 구속하지 않으면서 연인이자 지적인 동반자로 오랜 세월을 함께 보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기존 질서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신념에 따라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한 그들은 “우리는 한 사람입니다.

너와 나는 존재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말에서 두 사람의 정신적 교감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이 결혼에는 세 가지 조건이 따랐다. 첫째, 서로가 다른 사랑을 하는 것을 허용할 것.

둘째, 거짓말하지 말고 서로에게 솔직할 것. 셋째, 경제적으로 독립된 생황을 할 것이 그 조건이었다.

이후 '계약결혼'은 여성 지식인들의 자유와 경제적, 성적 독립의 원전처럼 사용되기도 했다.





네이버웹소설 최고 인기작가 플아다의 장편소설 《혼전계약서》(전 2권)도 페미니즘 경향의 로맨스 소설이다.

《반드시 해피엔딩》 《당신을 주문합니다》 《일상의 히어로》에 이어 다시금 로맨스 NO.1을 증명한 플아다 작가의 신작 《혼전계약서》는 2019년 5월 4일부터 10월 22일까지 6개월간 총 94화가 연재되는 동안 네이버웹소설 로맨스 1위, 네이버 시리즈 400만 다운로드를 달성하며 이미 그 매력을 입증했다.

이번 단행본에는 ‘싱크로율 100%’의 주인공을 그려낸 팻녹 작가의 감수성 넘치는 삽화가 함께 수록되어 종이책으로 처음 만나는 독자뿐 아니라 네이버 연재를 통해 작품을 읽은 독자들에게 소장 가치가 있는 의미 있는 선물이 됐다.





《혼전계약서》는 계약 결혼 때문에 만난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고 성숙한 연애로 나아가는 과정을 그려낸 로맨스소설이다.

특히 이 소설은 비혼주의자이자 커리어우먼인 우승희가 사랑 속에서 일과 자신의 삶을 지켜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계약서를 사이에 둔 갑-을 관계로 만난 두 사람이 서로를 존중하는 법을 배우고, 더 나아가 시대착오적 가치관과 가풍까지 바꿔내는 청량감 있는 서사를 통해, 두 인물의 사랑은 더욱 아름답게 완성된다.

작가는 매력적인 캐릭터와 속도감 있는 서사에 지금 시대의 젊은 독자들도 공감할 수 있는 직접적인 연애의 문제를 녹여낸 이 작품을 통해 로맨스소설의 매력을 오롯이 드러냈다.





탁월한 경영감각으로 스타트업 회사를 설립한 젊은 CEO 우승희. 그녀는 어느 날 금왕그룹의 상속자 한무결과 결혼계약이 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시에는 50억을 갚아야 하는 상황. 승희는 결혼을 하지 않기 위해 ‘계약서를 붙들고 있는 한 혼인 전’이라는 마음으로 혼전계약서를 제안한다. 그러나 밀당의 귀재, 한무결과 만날수록 그의 매력에 속절없이 빠져들게 된다.

혼전계약서

우승희와 한무결은 혼인에 앞서 다음과 같이 계약을 체결한다.

- 두 사람은 결혼식 이후 10년간 혼인 신고를 하지 않는다.

- 각각의 가족 행사 참석은 연 1회로 제한한다.

- 가족 행사 참석 시간은 세 시간을 넘기지 않는다.

- 기타 다른 가족의 부양은 하지 않는다.

- 부부관계는 갖지 않는다.

- 사생활에 간섭하지 않는다.

- 간통 시 위자료 50억을 지급한다.

- 부동산은 공동명의로 한다.

- 서로 경어를 사용한다.

- 두 사람은 언제든 합의하에 이혼할 수 있다. ( p.93)





“오케이. 혼전계약서 쓰죠, 까짓 거.”

그리고 기어이 합의의 물꼬를 텄다. 하지만 그 또한 조건을 내걸었다.

“협상을 하려면 대화할 시간이 필요하겠네요. 매일 하루 한 시간씩 만납시다.”

매일 하루 한 시간? 승희의 눈이 커졌다.

“이동시간 같은 거 계산할 필요 없어요. 내가 매일 그쪽 있는 데로 갈 테니까.” (p. 67)





하지만 보수적인 금왕 한씨 가문은 승희에게 ‘며느리다움’을 요구하며 승희에게 결혼을 한 뒤에는 사업을 그만두고 무결을 내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게다가 무결의 매형이 될 사람은 대학시절부터 승희를 못마땅해 하던 그녀의 동기 명중우. 같은 학과 여학우 외모에 순위를 매기는 질 나쁜 무리의 리더였던 중우를 승희는 가능한 무시하려하지만, 중우는 승희의 일거수일투족에 개입하고 승희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을 퍼트리기까지 한다.

무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무결과 승희의 관계는 바람 앞 촛불처럼 위태로워지는데…….





“그리고 네가 건강해지면서 혼인계약서도 잊었다. 아니, 기억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어. 네가 네 스스로 좋은 사람을 만나길 바랐다.

그러니 돈이든 땅이든 갚지 않아도 된다고 전해라.”

“못 해요.”

무결은 한 손을 올려 제 눈을 가렸다. 표정이 일그러져가고 있었다.

“그걸로 붙잡아두고 있는 거예요.”

무결은 아프게 사실을 털어놓았다.

“내가 매달리고 있는 거예요, 할아버지.” (p. 428)





짧은 이별과 우여곡절 끝에 다시 만난 무결과 승희는 채무관계 없이 성숙한 성인으로서 다시 연애를 시작하려고 하지만, 금왕그룹을 노리는 명중우의 야욕은 하루하루 더 커져만 가고, 설상가상으로 명중우가 퍼트린 과거의 소문들이

승희를 노리며 시시각각 가까워진다. 과연 승희는 일도 사랑도 모두 지켜낼 수 있을까? 무결과 승희는 어두운 과거를 딛고 혼전계약서를 혼인증명서로 만들 수 있을까?





당신은 나의 모든 걸 알 필요가 없다. 내 밑바닥이 어디인지 손을 넣어 더듬어보길 원하지 않아. 그냥 그대로 여기 있어줘. 그저 여기 이렇게 가만히 서서 내 과거로 색을 입히지 않은 눈으로 나를 바라봐줘. 지금 당신이 마주하고 있는 내가 우승희의 전부라는 듯이. 그것만으로 나는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아. (p. 144)

서로에게 물들어가고 길들어간다.

승희는 속으로 조심스럽게, 행복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내가 널 가져서 미안하다고.

아직은 행복하면 안 될 것 같은데, 너무 빨리 행복해해서 미안하다고. 하지만 고맙다고.

이런 내게 와줘서. 행복에게 고맙다고 마음속으로 몇 번이고 인사했다. (p. 404)





이 소설은 몇 곳에서 비현실적인 점이 눈에 띈다.

재벌인 데다 어느 것 하나 빠진 것 없는 남자가 왜 그토록 쉽게 여주에게 몰입할까.

여주가 혼전 계약서라는 것을 빌미로 남자와 밀당을 하는 과정도 필연적 원인이 그닥 눈에 띄지는 않는다.

'센 여자'라 하기엔 너무 약하고, 스스로 헤쳐갔던 일은 그닥 없는 예쁜 여자. 이것만으로는 결말에 이르는 과정에 약간은 아쉽다.

사실 쉽게 술술 잘 읽혔고, 그 속에서 더한 두근거림과 몽글몽글한 로맨스도 충분하다.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필연적인 원인과 결과, 복선과 대반전을 바라는 독자로서는 약간은 아쉽다. 로맨스 소설을 많이 읽지 못한 독자가 진부한 관점일 것 같다.





저자 : 플아다


충북 보은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고 광고회사에서 AE로 근무했다. 네이버웹소설 《당신을 주문합니다》 연재를 시작으로 《누구에게나 악마가》 《오빠의 정석》 《가르쳐주세요》 《일상의 히어로》 《반드시 해피엔딩》 등의 로맨스 소설을 발표했으며, 2015년 《당신을 주문합니다》가 드라마로 제작되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에서 진행하는

체험단,리뷰단에서 제공 받아 작성한 솔직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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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이 휩쓴 세계사 - 전염병은 어떻게 세계사의 운명을 뒤바꿔놓았는가 생각하는 힘 : 세계사컬렉션 17
김서형 지음 / 살림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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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도의 복잡성과 불확실성 속에서 우리가 느끼는 불안감과 초초함은 거의 패닉 수준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후 코로나19)의 확산에 전 세계 인류가 공포와 불안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WHO가 공식 선언한 이후 정확한 사망자 수를 헤아리기도 어렵게 확산되고 있다.

백신은커녕 치료제도 없어 뒤늦게 본격 연구에 들어섰지만 언제 개발돼 나올지도 미지수다.

희망마저 안 보이는 암흑 세계로 치닫는 정세 속에서 일상은 자취를 감췄고, 유령도시도 속출하고 있다.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되도 코로나19 이전의 일상 복귀는 불가능해 보이는 것도 온 인류를 불안하게 한다.





다행히 코로나 방역에 아직까지는 비교적 방역을 잘한 우리나라도 아직도 국민의 관심이 코로나에 쏠려 있다.

뉴스에서 매일같이 치솟는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확인하면서, 너도나도 마스크를 쓰고 손소독제로 손을 씻어내고, 유례없는 온라인 개학과 화상 수업도 실시하는 등 최선의 대응을 하지만 전염병의 위력을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느꼈다.

전염병은 먼 나라에서 일어나는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을 뒤바꿔놓은 나의 일이 된 것이다.

사스나 에볼라와는 다르게 전염력이 엄청나 정부의 필사적인 방역 대책도 빛이 바래고, 무력감을 느끼기도 했다.

이제는 더 이상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사실 전염병은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역사학자인 윌리엄 맥닐이 ‘인류의 역사는 곧 전염병의 역사’라고 주장한 것처럼, 전염병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늘 인류와 함께해왔다. 전염병에 대한 높아진 관심을 방증하듯, 전염병을 다룬 역사책들도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앞서 재레드 다이아몬드 미국 학자는 저서 『총, 균, 쇠』에서 병균을 인류의 운명을 결정지은 핵심 요소로 꼽았다.

지금도 의학계나 역사학계에서는 전염병의 역사에 관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국내에서 출간된 전염병 관련 역사책들은 의학사에 한정해 역사적 인물이 걸린 질병에 초점을 맞춘다거나 전염병이 세계사에 미친 영향만을 주요하게 다뤘다.





이 책 『전염병이 휩쓴 세계사』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질병사(史)를 전공한 역사학자 김서형 교수는 전염병의 발생 원인과 역사에 미친 전염병의 영향뿐만 아니라, 전염병이 확산될 수밖에 없었던 필연적인 배경에도 큰 방점을 둔다.

빅히스토리(거대사) 분야의 탁월한 연구자이기도 한 저자는 좀 더 거시적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라는 새로운 개념을 가지고 전염병의 역사에 접근한다.

요약하자면, 인류가 이동하고 교류하면서 형성된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물건이나 지식뿐만 아니라 전염병도 함께 퍼져나가면서 역사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크게 고대의 ‘아프로-유라시아 교환 네트워크’, 대항해시대와 식민지시대의 ‘아메리카 네트워크’, 산업혁명 시기의 ‘산업 네트워크’, 현대사회의 ‘글로벌 네트워크’로 나누어서 알아본다.

이로써 독자는 인류의 운명을 뒤바꾼 전염병의 역사를 좀 더 입체적이고 다각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더불어 역사 속에서 전염병의 도전에 인류가 어떻게 응전해왔는지 성찰해보면서, 이른바 ‘전염병의 시대’가 되어버린 21세기에 소중한 지혜와 교훈도 얻게 될 것이다.





‘글로벌 네트워크’는 빅히스토리(거대사)에서 주요하게 다루는 개념이다. 데이비드 크리스천 교수가 제시한 ‘빅히스토리’는 민족이나 국가, 문명 단위를 뛰어넘어 전 지구적 패턴으로 세계사를 조망하는 역사관이다.

특히 빅히스토리에서 말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는 역사의 흐름을 혁명적으로 바꿀 만큼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하다.

글로벌 네트워크는 16세기 대항해시대의 항로 개척이나 20세기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지구 전체가 하나로 연결되는

현대적인 현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호모사피엔스가 전 지구적으로 이동하면서 이미 글로벌 네트워크가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전염병의 확산에 주된 원인이 된 글로벌 네트워크를 시대별로 소개한다.

고대의 ‘아프로-유라시아 교환 네트워크’인 실크로드와 바닷길, 몽골제국의 넓은 영토와 체계적인 도로망은 전염병의 이동 경로가 된다. 대항해시대 이후에는 대서양 삼각무역을 비롯한 ‘아메리카 네트워크’가 전염병을 교환하는 통로가 된다. 산업혁명 시기에는 농촌에서 도시로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산업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전염병이 도시를 휩쓸면서 여러 가지 사회문제가 대두되기도 한다. 네트워크가 전 지구적으로 촘촘히 연결된 오늘날에는 전염병의 확산 속도가 무섭도록 빠르다.

최근 코로나19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국경을 폐쇄하는 극단적인 조치까지 취해야 할 정도다.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전염병의 세계사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십수 년 전에 나온 전염병 관련 역사책이 ‘역주행’하면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 시기를 놓치지 않고 서둘러 전염병 관련 해외 역사책들이 번역되어 소개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책들은 의학사적 관점에서 전염병 자체에만 집중하거나 결과론적으로 전염병이 역사에 미친 피해나 영향 정도만 서술한다. 하지만 이것으로 전염병의 세계사를 충분히 설명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전염병은 제아무리 전염성이 강하더라도 접촉이나 교류가 일어나지 않으면 파급력 있게 확산되지 않는다.

하지만 『전염병이 휩쓴 세계사』는 역사상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 전염병이 어떻게 그런 결과를 낳게 되었는지 주된 원인 또는 배경으로 ‘글로벌 네트워크’에 집중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역사를 다룰 때 엄밀히 말해서 ‘인간에 의한’ 역사만 살펴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적인’ 활동만 역사를 형성하는 데 유의미하고 다른 것은 부차적인 요소로 치부했다. 하지만 지구의 전체 역사에서 인간이 거주한 시기는 한 점에 지나지 않는다. 더군다나 지구상에는 인간만 홀로 살지도 않았다.

인간의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인간을 둘러싼 외적 요소까지 총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전염병을 역사의 무대 위로 다시 올려놓는 작업은 매우 뜻깊다고 하겠다.

역사학자 윌리엄 맥닐도 ‘인류의 역사는 곧 전염병의 역사’라고 주장한다.

인류의 역사를 이해하려면 전염병을 알아야 하고, 반대로 전염병을 이해하려면 인류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 나아가 인류의 미래를 대비하고 예측하기 위해서도 전염병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전염병은 인류 역사의 총체적인 국면과 맞물려 있는 ‘역사적 현상’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전염병이 어떻게 세계사를 뒤바꿔놓았는지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실크로드를 따라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전파된 천연두는 거대한 서로마제국을 멸망시킨 결정적 원인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바닷길을 통해 전파된 페스트도 동로마제국을 쇠락의 길로 접어들게 했다.

유라시아에서 대제국을 건설한 몽골제국은 의도치 않게 중국에서 발생한 흑사병을 유럽에 퍼뜨렸다.

흑사병은 십자군전쟁과 함께 중세 교회를 붕괴시키고 근대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젖힌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

아메리카 식민지 개척 시대에는 아프로-유라시아에서 유럽인 개척자나 아프리카 원주민(노예)과 함께 건너간 온갖 전염병으로 아메리카 원주민이 멸종되었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전염병 치료약 개발이 비극을 낳는 경우도 있었다. 아프리카의 풍토병인 말라리아 치료제가 개발되자 유럽의 강대국들은 너도나도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삼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식민 지배를 받은 아프리카는 지금도 전염병을 통제하거나 예방할 능력이 없다. 전염병이 전쟁에 미친 영향도 무시하지 못한다.





수많은 병력이 대륙과 대륙 사이를 이동하면서 전염병을 옮기게 되는데, 전염병 자체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기도 하고, 총칼보다 전염병으로 인한 전사자가 훨씬 더 많을 때도 있었다.

국제보건기구(WHO)는 21세기를 ‘전염병의 시대’로 규정했다. WHO는 1968년 홍콩독감과 2009년 신종플루에 이어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포했다. 세계사는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코로나19를 비롯해 에볼라바이러스, 사스, 조류인플루엔자, 신종플루가 전 세계를 불안에 떨게 했듯이, 21세기에는 ‘글로벌 전염병’이라는 유령이 전 세계를 배회하고 있다.

세계는 그 어느 시기보다 가까워지고 하나로 연결되어 있어 전염병도 전 지구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반대로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전염병이 식민지를 오래 경험한 아프리카처럼 한 지역에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따라서 글로벌 전염병이 만연하는 시대에 사는 우리는 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국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역사가 증명하듯이, 앞으로 인류의 미래는 전염병의 도전에 전 세계가 어떻게 응전하느냐에 달려 있다.





전염병은 인류의 이동으로 그 세력을 더욱 키워나갔고, 글로벌 네트워크가 확장되면서 전염병의 확산은 인류의 생각 이상으로 크게, 또한 빠르게 퍼져나갔다. 이 책에서 앞서 일례로 든 실크로드의 경우를 살펴보면 로마 제국의 멸망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친 전염병은 다름 아닌 천연두였다. 당시 천연두로 사망한 로마인들은 400-500만 명이라고 하는데, 이는 로마 전체 인구의 1/3에 해당하는 숫자이다. 이 사례만 보더라도 전염병이 세계사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추측해볼 수 있다.

우리나라 역사에서도 전염병이 남긴 상흔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염병’이라는 단어가 총 736회가 등장한다고 한다. ‘염병’은 주로 장티푸스를 가리키는데, 이 전염병은 대체적으로 극심한 기근과 함께 창궐했다고 한다.

영양실조 상태의 사람들이 더욱 쉽게 전염병에 걸리고, 전염병을 이겨낼 면역력도 낮을 수밖에 없음을 생각한다면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 아닌가 싶다.





이처럼 전염병은 인류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세계사에 큰 획을 그었다. 코로나 19가 오늘날 우리의 사회를 완전히 바꿔놓은 것처럼...

아마 앞으로도 수많은 전염병들이 그렇게 인류의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의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단순히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닐지 모른다.

이 책은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면면들을 전염병의 확산의 원인이 되는지도 돌아봐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한다.


저자 : 김서형


이화여자대학교 사학과에서 논문 「1918년 인플루엔자와 미국 사회: 전쟁, 공중 보건 그리고 권력」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화여자대학교 지구사연구소 연구교수,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대학 연구원을 지냈고, 현재 러시아 빅히스토리 유라시아센터 연구교수로 활동 중이다.

『인류 최대의 재앙, 1918년 인플루엔자』 『세계사의 새로운 대안 거대사』(공역) 『왜 유럽인가』(공역) 등을 옮겼고, 『TEACHING BIG HISTORY』 『EDUCATION AND UNDERSTANDING: BIG HISTORY AROUND THE WORLD』 『빅히스토리: 인류 역사의 기원』 『김서형의 빅히스토리: FE 연대기』 『그림으로 읽는 빅히스토리』 『초등학생을 위한 빅히스토리』 등을 집필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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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사랑하기로 했다 - 지금 사랑이 힘든 사람을 위한 심리학 편지
권희경 지음 / 홍익 / 202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 『어쨌든 사랑하기로 했다』는 지금 사랑이 힘든 사람을 위한 심리학적 조언을 담고 있다.

연애나 결혼의 남녀 갈등은 어쩌면 모든 사람이 겪는 통과의례쯤으로 생각하기 쉽다.

당연히 사소한 문제일 때가 많다. 그만큼 해결도 쉽다. '내 탓이오'면 깨끗하게 해결되는 문제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갈등을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하면 결국 파탄으로 치닫는다. 속도는 엄청나게 빠르게 진행된다.

이쯤 되면 '내 탓이오'도 통하지 않고, '내가 잘못했다'로 해결하려던 사람도 자존심이 고개를 들며 말로 해결할 단계를 넘어선다.

이 책의 저자 권희경은 심리학자이고 상담전문가다. 27년을 해온 내공과 경험 사례들을 중심으로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제시한다.





이 책은 우선 내 안의 그림자에서 비롯되는 사랑의 여러 문제를 실제 상담 사례를 통해 들려준다.

책 안의 사랑과 갈등 이야기는 바로 내 이야기이기도 하다. 연인과 부부의 다양한 갈등을 풀어가는 과정과 사랑의 비밀을 사례별로 연구한 결과를 책에 담아 방안을 내놓는다.

그래서 아픈 연애의 이유와 결혼 생활의 문제를 내면의 욕구와 결핍으로 풀어본 사랑의 심리학 책이라고 보면 된다.

저자는 첫 방안은 ‘나’를 알면 그 비밀이 보인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사랑으로 힘든 당신에게 작은 힌트가 될 것이다.

나이를 먹고 경험을 쌓을수록 심리학은 세상 사는 데 도움이 되는 학문이란 생각이 커진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스스로 자신만의 생각의 틀에 맞추어서 착각으로 상대방을 대한다거나 착한 사람으로만 행동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휩싸인다거나 열등감에 빠져든다거나 사랑이 없는 부부관계를 맺게 되었을 때 등 상대방에 대한 배려 없는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될 수 없음을 알려준다. 때문에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스스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자신의 내면에 숨겨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행동하였을 때 비로소 상대방을 사랑할 수 있게 되고, 그 속에서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우쳐준다.

사랑은 어느 한쪽이 하는 것보다는 서로가 서로에 대해서 설레임과 행복으로 만났을 때 보다 깊고 넓은 사랑을 할 수 있고, 그런 사랑이야말로 서로를 위하고 함께 살아가는 가족에게 있어 꼭 필요한 사랑임을 다시 한번 더 깨닫게 해준다.





사랑도 미움도, 일도 공부도, 본질적으로는 인간의 심리로부터 시작되고, 문제가 생기고, 종국에는 해결되거나 혹은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남을 사랑하기 이전에 나부터 안다면 덜 상처주고 덜 상처받을 텐데.

이 책은 주로 연애와 결혼에 있어서 갈등을 일으키는 심리학적 문제들을 소개한다.

사람들은 대체로 남을 볼 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는 게 아니라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믿고 싶은 대로 믿는 경향이 있다.

그리스의 유명한 철학자 키에르케고르의 말이라고 배운 말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특히 연인이나 배우자를 선택할 때 그러한 경향이 강한데, 여기에는 어린 시절 간절하게 원했지만 반복적으로 좌절되었던 욕구를 연인 또는 배우자가 실현해 주리라는 욕망이 반영돼 있는 것 같다.

이를테면 어린 시절 어둡고 우울했던 부모를 보면서 실망한 자식이 밝고 쾌활한 연인 또는 배우자를 바라는 식이다.

이 경우 연인 또는 배우자가 부모를 연상케 하는 어둡고 우울한 모습을 보이면 실망한 나머지 사랑이 식을 수 있다.





나쁜 걸 알면서도 나쁜 사람에게 끌리는 것도, 사랑이 변할까 봐 끊임없이 두려워하고 의심하는 것도, 사람의 성격이나 내면을 보지 않고 스펙이나 외모만 보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연인 또는 배우자를 탓할 게 아니라 자기 내면의 미성숙한 '어린아이'를 살피는 것이 우선이다.

해결책 또한 어린 시절의 경험 또는 부모와의 관계에 있다. 이를 깨닫지 못하거나 깨달았더라도 과거의 상처를 직시하는 게 두려워서 외면하다 보면 결국 같은 상처를 계속해서 받게 된다. 상처는 더욱 깊어질 뿐이다.





저자에 따르면 사랑은 낭만, 표현, 섹스, 긍정, 공감, 돌봄과 관여, 신뢰 등의 요소로 구성된다.

하나라도 결여되거나 지나치면 상대는 물론 나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사랑은 사랑하는 감정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아무리 오래된 커플이라고 할지라도 감정을 지속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감정을 표현할 때는 상대를 탓하기보다 자기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전달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좋다.

말로써 진심을 표현하기가 힘들면 휴대전화 문자나 SNS를 이용하는 것도 괜찮다.

상대방이 불만을 표시하거나 화를 낼 때는 자신의 입장을 변호하며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는 대신 '새로운 시각'을 가져보는 것이 좋다.

상대가 나를 비난하고 공격한다는 사실에 집중하지 말고, 한 발짝 떨어져서 상대의 진의를 파악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불필요한 싸움도 피할 수 있고 관계를 보다 원만하게 만들 수 있는 실마리도 찾을 수 있다.

이 밖에도 좋은 관계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조언들이 다수 나온다. 사랑이 어려운 사람, 관계가 힘든 사람은 즉각 이 책의 조언을 받는 것이 좋다.





어떤 사람에게 사랑은 어렵다. 찰떡궁합도 더러 있겠지만 대부분은 부딪치며 상처받고 상처 주며 관계를 이어간다.

낭만과 설렘으로 시작한 사랑이 망가지고, 틀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네가 원래 말이 안 통하는 인간이어서, 네가 나쁜 사람이어서, 네가 변해서. 물론 어느 한쪽만의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문제는 양쪽에 다 있다. 서로 그것을 보지 않을 뿐. 왜냐하면 싸우고 있으니까. 미워하고 탓하기만도 바쁘니까. 그럴 때는 보통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사랑이 어려운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정말 다양한 이야기와 원인이 있겠지만,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나의 그림자에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림자가 계속 내면에 웅크리고 있다면 사랑하느라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채 희미해지기도 전에 아픈 사랑을 반복할지 모른다. 혹시 사랑을 방해하는 그 어떤 것이 내 안에 숨어 있는 건 아닐까. 숨 한번 크게 쉬고서, 그동안 내가 사랑해온 모습을 찬찬히 돌아보자.

사랑할 때 나는 어떤 사람일까.





결혼 전에는 그렇게 멋지고 사랑스러워 보이던 사람도 결혼을 하고 살아보니 맞지 않는 것 투성이고 결혼을 하고 함께 살아봐야만 알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며 깜짝 놀라게 된다.

그래서 힘들게 많은 것을 맞추며 사는 것보다 보다 쉽게 이혼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 같다. 연애는 물론 결혼 후에도 직장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직장에서의 스트레스가 가정에서 연장되면 24시간 내내 스트레스를 쌓아가면서 사는 셈이다.

더욱이 최근 코로나19로 가족 간의 집에서의 시간이 갑자기 많아지는 상황을 지혜롭게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정신이나 심리 상담을 받는 사람들도 많다고 의학계는 밝히고 있다. 이른바 '코로나 블루'다.

결혼 생활은 이같이 서로의 잘못이 아닌데도 순전히 외적 요인으로 부부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어쨌든 사랑하기로 했다』는 다양한 연애사례, 부부 상담 사례와 해결 방법으로 내용이 구성 되어 있다.

읽으면서 내 상황과 비슷한 상황은 없는지 살펴보면 훨씬 더 독서 효과가 클 것 같다.

대체적으로 결혼 생활에서의 갈등은 현실 상황에 치우쳐 차분하게 되돌아보고 반성하고, 다짐할 겨를 없이 하루하루 살아간다.

겉으로는 큰 문제가 드러나지 않지만 안으로는 갈등 요소가 쌓여간다. 이쯤 되면 사소한 문제, 즉 생활 습관 같은 것들도 더 눈에 띈다.

갈등이 깊어지는 것이다. 대화나 글, 같이 하는 취미 등으로 소통의 방법이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시한폭탄이다.





사랑을 시작한다면 스스로 자기 사랑을 돌아보며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혼자서만 마음을 다독이고 정리하기가 좀 어렵고 외로울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이 책이 친구가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

앞에서 밝혔듯 이 책은 상담전문가가 그동안 상담한 사례를 바탕으로 펴낸 책으로 교제 중이거나 부부가 읽으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이다. 상대방에게 손가락질하기 전에 나를 먼저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자신을 들여다보고 스스로 잘못을 찾아내는 것은 쉽지 않다. 주관이 개입되기 때문이다.

이 땐 이 책을 열어 '사랑'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된다. 물론 책을 읽는다고 연인이나 부부 관계의 행동이 바로 바뀌는 건 아니다. 잘못 된 부분에 대해 즉각 수긍하고 행동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 깊은 고민과 생각이 있어야 한다. 그게 갈등 해결의 첫 지점이다.

"사랑이란 꼭 두 사람이 같이 해야 하는 것이지만, 갈등을 풀어나가는 것은 우선 혼자서 할 수 있다"는 점을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 : 권희경


서울 중구에 위치한 지와감 심리상담센터 소장으로, 2004년도에 개원하여 현재까지 개인 상담, 커플 및 부부 상담, 부모 상담 및 집단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2000년도에 고려대학교 임상 상담 전공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2017년까지 시간강사 및 촉탁 교수로 상담 강의를 해왔다. 현재 서강대학교 교육대학원 겸임교수이며, 한국 상담심리학회 선임 이사이다.

이전에는 고려대학교 성폭력상담소 상담실장, 서울시 청소년 상담복지지원센터 상담팀장, 가톨릭대학교 학생상담센터 전임상담원을 역임했다. 풍부한 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연인과 부부의 건강한 사랑을 위해 여전히 힘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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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에 묻다
이주숙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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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 있던 '소설 쓰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작품을 만났다.

한때 소설 쓰기에 열중한 적이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이라 말 그대로 '그냥 쓰고 싶어서' 썼다.

지금 생각하면 소설을 무협지 정도로 생각했던 문학에의 졸렬한 접근이 창피해 깊숙이 숨겨놓은 비밀이다.

단편소설 한 편 제대로 써보지도, 문예지에 응모해본 적도 없이 '그냥 쓰였다 사라진' 소설에의 갈급한 마음은 스러졌다.

그때 소설에의 무한한 동경과 멋진 작품을 써보겠다는 의욕만큼은 사라진 소설 속에서도 가슴에 남겨졌다.

이주숙 작가의 『무등산에 묻다』는 굳이 장르를 분류하자면 미스테리 소설이다.

'장애'가 주는 한 사람의 의식 속에서 어떻게 변모해 한 인간의 삶을 어떻게 바꿔가는가를 바로 옆에서 들여다보는 듯했다.

소설 속의 주인공처럼 그런 경험도 없는데 바로 내 옆에서 일어나는 듯한 느낌을 갖는 것은 작가의 문체가 흡인력이 있어 그럴 것이라고 추측한다.





사실 제목부터 끌림이 있었다. 한라산, 설악산처럼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산이 아닌 '무등산'은 어쩌면 5.18 광주민중항쟁 때문에 널리 알려진 산이다.

거기에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5월'은 상징성이 충분해 독자로서 선입견이 있어서인지 모른다.

아무튼 이 소설은 도입부부터 강력한 흡인력을 준다.

그러나 이 소설은 지금처럼 꽃잎이 흩날리는 5월에도 어울리지만 가을의 스산한 바람에 더 어울릴 것 같다.

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니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생각하는 보통의 이야기와는 좀 다르다.

어딘가 외롭고 특이하다. 약간은 스산하고 차가운 기운도 느낄 수 있다.

코로나로 자꾸 헛헛해지는 마음에도 뭔가 묵직한 것이 느껴질 정도로 분위기는 밝지 않다. 그렇지만 삶의 무게를 견디려는 치열한 의지가 보인다.

이 소설을 중간에 멈추지 않고 끝까지 읽게 하는 작가의 필력 외의 힘에 흥미도 있다.

책장을 쉽게 덮을 수 없는 묘한 힘에 이끌리는 데다 삶에의 의지가 곳곳에 스며나와 쉽게 책장을 덮을 수가 없다.





『무등산에 묻다』은 큰 범죄를 조사하고 터뜨리는 데 협조하면 나의 뒤에 도사린 더 큰 어둠이 가려지고, 사랑하는 그를 얻을 수 있을 줄 알았다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소설은 굉장히 미스터리하다.

무등산 한 자락에서 펼쳐지는 그 어느 날의 일들을 만나볼 수 있다.

'연주'라는 주인공이 아버지가 고모의 집에 주인공을 맡기게 되고 어렸을 때 고모의 집에서 지내면서 거의 20년 이상을 지내게 된다.

어렸을 때 말을 못하면서 정신병원에 갔지만 그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자라다 고등학교, 대학교에 가면서 자신의 말을 서서히 할 수 있게 된다.

고등학교에서는 절친한 친구를 사귀게 되고 대학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여태까지 자신의 부모님에 대해서 알지 못했기에 알고 싶어하는 마음을 가지고 고모에게 사정을 말해달라고 하지만 고모는 아버지라는 말을 꺼낼 때마다 좋지 않은 표정을 가져서 아버지의 말을 꺼내지 못한다.

대학교에 진학해 비로소 자신의 부모에 대해서 알게 되는데 아버지는 군사정권에 대항해서 민주운동을 한 사람이라고 알게 된다.

점점 아버지의 존재에 대해서 알아가면서 반전이 계속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찌보면 다소 불편한 사람들 간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무등산에 묻다』란 소설이 독자를 끌어들인 이유는 '간결한 문제'가 첫번째 요인이다.

간결하고 짧지만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문체. 이러한 문체로 탄생한 개성이 강한 캐릭터들.

소설이 추구하는 필요충분조건을 갖춘 셈이다. 여기에 강력한 상상력의 세계로 이끄는 스토리의 전개도 빼놓을 수 없다. 또 소설 캐릭터를 담는 분위기도 탁월하다. 약간은 몽롱하고 비현실적이며 아스라한 느낌.

흔하게 볼 수 없는 사람들 간의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를 작가의 문체는 경험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선물한다.

쉽게 흘러가는 단서들이 산발해지며 증발하다가 후반부로 가면서 빠르게 중심으로 모여들며, 주제로 설명된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형준'에 대한 비밀이 처음 밝혀지는 장면이다. 작가는 이에 대한 특별한 설명이 없다.

다만 이에 관해 처음 듣게된 주인공의 심리 변화에 따라 작가도 충분히 추론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작가의 사고력에 맡기고 진행시킨다.





무등산(해발 1186m)은 광주광역시 북구뿐만 아니라, 광주 동구와 화순군 이서면, 담양군 남면에 걸쳐 있는 큰 산이다.

때문에 광주 전남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잘 아는 산이다. 책의 제목은 '무등산에 묻다'이다.

무등산 외에 소설에 나오는 대부분의 실제 배경이 존재한다. 스릴러라는 정보 하나만 갖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의 표지에는 삽이 땅 속에 꽂혀 있는게 보인다. 의심할 여지 없이 땅에 '묻다'라는 표현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무등산'이 주는 의미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다면 아마도 나는 '묻다'가 주는 중의적인 표현에 집중한다.

한자로는 '無等'이다. 이는 '평등'이 크게 이루어져 '평등'이란 말조차 사라진 상태를 말한다고 한다.

무등산은 5.18 광주민중항쟁과 시민들의 처절한 투쟁,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의 한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어쩌면 이 소설이 담고자 하는 내용과 어느정도 일맥상통한 점도 있다고 본다. 소설의 주인공 이름은 '민주'이다.

너무나도 평범한 여자 아이의 이름이지만 무등산이라는 배경과 민주라는 이름으로 더 추론할 수 있지 않을까.

'민주'의 아버지가 그녀의 이름을 이렇게 지은 것은 아버지가 갖고 있는 시대적 배경이 있어서였다. 5.18 광주민중항쟁.

그러나 작가는 명확히 그 연장선을 일치시키지 않은 채 독자의 몫으로 남겨 놓는다.



<이 사진은 책 속의 사진이 아니라 독자들의 읽기를 위해 무등산 홍보책자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깨끗한 싱크대 보울 안에서 산골의 집과는 달리 콸콸 쏟아지는 수돗물에서 씻어 내는 느낌이 좋았다. 그의 그림자가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가슴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가 한 손으로 나의 허리를 감쌌다. 처음에는 나의 귓볼을 간지럽히더니기나긴 키스를 했다. 나는 온몸으로 그의 키스를 받았다."

- p. 83

"서둘러야 했다. 내게 늘 꽂히는 혐오의 눈길은 그냥 참고 넘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그 전날, 내게 등만 보였던 남자가 산으로 흭 사라지자 아버지라는 것을 확신했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그를 아버지라고 확신한 이유는 경멸에 찬 고모부의 그를 향한 책망이 들렸기 때문이었다. 그 소리는 혐오를 담고 있어 흡사 내게 하는 욕 같았다. 그의 등이 깜깜한 산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목도하고 나도 모르게 그에 대해 연민이 생겼다. 동질감이었다. (중략) 곧 분노의 대상이 엎드려 밭일하는 고모부에게 옮겨 갔다." - p. 166




"결론적으로 그녀는 타인뿐만 아니라 가장 친한 친구의 감정조차 읽지 못했다. 읽었다면 질투가 동경으로 변할 수도 있었는데, 이것도 역시 인간의 한계인 것 같아 절망했다. 타인이 멀리서 보는 무등산이 한없이 찬란하게 보이는 것처럼 그녀가 나를 보는 방식도 결국은 그와 같은 것이었다. 그녀도 결국은 타인이었다."

- p. 200

"상처는 또 다른 상처를 낳고 또 다른 상처는 자신뿐 아니라 타인에게까지 깊은 상처를 주며 그들을 죽음에 이르게까지 한다는 진리를 이미 깨달았지만 나는 아직도 상처 속에서 살고 있다."

- p. 207

작가 : 이주숙

책을 좋아하는 부모님 덕분에 집 벽장 속에 책들이 한가득한 분위기에서 자람. 어릴 때부터 스릴러작가가 되는 게 꿈이었다. 경희대를 졸업한 후 바쁜 생활인으로 살다 보니 그런 꿈이 있었는지조차 잊혀져 갈 무렵 우연히 떠오른 이야기를 소설로 썼다. 첫 소설 『바이올린 켜는 소녀』에서 조금이지만 스릴러적 요소를 가미했다. 저서로는 『바이올린 켜는 소녀』, 『시선끝의 검은덩이』, 『무등산에 묻다』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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