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전계약서 1
플아다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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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성』을 쓴 프랑스 보부아르는 중등학교 철학 교사로 근무 중(21세)에 지적인 동반자 샤르트르와 만나 사랑에 빠졌다.

죽는 날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잘했고 행복했던 것은 '샤르트르를 만난 것'이었다는 말을 남겼다.

『제2의 성』(1949년 출간)은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페미니즘 저서였다. 시몬 드 보부아르가 1986년에 죽었을 때 추도사에는 '페미니즘의 성서', '여성운동의 최고사제' 또는 '페미니즘의 어머니' 등과 같은 말들이 사용됐다.

보부아르와 샤르트르의 만남은 매우 지적이었고, 서로를 인정하는 실존적 차원에서 이뤄졌다.

1929년 두 사람은 '계약결혼'을 한 후 반세기 동안 자유로운 연인 관계를 유지했다.

이는 서로 구속하지 않으면서 연인이자 지적인 동반자로 오랜 세월을 함께 보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기존 질서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신념에 따라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한 그들은 “우리는 한 사람입니다.

너와 나는 존재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말에서 두 사람의 정신적 교감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이 결혼에는 세 가지 조건이 따랐다. 첫째, 서로가 다른 사랑을 하는 것을 허용할 것.

둘째, 거짓말하지 말고 서로에게 솔직할 것. 셋째, 경제적으로 독립된 생황을 할 것이 그 조건이었다.

이후 '계약결혼'은 여성 지식인들의 자유와 경제적, 성적 독립의 원전처럼 사용되기도 했다.





네이버웹소설 최고 인기작가 플아다의 장편소설 《혼전계약서》(전 2권)도 페미니즘 경향의 로맨스 소설이다.

《반드시 해피엔딩》 《당신을 주문합니다》 《일상의 히어로》에 이어 다시금 로맨스 NO.1을 증명한 플아다 작가의 신작 《혼전계약서》는 2019년 5월 4일부터 10월 22일까지 6개월간 총 94화가 연재되는 동안 네이버웹소설 로맨스 1위, 네이버 시리즈 400만 다운로드를 달성하며 이미 그 매력을 입증했다.

이번 단행본에는 ‘싱크로율 100%’의 주인공을 그려낸 팻녹 작가의 감수성 넘치는 삽화가 함께 수록되어 종이책으로 처음 만나는 독자뿐 아니라 네이버 연재를 통해 작품을 읽은 독자들에게 소장 가치가 있는 의미 있는 선물이 됐다.





《혼전계약서》는 계약 결혼 때문에 만난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고 성숙한 연애로 나아가는 과정을 그려낸 로맨스소설이다.

특히 이 소설은 비혼주의자이자 커리어우먼인 우승희가 사랑 속에서 일과 자신의 삶을 지켜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계약서를 사이에 둔 갑-을 관계로 만난 두 사람이 서로를 존중하는 법을 배우고, 더 나아가 시대착오적 가치관과 가풍까지 바꿔내는 청량감 있는 서사를 통해, 두 인물의 사랑은 더욱 아름답게 완성된다.

작가는 매력적인 캐릭터와 속도감 있는 서사에 지금 시대의 젊은 독자들도 공감할 수 있는 직접적인 연애의 문제를 녹여낸 이 작품을 통해 로맨스소설의 매력을 오롯이 드러냈다.





탁월한 경영감각으로 스타트업 회사를 설립한 젊은 CEO 우승희. 그녀는 어느 날 금왕그룹의 상속자 한무결과 결혼계약이 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시에는 50억을 갚아야 하는 상황. 승희는 결혼을 하지 않기 위해 ‘계약서를 붙들고 있는 한 혼인 전’이라는 마음으로 혼전계약서를 제안한다. 그러나 밀당의 귀재, 한무결과 만날수록 그의 매력에 속절없이 빠져들게 된다.

혼전계약서

우승희와 한무결은 혼인에 앞서 다음과 같이 계약을 체결한다.

- 두 사람은 결혼식 이후 10년간 혼인 신고를 하지 않는다.

- 각각의 가족 행사 참석은 연 1회로 제한한다.

- 가족 행사 참석 시간은 세 시간을 넘기지 않는다.

- 기타 다른 가족의 부양은 하지 않는다.

- 부부관계는 갖지 않는다.

- 사생활에 간섭하지 않는다.

- 간통 시 위자료 50억을 지급한다.

- 부동산은 공동명의로 한다.

- 서로 경어를 사용한다.

- 두 사람은 언제든 합의하에 이혼할 수 있다. ( p.93)





“오케이. 혼전계약서 쓰죠, 까짓 거.”

그리고 기어이 합의의 물꼬를 텄다. 하지만 그 또한 조건을 내걸었다.

“협상을 하려면 대화할 시간이 필요하겠네요. 매일 하루 한 시간씩 만납시다.”

매일 하루 한 시간? 승희의 눈이 커졌다.

“이동시간 같은 거 계산할 필요 없어요. 내가 매일 그쪽 있는 데로 갈 테니까.” (p. 67)





하지만 보수적인 금왕 한씨 가문은 승희에게 ‘며느리다움’을 요구하며 승희에게 결혼을 한 뒤에는 사업을 그만두고 무결을 내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게다가 무결의 매형이 될 사람은 대학시절부터 승희를 못마땅해 하던 그녀의 동기 명중우. 같은 학과 여학우 외모에 순위를 매기는 질 나쁜 무리의 리더였던 중우를 승희는 가능한 무시하려하지만, 중우는 승희의 일거수일투족에 개입하고 승희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을 퍼트리기까지 한다.

무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무결과 승희의 관계는 바람 앞 촛불처럼 위태로워지는데…….





“그리고 네가 건강해지면서 혼인계약서도 잊었다. 아니, 기억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어. 네가 네 스스로 좋은 사람을 만나길 바랐다.

그러니 돈이든 땅이든 갚지 않아도 된다고 전해라.”

“못 해요.”

무결은 한 손을 올려 제 눈을 가렸다. 표정이 일그러져가고 있었다.

“그걸로 붙잡아두고 있는 거예요.”

무결은 아프게 사실을 털어놓았다.

“내가 매달리고 있는 거예요, 할아버지.” (p. 428)





짧은 이별과 우여곡절 끝에 다시 만난 무결과 승희는 채무관계 없이 성숙한 성인으로서 다시 연애를 시작하려고 하지만, 금왕그룹을 노리는 명중우의 야욕은 하루하루 더 커져만 가고, 설상가상으로 명중우가 퍼트린 과거의 소문들이

승희를 노리며 시시각각 가까워진다. 과연 승희는 일도 사랑도 모두 지켜낼 수 있을까? 무결과 승희는 어두운 과거를 딛고 혼전계약서를 혼인증명서로 만들 수 있을까?





당신은 나의 모든 걸 알 필요가 없다. 내 밑바닥이 어디인지 손을 넣어 더듬어보길 원하지 않아. 그냥 그대로 여기 있어줘. 그저 여기 이렇게 가만히 서서 내 과거로 색을 입히지 않은 눈으로 나를 바라봐줘. 지금 당신이 마주하고 있는 내가 우승희의 전부라는 듯이. 그것만으로 나는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아. (p. 144)

서로에게 물들어가고 길들어간다.

승희는 속으로 조심스럽게, 행복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내가 널 가져서 미안하다고.

아직은 행복하면 안 될 것 같은데, 너무 빨리 행복해해서 미안하다고. 하지만 고맙다고.

이런 내게 와줘서. 행복에게 고맙다고 마음속으로 몇 번이고 인사했다. (p. 404)





이 소설은 몇 곳에서 비현실적인 점이 눈에 띈다.

재벌인 데다 어느 것 하나 빠진 것 없는 남자가 왜 그토록 쉽게 여주에게 몰입할까.

여주가 혼전 계약서라는 것을 빌미로 남자와 밀당을 하는 과정도 필연적 원인이 그닥 눈에 띄지는 않는다.

'센 여자'라 하기엔 너무 약하고, 스스로 헤쳐갔던 일은 그닥 없는 예쁜 여자. 이것만으로는 결말에 이르는 과정에 약간은 아쉽다.

사실 쉽게 술술 잘 읽혔고, 그 속에서 더한 두근거림과 몽글몽글한 로맨스도 충분하다.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필연적인 원인과 결과, 복선과 대반전을 바라는 독자로서는 약간은 아쉽다. 로맨스 소설을 많이 읽지 못한 독자가 진부한 관점일 것 같다.





저자 : 플아다


충북 보은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고 광고회사에서 AE로 근무했다. 네이버웹소설 《당신을 주문합니다》 연재를 시작으로 《누구에게나 악마가》 《오빠의 정석》 《가르쳐주세요》 《일상의 히어로》 《반드시 해피엔딩》 등의 로맨스 소설을 발표했으며, 2015년 《당신을 주문합니다》가 드라마로 제작되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에서 진행하는

체험단,리뷰단에서 제공 받아 작성한 솔직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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