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것들의 세계사 - 자본주의에 숨겨진 위험한 역사, 자본세 600년
라즈 파텔 외 지음, 백우진 외 옮김 / 북돋움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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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것들의 세계사』에서 말하는 '저렴'이란 무엇인가. '저렴하다'는 사전적으로 '물건 따위의 값이 싸다'는 의미다.

자본주의는 생명 생성 관계에 값을 매겨 생산과 소비의 회로 속으로 집어넣고, 그 회로 속에서 이들 관계는 가능한 한 낮은 비용으로 떨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저렴화는 셈해지지 않던 생명 생성 관계가 가능한 한 적은 화폐 가치로 바뀜을 뜻한다. 간략하게 말해 자본주의가 위기를 일시적으로 벗어날 수 있게 하고 생명력을 지속시킬 수 있게 하는 전략이라는 것이 저자가 말하는 '저렴화'다.

자본은 계속해서 교환되고 순환되어야 자본의 역할을 하는 것이고 일이 잘되면 이윤이 발생하고 더 많은 노동력과 기계, 원자재에 투자한다.

노동력의 저렴화는 노예 제도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현대에도 노예 제도와 비슷한 대량 생산 농장들이 있다. 노예는 사회가 아니라 자연의 일부로 취급받으며 투자자들에겐 더 많은 일손을 찾아야 했고, 그래서 가능한 한 값싸게 노동자를 가르치고 유지해야 했다. 게다가 노예들뿐만 아니라 군인, 사무원, 선원의 임금은 값이 매겨지고 현금으로 몫이 치러진다. 현금에 의존한 이러한 고용은 자본가의 힘을 크게 했다.





자본주의가 생각하는 생명은 어떤 것일까? 『저렴한 것들의 세계사』에서는 콜럼버스가 있었던 시대의 신세계 탐험에서부터 시작한다. 당시 탐험가들은 식민지를 찾았고 식민지에 살고 있던 토착민 여성을 유린하거나 살해했다.

이렇게 무력을 사용하기도 하면서 저항도 받았다. 그 뒤에도 여성이나 임금노동자, 토착민, 심지어 지배 계급의 일원까지도 복종하라는 압력에 맞서 싸웠고 자본가들도 이런 저항에 대응해 새로운 프런티어를 개발했다.

그리고 스페인이나 영국은 식민지의 노동력이나 토지에 관심을 두었다. 당시 농장의 지주들은 대규모 토지 소유, 소작농과 그에 딸린 장인 등을 통해 운영하여 토지와 노동력이 필요했던 것이다.

『저렴한 것들의 세계사』는 생각하지 못했던 자본주의의 전략과 저렴화에 대해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저렴한 것들의 세계사』는 담대한 역사서인 동시에 도발적인 사회과학서다. 자본주의는 18세기 산업혁명의 영국이 아니라 15세기 대서양의 섬에서 시작되었다는 관점에서 유럽과 신대륙의 역사를 다룬다.

자연, 돈, 노동, 돌봄, 식량, 에너지, 생명, 이 일곱 가지를 저렴하게 유지하면서 지속적으로 거래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자본주의의 오랜 전략이었음을, 그 작동의 원리를 각 장에서 파헤친다.

‘자본주의는 세계를 싸구려로 만듦으로써 작동해왔다’는 저자들의 메시지는 기후 위기, 극단적 불평등, 금융 불안 같은 현재의 위기가 자본주의가 감춰온 비용이 비로소 우리에게 청구서로 날아들었음을 서늘하게 지적한다.

이들 위기는 별개의 해법으로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라는 총체를 제대로 이해함으로써 재구성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세계의 역사를 하나의 시선으로 꿰뚫는 지적인 충만함을 넘어 현재의 세계를 관통하는 문제의 근원을 직시하고자 하는 독자라면 이 한 권으로 탁 트인 시선을 갖출 수 있다.





지구의 미래, 인류의 앞날에 적신호가 켜졌다. 기후 변화, 기후 위기를 넘어 기후 비상사태라 부르기 시작했고, 불평등이 극단을 향해 치닫고 있다. 해결의 기미가 보이기는커녕 전 세계적인 새로운 위기 요인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우리는 이 세계를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는가. 문제는 절박하고 해답은 미약하다. 문제를 제대로 정의하는 것이야말로 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그런 면에서 『저렴한 것들의 세계사』는 이 '시계 제로'의 시대를 담대하게 진단하고 처방하는 책이다.

약 1만 2천 년 전부터 현재까지의 시기를 지질학적으로 홀로세라고 부른다. 그중 최근 2천 년을 따로 떼어 인류세(Anthropocene)라고 부르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구 환경의 변화에 인류가 크게(그리고 나쁘게) 영향을 끼쳐왔기 때문이다.

『저렴한 것들의 세계사』의 저자 라즈 파텔과 제이슨 무어는 여기서 더 나아가 현재를 인류세가 아니라 자본세(Capitalocene)라고 명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장지상주의에 중독된 사회에 통렬한 비판을 가하며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았던 《경제학의 배신》의 저자 라즈 파텔, 생태학과 자본주의를 결합한 연구를 거듭하고 있는 제이슨 무어는

이 책에서 “1400년대 이후의 역사를 자본세로 부름으로써 자본주의를 경제 시스템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나머지 지구 생명망의 관계를 엮는 방식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자본세 600년의 역사가 어떻게 구축되었는지, 그 자본주의는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파고든다.

원제 ‘A History of the World in Seven Cheap Things-A Guide to Capitalism, Nature, and the Future of the Planet’이 가리키듯 일곱 가지 저렴한 것들의 역사를 살펴봄으로써 바로 자본주의와 자연을 제대로 이해하고 지구의 미래를 가늠하도록 안내한다.

이 지적 여정의 목적지는 명확하다. “세계 생태계(world-ecology)라는 개념 속에서 자본주의 시스템의 기원과 진화,

불평등의 재생산 과정을 세밀하게 묘사”(명호, 생태지평연구소 부소장)함으로써 “21세기 들어 절체절명의 위기에 맞닥뜨린 인류의 처지를 직관적으로 이해”(홍기빈, 칼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 소장)하고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를 자문”(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하는 힘을 담았다.





이 책에서 주로 쓰이는 개념들을 먼저 짚어보자. 저자들은 자본주의 발전의 역사를 세계 생태계, 저렴함, 프런티어라는 개념을 도구로 설명한다. 세계 생태계는 세계 체제라는 익숙한 개념에서 나아가 “자본주의가 무한 축적이라는 힘에 추동되어 프런티어를 지구 전역으로 확장한 생태계”라고 정의한다. 세계의 폭력적이고 착취적인 관계가 다섯 세기 전 자본주의에 뿌리를 두고 현재까지도 유기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설명하기 위한 개념이다.

이 책은 자연, 돈, 노동, 돌봄, 식량, 에너지, 생명 등 일곱 가지 저렴한(cheap) 것들의 역사에 주목한다.

저렴하다는 것은 “모든 것을 가능한 한 적은 보상을 주고 동원하는 폭력”이다. 이전에는 셈해지지 않았던 것까지 화폐가치로 환산해 가능한 한 적게 값을 매기는 전략이다. 다시 말해 자본주의의 역사는 이 모든 것을 더 저렴하게 만든 역사다.




그러나 노동이건 돌봄이건 에너지건, 모든 것에는 돈이 들고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이 든다. 여기서 프런티어가 등장한다. 프런티어는 바로 그 “새로운 저렴한 것들을 확보할 수 있고 인간과 다른 자연의 저렴한 노동을 강제할 수 있는 장소”다. 즉 권력이 작동하면서 이윤을 창출하는, 자본주의에 최적화된 장소다.

자본주의는 이 프런티어를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더 많은 곳으로 확장하면서 이윤을 창출한다.

이 책은 이러한 개념 도구들을 사용해 일곱 가지 저렴한 것들의 역사를 들춰 자본주의 600년 역사를 낱낱이 살핀다.

이 지적이고 담대한 여정은 결국 자본주의라는 세계 생태계가 현재의 우리 삶을 어떻게 옥죄고 있는지 날카롭게 포착한다.





저자들은 미래의 지적인 생명체들은 인류의 흔적으로 플라스틱과 함께 닭 뼈를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닭을 꼽은 이유가 있다. 닭은 현재 미국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육류다. 그런데 이 닭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유전자를 조합해 가슴 근육을 부풀린 결과물이다. 육계 농장과 사료용 토지에는 공공 자금이 투입된다. 또 막대한 에너지도 싸게 공급된다.

계육 공장은 시급 25센트를 받는 노동자들로 굴러간다. 이 노동자의 86%는 질병을 앓고 있고 대개 가족의 돌봄에 의존한다. 또 이런 시스템 덕분에 닭은 저렴한 식량으로서 다시 노동자들에게 공급된다. 치킨 한 박스에 ‘저렴한 것들의 세계사’가 그대로 담겨 있음을 저자들은 날렵하게 포착해 보여준다.

과연 치킨만 그럴까. 저자들은 소빙하기와 흑사병이 봉건제를 무너뜨린 14세기 유럽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대서양의 마데이라섬이 설탕 농장으로 만들어진 건 국가, 자본가, 지배 계급이 새로운 이윤의 원천을 찾아나서면서부터였다. 여기서 잉여를 만들 수 있음을 확인한 지배 계급은 ‘신대륙’ 전체로 프런티어를 확장한다. 그 과정에서 모든 것은 저렴해졌다.





이 책은 특히 ‘신대륙의 발견자’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궤적을 좇는다. 그의 흔적을 통해서 자본주의가 구축한 인식 세계의 허상을 보여준다. 사회와 자연, 식민지 개척의 주체와 객체, 남성과 여성, 서구와 나머지, 백인과 비백인,

자본가와 노동자 같은 이분법이야말로 대부분의 인간과 나머지 자연의 생명이 저렴한 것으로서 지배의 대상이 되는 데 기여했음을 여실하게 보여준다.

저자들은 이제 프런티어는 전에 없이 작은 반면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찾는 자본의 규모는 어느 때보다 크다고 진단한다. 그간 세계를 저렴하게 만들며 유지되어온 세계가 더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생태적인 위기를 겪으면서 우리는 자연이 결코 저렴한 것이 아님을 깨닫고 있다. 문제를 해결할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저자들은 그러므로 이분법의 세계에 갇힌 인식의 틀을 부수는 담대한 상상을 제안한다.

그리고 인식, 보상, 재분배, 재상상, 재창조라는 답을 내놓는다.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그에 걸맞은 제대로 된 보상이 필요하다. 이는 보상을 받는 사람만이 아니라 누가 지불할지를 따지는 일이 중요한 과정이다. 그러므로 자본주의의 이분법과 저렴화 전략이 없는 세계를 담대하게 상상하고 창조할 때 가능하다.





저렴한 자연과 저렴한 노동이 창조되려면 다른 노동이 아무 보수 없이 이뤄져야 했다. 노동을 수행할 신체를 만들고 운영하는 일이 그 노동의 대부분이었다. 이번 장에서는 이른바 번식 노동, 즉 돌보고 영양을 공급하고 인간 공동체를 양육하는 노동을 살펴본다. 그런 노동은 대부분 무보수다. 그래야 임금노동 시스템 전체가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불노동이 없다면, 특히 돌봄 노동이 없다면 임금노동은 몹시 비쌀 것이다.

- p.158

저렴한 식량 모델은 이런 식으로 작동했다. 자본주의 농업 혁명은 저렴한 식량을 제공했다. 노동자들은 더 적은 임금을 받고도 굶어 죽지 않을 수 있었기에 저렴한 식량은 최저임금의 기준을 낮췄다. 프롤레타리아화 규모가 커지면서 결과적으로 고용주들이 받는 임금 청구서는 줄어들었고 착취 비율은 높아졌다. 저렴한’ 노동자들을 보증하는 식량 잉여가 증가하는 한, 축적 자본은 늘어날 수 있었다.

- p.191





저렴한 석유가 왜 그렇게 중요할까? 화석연료 없이는 자본주의를 할 수 없어서가 아니다. 소매업자, 제조업자는 전기가 고대 화석에서 나오든 풍차나 태양 전지판에서 나오든 신경 쓰지 않는다.

저렴한 석유가 그렇게 중요한 것은 태양에너지 체제로 이행하려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지만 오늘날 자본가들이 여기에 지원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은 다양한 재생에너지 계획에 분명 돈을 걸 것이다. 그러나 전 세계 모든 기업이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로 대규모 전환하는 데 필요한 45조 달러를 내놓을 것이라고는 믿기 어렵다.

- p.235

인종, 국가, 인쇄 자본주의는 긴밀하게 이어졌다. 저렴한 돌봄과 저렴한 노동을 필요로 한 전략은 인종 서열을 만들고 재생산했고, 그럼으로써 인체는 파악되고 범주에 따라 분류되고 사회와 자연의 경계에서 감시되었다. 국내 질서를 고정해놓고 미래의 민족적인 위대함을 보상으로 제시하는 인쇄물과 이야기는 이런 질서를 유통시켰고 공고화했다.

- p.260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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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식 이별 - KBS클래식FM <김미숙의 가정음악> 오프닝 시 작품집
김경미 지음 / 문학판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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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FM 〈김미숙의 가정음악〉 오프닝 시로 낭송되어 아침 9시면 어김없이 애청자들을 라디오에 묶어두던 ‘시’와 경쾌한 에스프리로 엮은 ‘시-이야기’ 시집, 『카프카식 이별』이 어느 날 불쑥 내게로 왔다. 뮤즈의 목소리로 아침마다 시를 읽어주는 배우 김미숙 진행자를 좋아하는데 품격 있는 시 낭송은 애청자들에게 아름다운 아침을 선물한다. 김경미 시인의 시와 조화되며 아름다운 공감을 불러내는 방송이다.

제목의 『카프카식 이별』은 이 시작품집에서 두 번의 시로 나타난다.


카프카식 이별 1


그만두자고 일방적으로 상처 주고 떠나온 여행

누워도 머리가 천장에 닿을 것 같은

시베리아 횡단열차 3등석 2층 침대 윗칸에서

이별이 고통스럽기는 왜 내가 더 고통스러운지





시인이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타고서 왜 카프카를 떠올렸는지 궁금하다.

시인이 시 곁에 쓴 시작 노트에 따르면 혼자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탄 적이 있다. 기차 차창 밖으로 눈 쌓인 자작나무숲을 보고 싶었지만 겨울까지 기다릴 수 없어서 한여름에 떠났다. "3등석 2층 침대의 윗칸은 상반신을 다 일으키는 게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중략) 벌 받는 것 같은 그 공간에서 카프카를 떠올렸습니다. 카프카는 생전에 한 여인에게 두 번, 또 다른 여인에게 한 번, 두 명의 여인에게 모두 세 번 파혼을 통고했습니다. 세 번째 파혼은 결혼식 이틀 전의 통고였죠. 여인들도 상처를 많이 받았겠지만 이별을 통고한 카프카 자신도 자신의 예민함과 누군가와의 공동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고독한 기질에 스스로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시인은 이어 "카프카식 예민함은 온 세상과 늘 혼자 절연했다가 혼자 상처받고 혼자 화해하고 본인만이 아니라 주위 사람까지 괴롭히기도 합니다. 그래도 그게 '카프카'가 되는 일이라면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더 크게 키우고 싶습니다"고 고백한다.

카프카식 이별은 서로에게 고통이지만 그것이 서로에게 좋은 일이라면 '승화된 이별'이다. 당시 카프카는 중증 폐결핵에 걸려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그는 죽을 때까지 함께한 도라 디만트의 헌신적인 사랑으로 비로소 일찍이 맛보지 못한 삶의 애착과 행복을 경험한다. 도라는 그의 곁을 밤낮으로 지키며 간호했지만 1924년, 병약하고 내향적이었던 그는 자신에게 부과되는 출세,결혼 등의 중압감에 쫓기며 글을 쓰다가 폐결핵에 영양부족까지 겹쳐 41세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하기에 이른다.

카프카식 이별은 결국 좋아하는 글을 쓰며 자신의 불행을 남에게 전가시키지 않기 위해 이별하는 것을 뜻한 것은 아닐지.





'카프카식 이별'은 제목 그대로 이별에 관한 시로 이별이 아주 고통스럽다고 한다.

소설가로 알려진 카프카의 사랑은 이별과 고통이었다. 어쩌면 그 고통에서 평생 빠져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인은 그런 고통에서 나와 회복해야 한다고 한다.

2년 전에도, 지금도 아침 방송마다 쓴 시가 낭송 된다는 건 시인에게 거대한 고통이고 라디오 청취자에겐 삶을 감사하게 만드는 기쁨이다.

시인은 많지만 시를 매일 쓰는 시인은 없다. 시인이 시를 매일 쓰지 못하는 것은 게을러서가 아니라 시는 이데아 저 편에 있는 신의 영혼을 훔쳐오고 해와 별과 달과 꽃의 마음도 담아야 하고 사람들 정신에 가끔 벼락도 비춰주어야 하고

생의 쓸쓸함과 비애와 깊은 고독도 맛보아야 하기에 그렇다.





김경미 시인이 아침마다 전해주는 그녀의 시 주머니에는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언어의 천둥과 낡은 추억을 꿰매 조각보를 만드는 투명한 바늘, 잃어버린 기억을 찾게 하는 나침반, 희미한 사랑에게 건네는 커피 한 잔, 이별마저 사랑이라고 부르는 따뜻한 패러독스, 수첩과 공책의 줄무늬를 사랑하게 만드는 마력, 삶이라는 지도에서 벗어나게 하는 짜릿한 일탈, 사소한 것에 이름 붙여주는 애련미, 창가에 불을 밝혀두는 그리움……

아침마다 그녀의 시를 듣기 위해 라디오 앞에 귀를 세우는 사람들은 알고 있다. 그녀의 시를 사랑하는 이유는 달나라까지 갈 만큼 많다고.





시 '장갑이라는 새'는 이십대 시인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이십대에 많은 것을 이룬 사람도 있지만 연애도 실패, 시험도 실패, 직장도 실패인 경험만 했다. 자신의 몸 하나 누일 공간 없이 다섯 번째 이사를 한다.

이삿짐을 싸던 중 발견한 장갑 한쪽. 이 장갑을 집으면 힘을 내고 다시 인생이 날아오를지도 모른다는 내용이다. 이런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얼마나 많은가. 시 '나를 용서하는 기도'에서는 게으르고 의지가 약한, 가끔은 이기적이면서 계산적인,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나 자신을 용서하자는 내용이다.

다른 누군가만 용서해줄 것이 아니라 자기자신을 먼저 용서해 보는 것은 어떨까.

『카프카식 이별』은 시집이지만 시를 설명해 주는 시인의 글이 있어 더욱 이해하기 쉽고 기억에 오래 남는다.





김경미의 시집 『카프카식 이별』은 시인 스스로의 존재론과 삶에 대한 깊은 사유와 감각의 결실로 다가온다. 또한 그것은 아프게 통과해온 시간에 대한 재현과 치유의 기록이자 지상의 존재자를 향한 지극한 슬픔과 사랑과 그리움을 토로하고 앞으로 펼쳐질 삶에 대한 실존적 의지를 밝힌 더없는 진정성의 고백록으로 남을 것이다.

우리는 김경미의 ‘시’와 ‘시적 후화’를 함께 읽음으로써 시를 ‘듣는 것’과 시를 ‘읽는 것’이 다른 일이기도 하지만 결국 하나의 일임을 깨닫게 된다. 김경미 시의 기원이 된 삶과 함께, 삶의 기록이 된 그녀의 시를 한 꺼번에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오늘도 그녀의 시는 따뜻하고 투명한 목소리의 파동으로 모든 이들의 아침을 쑥쑥 일으켜갈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은, 그녀 스스로에게도, 삶의 새로운 오프닝을 위하여 열어가는 아름답고 눈부신 아침이 되어줄 것이다.

- 유성호 (문학평론가, 한양대 국문과 교수)





저자 : 김경미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비망록〉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쓰다만 편지인들 다시 못쓰랴』(실천문학사), 『이기적인 슬픔을 위하여』(창비), 『쉿, 나의 세컨드는』(문학동네), 『고통을 달래는 순서』(창 비), 『밤의 입국심사』(문학과지성사)가 있으며, 에세이집으로 『바다, 내게 로 오다』, 『행복한 심리학』, 『심리학의 위안』, 『그 한마디에 물들다』, 『너 무 마음 바깥에 있었습니다』 등이 있고, 노작문학상, 서정시학 작품상을 수상했다.

미국 아이오와대학 주최 〈국제창작 프로그램(IWP)〉 참여 작가로 선 정되어 활동했으며, 한국참여작가로는 처음으로 IWP 발행 웹진 〈92ST MERIDIAN〉지에 영역 시 2편이 수록되었다. 한라대학, 경희사이버대학 강사를 역임했다.

방송작가로 〈별이 빛나는 밤에〉를 시작으로 〈명작의 고향〉 〈양희경의 가요응접실〉 〈전기현의 음악풍경〉

〈노래의 날개 위에〉 등 다수의 라 디오 프로그램 원고를 썼으며 한국방송작가협회 라디오작가상을 수상 (2007)했다. 현재 활발한 시작활동과 함께 KBS 1FM의 〈김미숙의 가정음악〉 라디오 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방송 오프닝에 소개되는 ‘가정음악을 위한 시’ 를 통해 애청자들에게 행복의 전율을 전하고 있다. 이 시집에 실린 시편 들은 매일 아침 9시면 어김없이 청취자들을 마법에 걸린 사람처럼 라디오 앞에 귀를 세우게 하던 바로 그 심미적 언어의 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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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도 낭만이 필요합니다 - 일상예술가의 북카페&서점 이야기
정슬 지음 / SISO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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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책이 있는 곳이 휴식의 장소다.

극단적으로는 책이 곁에 있어야 잠이 든다는 사람도 있다. 그 정도면 '책 중독'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책을 읽는 마음은 평온한 마음 상태를 유지하는 데 매우 큰 역할을 한다.

책의 내용이 극도의 긴장감을 유발하더라도, 몰입해 읽는 동안 스트레스가 일시적으로 쌓여도, 더 읽어나가면 곧 풀릴 것이라는 안도감에서인지 후유증이 남아 스트레스로 작용하진 않는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래서 스트레스를 풀 때도 독서에 집중하거나 조용한 음악을 들을 때도 책을 같이 읽기도 하는 것 같다.

휴식이란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마음에 난 상처를 치유해주는 것을 뜻한다. 조용한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 것은, 보고 들으며 마음을 치유하는 방법이 되는 것 같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래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만남도 좋아하고 친절 베풀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예전엔 커피숍에 조용한 클래식을 들려주는 곳이 많았다.

굉장히 고급한 유럽 귀족의 품격을 맛보기 때문일까. 독자는 그 이유를 잘 모르지만 학창 시절 때 그런 커피숍을 자주 갔다. 그러나 그곳엔 책이 없었다. 책은 분실되기 쉬워서 갖다 놓기가 어려운 건지 모르지만 책이 많은 커피숍은 없었다.

그러나 요즘은 무척 많이 바뀌었다. 커피와 클래식(혹은 발라드)이 있는 곳이면 으레 책이 장식품처럼 놓여 있는 곳이 크게 늘었다. 이른바 북카페 선풍이다.

“커피 한 잔, 책 향기 한 스푼 하실래요?”

어느새 조용히 잃어버리고 있는 ‘낭만’에 대하여 향긋한 한 잔의 커피와 영감을 주는 한 권의 책은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북카페’가 인생 2막의 꿈인 사람들이 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그려 보았을 낭만적 상상이다.

『당신에게도 낭만이 필요합니다』의 저자 정슬도 그 중 한 사람이었나 보다. 이 책에는 인생 중반의 나이에 ‘북카페 주인장’이라는 타이틀에 새롭게 도전한 저자가 북카페&서점을 준비하고 운영하면서 겪었던 낭만적 이야기와 운영 노하우가 소박하고 생생하게 담겨 있다.

평범한 소시민이 사적인 북카페&서점을 운영한다는 것이 얼마나 험난한 길인지를 실감하며 지금도 열심히 애정의 공간에서 고군분투 중이다.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로망을 끄집어내고 싶은 독자라면, 그저 책이 좋아서 북카페와 서점 언저리를 어슬렁거리는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북카페&서점의 희로애락을 맛볼 수 있다.





카페에 들어서는 순간 갓 내린 커피의 그윽한 향이 코끝을 간지럽힌다. 감미로운 음악이 기분 좋게 몸 안으로 스며든다. 서가에는 인생을 바꿀지도 모르는 책들이 가득 꽂혀 있다. 책들을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

저자가 운영하는 북카페&서점 〈헤세처럼〉은 시와 그림과 음악과 자연을 사랑한 헤르만 헤세의 삶에 공감하여 ‘시(책), 그림(또는 사진), 음악, 자연’의 네 가지 콘셉트로 꾸며져 있다. 『당신에게도 낭만이 필요합니다』에서는 낭만이 있는 머물고 싶은 카페 이야기, 아름다운 인생의 비법이 담긴 서점 풍경, 삶의 향기가 감도는 사람 이야기, 일상예술가의 소소한 여행법 등을 담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했다.

북카페&서점 〈헤세처럼〉의 소소한 일상을 기록한 ‘사진 일기’는 덤이다.

분주한 삶의 현장을 잠시 벗어나 자신만의 쉼을 얻기 위해 온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북카페의 풍경을 다채롭게 수 놓는다.

북카페가 그런 이들에게 오롯이 쉼과 여유가 있는 문화충전소가 되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을 담은 책이다.





책이 아이보리색의 깔끔한 배경색 디자인만 아니라, 제목도 매우 감성적이다.

저자는 수원시 팔달구에서 북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저자는 북카페를 운영하면서 겪었던 소소한 일상과 손님들과의 에피소드 그리고 생각들을 적어 둔 것을 책으로 펴냈다. 책에는 큼지막한 사진들이 들어가 있어 눈도 시원하게 해준다.

더욱이 대부분의 사진이 카페의 내부를 비치고 있어, 이미 북카페에서 책을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낭만의 직업일 수 있는 '북카페 사장' 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저자는 어쩌면 현실적인 고민도 많이 하고 있는 듯하다. 당신의 취미가 더 이상 즐길 수 없는 '비지니스'가 되는 것 만큼, 괴로운 일도 없을 것이다.

독자는 서울에 있는 북카페와 지방(강릉 등)에서도 많이 갔다. 일상적으로 가는 건 아니지만 책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매력적이어서다.

그곳에는 대부분 클래식과 커피, 그리고 책이 있다. 독자의 경험과 저자의 글을 비교해가며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앞으로 북카페에 갈 일이 더 많아질 것 같다. 독자가 찾지 못한 '낭만'을 저자가 언급했기 때문이다.

책의 제목으로 한 것도 저자에게는 '다 계획이 있었'던 듯하다.





독자는 기본적으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신뢰하는 편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는 일이다.

신뢰가 없으면 그 사람 얘기 구절구절을 들어줄 리 없지 않은가.

중간에 아무리 자기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작가의 말을 끊고 내 이야기를 계속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 같다. 타인의 시선에서 이타적인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북카페란 매우 매력적인 공간이다. 내 주변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서인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 일은 언제나 유쾌하고 즐겁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간이 어찌 낭만적이고 매력적이지 않은가.





요즘은 영상매체가 넘쳐난다.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이용하여, 사람들은 더 많은 정보를 찾고, 더 많은 지식을 습득하며 더 많은 소통을 한다.

이런 영향력 때문에 영상문화는 나날이 발전하고 넘쳐나지만 활자매체인 책은 상대적으로 거리가 멀어지는 느낌이다.

책을 좋아하는 독자로서는 매우 안타깝지만 시대적 흐름이라면 막을 수 없고, 따라야 한다. 그만큼 낭만과 책의 향기는 멀어지거나 다른 대체품을 찾아야 할 터다.

영상을 보는 것은 빠르고 직접적이다. 이는 마치 인스턴트 커피를 마시는 것과도 같은 것 같다. 인스턴트 스틱커피를 종이컵에 '스르륵' 비우고, 정수기에서 따뜻한 물을 넣는다. 그리고 비워진 플라스틱 스틱으로 종이컵을 휘~ 달달한 커피가 완성이 된다. 커피 맛이나 향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





미국이나 유럽에는 인스턴트 커피가 없다. 커피만 마시는 게 아니라 커피를 내리는 시간과 향을 함께 즐기기 때문이란다. 김치가 발효되거나 와인이 숙성하는 데는 값비싼 재료가 많이 필요하지만, 많은 재료들 중 최종적으로 맛과 품질을 결정하는 재료는 바로 '시간'이다. 커피와 우리 김치와 닮은 점도 있다는 게 오히려 신기하다.

만드는 시간뿐만 아니라 먹는 시간 또한 매우 중요하다. 누구도 오랜 시간 숙성한 와인을 소주 잔에 담에 '꼴깍' 원샷하지 않는다. 충분히 시간을 두고 음미한다. 책과 커피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즉석적이지도 않고 편리하지도 않지만, 시간을 들여 숙성되고 먹을 때는 '음미'하는 것이다.

책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 담겨진 작가의 글도 오랜 시간 공들여 쓰인 흔적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사랑스럽지 아니한가. 고맙지 아니한가. 독자도 책을 좋아하기 때문에 책의 향기를 아스라히 알 것 같다.

이 책은 독자의 '책 욕심'도 충족시키고, 읽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꼭꼭 씹을수록 맛이 우러나오는 글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의 맛이고 멋이다.





여기서 행복할 것


책 중반부가 넘어가면서 '낭만'의 분위기가 물씬 풍겨온다. 일주일 중 6일을 북카페&서점인 <헤세처럼>에서, 하루만 집에서 시간을 활용하다보니 여행과는 거리가 자연스레 멀어졌다. 그런데 여행이 멀리 벗어나는 것만이 여행은 아니었다. 여행이 '여기서 행복할 것'의 줄임말이라는 말을 되새기고 꼭꼭 씹어볼 만하다. 책을 덮은 후에도 마음이 평온해지는 느낌이 드는 게 어쩐지 동네 북카페라도 가봐야 할 것 같다.


저자 : 정슬


속초에서 자랐다. 단국대학교에서 특수교육, 동 대학원에서 미술교육을 전공했다. 교육현장에서 특수교사로 21년간 일했고, 상담과 미술치료를 접목하여 전문상담 교사로도 활동했다. 현재는 수원에서 북카페&서점 <헤세처럼>을 운영하고 있다.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식물을 가꾸고 사진 찍는 일을 할 때 마음이 즐겁다. ‘배움과 나눔’을 실천하는 인생 2막을 준비 중이며, 읽고 쓰고 그리는 삶을 꿈꾼다. 단행본 『내 삶에 스며든 헤세』의 집필진으로 참여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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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에도 상처가 있다는데 - 소중한 이와 나누고픈 따뜻한 이야기
이창수 지음 / 행복에너지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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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편하게 풀어가는 것이 마치 저녁 식탁에서 이야기하는 듯하다.

“당신 생의 주인공은 당신입니다. 당신은 위로받을 자격이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이창수 저자의 따뜻한 마음이 그대로 전달된다. 위로가 되고, 힐링이 된다.

이 책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는데』는 '힐링', '치유'의 에세이다.

표지의 책의 배경색에도 녹색이 주는 편안함이 있다.

올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일상생활은 물론, 교육, 경제, 문화, 사회, 정치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감염병의 특성이 그렇지만 전 세계로 대유행되는 감염병은 인간의 지금까지의 질서를 뒤엎어버린다. 특히 감염병은 전 지구 인류에게 현재도 어렵지만, 이런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도 예측하기 어렵고, 언제 끝날지도 모르기 때문에 삶 자체에 위협적이다.

이같이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작가가 꺼낸 따뜻한 이야기는 잠시나마 불안을 지우고 위로를 받는다.





정치권에서 자주 이용하는 '프레임을 짠다'는 말이 있다. 새로 생긴 신조어가 아니라 최근 비공영 방송이나 팟케스트, 유튜브를 통해 많이 알려지면서 일반인들도 프레임이라는 용어에 익숙해져 있다. 원래 영화나 경제 분야에서 자주 쓰이는 말로, 이 책에서는 '틀'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진 프레임에 대해 모든 사람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인식의 틀'이라고 규정한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는 프레임을 통해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고 한다. 더욱이 프레임 밖에 있는 것은 모르거나 프레임을 거치며 왜곡된 상태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이렇게 항상 영향을 주는 프레임을 벗어나는 경험을 통해 지적인 즐거움을 만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프레임을 깨는 즐거움과 함께 지쳐있는 독자들에게 위로를 전하기 위해 글을 썼다.





이 책은 풀잎과 함께하는 바람, 햇살, 노래의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진실한 위로는 귀로 듣는다는 이야기가 마음에 와 닿는다.

사회적 동물인 사람은 사람의 말로 인해 상처를 받기도 하고, 위로를 받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상대의 이야기에 공감하면서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

어설픈 말로 위로하는 것보다 차분히 귀 기울여 주는 것이 더 위로가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기회가 된다.




요즘 "나 때는 말야" 하면 '꼰대' 소리를 듣는다. 독자가 학교 다닐 때는 우리를 가르치는 선생님을 비하하는 은어여서 함부로 내뱉기 힘들었다.

선생님 중에서도 '앞뒤 막힌' 공자 왈, 맹자 왈 하며 훈육하는 교사를 뒤에서 험담할 때 쓰는 학생들 은어였다. 그래서 어원도 모른다. 처음에 들었을 때는 일본말에서 유래됐나 하는 정도였고, 자주 쓰이지 않다 잊어버린 말이 요즘 다시 유행한다.

말 안 듣고 바른 학교생활을 하지 못하면 훈육 차원에서 타이르던 선생님이 그리울 정도다. 그러던 독자도 이젠 세월이 흘러 '꼰대 세대'가 됐다.

그래서 그때의 추억을 생각하며 아주 포근하고 정이 있었음을 회고하면 그 순간 '꼰대' 소리를 듣기에 아예 함부로 말하지 않는다. 독자로서는 이래저래 꼰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라는 너스레로 위기를 넘길 뿐이다.





그때는 그런 대로 '낭만'이 있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정'도 돈독했다. 개인보다 집단이 앞서던 시절이었지만, 먹을 것이 항상 부족하던 시절이었지만 정과 낭만이 넘쳐나던 시절이다. 데모가 일상적일 때도 지금처럼 살벌하지 않았다.

저자의 예전의 추억을 빌미로 그때의 추억을 맘껏 해보니 속이 후련하다. 그만큼 주눅들고, 눈치 보는 세대가 됐다는 게 아쉬울 뿐이다. 그래서 이 책에 유독 공감을 많이 하는지 모르겠다.

환경이 달라지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해야 하고, 접하는 사람이 달라지면 달라진 대로 맞춰야 할 필요가 있다. 깊이 있는 관계란 나이가 들면 들수록 소중해지는 것 같다.





비둘기호(완행열자, 독자 주석)나 통일호(특급 열차)와 같은 기차를 타고 여행하면 이동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이동하는 그 자체가 또 하나의 여행 재미를 주었다. 지금은 비행기나 고속철도와 같이 이동은 빠르지만, 열차 안팎의 세상 풍경을 볼 기회가 사라졌다. 저자의 글처럼 새로운 풍광과 사람을 만남으로 인해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이 여행의 재미인데 그것을 느낄 공간이 사라지고 있다.

이같이 무엇이든지 천천히, 자세히 보면 다른 게 보이는 것 같다는 저자의 주장에 크게 공감한다.

대한민국의 산업과 경제 발전과 함께해온 '빨리빨리' 문화도 그때 만들어진 부작용(?)이다. 빨리 일을 끝내야 돈을 더 벌고 식구들이 밥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화 과정에서 빠른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면서 자연스레 들인 습관이 '빨리빨리' 문화다.

지금 와 생각하면 얻는 것 못지않게 진정한 가치 있는 것을 놓치고 있지 않을까 하는 반성이 없었다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타인에 대한 배려. 누구나 알지만 아무나 못하는 것이다.

"말에 베인 상처는 칼에 베인 상처보다 더 아프다."

말이 칼보다 무섭다는 말은 종종 들어봐서 조심하려고 노력은 한다.

하지만 '진정한 위로는 귀로'. 크게 동의하고 정말 잘 지었다 생각한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도 갚을 수 있지만, 말 하지 않음으로써는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물질보다 마음이 가치가 높을 때도 많다.





여백의 미


채우는 것 보다 비우는 것이 더 어렵다.

이는 조기 교육과도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어릴 때 색칠 공부나 글자 연습을 할 때 보면 항상 칸에 다 색칠해야 했고, 칸에 꽉 차게 써야 했다.

빈 공간을 허용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런 습관이 계속 이어지면서, 채우는 것에는 익숙해도 비우는 것에는 의심이 드는 것 아닌가 생각해본다.

분명히 괜히 나온 말은 아닐 것이다.

채움과 비움이 균형을 이룰 때 '행복'을 가장 선명하게 맛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쉼표를 찍을 수 있다는 건 스스로 멈출 수 있으며, 또 언제든 다시 나아갈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 책은 생각했던 것 만큼 따뜻하고, 생각지 못했지만 술술 잘 읽혀서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다행히 어려운 단어도 없고, 친구와 대화 나누듯이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따뜻함이 있다는 것은, 그리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참 기분이 좋다.





이 책 제목이기도 한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는데』는 정호승 시인의 시 제목에서 영감을 받은 표현이다.

저자는 들녘에 서서 바람을 몸으로 받으며 상처 입는 것은 바로 눈에 들어오는 커다란 나무들뿐만이 아니라 자세히 바라보지 않으면 눈에 들어오지 않는 풀잎들도 있다고 말한다.

영화 속 엑스트라도 그들 인생에서는 주인공이다. 그들도 누군가에게 관심을 받고 있으며, 수많은 사연을 안고 살아간다. 우리가 발붙이고 사는 땅덩어리에는 사연 없는 이가 없다는 말처럼.

'최후통첩 게임'이라는 심리실험과 그 결과를 통해서 인간 사이의 관계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를 역설적으로 알려주는 '감정이 상하면 논리는 없다'도 우리 사회를 되돌아봐야 하는 의무감을 갖게 한다. '승자 독식'의 사회를 누구든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꿈꾸는 행복한 환상 로또의 실체를 과학적으로 해부할 경우 환상의 실체를 알게 된다. 그러나 환상이 주는 행복을 즐기는 인간성이 절로 웃음을 짓게 만드는 '로또 연작' 등 누구나 한 번쯤은 해보았을 듯한 삶에서의 고민을 따뜻하게 위로하고 일상 속에서 프레임을 깨는 발상을 통해 지적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권하기도 한다.

풀잎에도 상처가 있기에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그리고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긍정과 배려, 선한 영향력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남긴다.


저자 : 이창수


생활인으로서 말하고 싶은 풀잎.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1986년부터 교직에 몸담고 있으며 현재 중학교 교감으로 근무 중이다. 선생님과 꼰대라는 사회의 선입견에서 벗어나 생활인의 한 사람으로서 일상에서 경험하고 느낀 점을 편안하게 이야기하고자 한다. 저서로는 오랜 교직 생활의 경험에서 얻게 된 노하우를 정리한 『공부가 쉽다구요?』, 소설 『The 공부』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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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너무 복잡하게 살아왔다
샤를 와그너 지음, 이정은 옮김 / 크레파스북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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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게' 또는 '단순하게'를 실천하기는 말처럼 쉽지 않다. 《우리는 너무 복잡하게 살아왔다》는 단순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최근 다시 대두된 '미니멀 라이프' '심플 라이프'로 돌아가라는 뜻이다.

복잡하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것들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와도 같을 수 있다. 그래서 외적인 조건의 풍족함은 가지고 있지만 정신적인 삶은 가난하다고 말하는 것 같다.

정신적인 삶을 부유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단순하게 말해야 한다.

자기자신을 단속하고 말을 조심하고 자기가 쓰는 글을 살피는 것도 '단순하게'를 실천하는 방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뜻을 곡해하지 않고 장황한 완곡어법 대신 직설적 표현을 해야 한다. 직설적 표현은 막말과는 의미가 다르다. 절제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 고의적인 침묵도 그만두어야 한다. 이런 것들은 혼란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단순해진다는 것은 '생각이 맑은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생각이 맑으면 삶도 가벼워진다. 장황한 미사여구는 될수록 사용을 피하고 자신의 느낌과 신념을 진실하고 간소하고 말해야 한다.





《우리는 너무 복잡하게 살아왔다》에서는 물질적인 풍요에서 행복을 구하는 것은 몰상식하다고 일갈한다.

인간의 욕구라는 것은 절대 만족할 만큼 채워질 수 없는 것이다. 100을 가진 사람도 100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는 것. 돈을 많이 가진 사람도 여전히 돈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안락하고 부유한 사람들 중에도 자기가 가진 것이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도 잘 쓰기보다 더 부족하다고만 생각한다. 단순함이 우리에게 건네는 삶이란 어쩌면 욕구를 제한하는 삶인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욕구를 조금이라도 조절할 수 있다면 많은 것들이 간단해지고 단순해지기 때문이다.

'심플라이프의 고전'으로 일컬어지는 샤를 와그너의 책 《LA VIE SIMPLE》을 크레파스북에서 《우리는 너무 복잡하게 살아왔다》란 제목으로 새롭게 펴냈다. 이 책은 미국 백화점의 왕 존 워너메이커가 “성경 다음으로 가장 큰 감동을 안겨준 책‘이라고 격찬했으며, 이 책을 읽은 시어도어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저자를 백악관에 초청하기도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저자는 우리가 부수적인 것에 매달려 정작 그보다 중요한 본질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것을 버리고 단순함과 간결함을 되찾아야 한다. 부수적인 것에 정신을 빼앗겨 본질을 잃고 중심을 잡지 못하는 현실은 결코 이 책이 처음 나온 때만의 일은 아니다.

지금 역시 이 책이 이야기하는 시대와 결코 다르지 않다. 그래서 120년 전의 책이지만 지금 읽어도 충분히 공감하고,

그래서 여전히 절실하게 읽힌다. 이 책에서 저자는 단순함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단순함은 어떤 특정한 경제 사회적 조건에 달린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여러 부류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고 삶을 변화시키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우리는 무기력하게 아쉬워하면서 주어진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삶을 결정하고 삶에 에너지를 쏟아 부을 수 있다. 우리가 지닌 수단을 가지고 단순함이라는 목표를 향해 가는 것이야말로 예나 지금이나 가장 중요한 일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 심플 라이프와 미니멀리즘이 인기를 얻고 있다. 그동안 복잡하고 어수선한 일상에서 자신을 추스르기 힘들었던 사람들이 이를 통해 여유를 누리고 인생의 가치를 되찾으려는 사회 현상은 단순하게 살기, 정리습관 관련 신간들의 출간에서도 알 수 있다.

미니멀리즘과 심플 라이프는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구조와 정보의 홍수 속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불필요한 것을 버리고 단순함과 간결함의 의미를 새롭게 알려준다. 특히 심플라이프는 경제 성장과 함께 물질적 풍요의 시대가 열렸지만

그럴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복잡해진 사회관계 속에서 자신을 추스르는 방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샤를 와그너의 책 《LA VIE SIMPLE》에서 처음 등장한 심플라이프는 이후 인간다운 삶의 중요한 주제가 되었고, 특히 최근 보편적인 문화 흐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우리는 너무 복잡하게 살아왔다》는 우리가 많은 것을 풍족하게 누리면서도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로 단순한 삶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단순함의 의미와 가치를 새롭게 밝히는 한편, 그로써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다양한 영역에서 짚어준다.





이 책에서 말하는 단순함은 복잡한 것을 간결하게 정리하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적인 삶을 지키고 누리기 위한 마음가짐이다.

저자는 삶을 변화시키려면 무엇이 우리를 복잡하고 갈피를 잡지 못하게 하는지, 그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불행한 삶을 살고 있는지 알아야 하며, 지금이라도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그것을 단순한 삶으로 규정했으며, 그로써 더 가볍고 가치 있는 삶으로 나아가는 길을 안내해준다.

단순한 삶은 우리가 잊고 있던 삶이자 방향을 잃은 우리에게 절실한 목적지다.

그동안 우리는 거추장스러운 것들 때문에 열정과 활력을 찾지 못했고 진실함으로부터 멀어져버렸다.

지금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들에서 한 발 벗어나 나다운 삶, 단순한 삶으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가 진정 살아가는 힘은 복잡하고 요란스러운 것이 아니라 단순함에서 비롯한다. 가장 소중한 것은 결코 복잡하지 않고 진정한 삶은 나로부터 시작한다.

온전하게 살고 싶다면, 가치 있는 삶을 꿈꾼다면 지금, 단순함으로 나를 새롭게 하라. 원한다면 이 책 《우리는 너무 복잡하게 살아왔다》로 시작하라. 저자가 온전한 삶을 원하는 독자들에게 던지는 충언이다.





이 한 권의 책이 복잡한 세상을 편하게 살 수 있도록 해줄 순 없지만, 당신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가볍게 만들어 줄 수는 있다. 독자의 하루가, 독자의 고민이 조금이라도 덜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만들었다.

약 120여년 전 샤를 와그너가 점점 복잡해져만 가는 세상에서 삶의 지표를 잃은 사람을 위해 〈단순한 삶〉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책을 펴냈다.

출판사에 따르면 십수 년 전의 책을 다시 출간한 이유는 여전히 삶은 복잡하고 그 속에 사는 우리는 여러 문제에 짓눌려 종종 길을 잃기 때문이다. 부수적인 것에 신경 쓰느라 우리는 본질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지나친다.

그렇게 부수적인 것에 신경 쓰다 보면 그저 주어진 삶을 살아내느라 급급해진다. 결정해야 할 것도 많고, 생각해야 할 것도 많지만 우리가 그 모든 것을 알아야 올바르게 사는 것은 아니다. 버릴 것은 무엇이고, 챙겨야 할 것은 무엇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더 멀리 올바르게 나아지기 위해서 이제부터라도 짐을 줄여야 한다. 세상이 제아무리 복잡하다 해도 단순함 앞에서는 그마저도 사그라든다.

《우리는 너무 복잡하게 살아왔다》를 통해 그동안 복잡함에 내몰려 잊고 있던 삶의 행복과 살아가는 힘을 되찾을 수 있다.





이제는 무엇 하나 단순하지 않다. 생각하고, 행동하고, 즐기고 심지어 죽는 것마저도. 우리는 우리 손으로 삶에 무수한 어려움을 더했고 몇몇 즐거움을 없앴다.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허울뿐인 삶을 계속 살아가며 고통받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 p.22

정돈해야 하는 것은 실제로 드러나는 삶의 모습뿐 아니라 생각의 영역이다. 우리는 온통 혼란에 빠져 있다. 우리는 가시덤불로 무성한 곳 한복판을 헤쳐 가면서 어디로 가야 할지, 어디로 가고 있는 모른 채 잡다한 것들에 정신을 빼앗긴다. - p.47

말은 정신을 드러내는 위대한 도구이며, 정신이 겉으로 드러나는 최초의 형태다. 당신의 말은 당신의 생각을 따른다.

단순하게 살도록 삶을 혁신하려면 당신의 말과 글을 잘 살펴야 한다. 말은 생각과 마찬가지로 단순해야 하며, 진실하고 분명해야 한다. - p.69





단순하게 살수록 미래가 보장된다. 예상하지 못한 일이나 불운이 닥칠 위험이 더욱 적을 것이다. 질병이나 실직이 닥쳐도 거리로 내쫒기는 일은 없을 테고, 상황이 크게 변해도 당황하지 않을 것이다.

필요한 것이 적기 때문에 불행한 상황에 적응하는 일이 덜 괴로울 테니까. 이런 사람은 지위나 연금을 잃는다고 해도 똑같은 사람으로 남을 것이다. - p.121

자기 내면에서 선함을 구해야 한다. 아무런 제약도, 허식도, 구경꾼도 없이, 삶이 마땅히 띠어야 할 좋은 삶을 추구한다는 단순한 사실만 생각하면서, 다른 것은 신경쓰지 않고서. - p.173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바뀌었다. 사람들은 불건전한 욕망에 굴복해 단순함과 관계를 끊었다.

아버지는 자신의 영예로운 자리를 떠났고, 어머니는 고독하게 아궁이 곁을 지키며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시간을 보내며, 아이들은 자기도 각자 집을 떠날 수 있기를 기다리며 서로 다툰다. - p.203





진정으로 자신을 구별하는 유일한 방법은 스스로 더 큰 가치를 띠는 것이다. 그토록 필요하고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사회적 구별이 실제로 지켜지기를 원한다면, 당신이 먼저 그 원칙을 따르고 그에 걸맞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 p.244

저자 : 샤를 와그너 CHARLES WAGNER(1852~1918)

루터 교회의 목사였던 아버지 밑에서 자란 후 14살에 파리로 유학을 떠나 1869년 소르본대학에서 역사와 심리학을 전공한 데 이어 스트라스부르와 괴팅겐에서 신학 공부를 이어 갔다. 1878년 독일로 이주해 프랑스 개신교 교회의 자유주의 분파에서 사역했으며, 작은 교구의 목사로 활동했다. 1882년 파리로 돌아온 후 아내와 함께 파리 바스티유 근처의 빈민가에서 살면서 신앙 활동과 자선사업을 하는 한편 노동자들을 위한 대학을 세우고 위원회 위원으로 일했다.

그는 평생 동안 자연을 사랑하고 단순한 삶을 실천했으며, 교리를 내세우지 않는 무조건적 사랑을 강조했다. 이러한 그의 사상과 철학은 《정의》, 《젊음》, 《벽난로 옆에서》와 본서를 비롯해 많은 작품에 담겨 있다. 특히 그는 《우리는 너무 복잡하게 살아왔다》에서 우리가 많은 것을 풍족하게 누리면서도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를 들여다보고

단순한 삶이 곧 인간적인 삶이라고 말한다. 단순함의 의미와 가치를 밝히는 한편, 그로써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다양한 영역에서 알려준 이 책은 ‘심플라이프’라는 개념을 최초로 전파한 것으로 유명하다.1895년 프랑스에서 출간해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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