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에도 상처가 있다는데 - 소중한 이와 나누고픈 따뜻한 이야기
이창수 지음 / 행복에너지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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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편하게 풀어가는 것이 마치 저녁 식탁에서 이야기하는 듯하다.

“당신 생의 주인공은 당신입니다. 당신은 위로받을 자격이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이창수 저자의 따뜻한 마음이 그대로 전달된다. 위로가 되고, 힐링이 된다.

이 책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는데』는 '힐링', '치유'의 에세이다.

표지의 책의 배경색에도 녹색이 주는 편안함이 있다.

올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일상생활은 물론, 교육, 경제, 문화, 사회, 정치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감염병의 특성이 그렇지만 전 세계로 대유행되는 감염병은 인간의 지금까지의 질서를 뒤엎어버린다. 특히 감염병은 전 지구 인류에게 현재도 어렵지만, 이런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도 예측하기 어렵고, 언제 끝날지도 모르기 때문에 삶 자체에 위협적이다.

이같이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작가가 꺼낸 따뜻한 이야기는 잠시나마 불안을 지우고 위로를 받는다.





정치권에서 자주 이용하는 '프레임을 짠다'는 말이 있다. 새로 생긴 신조어가 아니라 최근 비공영 방송이나 팟케스트, 유튜브를 통해 많이 알려지면서 일반인들도 프레임이라는 용어에 익숙해져 있다. 원래 영화나 경제 분야에서 자주 쓰이는 말로, 이 책에서는 '틀'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진 프레임에 대해 모든 사람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인식의 틀'이라고 규정한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는 프레임을 통해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고 한다. 더욱이 프레임 밖에 있는 것은 모르거나 프레임을 거치며 왜곡된 상태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이렇게 항상 영향을 주는 프레임을 벗어나는 경험을 통해 지적인 즐거움을 만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프레임을 깨는 즐거움과 함께 지쳐있는 독자들에게 위로를 전하기 위해 글을 썼다.





이 책은 풀잎과 함께하는 바람, 햇살, 노래의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진실한 위로는 귀로 듣는다는 이야기가 마음에 와 닿는다.

사회적 동물인 사람은 사람의 말로 인해 상처를 받기도 하고, 위로를 받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상대의 이야기에 공감하면서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

어설픈 말로 위로하는 것보다 차분히 귀 기울여 주는 것이 더 위로가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기회가 된다.




요즘 "나 때는 말야" 하면 '꼰대' 소리를 듣는다. 독자가 학교 다닐 때는 우리를 가르치는 선생님을 비하하는 은어여서 함부로 내뱉기 힘들었다.

선생님 중에서도 '앞뒤 막힌' 공자 왈, 맹자 왈 하며 훈육하는 교사를 뒤에서 험담할 때 쓰는 학생들 은어였다. 그래서 어원도 모른다. 처음에 들었을 때는 일본말에서 유래됐나 하는 정도였고, 자주 쓰이지 않다 잊어버린 말이 요즘 다시 유행한다.

말 안 듣고 바른 학교생활을 하지 못하면 훈육 차원에서 타이르던 선생님이 그리울 정도다. 그러던 독자도 이젠 세월이 흘러 '꼰대 세대'가 됐다.

그래서 그때의 추억을 생각하며 아주 포근하고 정이 있었음을 회고하면 그 순간 '꼰대' 소리를 듣기에 아예 함부로 말하지 않는다. 독자로서는 이래저래 꼰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라는 너스레로 위기를 넘길 뿐이다.





그때는 그런 대로 '낭만'이 있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정'도 돈독했다. 개인보다 집단이 앞서던 시절이었지만, 먹을 것이 항상 부족하던 시절이었지만 정과 낭만이 넘쳐나던 시절이다. 데모가 일상적일 때도 지금처럼 살벌하지 않았다.

저자의 예전의 추억을 빌미로 그때의 추억을 맘껏 해보니 속이 후련하다. 그만큼 주눅들고, 눈치 보는 세대가 됐다는 게 아쉬울 뿐이다. 그래서 이 책에 유독 공감을 많이 하는지 모르겠다.

환경이 달라지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해야 하고, 접하는 사람이 달라지면 달라진 대로 맞춰야 할 필요가 있다. 깊이 있는 관계란 나이가 들면 들수록 소중해지는 것 같다.





비둘기호(완행열자, 독자 주석)나 통일호(특급 열차)와 같은 기차를 타고 여행하면 이동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이동하는 그 자체가 또 하나의 여행 재미를 주었다. 지금은 비행기나 고속철도와 같이 이동은 빠르지만, 열차 안팎의 세상 풍경을 볼 기회가 사라졌다. 저자의 글처럼 새로운 풍광과 사람을 만남으로 인해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이 여행의 재미인데 그것을 느낄 공간이 사라지고 있다.

이같이 무엇이든지 천천히, 자세히 보면 다른 게 보이는 것 같다는 저자의 주장에 크게 공감한다.

대한민국의 산업과 경제 발전과 함께해온 '빨리빨리' 문화도 그때 만들어진 부작용(?)이다. 빨리 일을 끝내야 돈을 더 벌고 식구들이 밥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화 과정에서 빠른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면서 자연스레 들인 습관이 '빨리빨리' 문화다.

지금 와 생각하면 얻는 것 못지않게 진정한 가치 있는 것을 놓치고 있지 않을까 하는 반성이 없었다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타인에 대한 배려. 누구나 알지만 아무나 못하는 것이다.

"말에 베인 상처는 칼에 베인 상처보다 더 아프다."

말이 칼보다 무섭다는 말은 종종 들어봐서 조심하려고 노력은 한다.

하지만 '진정한 위로는 귀로'. 크게 동의하고 정말 잘 지었다 생각한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도 갚을 수 있지만, 말 하지 않음으로써는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물질보다 마음이 가치가 높을 때도 많다.





여백의 미


채우는 것 보다 비우는 것이 더 어렵다.

이는 조기 교육과도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어릴 때 색칠 공부나 글자 연습을 할 때 보면 항상 칸에 다 색칠해야 했고, 칸에 꽉 차게 써야 했다.

빈 공간을 허용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런 습관이 계속 이어지면서, 채우는 것에는 익숙해도 비우는 것에는 의심이 드는 것 아닌가 생각해본다.

분명히 괜히 나온 말은 아닐 것이다.

채움과 비움이 균형을 이룰 때 '행복'을 가장 선명하게 맛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쉼표를 찍을 수 있다는 건 스스로 멈출 수 있으며, 또 언제든 다시 나아갈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 책은 생각했던 것 만큼 따뜻하고, 생각지 못했지만 술술 잘 읽혀서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다행히 어려운 단어도 없고, 친구와 대화 나누듯이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따뜻함이 있다는 것은, 그리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참 기분이 좋다.





이 책 제목이기도 한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는데』는 정호승 시인의 시 제목에서 영감을 받은 표현이다.

저자는 들녘에 서서 바람을 몸으로 받으며 상처 입는 것은 바로 눈에 들어오는 커다란 나무들뿐만이 아니라 자세히 바라보지 않으면 눈에 들어오지 않는 풀잎들도 있다고 말한다.

영화 속 엑스트라도 그들 인생에서는 주인공이다. 그들도 누군가에게 관심을 받고 있으며, 수많은 사연을 안고 살아간다. 우리가 발붙이고 사는 땅덩어리에는 사연 없는 이가 없다는 말처럼.

'최후통첩 게임'이라는 심리실험과 그 결과를 통해서 인간 사이의 관계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를 역설적으로 알려주는 '감정이 상하면 논리는 없다'도 우리 사회를 되돌아봐야 하는 의무감을 갖게 한다. '승자 독식'의 사회를 누구든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꿈꾸는 행복한 환상 로또의 실체를 과학적으로 해부할 경우 환상의 실체를 알게 된다. 그러나 환상이 주는 행복을 즐기는 인간성이 절로 웃음을 짓게 만드는 '로또 연작' 등 누구나 한 번쯤은 해보았을 듯한 삶에서의 고민을 따뜻하게 위로하고 일상 속에서 프레임을 깨는 발상을 통해 지적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권하기도 한다.

풀잎에도 상처가 있기에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그리고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긍정과 배려, 선한 영향력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남긴다.


저자 : 이창수


생활인으로서 말하고 싶은 풀잎.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1986년부터 교직에 몸담고 있으며 현재 중학교 교감으로 근무 중이다. 선생님과 꼰대라는 사회의 선입견에서 벗어나 생활인의 한 사람으로서 일상에서 경험하고 느낀 점을 편안하게 이야기하고자 한다. 저서로는 오랜 교직 생활의 경험에서 얻게 된 노하우를 정리한 『공부가 쉽다구요?』, 소설 『The 공부』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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