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곳에서 안전가옥 오리지널 7
이경희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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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시신은 역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위치에서 발견되었다고 했다. 아마도 딸을 찾아 거기까지 간 것이리라. 엄마는 과학자였다. 그게 얼마나 위험한 짓인지 몰랐을 리가 없었다. 거기서 대체 무슨 생각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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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곳에서 안전가옥 오리지널 7
이경희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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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지구촌 인류는 제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진입하며 각종 과학기술의 혜택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지금의 기세와 인간의 능력으로 본다면 이젠 지구뿐만 아니라 태양계의 주인공이 될 날도 멀지 않은 듯한 느낌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원시시대에도 있었던 자연재해, 산업발전의 보복으로 평가되는 지구온난화로 지구 곳곳이 아날로그적 역습을 받고 있다. 대규모 자연재해는 물론 스스로 만든 문명의 이기의 과다사용으로 빚어진 지구온난화에도 쩔쩔매는 역설적이고 무력한 인간의 참모습을 보고 있다.

이 같은 대재앙을 겪을 때마다 인간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성찰을 하면서도 속 시원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 채 우주탐사 등 과학기술은 눈부신 발전을 지속하고 있다. 자연재해든 인공재해든 대재앙 앞에서 너무나 무력한 인간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안타깝고 처참한 피해는 늘 힘 없는 사회 피지배층의 몫이다. 우리는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TV 생중계로 지켜보았다. 구조하기에는 역부족임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고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가족들의 한맺힌 절규를 오래도록 들어야 했다. 이처럼 재난은 우리 기억 속에 크게 자리잡는다. 트라우마로 죽을 때까지 엄청난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만일 재난 전으로 돌아가서 재난을 막고 희생자들을 구해낸다면 하는 생각도 해보지만 하릴없는 넋두리에 불과할 뿐이다. 그래도 현실에서는 불가능하지만 인간의 상상 속에서는 가능하다. 어쩌면 인간 능력 개발은 상상력의 역사일지도 모른다. 시간 여행을 용인한다고 해서 재난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을 듯싶다.

그러나 재난에 대처하는 우리의 방식을 달라질 가능성이 충분이 있을 것으로 믿는다. 이 소설은 해미, 다미, 수아라는 인물들을 등장시켜 시간 여행을 통해 재난에 대응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소설은 허구(fiction)이지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을 기반으로 한다. 작가 개인의 감정과 생각이 소설에 배어들 수밖에 없다. 그 감정과 생각은 현실에 존재한다.

그리고 각종 배경과 설정에도 사실적 요소가 빠질 수 없다. 특히 SF소설의 경우 현재의 과학기술에 대한 지식이 어느 정도 필요할 것이다. 사실에 대한 공부가 꼭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아마 일반 독자들의 경우 SF소설이 다소 낯설기는 하다. 예전에는 상상력에만 의존했지만 지금은 상상력뿐만 아니라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줄 과학적 지식과 입증한 근거 등 독자들에게 설득력을 얻어야 한다. 이 때문에 오늘날의 SF소설은 과학기술과 문학적 상상력의 결합으로 탄생한다. 이미 예전에 재난영화로 다뤄졌던 부산 해운대 지역의 이야기다. 부산 해운대는 대표적인 한국의 항구도시이다. 인근에 원자력 발전소가 많이 있고, 인구 450만 명이 넘는 메트로폴리스다. 일본과 가깝다는 이유로 지진의 피해로부터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을 도시이기도 하다.

 


 

재난은 항상 비극을 불러오지만 대도시에서 일어날 경우 더욱 그렇다. 우리는 과학기술을 믿지만 그 과학기술을 운용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실수할 수 있다. 그런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과거로 돌아가서 실수를 바로잡으면 다 해결될까. 아마 또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 「인터스텔라」 등 각종 재난 영화에서 보았듯이 우리는 항상 답을 찾는다. 반복되는 실수들을 하나하나 바로잡으면서 다음에는 더 낫길 바란다. 시간 여행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다만 더 나은 미래를 만들 가능성을 늘려주는 것이다. 그것은 비단 시간 여행만으로 가능한 일도 아니다. 재난재해 뉴스를 보면서 느꼈던 안타까움이 남아 있는 사람들에겐 시간 여행 소설이지만 안타까움을 덜고, 시간의 흐름을 더 잘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묘한 매력도 있다.

#1 역대 최대 규모의 강진에 이어 원자력 폭발 사고까지. 예고 없이 찾아온 초유의 재난 앞에 한반도는 일대 혼란에 휩싸이고 믿고 있던 컨트롤 타워마저 사정없이 흔들린다. 방사능 유출의 공포는 점차 극에 달하고 최악의 사태를 유발할 2차 폭발의 위험을 막기 위해 발전소 직원인 재혁(주인공)과 그의 동료들은 목숨 건 사투를 시작한다. 지난 2016년 개봉한 한국영화 「판도라」는 대재앙의 시작을 화면 가득히 담았다.

#2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지금 우리는 모두 함께 행복할지도 모르는데… 엄마 대신 자신의 목숨을 구했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던 2045년의 해미(주인공)에게 시간을 거슬러 2025년의 엄마를 살릴 기회가 주어진다.

 


 

위 두 가지 상황은 서로 다른 사건이다. 한 가지 공통점은 지진에 의한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건을 다룬다는 점이다. 누구에게나 가정법의 세계가 존재한다. 그 세계에 매몰된 누군가는 평생 도돌이표처럼 후회하며 불행을 자처하기도 한다. ‘만약 그날 그런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만약 그곳에서 좀 더 일찍 벗어났더라면….’ 다시는 나처럼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겠다는 듯 물속으로 뛰어들어 사람을 구하는 일을 직업으로 택했지만, 어쩔 수 없이 생명을 떠나보낼 때마다 거듭 상처 입으며 살아가고 있는 2045년의 해미. 그런 그녀에게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 들어온다.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 2025년의 그날 그곳으로 가서 엄마를 살릴 수 있는 기회. 과연 그녀는 엄마를 살리고 엉망으로 뒤틀려 버린 인생을 구할 수 있을까? 타임슬립을 다룬 이 소설은 장르상 SF로 분류되지만 모험보다는 감동에 중점을 둔다.

 


 

부산을 통째로 집어삼켜 버린 끔찍한 원전 폭발 사고, 안타깝게 엄마를 잃고 방황하며 살아가던 그녀에게 과거를 바꿀 기회가 찾아온다.

"해미 씨가 할 일은 딱 하나입니다. 20년 전 사고 당일의 해운대로 돌아가 해미 씨의 어머님, 진수아 씨를 살릴 것."

2025년의 어느 날, 부산 해운대에서 거대한 재난이 벌어진다. 원자력발전소 아래 활성단층에서 발생한 규모 6.2의 지진. 연료건물 화재로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고 반경 30킬로미터 지역에 즉시 대피 명령이 떨어진다. 순식간에 아비규환의 수라장이 펼쳐진 가운데, 그날 그곳에서 해미와 다미, 어린 자매는 엄마를 잃었다. 엄마는 혼자 떨어져 있던 해미를 찾으러 갔다가 그대로 재난의 여파에 휩쓸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대로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20년이 흐른 2045년. 어린 시절 프리러닝(도심 속 다양한 장애물과 상호 작용하게 빠르게 이동하는 스포츠) 유튜버로 활동했던 언니 해미는 특유의 운동 신경을 살려 군인 출신 잠수사로서 물에 빠진 사람들을 구하는 일을 하게 됐지만 거듭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과학자 엄마를 닮아 유난히 기억력이 비상했던 동생 다미는 유명 대학 물리학과에 진학했지만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방황한다. 엄마에게 마음에도 없는 모진 말을 뱉은 뒤 제대로 사과하지도 못했는데, 심지어 엄마는 그런 못난 딸을 구하겠답시고 제 발로 사고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그날 그곳의 기억이 질리지도 않고 집요하게 해미를 괴롭히는 이유다. 여기서 조금만 기다리라고, 얼른 언니를 찾아 돌아오겠다고 했던 엄마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다미가 그날 그곳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해미를 한없이 원망하는 이유다.

 


 

그런 해미와 다미에게 믿을 수 없는 기회가 찾아온다.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 그날 그곳으로 돌아가 엄마를 살리고 세 식구가 함께 살아가는 미래를 다시 살아갈 수 있는 기회다. 해미는 타임 다이브 머신에 들어가 과거로 뛰어들어 진수아 구출 작전을 수행하는 다이버로서, 다미는 과거의 해미와 현재의 해미가 만나지 않고(패러독스에 빠지지 않고) 무사히 엄마를 구할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하는 브레인으로서 시간여행에 뛰어들게 된다. 과연 이들은 과거를 되돌려 미래를 수정할 수 있을까?

 

"어떤 슬픔은 시간의 바깥에 있습니다. 결코 지워지지 않고 영원히 기억 속에 남지요. 그리고 긴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 몇 번이고 되풀이되곤 해요. (…) 하지만 나쁜 것만이 이어지는 것은 아닐 거예요. 우리는 분명 좋은 것들도 똑같이 이어받고 있을 테지요. 어쩌면 조금씩, 미세하지만 긍정적인 영향을 쌓아 가며 미래를 바꾸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언젠가 우리는 비극의 고리를 끊게 될 거예요."

- ‘작가의 말’ 중에서

 


 

이 작품에서 작가는 불행을 관조하지도, 전시하지도, 과장하지도 않는다. 집필에 앞서 “어떤 현실의 재난 사건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을 것, 재난에 대한 묘사를 일부러 과장하지 않을 것, 그리고 무엇보다 정부를 무능하게 그리지 않을 것”이라는 원칙을 세웠다는 작가는 독자들을 향해 손가락이 아니라 달을 봐 달라고 호소한다. 우리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진정으로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제발 생각해 달라는 듯.

해미와 다미의 시간여행은 성공할 수 있을까. 하지만 해피엔드냐 아니냐보다 더 중요한 건, 어쩌면 존재할지도 모를, 수억만 분의 1의 확률일지도 모르는 해피엔드를 꿈꾸며 뜨겁게 도전하는 여정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독자들은 재난의 한복판으로, 시간여행의 전장으로 치열하게 뛰어드는 이 이야기에 기어코 빠져들고 말 것이다.

“중요한 건 과거를 바꾸는 게 아니라 상처를 치유하는 거라고. 우리가 발버둥 친 시간들은 무의미하지 않아. 그러니까 분명 이게 정답일 거야. 누군가는 이 모든 일을 기억해야 해. 우리가 서로를 위해 노력했다는 걸.

 


 

저자 : 이경희

 

환상문학웹진 거울 필진. 「꼬리가 없는 하얀 요호 설화」가 황금가지 제4회 타임리프 공모전에 당선되어 데뷔하였고, 「살아있는 조상님들의 밤」으로 황금가지 제6회 작가프로젝트 공모전, 「χ Cred/t」로 안전가옥 스토리 공모전을 수상했다. SF와 판타지 양쪽에서 활동 중이며, 대표작으로는 『테세우스의 배』, 「다층구조로 감싸인 입체적 거래의 위험성에 대하여」, 「마음 여린 땅꾼과 산에 깔린 이무기 설화」 등이 있다. 그는 SF와 판타지의 팬보이로 10대를 보내며 오랜 세월을 방황한 끝에 작가를 꿈꾸게 되었고, 1980~1990년대 걸작 애니메이션과 만화들, <스타트렉> 에피소드들, 톨킨과 이영도, 르 귄과 젤라즈니, 알프레드 베스터와 코드웨이너 스미스, 듀나, 배명훈, 곽재식, 김보영, 이서영 등 위대한 장르의 발자취를 추적하며 자신만의 샛길을 발견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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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데이 홈 K-픽션 28
편혜영 지음, 김소라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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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혜영 소설가 작품은 여러 편 봤지만 이 작품이 단편소설의 형식을 맟춰가며 탁월한 문장력까지 갖춘 우수 작품이라고 독자는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 저자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 읽는 독자들의 즐거움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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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데이 홈 K-픽션 28
편혜영 지음, 김소라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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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홀리데이 홈』은 K-픽션 스물여덟 번째 작품이다. 부조리한 세계의 불안과 공포를 집요하게 그려내는 편혜영 소설가의 작품 『홀리데이 홈』을 한영 대역으로 펴냈다. 단편소설 한 편, 영역(英譯)만을 실어 말 그대로 어디서나 잠깐 시간을 내 편혜영 소설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영문 번역은 편혜영의 대표작이자 셜리잭슨상 수상작인 『홀』을 번역한 김소라 번역가가 맡았다.

『홀리데이 홈』은 군인이었던 이진수가 군대 내 납품단가 조작 사건에 가담한 책임을 홀로 떠안은 후 전역한 이후의 삶을 그리고 있다. 이후 고깃집을 운영하는 이진수에게 삶의 무대는 바뀌었지만 살아가는 방식은 변하지 않는다는 증거들이 아내 장소령에게도 포착된다.

부동산에 내놓은 집을 보러온 박민우가 이진수를 기억하며 술 취해 던지는 말들은 어떤 일이 벌어질 듯 불안을 증폭시킨다. 군대에 있었을 때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인가가 있었음에 분명하지만 그 장면은 분명하게 그려지지는 않는다.

 


 

단편소설 1편으로 짧지만 강한 흡입력이 있다. 편혜영 소설가의 유려한 문체와 부조리에 대한 집요한 탐구적 문장들을 여럿 발견할 수 있다. 등장인물 장소령과 이진수. 군인인 이진수는 납품 비리로 군에서 잘린다. 그리고 한우 전문점을 오픈하지만 육우를 한우로 속여 팔아 영업 정지를 당하고 결국 문을 닫는다. 아들은 학교 폭력 때문에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간다. 이 같은 팩트만 열거한 듯한 내용에 독자들의 카타르시스는 일찍 포기하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여전히 이야기의 모두를 보여주지 않는다. 적당히 감추면서 인물과 배경을 통해 짐작케 할 뿐이다. 하지만 독자들은 그 여백에서 우리가 사는 사회를 찾아낼 수 있다. 이 작품의 또다른 매력이다.

 


 

적당히 알고 싶고 피하고 싶은 현상을 어차피 알아도 내가 뭔가 바꿀 수 없을 것 같은 불안함과 절망. 그럴 바에는 차라리 모르면서 얄팍한 안락함을 유지하고픈 마음. 마지막에 이진수의 집에 두 남자가 찾아온다. 알고 보니 군대 후배다. 하지만 이진수와 후배는 좋은 관계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원래 가해자는 피해자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옛날부터 들어온 말이다. 결국 술 먹고 후배는 절규하고 끝난다. 그 절규 소리마저 저자는 다 들려주지 않는다.

군대라는 상명하달의 문화가 있는 곳과 우리 사회는 닮아 보인다. 그래서 군인인 이진수의 성격을 자연스럽게 추정할 수 있다. 군대를 안 간 독자들도 상황이나 들은 얘기만 있어도 충분히 추정 가능하게 팩트는 정확하게 기술돼 있기 때문이다.

 


 

안아영 문학평론가는 '홀리데이 홈'을 "자신이 폭력적인 세계에 내던져졌고 약육강식이라는 촘촘한 그물에 걸려 있으며 아무리 애를 써도 이 거대한 부조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동물적인 감각으로 알고 있다. 견고한 위계서열로 구축된 이 세계는 공정하지 않다. 유리한 사람과 불리한 사람, 무감한 권력자와 억울한 피해자는 한 무대 위헤 엉겨 있다"고 분석한다.

편혜영 소설가 작품은 여러 편 봤지만 이 작품이 단편소설의 형식을 맟춰가며 탁월한 문장력까지 갖춘 우수 작품이라고 독자는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 저자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 읽는 독자들의 즐거움을 기대한다.

 


 

인아영 문학평론가는 이진수에게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고 그가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 “그런 것들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며 “중요한 것은 이진수에게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있어났는지와 무관하게 소설이 견고한 형식으로 짜여 있다는 사실, 다시 말해 이진수가 저지른 행위의 구체적인 내용이 텅 비어 있다는 사실 자체”라고 말한다.

이 부조리한 세계는 인간들에게 내용이 아닌 형식에 복무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또한 그 세계가 집약되어 있는 군대에서의 삶을 완벽하게 체득하여 “권위와 위계”를 칭찬으로 여길 뿐인 이진수에게는 딜레마가 없다. 딜레마는 이 모든 것을 그의 아내 장소령의 시선으로 볼 때만 감지된다. 그러한 파국에 이르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본다는 것의 섬뜩함, 자신 역시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은 얼굴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 작품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전달될 것이다.

 


 

저자 : 편혜영

 

1972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와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200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소설집 『아오이가든』 『사육장 쪽으로』 『저녁의 구애』 『밤이 지나간다』 『소년이로』, 장편소설 『재와 빨강』 『서쪽 숲에 갔다』 『선의 법칙』 『홀 THE HOLE』 『죽은 자로 하여금』이 있다. 한국일보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오늘의젊은예술가상, 동인문학상, 현대문학상, 김유정문학상, 셜리잭슨상을 수상했다. 현재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역자 : 김소라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편혜영의 『선의 법칙』, 『재와 빨강』 및 『홀』, 황석영의 『해질 무렵』, 김언수의 『설계자들』 등 다수의 한국문학 작품을 번역하였다. 편혜영의 『홀』 번역으로 2017년 셜리잭슨상을 수상하였다.

 

번역은 제2의 창작물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문화적 배경이 다른 한 나라의 언어를 다른 언어로 번역하는 일은 지난한 작업의 결과물이다. 작품의 내용을 그대로 옮기면서도 해외 영어권 독자들에게 유려하게 번역된 글을 읽을 수 있도록 하여 작품에 대한 감동을 그대로 전한다. 〈K-픽션〉 시리즈의 번역에는 세계 각국의 한국문학 전문 번역진이 참여했으며, 번역과 감수 그리고 원 번역자의 최종 검토에 이르는 꼼꼼한 검수 작업을 통해 영어 번역의 수준을 끌어올렸다. 〈K-픽션〉은 아마존을 통해서 세계에 보급되고 있으며, 아시아 출판사는 〈K-픽션〉 시리즈를 활용하여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독자뿐만 아니라 한국문학을 사랑하는 전 세계 독자들에게 한걸음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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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역 아리스토텔레스의 말 - 현대인들의 삶에 시금석이 될 진실을 탐하다
이채윤 엮음 / 읽고싶은책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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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철학을 학교에서 배운 것이라고는 대학 입시를 위한 내용 약간과 대학 1학년 교양학부에서 강의를 들은 한 학기 '철학개론'이 전부다. 독자가 학교를 다닐 때는 철학, 인문은 찬밥 신세였다. 공과대나 상과대가 가장 인기였고 수재들은 대부분 법대나 의대였다. 학교에서 배운 게 없는데 졸업 후 사회 생활하면서 철학을 배우기는커녕 관련 책 읽을 겨를도 없었다. 한 한기 들은 교양학부 철학개론 교과서는 대학 생활 중 한 번도 더 들춰보질 못한 것이 약간의 후회도 된다.

산업화를 지향하던 우리 사회는 경제적 안정감을 찾으면서 인문학이나 철학, 문학 서적 등이 잘 팔리기도 했다. 돈 벌어야 할 때는 안중에도 두지 않았던 학문들이 서서히 삶의 행복이나 원칙을 세우는 데 도움을 주는 학문들로서 각광 받기 시작한 것이다. 정보화 시대로 접어들면서는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 환경이 심리적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인지 문학, 특히 에세이 등이 대형 서점 베스트셀러 최상위권에 자리잡는 현상을 보였다. 특히 지난해에는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나날이 불안 심리가 커지고 심지어는 '코로나 레드'로 불리우는 깊은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분노조절장애로까지 이어지자 에세이 분야에 자기계발이나 심리학이 더해지면서 분야별 베스트셀러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이에 철학 서적들도 출판가에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위로, 격려를 위한 안정제 역할의 에세이와 철학은 물론 심리학, 자기계발 서적 등이 엮이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출판계는 분석하고 있다.

 


 

독자도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그동안 읽지 못했던 책도 다시 읽기 시작하고 일년 단위로 보면 가장 많은 책을 읽은 한 해로 개인적 평가를 할 만큼 적지 않은 분량을 읽었다. 그러나 여전히 철학은 어려웠다. 필요에 의해 목적을 갖고 하는 학문은 높이 쌓이지 않는다는 평소 생각으로 되돌아갈 무렵 이 책 『초역,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만났다. 분량도 많지 않고 글자수도 많지 않아 쉽게 읽힐 것으로 예상했다. '초역'이 '원문에서 필요한 부분만을 뽑아서 번역한' 것을 의미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는 점은 그나마 위안이 됐다. 저자는 아리스토텔레스가 한 명언을 임의로 뽑아 분류해 책으로 펴낸 것이다.

Ⅰ 행복에 대하여

Ⅱ 영혼과 중용에 대하여

Ⅲ 친구에 대하여

Ⅳ 사랑과 쾌락과 아름다움에 대하여

Ⅴ 철학이란 무엇인가?

Ⅵ 정치란 무엇인가?

Ⅶ 인간 행동에 대하여

Ⅷ 일과 삶에 대하여

Ⅸ 젊은이와 교육에 대하여

Ⅹ 시와 예술에 대하여

 


 

제목만 봐도 아리스토텔레스의 광범위한 지식과 지혜가 돋보인다. 이 책 「들어가는 말」에 따르면 아리스토텔레스가 남긴 저작은 실로 방대하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글은 수백 권의 두루마리였는데, 현재 남아 있는 것은 30권 2,000쪽 가량이다. 고대의 책 목록을 보면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은 총 170여 권에 달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의 연구 분야는 물리학, 화학·생물학 동물학·심리학· 정치학·윤리학·논리학·형이상학·역사·수사학·시학 등 실로 오늘날 배우는 학문의 거의 모든 부분에 걸쳐 있어서 정치 및 철학을 비롯한 미술 평론에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저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 · 〈정치학〉 · 〈수사학〉 · 〈형이상학〉 · 〈영혼에 관하여〉 · 〈시학〉 등을 기반으로 현대인들이 살아가는 데 시금석이 될 만한 말들만 모아서 정리했다고 밝히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삼단논법을 창시해 논리학의 체계를 세우고, 국가를 통치 운영하는 정치학을 지었으며,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윤리학을 세웠다. 특히 아리스토텔레스 사후 아들 니코마코스가 유고를 정리한 니코마코스 윤리학은 역사상 최초의 인문 철학서이자 인류 최초의 자기계발서라 부르기도 한다. 라파엘로의 그림 ‘아테네 학당’ 속 플라톤의 손끝이 하늘을 가리키는 것과 대조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현실적인 측면을 강조한 땅을 가리키는 손끝에서 인간의 삶과 현실적인 고민에 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읽으면 인생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고 한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학자 중에서 가장 큰 행운을 안은 사람이다. 그는 플라톤이라는 ‘철학의 제왕’을 스승으로 두었고, 알렉산더 대왕이라는 ‘역사상 최고의 정복왕’을 제자로 두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17세의 플라톤의 아카데미아에 들어가서 20년 동안 수학하면서 서양 문명의 토대가 되는 그리스적 학문의 체계를 세웠다. 37세 때, 스승 플라톤이 세상을 떠난 후에는 마케도니아 왕자 알렉산더의 스승이 되었다. 그는 13세의 어린 왕자에게 ‘정치학’을 비롯한 ‘제왕학’을 가르쳤다. 20세에 마케도니아 왕에 등극한 알렉산더는 그리스를 평정하고, 당시 최대의 제국인 페르시아를 제압했으며, 인도까지 진출하는 정복왕이 되었다.

그 무렵 아리스토텔레스는 아테나이에서 리케이온이라는 자신의 학당을 차렸다. 알렉산더 대왕의 지원을 받은 리케이온은 아카데미아를 능가하는 학당으로 성장했다. 리케이온에는 훌륭한 도서관이 있었고, 방대한 자료 보관실이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곳에 방대한 장서를 수집해 놓았는데, 그 가운데에는 수많은 지도와 외국의 헌법, 동식물의 표본도 포함되어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12년 동안 리케이온을 이끌면서 강의를 하고 그의 주요 사상들을 발전시켰다. 지금까지 남아 있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들은 대부분 이 학원에서 사용한 강의록을 제자들이 편집한 것이다.

 


 

알렉산더 대왕은 스승을 위하여 아테나이에 동물원도 지어주고, 아시아로부터 진귀한 동물들을 공수해 주었다. 그것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동물학, 식물학 체계를 세운 권위자였기 때문이다. 고래가 포유류라는 것을 처음 발견한 것도 아리스토텔레스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학, 윤리학, 형이상학, 시, 연극, 음악, 생물학, 동물학, 물리학 등등 실로 다양한 과목을 가르쳤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학문의 분류를 세분화했고, 그렇게 세분화된 학문의 기초 개념을 확립했다. 그로 인해서 여러 인식 분야로 나누어진 복합적 학문 구조가 생겨났고 학문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그가 분류하고 뼈대를 세우는 학문 체계는 유럽 문명의 토대가 되었다. 그 후 2000년간 아리스토텔레스의 학문 체계는 서양 사회를 지배했고 그는 ‘만학의 아버지’가 되었다.

그것은 아리스토텔레스 자연과 사회와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의 결실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모두 아리스토텔레스 개인만의 업적이었을까? 탈레스로부터 시작된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그리스적 사유를 집대성할 수 있는 운명을 타고난 행운은 아니었을까? 물론 아리스토텔레스의 학자적 자질과 천부적 재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나, 플라톤이라는 걸출한 스승과 알렉산더 대왕이라는 막강한 후원자가 있었기에 그는 ‘만학의 아버지’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었을 것이다.

 


 

그는 모든 지식을 흡수한 경계가 없는 학자였으며 진정으로 ‘지식 제국의 정복자’였다. 시성(詩聖) 단테는 그를 가리켜 ‘박식한 자들의 스승’이라 칭했다.

그러나 알렉산더 대왕이 정복지에서 33살의 나이로 요절하자 역사상 가장 방대한 지역을 정복했던 거대한 제국은 무너졌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운명도 바람 앞에 등불이 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리스 본토 출신이 아닌 마케도니아 출신(이 사실도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았다)이었기 때문에 알렉산더 대왕의 죽음 이후 아테나이에는 반(反)마케도니아 정서가 팽배했다.

“나는 아테네 시민들이 철학을 죽이는 두 번째 죄를 저지르지 않기를 바라노라.”

이것은 그가 아테네를 떠나며 남긴 말이었다. 소크라테스처럼 억울하게 죽기 싫어서 그는 아테네를 떠났던 것이다. 그는 에게 해의 어느 섬으로 거처를 옮겼는데 일 년 뒤 그곳에서 세상을 떠났다. 62세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처럼 지나치게 이상적인 관념론적 철학자가 아니었다. 라파엘로의 유명한 그림 「아테네 학당」에는 고대 그리스 시대를 풍미한 많은 철학자들이 등장하는데 수장 격인 플라톤은 손끝으로 하늘을 가리키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땅을 가리키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은 플라톤의 이데아 즉, 천상 세계를 가르치는 이상주의보다는 상대적으로 현실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주장이 많다. 그는 인간을 ‘사회적 동물’로서 규정했고, 그런 인간이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돈 문제, 사랑, 쾌락, 우정, 건강, 고독, 병과 고통 같은 현실적인 고민에 많은 답을 주고 있다.

이 책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정치학」·「수사학」·「형이상학」·「영혼에 관하여」·「시학」 등을 기반으로 현대인들이 살아가는데 시금석이 될 만한 말들만 모아서 정리한 것이다. 2500년 동안 변하지 않은 인생살이의 진실이 이 안에 담겨 있다. 이 책을 마치고 보니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에는 요즘 자기개발서가 담고 있는 모든 말들이 담겨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독자 여러분이 이 책을 머리맡에 두고 자기계발서를 읽는 가벼운 마음으로 독파해 주시길 바란다는 저자의 권유가 평온한 마음으로 찬찬히 읽게 해준다.

 


 

인간적 미덕이나 탁월함은 훈련과 습관을 통해 얻은 예술이다. 우리는 미덕이나 탁월함이 있기 때문에 올바르게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르게 행동했기 때문에 그러한 사람이 된다. 우리는 반복적으로 하는 일을 한다. 그러므로 탁월함은 행위가 아니라 습관이다.(p. 203)

 

세상의 비난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하나 뿐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되지 않는 것이다.(p. 204)

 

저자 : 이채윤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 《문학과창작》에 소설이 당선된 후 전업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2017년 ‘한국 시 문학상’을 탔으며 ‘도서출판 작가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시, 소설, 역사, 신화, 종교, 경제, 경영, 자기계발 등 여러 분야에 걸쳐 100권이 넘는 다양하고 맛깔스런 책을 써 내면서 전방위 작가를 자처하고 있다. 또한, 핸드폰 책쓰기의 열렬한 실천가로 ‘핸드폰책쓰기코칭협회’ 코칭본부장을 맡아 핸드폰으로 책과 글쓰기와 스마트워크 확산에 노력하고 있다.저서로는 『그리스 로마 신화』, 『안철수의 서재』, 『삼성처럼 경영하라』, 『부자의 서』, 『성경이 만든 부자들』, 『삼성가의 사람들』, 『현대가의 사람들』, 『세상에! 핸드폰으로 책을 쓰다니(공저)』 외 다수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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