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CEO를 위한 세계 명언집 1 대한민국 CEO를 위한 세계 명언집 1
김광열 엮음 / 스타리치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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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CEO를 위한 세계 명언집 1』은 단지 CEO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저자는 CEO를 대상으로 연설을 할 때 명언을 이용해 명연설(?)을 무사히 해낸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그러나 명언이라는 게 독자들이 대부분 알고 있듯이 특정 계층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예를 들어 리더십을 예기할 때도 CEO만 대상으로 삼은 명언은 그리 많지 않다. 리더십이라는 것이 기업 회장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리 작은 조직이라도 리더십은 필요하다. 꼭 리더가 아닌 사람이 들어도 감동적인 말이 명언이 된다.

저자가 당초 이 책을 펴낼 것을 염두에 뒀을 때는 CEO를 대상으로 펴내려 했지만 자료를 수집하고 분류를 하면서 모든 사람에게 해당된다는 것을 깨닫고 아예 분류도 제목처럼 나눠 달았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갖추어야 할 덕목이 주를 이룬다.

 


 

정의 노력 성공 부 친구 충고 용기 지혜 책 희망 인생 행복으로 나눴다. 각 항목마다 동서고금의 유명한 말이나 의미 깊은 말 등을 따로 묶어서 한 챕터를 완성했다. 이런 식으로 항목별로 분류하니 읽는 사람도 편하고 수시로 어떤 항목의 어떤 말이 필요할지 쉽게 찾을 수 있다. 이 책의 특징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명언 1개를 쓰는 데 한두 페이지에 한 개씩이다. 늘 곁에 두고 메모를 하든 일기를 쓰든 사용자의 편의대로 쓸 수 있도록 명언 하나 이외는 여백을 남겼다. 쉽게 표현하면 페이지 당 한 개의 명언을 하루에 하나씩만 깊은 사색을 곁들여 해나가면 수시로 머릿속에서 꺼내면 된다. 또 하나씩 하나씩 실천해 가면 어느 덧 자신이 명언 속의 사람이 돼간다는 느낌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표현하지 않아도 내심 뿌듯한 느낌을 가지리라 추측된다.

 


 

독자도 일기 쓰듯 한 페이지 당 하루씩 맨 위에 날짜를 써놓고 우선 필사를 한다. 한 문장이니 불과 1분도 걸리지 않는다. 잠깐의 생각을 거친 후 한자도 써보고 영어 단어도 써보는 식으로 메모를 한다. 또 연상되는 어떤 것이든 써넣는다. 예컨대 첫 명언 "불의가 없다면 인간은 정의를 알지 못할 것이다."는 짧은 명언이 있다. 한 번 필사해본다. 글씨는 컴퓨터 자판 두드린 이후 형편없이 졸필로 변해버렸지만 가급적 정성 들여 천천히 처음 글씨 배우는 속도로 써본다. 쓰면서 생각나는 게 있으면 옆에 메모식으로 남기면 된다. 천천히 쓰면서 연상되는 게 있으면 보너스를 받는 기분이다. 한자로도 써본다. 한자는 뜻글자이기 때문에 한 자 한 자 뜻이 있다. 두 음절이 합쳐 단어가 되어도 대체로 원뜻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영어를 잘하면 영어로 어원을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한 페이지씩 채울 때마다 기록을 남긴다는 것이 삶에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을 수 있다. 명언을 외워두면 대화할 때도 굉장히 부드럽게 해낼 수도 있다. 대부분의 명언은 인용할 때 분위기를 완화시키고 심지어는 유머까지 장착해 웬만해서 거부되지 않는다.

 


 

CEO들은 많은 사람 앞에서 누군각가 갑작스럽게 "한마디 들려달라"는 요청을 받을 땐 누구나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독자는 CEO는 아니지만 그런 상황을 많이 접했다. 물론 유려한 말솜씨와 해박한 지식으로 좌중을 압도하며 적절한 말을 짧게 해 주위의 존경을 받는 분도 있지만 반대로 어줍잖은 교훈을 들먹여 좌중으 가르치려 하다 오히려 뒷담홧거리만 제공하는 분도 있었다. 본인도 많이 당혹스러울 것이다. 그럴 때 명언으로 풀어가면 좌중의 반발 없이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점을 깨닫은 바 있다. 저자는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 위해 이 책을 내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책 앞부분에 머리말을 대신해 한 말이다.

예를 들어 예상치 못한 수상 소감을 한마디 해줄 것을 부탁받는다면 누구누구에게 감사한다는 뻔한 말은 듣는 사람도 하는 사람도 별로 듣고 싶은 말이 아니다. 시큰둥할 뿐이다. 짧은 수상 소감이라도 명언 하나 외운 것을 살짝 끼워넣어 소감을 밝힌다면 듣는 사람도 뭔가 의미 있는 말을 들었다며 더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한 줄기 깨달음을 주는 중요한 메시지를 담은 책이다.

 


 

"인생은 소유하는 것이나 받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되는 것이다.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 아널드 조지프 토인비

"토인비의 명언처럼 우리는 스스로가 더 좋은 사람이 되도록 인생을 가꿔나가야 한다.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긴 명언이야말로 우리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드는 위대한 교훈이다. 이 책을 펼친 모든 이들이 나름의 목표와 이유를 얻어 진실한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 저자의 말이다.

대개 명언에는 당대 삶에 충실했던 자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 그것은 오랜 세월이 흘러도 퇴색되지 않고, 현대에 이르러서도 사랑받고 있는 인생의 조언이자, 위로이다. 이 명언에서 영감을 얻고 성공하는 사람도 많고, 목표 달성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도 많다. 명언이 제시하는 길이 지름길은 아닐지라도 최소한 목표에 다가가는 길임은 틀림없다.

 


 

"성공은 끝이 아니며 실패는 치명적인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지속하고자 하는 용기다."

- 윈스턴 처칠

"사람은 누구나 여러 번 좌절한다. 하지만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 한 그 누구도 실패자는 아니다."

- 존 버로스

"세상에는 일곱 가지 죄가 있다. 노력 없는 부, 양심 없는 쾌락, 인격 없는 지식, 도덕성 없는 상업, 인성 없는 과학, 희생 없는 기도, 원칙 없는 정치가 그것이다."

- 마하트마 간디

"부자가 재산을 자랑하더라도 그 부를 어떻게 쓰는지를 알기 전에는 칭찬하지 마라."

- 소크라테스

"고난과 불행이 찾아왔을 때 비로소 친구가 친구임을 안다."

- 이백

"책은 청년에게는 음식이 되고 노인에게는 오락이 된다. 부자일 때는 지식이 되고 고통스러울 때는 위안이 된다."

- 마르쿠스 키케로

 


 

"커다란 행복을 느끼려면 큰 고통과 불행을 먼저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게 행복인지 어떻게 알겠는가."

- 레슬리 카론

 

편저자 : 김광열

 

대학에서 건축공학을 전공하고 한때 대기업에 취직하여 해외 건설 현장을 누볐다. 안정적인 직장이었으나 새로운 길에 대한 열망으로 병의원 컨설팅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후 뛰어난 영업 실적을 바탕으로 기업·병의원 전문 컨설팅 그룹 ㈜스타리치 어드바이져를 설립하여 CEO로서 제2의 삶을 열었다. 회사를 키우기 위해 불철주야 일하면서도 대한민국 기업가의 입장에서 직면하는 난제들에 대해 고민했다. 특히 선진 국가에 비해 국내 장수기업의 수가 턱없이 적다는 것을 깨닫고 기업이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자문했다. 그 결과 기업과 기업인에게 절실한 것은 ‘교육’이라는 해답을 얻었으며 출판사 ㈜스타리치북스를 설립했다. 기업 교육 및 경제경영 도서 출판을 통해 그들의 질적 성장을 돕고 있다. 현재 동료 CEO들과 뜻을 모아 한국형 기업가정신 창출을 기조로 한 사단법인 글로벌기업가정신협회를 창설하여 활동하고 있다. 기업가는 반드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국가경제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오늘도 기업가정신 전파에 앞장서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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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의 생각식당 - 생각으로 돈을 버는 기획자의 발상법
김우정 지음 / 홍익출판미디어그룹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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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기계발 서적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자기계발 서적은 전통적으로 발행 종류와 판매부수가 가장 많은 분야라고 서점가들은 밝히고 있다. 서점가는 2020년, 이전 2019년 역시 자기계발 책이 가장 많이 판매됐다고 집계 결과를 밝힌 바 있다. 특히 작년은 코로나 팬데믹 발생 후 일상을 잃은 채 집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짐으로써 이른바 '코로나 블루'라는 우울감과 불안감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아져서 치유를 위한 책들이 많이 나왔다.

출판계에선 에세이, 정신의학, 심리학과 연계한 정신적 안정감을 주는 책들을 앞다퉈 출간해 자기계발 서적의 신장세를 끌어올렸다는 공통된 견해다. 실제로 정신의학과 심리학에서 다루는 내용을 담은 책들은 하루에 수 종씩 연일 쏟아져 나올 정도로 많은 책들이 출간됐다고 한다. 정신의학자이며 현대 심리학의 시조라고 일컬어지는 칼 융의 분석심리학 책과 현대 심리학의 원조라고 불리우는 알프레드 아들러의 책도 많이 나왔다. 이 책들은 의사의 활동과 이론을 그대로 소개한 책부터 후배 의사나 심리학자들이 연구한 내용, 정신의학과 접목해 치료 효과를 높이는 책 등이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대부분 번역서이지만 우리나라 정신의학 의사와 심리학자들의 책도 예년에 비해 엄청나게 발행 종류나 판매 부수가 늘었다는 것이다. 일상을 잃어버리고 우울감이 증세가 깊어지기 전에 위안을 얻고 치유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전례없이 많이 팔리기도 했다는 것이 서점가의 일반적인 목소리다.

 


 

이 책들의 내용은 생각-행동-습관-삶의 변화로 이어지는 치료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자기계발 서적에서도 이 '룰'이 그대로 일반화되고 있는 것 같다. 정신의학에서 마음의 병을 고치는 과정과 자기계발서에서 삶의 변화를 위한 과정이 거의 같아 널리 응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인생의 변화를 원한다면 생각을 바꾸고, 바꾼 생각대로 행동을 반복해 습관하하면 인생이 변화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인간 행동방식을연구한 결과 나온 치료방식이다. 지금도 서점 매장에 있는 자기계발의 책들은 거의 모두 이 공식을 담고 있다. 습관이 대두된 것은 꽤 오래됐지만 습관이 인생을 바꾼다는 것이 공식화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이 같은 룰을 거꾸로 바꿔야 한다는 책이 올해 우리나라에 등장했다. 이 책 『기획자의 생각식당』은 지금까지 공식처럼 해온 이 룰을 완전히 거꾸로 적용한다. 저자 김우종은 지난 10년 동안 통찰력을 공부하면서 만난 여러 스승과의 대화와 그 밖에 보고 듣고 겪은 많은 것들을 취합하여 지신만의 생각법을 만들고 훈련한 결과를 책에 담았다고 밝혔다.

"기획이 필요한 분야는 지천이지만, 사물을 훤히 꿰뚫어 보고 거기서 탁월한 아이디어를 획득하는 능력은 그냥 생기는 게 아니다. 그것은 오랜 훈련을 통해 습득되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앞서가는 기획자들의 발상법을 소개하는 동시에 국내외 유명인사들의 생각법까지 두루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책 속에서 중국 유럽국제경영대학원 교수 겸 중국혁신센터 소장인 조지 입(George Yip)을 말을 인용한다.

"코로나 이후 시대의 화두는 생존이다. 언제 누가 망할지도 모른다. 악당도 영웅도 생존만이 살 길이다. 행동이 생각을 만든다. 그 반대가 아니다. 혁신적 아이디어를 위해선, 일단 행동을 하라. 생각은 그 다음이다."

저자는 다음 말을 덧붙여 결론짓는다.

"착한 사람은 없다. 세상이 착하지 않기 때문이다. 누구나 악당이 될 수 있다. 독하게 스스로를 단련해야 악당이 되었을 때 구원받을 수 있다. 공익을 조금씩 습관으로 만들면 착한 악당이 될 수 있다."

이 역시 행동에 먼저 옳기고 목표를 달성한 후에 어떻게 행동할지, 어떤 생각을 가질지를 나중에 결정하라는 말이다. 이 말은 성공을 위해 행동이 필요하지 생각만으로는 안된다는 의미로도 읽히는 점이 있어 앞서 다른 자기계발서에 등장한 공식 같은 규칙을 뒤엎으라는 뜻인지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지만 행동이 필요하다는 강한 표현임에는 틀림없다.

 


 

이제 저자의 책 발간 취지와 내용으로 접근해본다. 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해 이 책을 어떻게 구상했는지, 왜 발간했는지에 대해 밝힌다.

"생각값을 받을 수 있을까? 기획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했을 법한 고민이다. 나도 그랬다. 20년 넘는 시간 동안 생각의 값어치를 제대로 받았는지가 궁금해졌다. (중략) 2018년 6월, 그렇게 ‘생각식당’의 문을 열었다. 아이디어는 간단했다. 사람들은 생각을 주면 보통 돈보다는 밥을 사준다. 그렇다면 내가 밥을 주면 어떨까? 대신 밥값에 생각값을 얹어서 받자. 그래서 생각을 파는 식당, 생각식당이 탄생했다."(p. 6)

우리가 흔히 말하는 '기발한 착상'이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다.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돈이 되는 멋진 생각은 아무나 할 수 없다. 국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14년 동안 연인원 30만 명에게 교육서비스를 제공해온 저자가 최고급 레스토랑의 멋진 식단처럼 차려놓은 생각법의 메뉴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떻게 해야 평범한 일상에서 돈이 되는 유니크한 발상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를 명료하게 배울 수 있다.

이 책에 소개된 생각의 메뉴는 단출하게 5가지로만 준비했다. 컨셉 브런치, 통찰력 라테, 경영의 양식, 습관의 참맛, 그리고 이름 미식회가 그것이다. 기획 분야를 종횡으로 누비며 숱한 성공과 실패로 단련된 근육으로 제공하는 저자의 기획론 밥상은 공허한 이론의 나열이 아니라 실제로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생각법이기에 더 쉽고, 재미있고, 유익하다.

 


 

1. 컨셉 브런치

01. 생각 - 生角 / Idea // 02. 수 - 手 / Gambit // 03. 운 - 運 / Fortune

2. 통찰력 라테

04. 선택 - 選擇 / Choice // 05. 결핍 - 缺乏 / Lack // 06. 모순 - 矛盾 / Contradiction // 07. 왜곡 - 歪曲 / Twist

3. 경영의 양식

08. 고객 - 顧客 / Customer // 09. 선수 - 選手 / Professional // 10. 사부 - 師父 / Master // 11. 악당 - 惡黨 / Villain // 12. 승부 - 勝負 / Match // 13. 체계 - 體系 / System

4. 습관의 참맛

14. 습관 - 習慣 / Practice // 15. 변화 - 變化 / Change // 16. 약속 - 約束 / Promise

5. 이름 미식회

17. 언력 - 言力 / Wording Power // 18. 기회 - 機會 / Chance //19. 진정성 - 眞情性 / Authenticity

 

목차를 구성한 것도 아이디어가 독특하고 체계적이어서 독자들에게 쉽게 어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어떤 의도인지 우리말, 한자, 영어를 병기한 이유에 대해서는 선뜻 납득이 되지 않는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더욱이 한자을 요즘 잘 안 쓰는데 왜 착실하게 전부 한자를 병기했을까는 의아하다.

 


 

변화는 발상에서 시작된다. 발상은 새로운 생각이다.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발상법이 있다. 발상법은 변화를 시도하는 훈련이다. 발상은 훈련으로 완성된다. 처음부터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는 않는다. 몇 가지 발상법을 습관화하면 좋은 발상을 만들 확률이 높아진다. 몸으로 익히면 머리가 자동으로 발상을 만든다. 사슬 발상법은 빠르게 유일한 개념을 만들 때 유용하다. 길게 연결된 사슬(chain)을 떠올려보자. 고민이 되는 단어를 사슬의 첫 고리에 놓는다.

- pp.151~152

 

진정성이란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는 마음이다. 맹수는 작은 사냥감을 잡는 일에도 목숨을 건다. 진정성은 속이지 않는 마음이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은 정직한 사람이다. 진정성은 무섭다. (…) 차가운 이성은 이야기가 되지 못한다. 이야기가 되지 못하면 기억되지 않는다. 기억되는 힘이 진심이다. 이성과 진심이 만나면 진정성이 태어난다. 진정성은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진짜 마음이다. 세상의 모든 감동은 진정성이 만든다.

- pp.185~186

 


 

저자 : 김우정

 

기획하는 사람. 어린 시절부터 영화와 만화, 드라마에 관심이 많았다. 어쩌다 보니 연세대학교 임상병리학과에 입학했으나, 군 제대 후 학생회장을 맡으며 마케팅과 기획이 적성에 맞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경영학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후 대학로 등에서 공연과 문화 기획을 하다가, 문화마케팅으로 첫 사업의 발을 떼었다.

언젠가부터 대행업이 기획의 본질이 될 수 없음을 깨닫고 예술을 활용한 팀빌딩 프로그램 ‘팀버튼’을 개발, 국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14년간 약 30만 명의 직장인들에게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현재는 글로벌 PR FIRM ‘벡터그룹’의 한국지사 부대표로 본업인 마케팅 기획을 하는 한편, 평생의 꿈인 스토리 만드는 일을 병행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돈과 예술의 경제학》, 함께 쓴 책으로는 《희망을 통찰하다》, 《프레젠테이션 코칭 북》 등이 있다. 〈스타워즈〉를 뛰어넘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꿈이자 목표인 스토리텔러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저자 김우정은 아내와 함께 고양이 세 마리의 집사로 살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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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작가지만 글쓰기로 먹고삽니다 - 나는 이렇게 전업 작가가 되었다!
이지니 지음 / 세나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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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무명작가'라고 자신을 더 채찍질하는 저자의 진솔한 '작가수업' 과정이 감명을 준다. 이 책 『무명작가지만 글쓰기로 먹고삽니다』는 저자 이지니의 작가 수업 과정을 가감없이 쓴 글이다. 저자는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일 정도로 힘든 과정을 몇 번이나 겪었으나 오직 글쓰기에 정진하는 모습이 눈물겹다. 글자 한 자, 한 자, 문장마다 혼신의 힘을 기울인 흔적이 역력하다. 어쩌면 울면서 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짠한 장면들이 여러 번 나와 독자로서도 감정이 격해지기도 한다.

왜 저자는 글쓰기에 이토록 매달렸을까. 전업작가가 아직 우리나라에선 '먹고살기' 힘든 일인데도 그런 불투명한 일에 온몸과 마음을 다해 쓰고 또 썼을까. 글쓰기를 직업으로 갖고 있는 사람들은 안 쓰고는 못 배길 정도의 어떤 영감이나 문혼(文魂)이 있는 걸까? 글쓰기를 좋아하고 책도 좋아하는 독자지만 자신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는 작가를 꿈꾸며(일부 인기 작가는 충분한 수입이 있겠지만) 그토록 영혼을 불사르고 에너지가 바닥나 지쳐 쓰러질 때까지 쓰기만을 고집하는지에 조금은 의문스럽다.

독자가 글쓰기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 아니어서인지 그들의 아픔을 알면서도 한편으론 왜?란 물음표를 늘 가지고 있다. 좀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글쓰기와 책 쓰기만으로 먹고 살 수 있을까?이다. 저자는 5년차 작가로서 어느 정도는 이름도 알려지고 인정도 받은 후라 후배를 위한 충고쯤으로 이 책을 쓴 걸까. 누구를 위해 이 글을 썼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독자는 이 책을 단어 하나하나에 집중하면서 읽어나갔다.

 


 

책에 따르면 많은 이들이 전업 작가를 꿈꾸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글만 쓰며 먹고 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저자는 10년 동안 간직했던 꿈인 방송작가가 되었지만 3년 만에 그만뒀다고 한다. 중국어를 공부해 10년간 중국 관련 회사에 다니고 번역 공부도 했지만 가슴 두근거리는 일은 아니어서 5년 전, 평생 글쓰기와 책 쓰기를 하며 살기로 결심했다. 이유는 단 하나,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고 싶고 잘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5년을 꿈을 향해 달렸다. 그동안 네 권의 종이책과 세 권의 전자책을 출간했다. 지난해부터는 전업 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글쓰기 및 책 쓰기 강의와 '동기부여' 강연도 시작했다. 아직 무명작가지만 글쓰기로 잘(?) 먹고 잘살고 있다고 술회한다.

 


 

저자는 글쓰기로 먹고사는 이 길 위에 서기까지 힘든 일도 많았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진정 원하는 자신의 길이었기에 즐거움과 만족감과 감사함이 앞섰다. 처음부터 돈과 명예를 보고 책 쓰는 길로 들어선 게 아니기에 버틸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커피 한 잔 사 마실 돈도 없던 시절을 억지로 견디고 이겨낸 것이 아니다. 책 쓰기 하는 생활을 즐겼다. 지금도 책 쓰기의 즐거움과 함께하고 있으며 덕분에 강의도 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유명 스포츠 선수의 성공기를 보거나 들으면 꼭 나오는 멘트와 비슷한 점이 많다. "좋아해서 힘든 훈련을 참아낼 수 있었고, 좋아하기 때문에 돈과는 무관하게 열심히 했다"는 말이다.

이 말은 겸손도 아니고, 부정직한 말도 아니다. 글쓰기나 운동하는 사람들만이 겪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일이든 잘하려면 이같은 열정과 인내, 성실함과 진정성 등이 모두 필요하다. 그것을 그대로 표현한 작가의 말이 허언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무명작가에서 유명작가로 되는 과정이다. 무명의 운동선수가 거금의 연봉을 받으며 스카웃되기도 한다. 그들은 모두 위와 같은 과정을 거친 사람들이다. 우리 사회 어디에서나 이 공식은 통하는 '약속된 룰' 같은 것이다. 그래서 중도 포기는 실패다. 유명작가가, 유명 운동선수가 안 된 것이 실패가 아니다.

 


 

저자에 따르면 이 책에는 잘나가는 유명작가의 성공기나 글쓰기 비법은 나와 있지 않다. 그저 5년 차 무명작가의 지극히 현실적인 글 쓰는 삶과 소소한 글쓰기 이야기와 책 쓰기 과정이 담겨 있다. 오로지 꿈을 이루겠다는 생각만으로 힘들고 긴 시간을 버텨고 앞으로도 전업 작가로 살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이다.

이런 글을 보면 글쓰기에 뜻이 있거나 작가가 꿈인 사람들은 쉽게 감동된다. 그리고 희망과 신념이 생긴다. 독자도 감동한다. 지금까지 유명 작가의 글쓰기 수업 과정에서 적나라하게 밝혀지지 않아서인지 크게 감동 받은 일이 별로 없다. 그러나 이 책은 다르다. 마치 현장 건설 노동자가 대기업의 사장이 되고 회장이 되는 얘기를 들은 것처럼 희망과 감동과 새로운 신념이 싹튼다. 독자는 비로소 한 자, 한 자 꼼꼼히 읽은 보람을 느낀다. 책 한 권 읽고 감동하고 희망과 신념이 생겼다면 적어도 독자에게 이 책은 '성서'에 다름없다. 절망과 좌절에 빠져 있는 어떤 사람이 성경을 읽고 새삶을 사는 것처럼...

출판사 측은 그래서 이 책 소개글에 이렇게 썼나보다.

"내 삶을 솔직히 써 내려갈 자신이 있는 이에게, 책을 써보고 싶은 이에게, 글로 먹고살고 싶은 이에게 이 책은 분명 작지만 따듯한 도움의 손길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 줄 것이다."

 


 

책을 읽다 중간 중간 밑줄을 치고 가끔은 느낌이나 영감에 대한 주석을 몇 자 적는 습관이 있는 독자는 이 책에 너무 많은 밑줄을 그어 한 번 읽었을 뿐이데 '헌책'이 된 듯하다. 명언이나 격언 등에서 오는 감동은 아니지만 진솔한 표현이나 내용 등에서 오는 감동이 컸기 때문이다.

"단 한두 명이라도 내 글을 읽고 힘을 얻었다면, 좋은 기운을 받았다면 그걸로 감사하자. 욕심은 또 다른 욕심을 낳는다고 했으니 첫 숟가락에 배부를 생각 말고 묵묵히 쓰자."(p. 60)

글쓰는 저자의 모습이 눈에 잡힌다. 얼마나 외로웠을까,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잘 써지는 날은 그래도 위안이 되겠지만 밤새도록 앉아 단 한 줄도 못 쓸 땐 얼마나 참담했을까. 이런 날이 얼마나 많았을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저리고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돌아보니 나라는 사람, 한 걸음 한 걸음 잘 걸었다. 느릴지라도 잠시 주저앉았을지라도 제자리에 멈춰 서지 않고 일어서서 계속 걸었다. 남과 비교할 때도 있었지만 이내 일어나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돌아봤다. 조급할수록 더욱 하늘의 타이밍을 신뢰했다. 되든 안 되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움직였다. 타인의 속도를 들추기보다는 거북이만큼 느리지만 내가 해야 할 일에 초점을 맞췄다."(p. 91)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자는 말에 힘을 보탠다. 저자가 이 말을 쓴 것은 간혹 두려움도 느꼈기 때문이리라.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고 더욱 꾸준히 쓰기를 계속한 저자의 모습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것으로 독자는 확신한다.

 


 

이 책에는 또 한 가지 특징이 있다. 미사여구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자의 성격인지 모르지만 미사여구를 찾아볼 수 없다. 가끔씩 멋진 문장이 있지만 미사여구를 화려하게 사용해 멋진 게 아니라 진솔하고 매끄럽기 때문에 멋지다.

독자들은 화려한 미사여구가 아니라 진솔하고 간결하게 표현된 글에 더 매료된다. 감동도 받는다. 오래 기억하기도 한다. 작가의 이름과 함께... 이 책을 읽은 독자로서 글쓰기뿐만 아니라 책쓰기에도 작지만 밝은 희망이 생겨난다. 언젠가는 책을 쓰고, 무명이어도 좋으니 후세에 남겨지면 좋은 책을 꼭 한 권 쓰겠다는 의욕이 다시 불타오른다. 책 읽고 의욕이 솟는 것을 오랜만에 느낀다. 읽어서 감사한 책이다.

 

저자 : 이지니

 

그만두기가 취미도 아닌데 지금껏 아르바이트를 포함해 서른다섯 가지 일을 경험했다. 현재까지 지속하는 건 10년의 메모, 7년의 블로그 운영, 그리고 5년의 책 쓰기다. 그동안 집필한 책의 인세를 전부 합쳐도 겨우 몇 백만 원이지만, 글 쓰는 게 좋았다. ‘돈을 좇지 않고 그저 이 일이 좋아서 지속했더니 어느 날 돈이 들어오더라’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좋아하는 일을 5년 넘게 하니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돈이 들어왔다. 현재 전업 작가로 활동하며 글쓰기 및 책 쓰기 강의와 동기부여 강연을 하며 다음 책을 집필 중이다. 지은 책으로 『힘든 일이 있었지만 힘든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영심이, 널 안아줄게』, 『아무도 널 탓하지 않아』, 『꽂히는 글쓰기의 잔기술』 외 세 권의 전자책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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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마 폴리스 - 홍준성 장편소설
홍준성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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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배경은 '비뫼시'라는 가상의 도시이다. 지하철이 다니고 텔레비전이 존재하며 방송국 또한 존재한다. 무정자증을 진단할 수 있고 스테로이드 주사가 존재하며 댐을 건설하는 현대의 도시 모습을 갖추고 있다. 이 도시는 여왕이 통치하는 절대왕권의 도시국가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신하(각료) 한두 명쯤은 지하 감옥으로 끌고 들어가 고문하고 죽여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공포정치로 다스리는 왕국이다.

도시 안 고서점의 주인인 곱추는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건물이 경매에 넘어가고 그곳에서 쫓겨난다. 고서점 안에서 비밀스럽게 지내오던 박쥐는 그 사건으로 여파로 보금자리를 잃고 바깥세상으로 나간다. 나가자마자 송골매에게 먹이로 사냥을 당하게 되고, 박쥐를 사냥한 송골매는 고양이와 싸우다 결국 3마리 모두 죽는다. 그 박쥐와 송골매를 노숙자가 주워 약재상에 팔고 심각한 관절염에 시달리던 유리부인이 그 박쥐를 약으로 먹게 된다. 그러던 중 빈밀굴에 살던 유리부인은 갑작스럽게 40이 가까운 나이에 임신을 하게 된다. 이들을 부양하기 위해 나라에서 진행하던 댐 공사 현장에 유리부인의 남편이 일하게 된다.

 


 

공포정치로써 왕권을 유지하던 비뫼시의 가시여왕은 갑작스럽게 변덕이 생겨, 현재 진행중인 댐 공사에 시멘트가 너무 많이 들어간다고 줄이라고 명령한다. 목이 달아날까(해고가 아닌 죽음) 무서웠던 건설부 차관은 건축사를 종용하여 시멘트를 줄여서 공사를 진행한다. 때마침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고 댐은 붕괴하여 비뫼시를 덮친다.

대홍수 물난리로 남편은 죽고 유리부인은 죽기 직전 아이를 출산한다. 그 아이는 괴기스럽게도 박쥐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태어난다. 물난리로 비뫼시는 아비규한이 되고, 시체를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신원 확인조차 없이 다같이 묻어버릴 정도로 치안과 국가 행정은 마비 상태에 이른다. 이에 콜레라가 창궐하고 빈민가의 시민들은 더욱 가난해지고 공권력도 점점 힘을 잃어간다. 비슷한 시기에 가시여왕은 아이를 출산한다. 이 아이의 얼굴은 박쥐와 똑같은 얼굴로 태어난다. 불행하게도 이 아이는 자아가 붕괴된 채 태어나 짐승과 같은 행동을 한다. 절대왕권의 왕국, 카르마의 도시 비뫼시의 앞날과 시민, 대홍수 고아, 여왕의 아들의 앞날은...

 


 

이 소설의 주인공인 42번은 다른 이름으로도 불리울 가능성이 있었지만 그날 일어난 대홍수, 명백히 인재라고 해야할 바로 그 재난 때문에 번호로 불리우게 된 고아이다. 다른 소설이라면 분명 주인공의 위치이지만 이 책에서는 주인공이라 부르는 것조차 애매하다. 이 책에서는 누구도 주인공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이야기의 전개가 42번에 맞춰져 있지만 이야기를 이끌고 가지는 않는다. 이쯤 되면 주인공은 없거나 모두가 주인공일 수 있다. 소설 속 전지적 시점의 스토리텔링을 하는 작가가 주인공이 되는 셈이다.

작가는 독자의 시선을 붙잡고 이야기가 흐르는 곳마다 들여다보게 한다. 익숙하지 않은 서사 방식임에도 불구하고 첫 페이지부터 독자의 시선을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 대단한 스토리텔링의 예를 보여주고 있다. 작가 특유의 스토리텔링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소설의 전개 등 구성력도 뛰어나다. 소설 속 사건 하나하나가 전부 개인의 삶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유기적 연관관계를 맺고, 가끔은 억지스러울 수도 있지만 작가는 완력으로 독자를 이끄는 듯한 구성 능력도 갖춘 것으로 보인다.

 


 

중견 소설가 정유정은 저자에 대해 “독자를 끌고 가서 기어코 끝을 보게 만드는 이야기의 완력”을 보여준다는 평을 내놨다. 지금 이 책을 읽어보니 정유정 작가의 평이 설득력을 얻는다. 정유정 작가는 2015 한경신춘문예 장편소설 공모작 심사에서 홍준성이 제출한 작품을 장편소설 부문 당선작으로 내면서 이 같은 심사평을 했다고 한다. 저자의 지적 수준 역시 소설 전개 능력을 뛰어넘는 굉장히 높은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를 연상케하는 것과, 절대왕권의 독재정치, 절대왕권 아래서 신음하며 피폐해가는 시민의 삶, 서서히 무너지는 공권력 등 고대부터 현대까지 세계사의 중심에 섰던 정치 권력들을 두루 갗춘 느낌의 절대왕권의 여왕을 내세워 소설의 극적 부분을 담당케 한다. 또 제목으로 채택한 '카르마'란 용어도 범상치 않다.

카르마(karma)는 불교에서 말하는 심신의 활동과 일상생활을 뜻한다. 불교에서 중생이 몸과 입과 뜻으로 짓는 선악의 소행을 말하며, 혹은 전생의 소행으로 말미암아 현세에 받는 응보(應報)를 가리킨다. 산스크리트 Karman의 의역으로, 음역하여 갈마(?磨)라고도 한다. 일반적으로 신업(身業)·구업(口業)·의업(意業)으로 나누고 이를 삼업이라 하는데, 신업은신체적 행동으로 나타나고 구업은 언어적 표현으로 나타나며 의업은 정신적 활동으로 나타난다. 대개는 전생에 죄를 많이 져서 이 세상에 와 고생한다고 할 때처럼 쓰인다. 부정적으로 상황을 비난할 때 주로 쓰이는 용어다.

 


 

즉, 이 소설은 인간사를 관통하는데 특정 시대나 지역을 뛰어넘는다. 가장 자주 등장하는 42의 이야기는 모든 역사와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 같다. 결국 42의 이야기는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한 것이다. 비판적, 우화적 성격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글에는 에너지가 넘친다. 한 문장, 한 문장마다 작가가 쉽게 쓰지 않았을 것이란 느낌이 강하게 온다.

인물의 대사를 활용해서 역사와 철학적 지식을 엿볼 수 있다. 표현도 대화법으로 소크라테스가 떠오르는 건 독자만의 과민한 탓일까. 단순한 대화 같지만 한 단어 한 단어가 매우 절제돼 있고, 다듬어졌다. 다양한 지식과 높은 소설 작성 능력, 그리고 전개와 구성 능력 등이 돋보이는 소설이다.

독자로서는 읽기만 해도 독자의 머릿속에 저장돼 있는 지식을 이리저리 찾아내는 데 신경 써야 할 정도로 지식이 동서고금, 가상과 현실, 실제인듯 상상인듯 현실인듯 느낌마저 몽롱한게 하는 텍스트의 매력은 한 번 빠지면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지식 탐구의 늪 같다는 느낌도 든다. 그 지식은 단순 지식이라기보다 역사와 철학,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삶에 대한 지독한 사유의 결과가 아닐까 생각된다.

 


 

모두 9장으로 구성돼 있는 이 작품의 중간에 '악곡 없는 간주곡'이라는 연극이나 오페라의 대사 같은 대목이 나온다. 내용도 옛날 그리스 시대의 희곡처럼 시적(詩的)이다. 당장이라도 오페라나 뮤지컬의 대사로 다듬어 무대에 올려도 될 만큼 압축적인 노래 가사 같다. 독자의 긴장을 풀어주려는 것인지, 아니면 긴장감을 더 조이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독특하고 실험적 구성이다. 이런 저런 이유를 다 합쳐도 이 소설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사회 풍자적이고 시적이라는 점이다. 독자는 소설을 평가할 능력은 갖추고 있지 않지만 재밌다, 재미없다 정도는 가릴 줄 안다. 이 모든 요소를 감안하더라도 요즘 소설로서는 보기 드문 수작(秀作)임에는 틀림없다.

 

저자 : 홍준성

 

1991년 부산 출생. 부산대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2015년 제3회 한경 청년신춘문예 장편소설 부문에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장편소설 《열등의 계보》가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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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화가들 - 살면서 한 번은 꼭 들어야 할 아주 특별한 미술 수업
정우철 지음 / 나무의철학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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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국내외에 잘 알려진 미술계 거장들의 삶과 사랑, 그리고 예술관 등에 관한 개별적 '작가론'이자 그들의 삶의 공간을 비춰준 서치라이트다. 도슨트 정우철이 쓴 『내가 사랑한 화가들』은 예술가들의 '사적 공간(그가 허용한)'을 들여다보는 기회를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잘 알려진 내용도 있지만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이 더 많다. 저자는 이 책을 그림 감상을 하는 사람들 중 그림을 감상하는 법을 잘 몰라 당혹해하거나 재미 없어 하는 독자들에게 그림 감상은 모두 자신들의 감상법에 따라 하면 되는 것이지만 기초적인 감상법은 스스로 세워두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그림에 숨겨진 의미를 찾든, 재료를 살펴보든, 구도와 기법과 사조를 분석하든, 자신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감상하면 충분하다"며 "그러나 이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며 대체적으로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꾸준히 접하면서 하나씩 하나씩 알아가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화가마다 다른 그림을 그린다. 자신의 생각과 말과 경험을 포함해, 일일이 표현하지 못했던 모든 것을 그림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화가이다. 그들의 인생을 따라가는 것은 어쩌면 그 화가의 언어를 배우는 일일지도 모른다"고 그림 감상에 대한 영감을 주는 말을 한다. 이 책을 펴낸 이유이기도 하다.

 


 

도슨트계의 아이돌, 전시장의 ‘피리 부는 사나이’라는 닉네임을 갖고 있는 저자는 미술관을 찾은 관객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림과 사랑에 빠지도록 돕는 사람, 국내 최고의 지식인들이 진행하는 EBS 클래스E에서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미술의 대중화에 앞장서는 사람이다.

지금 대한민국 미술계에서 가장 많은 화제를 모으고 있는 정우철 도슨트가 첫 책을 출간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출간을 환영했다고 한다. 책 제목은 『내가 사랑한 화가들』. 흔한 듯, 뭔가 담겨 있는 듯한 제목이다.

“그저 도슨트가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그림을 공부하다가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특별히 사랑하는 열한 명의 화가를 직접 골라 그들의 인생과 대표작들을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의 키워드가 '사랑'임을 어렴풋이 감지한다.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화가였던 어머니가 그림을 그리고 개인전을 여는 모습을 지켜보며 자란 덕에 일찍부터 미술과 친숙했다고 한다. 대학 졸업 후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다가 ‘나를 정말 행복하게 하는 일이 뭘까’ 고민한 끝에 무작정 퇴사했고, 그림을 보며 즐거워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고 도슨트가 되기로 결심한다. 미술 공부와 전시장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몇 차례 전시해설을 진행하다가〈베르나르 뷔페전〉의 전시해설을 맡게 되었고, 일본까지 직접 가서 도록을 구하는 등 몇 달간 만반의 준비를 한 끝에 전시회가 대성공을 거두며 도슨트로서 이름을 알리게 된다.

전시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우철 도슨트의 전시해설이 갖는 가장 큰 특징은 유려한 스토리텔링이다. 이전까지의 전시해설은 작품 분석에 주력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이 그림을 어떻게 그렸는지, 이 화가는 어떤 사조에 속해 있었는지 등 정보 설명 위주로 진행하는 해설은 관련 지식을 익히기에는 유익하지만 미술과 친숙하지 않거나 전시회가 낯선 관객에게는 ‘미술은 어렵다’라는 인식을 주는 경우가 많았던 것.

정우철 도슨트는 달랐다. 한 화가의 인생을 탄생부터 죽음까지 한 편의 영화처럼 소개하면서 그가 왜 이러한 선택을 했고 이 그림을 그리게 되었는지, 이 작품이 화가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쳤고 이후 화가의 삶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등을 소개하는 데 집중한다. 관객들이 그의 해설을 들으면서 눈물을 흘리고 감동을 받는 이유는, 대단한 미술 지식을 알아서가 아니라 내 눈앞에 걸려 있는 이 엄청난 그림을 그린 사람이, 나와는 차원이 다른 위대한 예술가이기 이전에 평생 고통받고 고뇌했던 한 인간으로 다가오는 감동 때문이다. 먹고사는 데 아무 필요가 없는 예술을 우리가 끊임없이 갈망하는 이유를, 정우철 도슨트의 해설이 정확하게 채워주는 것이다.

 


 

이 같은 전시회장에서의 스토리텔링 활약을 저자는 이 책에 그대로 녹여냈다. 우선 많은 화가들의 이야기 중에서 너무 많이 알려진 것은 제외하고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거장들 중에서 '사랑'과 관련이 있는 화가들로 생각을 모았다. 또 미술사에 공헌한 정도로 유명한 화가들로 간추렸다. 욕심껏 하다가는 백과사전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일 터 많은 생각과 노력으로 열한 명의 화가를 선정했다. 저자가 밝히지는 않지만 편집진과도 의논을 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위대한 예술가라고, 천재라고, 거장이라고 추앙받는 화가들의 인생을 공부하면서 제 나름대로 찾은 그들의 공통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입니다. 그들은 삶에 버거운 고통이 찾아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갔습니다. 그 덕분에 거장이라는 반열에 오를 수 있었죠. 그들에게 어떤 아픔이 있었고 어떻게 이겨냈는지를 공부할수록, 때로는 공감이 됐고 때로는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러는 동안 어느새 화가들의 그림이 제 마음속에 쑥 들어와 있었습니다.”(P. 6)

남들 눈에 잘사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기보다 본인이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면, 그런데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아 고민이라면, 이 책과 함께 정우철 도슨트가 들려주는 화가들의 인생에 귀 기울여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서툴고 부족해도 우직하게 자기 삶을 살았던 예술가들을 통해 위로와 격려를 한껏 받을 수 있는 계기가 제공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이렇게 해서 선정한 열한 명의 화가는 이제 독자와 사랑에 빠질 시간이 된다. 샤갈, 마티스, 모딜리아니, 무하, 프리다 칼로, 클림트, 룰루즈 로트레크, 콜비츠, 고갱, 베르나르 뷔페, 에곤 실레 등 11명이다. 성만 적은 화가도 있고, 이름과 성을 함께 적은 화가도 있다. 그렇게 세간에 알려져 있어 어색함을 피하기 위해 독자가 임의로 쓴 것이니 양해 바란다.(저자는 물론 풀 네임으로 차례에 써놓았다)

독자가 이 책을 접하며 기분 좋았던 것은 독자들이 아는 화가들이 많고, 심지어는 아는 내용도 있었다. 독자는 그림의 문외한이다. 그래서 전시회를 자의반 타의반 간 적이 많은데 모두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한 채 주눅들어 간신히 따라다니며 전시회장을 돌아나온 적이 많았다. 지금도 사실 그런 경우가 많다.(최근 1년 여간은 코로나로 그나마 전시회장에도 못 갔다) 전시회장에 못 가면서 전시회를 기다리는 많은 그림 애호가들의 타는 목을 적셔주기 위해 미술에 관한 책들이 많이 나왔다. '쏟아져나왔다'는 표현은 부적절할지 몰라도 예년에 보기 드물게 많이 출간된 것은 사실이다. 아마 그림과 함께 실린 해설과 설명이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오는 우울과 불안감을 다소 진정시키고 달래주는 효가가 있기 때문이리라. 독자도 그들 중 한 사람이다. 덕분에 많은(?) 책을 접했고 그림에 조금 더 익숙해진 느낌을 가진 정도로 나아졌다. 개인의 사적 자부심이지만 이 책을 통해 확인된 느낌이어서 기분이 좋았던 것이다.

 


 

특히 독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클림트와 샤갈의 얘기에 많이 매료됐다. 두 화가의 우리나라 전시회 때 모두 가밨다. 그림을 통해 본 두 화가는 확실히 느낌이 달랐다. 샤갈 전시회장은 약간은 우울하지만 아늑한 느낌이 들었고, 클림트 전시장은 밝고 화려함으로 전시회 참관객을 압도했다. 단지 독자만의 느낌인지 모르지만 샤갈의 그림들은 원색 중 푸른색과 흰색, 붉은색이 많았고, 클림트 전시장은 밝은 조명 아래 금색의 그림들, 크기로 압도하는 그림 등 화려한 궁궐 안에 들어온 느낌을 주었다. 물론 저자의 생각을 조금 다르게 두 화가를 이 책에 모셨지만 독자 생각까지는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저자는 샤갈의 그림 중 '비레프스크 위에서'란 작품 해설에서 "공기처럼 허공을 떠돌며 살아가는 동시에 공기처럼 누구나 필요로 하는 이간이라는 이중적인 의미를 담은, 당시 디아스포라의 삶을 살아야 했던 유대인들의 절박한 상황을 표현한 것"(p. 16)이라면서도 샤갈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순간부터 마지막 작품을 완성할 때까지, 샤갈의 그림에는 사랑이 빠지지 않았다. 인생의 어두운 터널을 통과할 때조차도 그는 사랑이 주는 다채로운 감정을 붓으로 표현했다. 삶에 기쁨을 가져다 준 것도, 고통을 가져다준 것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 가로막혀 실의에 빠졌을 때 다시 일어서게 해준 것도 모두 사랑이었다"고 말한다.

"삶이 언젠가 끝나는 것이라면 삶을 사랑과 희망의 색으로 칠해야 한다."(p. 38)

 


 

저자는 클림트의 '키스'에 대한 작품 해설에서도 "남성은 클림트 본인이지만 여성은 에밀리 플뢰게라는 연인으로 클림트는 에밀리를 향한 뜨거운 사랑과 그녀가 자신을 떠날 것 같은 두려움을 함께 느끼는데, 이 작품이 우리를 유독 사로잡는 이유도 황홀하고 아름다우면서도 아슬아슬하고 위태로운 두 사람의 심정이 잘 느껴져서이다. 〈키스〉는 의심할 여지 없이 클림트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키스〉 이후 클림트는 에밀리 플뢰게와 27년을 함께하는데, 클림트는 육체적 사랑을 포함한 단순한 연인이 아닌 정신적 지주이자 예술의 동반자로서 그녀를 대한다. 그런데 에밀리 또한 평범한 여성은 아니었다. 그녀는 당시 빈에서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였는데 당시 사교계에서는 에밀리의 옷을 입는 게 유행일 정도로 그녀의 인기가 대단했다. 당시 많은 여성들이 클림트에게 구애를 했는데 에밀리는 그렇지 않았다"고 덧붙인다.

 

저자 : 정우철

 

‘한 폭의 그림 같은 스토리텔링’, ‘화가와 사랑에 빠지게 만든다’, ‘전시를 봤을 뿐인데 화가의 자서전을 씹어 먹은 기분이다.’ 작품 분석이 주를 이루던 기존의 미술 해설에서 벗어나 화가의 삶을 들려주는 방식으로 관객들을 매료시키며, 입 문 5년 만에 스타 도슨트로 자리매김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시해설가. 특히 EBS 클래스E 〈도슨트 정우철의 미술극장〉에서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미알못’들에게 그림 감상하는 재미를 선사했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1989년에 태어나 직장 생활을 하던 중 ‘행복한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무작정 퇴사했다. 평소 그림을 좋아한 데다 화가였던 어머니의 개인전에서 처음 전시를 경험했던 기억을 떠올리고 전시장 스태프로 일하며 도슨트가 되 기 위한 준비를 했다. 2019년 8월 우연히 맡게 된 〈베르나르 뷔페전〉 전시해설이 SNS에서 엄청난 화제를 모으 며 이름을 알렸고, 이후 툴루즈 로트레크, 알폰스 무하, 앙리 마티스, 마르크 샤갈 등의 전시해설을 맡으며 ‘믿고 신청하는’ 도슨트로 급부상했다. 지금은 전시해설뿐 아니라 여러 강연과 인터뷰를 통해 그림 감상하는 재미를 알 리는 데 힘쓰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미술을 쉽고 친근하게 접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 책 《내가 사랑한 화가들》을 썼다. “예술 가들의 인생을 공부하다가 내 인생이 바뀌어버린”, 그래서 특별히 사랑하는 열한 명의 화가들이 이 책을 읽는 이 들의 삶도 바꿔주길 바란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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