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화가들 - 살면서 한 번은 꼭 들어야 할 아주 특별한 미술 수업
정우철 지음 / 나무의철학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국내외에 잘 알려진 미술계 거장들의 삶과 사랑, 그리고 예술관 등에 관한 개별적 '작가론'이자 그들의 삶의 공간을 비춰준 서치라이트다. 도슨트 정우철이 쓴 『내가 사랑한 화가들』은 예술가들의 '사적 공간(그가 허용한)'을 들여다보는 기회를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잘 알려진 내용도 있지만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이 더 많다. 저자는 이 책을 그림 감상을 하는 사람들 중 그림을 감상하는 법을 잘 몰라 당혹해하거나 재미 없어 하는 독자들에게 그림 감상은 모두 자신들의 감상법에 따라 하면 되는 것이지만 기초적인 감상법은 스스로 세워두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그림에 숨겨진 의미를 찾든, 재료를 살펴보든, 구도와 기법과 사조를 분석하든, 자신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감상하면 충분하다"며 "그러나 이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며 대체적으로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꾸준히 접하면서 하나씩 하나씩 알아가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화가마다 다른 그림을 그린다. 자신의 생각과 말과 경험을 포함해, 일일이 표현하지 못했던 모든 것을 그림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화가이다. 그들의 인생을 따라가는 것은 어쩌면 그 화가의 언어를 배우는 일일지도 모른다"고 그림 감상에 대한 영감을 주는 말을 한다. 이 책을 펴낸 이유이기도 하다.

 


 

도슨트계의 아이돌, 전시장의 ‘피리 부는 사나이’라는 닉네임을 갖고 있는 저자는 미술관을 찾은 관객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림과 사랑에 빠지도록 돕는 사람, 국내 최고의 지식인들이 진행하는 EBS 클래스E에서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미술의 대중화에 앞장서는 사람이다.

지금 대한민국 미술계에서 가장 많은 화제를 모으고 있는 정우철 도슨트가 첫 책을 출간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출간을 환영했다고 한다. 책 제목은 『내가 사랑한 화가들』. 흔한 듯, 뭔가 담겨 있는 듯한 제목이다.

“그저 도슨트가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그림을 공부하다가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특별히 사랑하는 열한 명의 화가를 직접 골라 그들의 인생과 대표작들을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의 키워드가 '사랑'임을 어렴풋이 감지한다.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화가였던 어머니가 그림을 그리고 개인전을 여는 모습을 지켜보며 자란 덕에 일찍부터 미술과 친숙했다고 한다. 대학 졸업 후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다가 ‘나를 정말 행복하게 하는 일이 뭘까’ 고민한 끝에 무작정 퇴사했고, 그림을 보며 즐거워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고 도슨트가 되기로 결심한다. 미술 공부와 전시장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몇 차례 전시해설을 진행하다가〈베르나르 뷔페전〉의 전시해설을 맡게 되었고, 일본까지 직접 가서 도록을 구하는 등 몇 달간 만반의 준비를 한 끝에 전시회가 대성공을 거두며 도슨트로서 이름을 알리게 된다.

전시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우철 도슨트의 전시해설이 갖는 가장 큰 특징은 유려한 스토리텔링이다. 이전까지의 전시해설은 작품 분석에 주력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이 그림을 어떻게 그렸는지, 이 화가는 어떤 사조에 속해 있었는지 등 정보 설명 위주로 진행하는 해설은 관련 지식을 익히기에는 유익하지만 미술과 친숙하지 않거나 전시회가 낯선 관객에게는 ‘미술은 어렵다’라는 인식을 주는 경우가 많았던 것.

정우철 도슨트는 달랐다. 한 화가의 인생을 탄생부터 죽음까지 한 편의 영화처럼 소개하면서 그가 왜 이러한 선택을 했고 이 그림을 그리게 되었는지, 이 작품이 화가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쳤고 이후 화가의 삶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등을 소개하는 데 집중한다. 관객들이 그의 해설을 들으면서 눈물을 흘리고 감동을 받는 이유는, 대단한 미술 지식을 알아서가 아니라 내 눈앞에 걸려 있는 이 엄청난 그림을 그린 사람이, 나와는 차원이 다른 위대한 예술가이기 이전에 평생 고통받고 고뇌했던 한 인간으로 다가오는 감동 때문이다. 먹고사는 데 아무 필요가 없는 예술을 우리가 끊임없이 갈망하는 이유를, 정우철 도슨트의 해설이 정확하게 채워주는 것이다.

 


 

이 같은 전시회장에서의 스토리텔링 활약을 저자는 이 책에 그대로 녹여냈다. 우선 많은 화가들의 이야기 중에서 너무 많이 알려진 것은 제외하고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거장들 중에서 '사랑'과 관련이 있는 화가들로 생각을 모았다. 또 미술사에 공헌한 정도로 유명한 화가들로 간추렸다. 욕심껏 하다가는 백과사전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일 터 많은 생각과 노력으로 열한 명의 화가를 선정했다. 저자가 밝히지는 않지만 편집진과도 의논을 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위대한 예술가라고, 천재라고, 거장이라고 추앙받는 화가들의 인생을 공부하면서 제 나름대로 찾은 그들의 공통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입니다. 그들은 삶에 버거운 고통이 찾아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갔습니다. 그 덕분에 거장이라는 반열에 오를 수 있었죠. 그들에게 어떤 아픔이 있었고 어떻게 이겨냈는지를 공부할수록, 때로는 공감이 됐고 때로는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러는 동안 어느새 화가들의 그림이 제 마음속에 쑥 들어와 있었습니다.”(P. 6)

남들 눈에 잘사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기보다 본인이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면, 그런데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아 고민이라면, 이 책과 함께 정우철 도슨트가 들려주는 화가들의 인생에 귀 기울여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서툴고 부족해도 우직하게 자기 삶을 살았던 예술가들을 통해 위로와 격려를 한껏 받을 수 있는 계기가 제공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이렇게 해서 선정한 열한 명의 화가는 이제 독자와 사랑에 빠질 시간이 된다. 샤갈, 마티스, 모딜리아니, 무하, 프리다 칼로, 클림트, 룰루즈 로트레크, 콜비츠, 고갱, 베르나르 뷔페, 에곤 실레 등 11명이다. 성만 적은 화가도 있고, 이름과 성을 함께 적은 화가도 있다. 그렇게 세간에 알려져 있어 어색함을 피하기 위해 독자가 임의로 쓴 것이니 양해 바란다.(저자는 물론 풀 네임으로 차례에 써놓았다)

독자가 이 책을 접하며 기분 좋았던 것은 독자들이 아는 화가들이 많고, 심지어는 아는 내용도 있었다. 독자는 그림의 문외한이다. 그래서 전시회를 자의반 타의반 간 적이 많은데 모두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한 채 주눅들어 간신히 따라다니며 전시회장을 돌아나온 적이 많았다. 지금도 사실 그런 경우가 많다.(최근 1년 여간은 코로나로 그나마 전시회장에도 못 갔다) 전시회장에 못 가면서 전시회를 기다리는 많은 그림 애호가들의 타는 목을 적셔주기 위해 미술에 관한 책들이 많이 나왔다. '쏟아져나왔다'는 표현은 부적절할지 몰라도 예년에 보기 드물게 많이 출간된 것은 사실이다. 아마 그림과 함께 실린 해설과 설명이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오는 우울과 불안감을 다소 진정시키고 달래주는 효가가 있기 때문이리라. 독자도 그들 중 한 사람이다. 덕분에 많은(?) 책을 접했고 그림에 조금 더 익숙해진 느낌을 가진 정도로 나아졌다. 개인의 사적 자부심이지만 이 책을 통해 확인된 느낌이어서 기분이 좋았던 것이다.

 


 

특히 독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클림트와 샤갈의 얘기에 많이 매료됐다. 두 화가의 우리나라 전시회 때 모두 가밨다. 그림을 통해 본 두 화가는 확실히 느낌이 달랐다. 샤갈 전시회장은 약간은 우울하지만 아늑한 느낌이 들었고, 클림트 전시장은 밝고 화려함으로 전시회 참관객을 압도했다. 단지 독자만의 느낌인지 모르지만 샤갈의 그림들은 원색 중 푸른색과 흰색, 붉은색이 많았고, 클림트 전시장은 밝은 조명 아래 금색의 그림들, 크기로 압도하는 그림 등 화려한 궁궐 안에 들어온 느낌을 주었다. 물론 저자의 생각을 조금 다르게 두 화가를 이 책에 모셨지만 독자 생각까지는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저자는 샤갈의 그림 중 '비레프스크 위에서'란 작품 해설에서 "공기처럼 허공을 떠돌며 살아가는 동시에 공기처럼 누구나 필요로 하는 이간이라는 이중적인 의미를 담은, 당시 디아스포라의 삶을 살아야 했던 유대인들의 절박한 상황을 표현한 것"(p. 16)이라면서도 샤갈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순간부터 마지막 작품을 완성할 때까지, 샤갈의 그림에는 사랑이 빠지지 않았다. 인생의 어두운 터널을 통과할 때조차도 그는 사랑이 주는 다채로운 감정을 붓으로 표현했다. 삶에 기쁨을 가져다 준 것도, 고통을 가져다준 것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 가로막혀 실의에 빠졌을 때 다시 일어서게 해준 것도 모두 사랑이었다"고 말한다.

"삶이 언젠가 끝나는 것이라면 삶을 사랑과 희망의 색으로 칠해야 한다."(p. 38)

 


 

저자는 클림트의 '키스'에 대한 작품 해설에서도 "남성은 클림트 본인이지만 여성은 에밀리 플뢰게라는 연인으로 클림트는 에밀리를 향한 뜨거운 사랑과 그녀가 자신을 떠날 것 같은 두려움을 함께 느끼는데, 이 작품이 우리를 유독 사로잡는 이유도 황홀하고 아름다우면서도 아슬아슬하고 위태로운 두 사람의 심정이 잘 느껴져서이다. 〈키스〉는 의심할 여지 없이 클림트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키스〉 이후 클림트는 에밀리 플뢰게와 27년을 함께하는데, 클림트는 육체적 사랑을 포함한 단순한 연인이 아닌 정신적 지주이자 예술의 동반자로서 그녀를 대한다. 그런데 에밀리 또한 평범한 여성은 아니었다. 그녀는 당시 빈에서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였는데 당시 사교계에서는 에밀리의 옷을 입는 게 유행일 정도로 그녀의 인기가 대단했다. 당시 많은 여성들이 클림트에게 구애를 했는데 에밀리는 그렇지 않았다"고 덧붙인다.

 

저자 : 정우철

 

‘한 폭의 그림 같은 스토리텔링’, ‘화가와 사랑에 빠지게 만든다’, ‘전시를 봤을 뿐인데 화가의 자서전을 씹어 먹은 기분이다.’ 작품 분석이 주를 이루던 기존의 미술 해설에서 벗어나 화가의 삶을 들려주는 방식으로 관객들을 매료시키며, 입 문 5년 만에 스타 도슨트로 자리매김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시해설가. 특히 EBS 클래스E 〈도슨트 정우철의 미술극장〉에서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미알못’들에게 그림 감상하는 재미를 선사했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1989년에 태어나 직장 생활을 하던 중 ‘행복한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무작정 퇴사했다. 평소 그림을 좋아한 데다 화가였던 어머니의 개인전에서 처음 전시를 경험했던 기억을 떠올리고 전시장 스태프로 일하며 도슨트가 되 기 위한 준비를 했다. 2019년 8월 우연히 맡게 된 〈베르나르 뷔페전〉 전시해설이 SNS에서 엄청난 화제를 모으 며 이름을 알렸고, 이후 툴루즈 로트레크, 알폰스 무하, 앙리 마티스, 마르크 샤갈 등의 전시해설을 맡으며 ‘믿고 신청하는’ 도슨트로 급부상했다. 지금은 전시해설뿐 아니라 여러 강연과 인터뷰를 통해 그림 감상하는 재미를 알 리는 데 힘쓰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미술을 쉽고 친근하게 접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 책 《내가 사랑한 화가들》을 썼다. “예술 가들의 인생을 공부하다가 내 인생이 바뀌어버린”, 그래서 특별히 사랑하는 열한 명의 화가들이 이 책을 읽는 이 들의 삶도 바꿔주길 바란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