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쓸모 - 상한 마음으로 힘겨운 당신에게 바칩니다
홍선화 지음 / 메이트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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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 중독 등 가장 치명적인 삶의 고통과 그로부터의 회복을 목격한 저자가 말하는 마음을 살피고 제대로 사는 법이 이 책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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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쓸모 - 상한 마음으로 힘겨운 당신에게 바칩니다
홍선화 지음 / 메이트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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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정신질환을 앓거나 어떤 심각한 중독에 빠진 적이 없다. 가족은 물론 주위에 그런 사람이 없기 때문에 환자 자신이나 가족들의 고통을 제대로 알 리 없다. 그러나 그런 증세를 앓고 있는지 의심되는 사람은 만난 적이 많다. 앞으로도 적잖게 만나게 될 것이다. 그들을 어떻게 어떤 마음으로 대해야 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독자가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다.

이 책 『고통의 쓸모』는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들의 재활과 사회 복귀를 위해 쓰인 책이긴 하지만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들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일상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 분노 감정으로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또 알코올 등 각종 중독에 빠져 마음 치유가 우선 필요한 사람들에게도 유용한 책이다.

이 책의 저자 홍선화는 정신질환의 진단을 받았든 아니든 사람의 마음을 바로 세우는 법이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그들의 슬픔을 알아봐주고 위로해주면 속도가 느리고 걸려 넘어지더라도 결국 변화는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이 지금은 최악의 상태로 몸부림치고 있지만 회복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어야 하는 이유다.

 


 

그래서일까? 이 책은 결코 우울하지 않다. 다정하고 세심하며 따뜻하다. 고통(苦痛, pain)이란 생리학적으로는 통각(痛覺)에 의해 불쾌감정과 구별되지만, 행위의 주체에서는 감각(pathos) 또는 감정의 극단적인 불쾌감을 이르는 말이다. 고통의 감정이 극단으로 치우칠 경우 어떤 증세가 발생하고 그 고통으로부터 빠져나와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까? 가장 치명적인 삶의 고통과 그로부터의 회복을 목격한 저자가 말하는 마음을 살피고 제대로 사는 법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저자는 마음이 아파서 인생 전체를 송두리째 빼앗긴 사람들, 정신질환자와 알코올중독자들의 마음 재활과 사회 복귀를 돕는 정신건강사회복지사다. 저자는 마음의 고통을 겪는 이들의 회복 과정을 목격했고, 그들의 가족인 주변인들의 삶의 무게를 나눠 들었다. 이 책은 정신질환자들이 어떻게 회복하는지, 그들의 가족은 어떤 상처와 회복 과정을 거치는지를 세세하게 담았다.

 

 

이 책은 모두 5장으로 나뉜다. ‘1장 마음을 다치다, 마음이 닫히다’에서는 우울감과 고립감에 대해 다룬다. ‘2장 상한 마음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서는 정신증과 중독에 대해 이야기한다. 조현병 등 주요 정신질환의 증상과 오해 그리고 편견에 대해 알아본다. 또 알코올중독과 그 회복을 위한 제언도 담았다. ‘3장 가족의 중심에 선 정신질환’에서는 마음이 아픈 정신질환자를 가족으로 둔 사람들이 지고 있는 삶의 무게에 대해 다룬다. 알코올중독자 가족들의 상처와 치유의 과정, 정신장애인의 가족이 겪는 어려움과 그들이 사는 법을 알 수 있다. ‘4장 한 번쯤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에서는 현대인들이 쉽게 가질 수 있는 마음의 상흔을 살펴본다. 무력감, 시기심, 분노 등은 일상 속에서도 흔히 경험할 수 있는 감정들이지만 자칫하면 일상을 뒤흔들고 타인의 삶에도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러한 위험한 감정에 매몰되지 않기 위한 마음 훈련법을 소개한다. ‘5장 마음을 돌보다, 마음이 쓰이다’에서는 마음을 바로 세우고 자신을 스스로가 돌보는 법을 소개한다.

 


 

코로나 팬데믹은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를 낳을 만큼 우리가 사는 세상을 뿌리째 뒤흔들고 있다. 발생한 지 1년 반이 지났는데도 하루 확진자 수가 발생 초기보다 오히려 늘어나는 등 심각한 우려 속에 팬데믹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 감염병으로 인해 사람간 직접 접촉이 어려워지자 생긴 병이다. 코로나로 인한 소통 부재가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을 나날이 증가시키고 있다. 이런 우울증세를 '코로나 블루'로 이름 붙인 것이다. 특히 팬데믹 기간이 장기화됨에 따라 '코로나 레드'로 '코로나 블랙'으로 점점 악화되고 있다. 소통 부재가 우울과 분노를 넘어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경우를 코로나 블랙으로 표현한다. 이 같은 일상의 소통 부재는 심리적으로 매우 해롭고 우울증을 앓게 되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우울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지만 사람을 믿지 못하고, 전쟁터 같은 마음이 괴롭지만 벗어나질 못한다. 머릿속에 답이 없는 질문들이 맴돌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감정은 다 버겁게만 느껴져 거부하고 싶어진다. 저자는 한겨울에 얇은 옷을 입고 밖에 나가면 금세 감기에 걸린다는 걸 누구나 아는 일이라고 비유한다. 매서운 삶을 맨몸으로 버텨온 사람에게 어떤 병이 찾아올지 예측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 어쩌면 외롭고, 무섭고, 서글픈 일들을 아무런 보호 없이 겪어야 하는 사람에게 우울증이 찾아 드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한다. 그 깊은 무력감과 우울에 슬픈 공감이 이는 이유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렇게 보면, 우울증은 누적된 상처와 결핍의 결과인 셈이다. 그러니 집중해야 할 것은 우울장애가 아니라 상처와 결핍으로 다친 마음이다.

 


 

저자는 우울증의 여러 사례를 얘기하면서 죄책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울감과 죄책감은 무엇이 먼저이든 간에 서로에게 영향을 끼친다. 과도한 죄책감이 우울감을 높이기도 하고, 심각한 우울감이 죄책감을 키우기도 하는데, 이런 상태가 지치고 버거우면서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다고 언급한다. 마치 블랙홀에 빠진 것처럼. 만약 멈춰지지 않는 생각으로 몸과 마음이 축나고 있다면, 아무런 근거가 없는데도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내 탓처럼 느껴진다면 생각해봐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죄책감이 마음을 좀먹고 있지는 않는가? 죄책감이 관계를 괴롭게 만들지는 않는가? 그리고 그것이 정말 내 탓인가를.

또 최근에는 노이로제 증세도 불안장애나 우울장애로 보기도 한다. 노이로제로 생겨나는 심리적 반응이 우울이나 불안을 비정상적으로 증가시켜서 일상생활을 어렵게 하기 때문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책에 따르면 노이로제는 정서적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몸의 면역력이 약해지면 스트레스에 취약해지고, 작은 일에도 예민해진다. 대개 사람들이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일도 크고 무겁게 받아들이게 되고, 심리적 고통을 크게 느낀다. 스트레스에 취약해진다는 건 살면서 겪게 되는 크고 작은 일들에 대처할 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스트레스 상황에 유연한 대처가 어렵고,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로 판단해 에너지가 고갈된 느낌, 혼란스러운 느낌에 빠져들기도 한다.

 


 

우울증, 조현병, 조울증, 분노장애 등 많은 정신질환에 대한 얘기가 있지만 알코올 중독에 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알코올 중독도 자신의 괴로움은 말할 것도 없지만 가족이 괴로움을 함께 겪는다고 해서 '가족병'으로 불리우기도 한다. 저자는 책에서 가족들에게 '냉정한 사랑'을 조언한다. 그렇지 않으면 알코올 중독의 치유는 어렵고, 그럴수록 환자 본인과 가족의 고통은 커져가기 때문이라고 언급한다. 저자는 충동조절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족들에게 자주 이같은 제안을 한다고 말한다. 문제의 당사자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지켜봐주기만 하라는 의미다. 물론 쉽진 않다. 가족의 일이 나의 일이 아닐 수 없고, 그의 해결이 미덥지 못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주 간절하게 한 번만 도와주면 다시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애원하거나 반대로 으름장을 놓기도 해 가족이 해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마음을 다부지게 먹고 참아내야 냉정한 사랑을 실천할 수 있다. 여기서 냉정한 사랑은, 글자 그대로 냉정하게 표현되는 사랑이다. 냉정한 사랑의 다른 표현을 찾으라면, 나는 '불안을 버텨낸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저자는 답한다. 독자도 알코올 중독 환자를 만난 적이 있다. 물론 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는 아니다. 의사로부터 권유을 받았지만 자신은 알코올 환자가 아니어서 입원할 필요가 없다는 사람이다. 대개의 알코올 중독 환자들은 일은 자신이 저지르지만 책임은 가족이나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의타심이 강하다고 한다. 독자가 만난 그 사람도 술 마시는 이유를 물었더니 "당연히 좋아서이지만 집안 사람들이 자신을 의심해서 더 마시게 된다"며 술 마시는 이유를 타인 때문이라고 돌렸다. 투사 행위다. 자신의 행위는 '너 때문이다'는 주장이다. 저자의 '냉정한 사랑'의 필요성이 이해되는 부분이다.

 


 

조절력을 상실한 사람의 최선의 선택은 조절을 시도하지 않는 것이다. 중독문제를 상담하고 치료하는 여러 기관과 자조모임이 있다. 중요한 건 어디든 가야 한다는 것이다. 중독으로 고생하는 사람에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일은 중독에서 벗어난 사람을 만나게 해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보아야 믿는다. 경험한 사람의 이야기만큼 신뢰를 주는 것도 없다. 그리고 나는 무엇보다 사람을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은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술을 끊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고, 그런 사람을 만나는 일은 희망이 될 수 있다. 나도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pp.106-107)

 

저자 : 홍선화

 

『전태일 평전』을 읽고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에 깊은 밤 어두운 독서실에서 오랜 시간 움직이지 못했다. 십대의 사유로 그치고 싶지 않아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정신의료기관에서 1년의 수련과정을 거쳐 정신건강사회복지사가 되었다. 여러 정신건강 현장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면서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를 위해 대학원에서는 심리학을 공부했다. 지금은 정신재활시설 '비타민'의 시설장으로 삶과 일상을 회복해나가는 이들과 함께하고 있다. 정신건강사회복지사 1급, 중독전문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이 있다. 현재 한국정신재활시설협회 이사를 역임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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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각하고 말하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 말에 품격을 더하는 언어 감수성 수업
홍승우 지음 / 웨일북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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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품(品)’은 입‘구(口)’가 세 개 모여 이루어져 있다. 말이 쌓이고 쌓여 한 사람의 품성이 된다는 뜻으로 만들어진 글자다. 사람의 체취, 사람이 지닌 고유한 향기는 대개 그 사람이 사용하는 말에서 나온다. 언어처럼 극단을 오가는 것도 드물다. 내 말은 누군가에게, 꽃이 될 수도 있으나 반대로 독이 될 수도 있다.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될 이유다. 우리 속담에도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다. 생각하고 좋은 말을 골라 쓰라는 의미로 생긴 속담일 터다. 화가 치밀 때 더러운 말이 마음에서 올라 입 밖으로 나온 말은 대개 욕설이나 비난하는 말, 불합리한 억지 등이다. 좋은 말을 하려면 언어의 습관을 들여야 한다. 감정이 올라올 때 생각 없이 말을 하면 곧 그대로 자신의 감정 상태를 상대방에게 거르지 않고 하는 셈이 된다. 자신에 득 될 게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대에게 치명적 상처를 입힐 수도 있다. 그래서 말을 가려서 해야 한다고 인간이 언어를 사용할 때부터 가르쳐 왔다.

또 말이 많으면 화(禍)를 면치 못한다. 근심이 많아진다. 반대로 과언무환(寡言無患)이라는 말처럼, 상대에게 상처가 될 말을 줄이면 근심도 줄어든다. 서양 경구 중에도 ‘웅변은 은(銀), 침묵은 금(金)’이라는 격언이 있는 것을 보면 선인들의 생각은 동서양이 그리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숙성되지 못한 말은, 오히려 침묵만 못하다. 인간의 가장 깊은 감정은 대개 말이 아닌 침묵 속에 자리하고 있다. 침묵하는 동안 생각하라, 그리고 말하라. 그것이 이 책의 요지다.



요즘은 인터넷 사이트는 물론 각종 SNS를 통해 자신의 의사 표시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이른바 댓글이나 자신의 생각을 거침 없이 올릴 수 있는 장점으로 꾸준히 사용되고 있다. 특히 유튜브는 소위 '1인 방송국'으로 언어 사용에 제동이 없다. 물론 거르는 장치도 없다. 욕설, 비난, 음모, 혐오 등의 말들이 난무한다. 그래도 개인적인 비방이나 무고가 아니라면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헌법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를 광의로 해석할 경우 막을 법적 장치를 마련할 수도 없다. 말도 안 되는 신조어가 난무하고 비방하는 것도 단수를 높여 법망을 이리저리 잘 빠져 나간다. 특히 구독자 수에 따라 벌어들이는 광고 수익금은 상상을 초월하는 바람에 생계 수단이 되기도 한다. 돈과 결합된 말이 품격이 있을 리 없다.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언어들이 듣기에 속 시원하고 달콤하기 때문에 유튜브 구독자들의 요구가 그대로 방송에 반영돼 여과 없이 방송되기도 한다. 언어 전쟁의 시대에 접어든 느낌이다.

말의 품격을 높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오랜 시간 습관을 들여야 가능한 일이다. 늘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말은 그대로 그 사람의 품성으로 평가된다. 한마디라도 입 밖으로 나가면 이미 내 것이 아니다. 나가기 전에 잘 생각하고 신중하게 말해야 한다. 말을 구성하는 단어도 중요하지만 우리 말 법칙이나 체계에 맞게 선택된 말을 자주 사용하는 것도 말에 품격이 더해질 수 있는 요소라고 독자는 믿는다.


이 책 『나는 생각하고 말하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는 자기계발서 같지만 모든 말하는 사람에게 요구되는 언어 감수성에 대해 다루는 인문 교양서이다. 10년 넘게 콘텐츠를 기획하고 글을 썼으며, 현재 가장 트렌디한 미디어 ‘대학내일’의 미디어센터장을 맡고 있는 홍승우 센터장이 차별과 혐오, 시대착오적 가치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우리 시대에 올바른 언어 사용법을 이 책을 통해 제안한다.

저자는 언어로 비롯된 각종 논란을 보면 차별과 혐오에 대한 사회의 감수성이 높아진 것 같아 반갑다가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단어가 도마 위에 오르면 그동안의 언어 습관을 돌아보며 등골이 서늘해진다고 한다. “무심코 내뱉은 말 때문에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것은 아닐까?”, “이런 말을 써서 생각 없는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았을까?” 이와 비슷한 고민을 한 번이라도 해봤던 이들에게 이 책은 말의 옳고 그름을 가르는 최소한의 기준을 제시한다. 트렌드의 최전선에서 연마한 언어 감수성의 정수를 담은 이 책은 미디어에서, SNS에서, 일상 대화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표현 중 말하는 이의 품격과 호감을 떨어뜨리는 낡은 단어들을 선별해 무엇이 잘못되었으며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친절하게 설명한다.



스스로의 평판을 지키고, 타인에게 상처 주지 않고, 우리 사회와 발맞추어 가기 위한 올바른 말하기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이 책이 훌륭한 언어 감수성 입문서가 되어줄 것으로 저자는 기대한다. 책에 따르면 지금 우리는 ‘말의 힘’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온당한 말 한마디가 천 냥 빚만 갚는 게 아니라 사람의 인생을, 나아가 조직과 공동체의 명운을 바꿔놓기도 한다. 말하기가 개인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잣대가 된 지도 오래다. 말 잘하는 사람을 매력 있는 사람으로 간주하는 풍토는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날카로운 혀를 빼 들어 칼처럼 휘두르는 사람은 넘쳐나고, 자극적인 이야기를 폭포수처럼 쏟아내며 좌중을 들었다 놨다 하는 능변가는 홍수처럼 범람한다.

모든 힘은 밖으로 향하는 동시에 안으로도 작용하는 법이다. 언어의 힘도 예외가 아니다. 말과 문장이 지닌 예리함을 통제하지 못해 자신을 망가뜨리거나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이들이 비일비재하다.

김민철 TBWA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추천평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의 중요성과 가려씀을 강조했다. "말은 사람을 찌를 수 있다. 어떤 말은 사람을 무력하게 만들고, 또 어떤 말은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기도 한다. 말의 힘은 이토록 강력하기에 우리는 말에 대해 끝없이 생각하고 곱씹고 또 배워야 한다. 하지만 말 공부는 쉽지 않다. 새로운 말이 계속 등장하고, 있던 말의 위치도 계속 변하기 때문이다. 매일의 말에 대해 깊게 고민하여 명쾌하게 알려주는 이 책의 발간이 반갑다. 독자들에게도 쾌적한 말을 권하지 않을 수 없다. 나의 말이 쾌적해지고, 독자들의 말이 쾌적해지면, 결국 우리의 세상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흐를 테니 말이다."



이 책은 6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장을 통해 저자는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혐오와 차별 비방의 말을 버리고 SNS에 수없이 돌아다니는 출처 불명의 신조어 등을 폐기하고 밝고 맑은 사회를 위한 품격 높은 언어생활로 나아갈 것을 주장한다. 각 장에는 소제목을 붙여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지적하고 낡은 말을 업데이트하고 발전시켜 우리의 언어 감수성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1부_당신의 말이 무해하다는 착각

1장. 정당한 노동의 가치

2장. 모두가 평균이길 바라는 사회

3장. 단어를 고를 때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것들

2부_버려야 하는 말들의 목록

4장. 그들은 웃지 않는 농담

5장. 전 연령대를 향한 혐오

6장 단어의 성별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한 사례 한 가지를 보여준다. 수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뉴스레터계의 슈퍼스타 〈캐릿〉은 최신의 트렌드를 발 빠르게 캐치해 재미와 의미를 담은 콘텐츠로 제공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로 마케팅과 콘텐츠 업계의 MZ 세대들이 가장 선호하는 미디어로 손꼽히는데 그 이유는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밈(meme)을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는 언어로 해석하고 설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캐릿〉의 운영 총괄을 맡고 있는 저자는 그들도 처음부터 잘했던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초기에는 더 많은 클릭과 ‘좋아요’를 유도하기 위해 자극적인 표현을 찾아 밀어 넣었고, 유행한다는 이유로 장애를 비하하는 ‘결정장애’나 동물권을 해치는 ‘박제’ 등의 단어를 그대로 썼다가 독자의 비판을 받은 적도 많다고 고백한다. 다만 부정적인 피드백에 사과로만 대처하지 않았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단어 속에 숨겨진 함의를 파악하고 언어의 영향력을 생각하는 글쓰기를 보여주었다. 그러자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구독자들의 신뢰와 사랑은 높아져갔다.

이러한 경험을 거친 저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말의 비결을 ‘언어 감수성’에서 찾는다. 언어는 말하는 이의 생각을 대변한다.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상대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사람의 말이 화려한 언변을 자랑하는 사람의 말보다 큰 울림을 주는 것은 그의 말에서 깊이 생각하고 고민한 흔적이 묻어나오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말하기에 있어 우리가 함양해야 할 태도는 유행하는 말을 그대로 받아쓰거나 관습적으로 미사여구를 사용하는 대신 올바른 생각을 갖추고 시대의 흐름을 쫓아가지 못해 구시대의 유물이 된 낡은 단어들을 버리는 일이다.



지금은 노인뿐만 아니라 삼십 대, 심지어는 이십 대까지 틀딱이라 불리곤 한다. 유행을 잘 따라가지 못하고 조금만 고리타분한 모습을 보이면 틀딱 딱지가 농담처럼 붙는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나이 많은 사람들에 대한 혐오를 전제로 깔고 있다. ‘당신들 사고방식이 노인들과 다를 게 뭐야?’라는 항의의 의미라곤 하지만, 본질은 나이 듦에 대한 혐오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pp.177-178)

저자 : 홍승우

대학내일에서 〈대학내일〉과 〈캐릿〉의 운영을 총괄하는 미디어센터장을 맡고 있다. 대학에서는 전자공학을 전공했으나, 정작 사회생활은 잡지 에디터로 시작했다. 2010년 대학내일에 에디터로 입사하여 취재하고 기사 쓰는 법을 익혔고 공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SNS 플랫폼 운영도 담당했다가 지금은 콘텐츠 총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콘텐츠의 발행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반응까지 관리하는 것이 주요 업무이다. 10년 넘게 콘텐츠 미디어 회사에서 일하며 매일 새롭게 말의 힘을 깨닫고 있다. 단어의 의미를 넘어 유래와 관점까지 고려하는 MZ 세대의 뾰족한 비판을 피부로 접하며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많은 단어가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혐오와 시대착오적 함의를 담고 있음을 배우는 중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사랑받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언어 감수성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앞으로도 다양한 세대와 소통하기 위해 생각하고 말하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 MZ 세대와 소통하며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유수의 기업에서 세대 갈등 해소에 관해 강연했다. 저서로는 『밀레니얼이 회사를 바꾸는 38가지 방법』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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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스펜 수채화 원데이 클래스 - 수성펜으로 그리는 환상적인 풍경 시간순삭 원데이 클래스 2
오유영(오유) 지음 / 길벗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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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독자도 학교 다닐 때 수채화도 그려보고 붓도 잡아 유화도 그려봤습니다. 플러스펜을 사용해 글씨 쓰고 낙서도 해봤습니다. 중학교 때가 마지막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플러스펜은 훨씬 이후까지 썼지만요. 붓은 사실상 수십년 만에 잡아본 것 같아요. 그동안 그림 전시회도 다니고 유명 화가 전시회 때는 찾아가 관람하곤 했던 것이 붓으로 마구 칠한 그림 한 장 가치도 안 된 것을 이번에 알았습니다. 대가들의 그림을 보면서 이러쿵저러쿵 얘기했던 게 부끄러워집니다. 독자는 평소 그림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어릴 때 그림 잘 그린다는 말도 들어봤고요. 근데 밑그림이 있는 수묵화 형식의 그림 한장 간단하게 색칠하는 데 대략 한 시간은 걸린 듯합니다.



그것도 아무리 봐도 마음에 들지 않고 "내가 원래 그림을 잘못 그렸나?"라는 생각이 드는 자책감도 드네요. 간단하고 쉽게 생각했던 게 자신을 과신했던 게 참담한 느낌입니다.

사실 이 책 『플러스펜 수채화』에 간단하고 쉽게 그릴 수 있다는 소개글을 보고 잘 그릴 것 같다는 과신을 한 게 잘못입니다. 지금 실습으로 그린 그림을 찟어버리려다 서평 의무자라 어쩔 수 없이 올립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나보다 못 그린 사람이 있구나" 하고 용기를 내시기 바랍니다.



준비물도 간단합니다. 붓과 수채화 물감, 그리고 싸인펜이든 플러스펜이든 수성이면 될 것 같구요. 물 한 컵만 있으면 됩니다. 물감이나 팔레트가 없어도 되지만 초보들은 원하는 색을 내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그래서 덧칠을 어쩔 수 없이 하려면 수채화 물감이 필요할 것 같아요. 수성 플러스펜으로 칠하고 물 묻은 붓으로 살살 터치만 하면 붓길을 따라 잉크가 묽게 번져 나갑니다. 농담만 잘 조절하면 쉽게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초간단 기법의 수채화입니다. 특별한 스킬을 필요하지 않지만 자신의 마음에 들게 그리려면 붓질 재주는 조금은 배워야겠습니다. 워낙 손질이 안 좋아서 그런가 독자는 여러 번 덧칠하고 다시 해보고 반복해도 쉽게 손에 익지는 않아서 고생했습니다.



사실 출판사 소개글은 누구나 손쉽게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해본 사람과 안 해본 사람의 차이는 클 것 같습니다. 이 말은 여러 번 해보면 '누구나'가 정말 '누구나'가 될 것 같다는 자신감도 얻을 수 있습니다. 직접 본 것보다 사진으로 찍어보니 조금은 더 낫게 보입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그림에 자신감을 갖는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선 하나 긋는 데 5년 걸렸다, 10년 걸렸다 하는 화가들의 얘기는 진심이었음을 확인했습니다.

떨리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의도하는 대로 그어지지가 않아요. 붓의 생김새와 크기 그리고 손에 힘주는 정도에 따라 선의 굵기나 직곡(直曲)의 정도가 다르고 선의 농담(濃淡)이 달라기지 때문입니다. 아무리 못해도 5년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독자의 느낌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다음 몇 가지 점은 분명합니다. 첫째, 색을 한번 칠하면 자연스럽게 수정하는 것이 어려운 수채화와 달리, 플러스펜 수채화는 미리 칠하는 면적과 위치를 조절하고 시작하기 때문에 부담이 덜합니다. 처음에는 색의 번짐이나 물 조절이 조금 어려울 수 있지만 꼼꼼한 설명을 따라 함께 그리다 보면 아름다운 풍경 수채화를 완성할 수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둘째, 과정 설명이 아무리 자세해도 실제로 그리는 중간 과정을 볼 수 없는 아쉬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아쉬움을 채우기 위해 도서 한정 특별 영상 클래스를 QR코드로 제공합니다. 책에 수록된 모든 클래스에 삽입된 QR코드를 스캔하면 작가가 그림을 완성하는 모든 과정을 유튜브 영상으로 시청할 수 있습니다. 『플러스펜 수채화 원데이 클래스』의 독자만을 위한 특별 영상이니 잘 활용하여 좋은 취미를 살리는 기회로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도화지를 미리 선택해 그림을 시작하기보다는 출판사에서 함께 제공하는 연습용 도화지 책자를 이용하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밑그림이 그려져 있어 선을 준수해 가며 정성을 들인다면 수월하게 목표에 다다를 것으로 독자는 기대합니다. 책은 자연, 하늘과 우주, 풍경, 일상 등 우리 생활 근처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초보자들의 접근을 쉽게 하기 위한 저자의 배려로 보입니다.



저자 : 오유영(오유)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그림을 취미로 갖게 되길 꿈꾸는 일러스트레이터.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 및 도서 출간을 하고 SNS로 사람들과 소통하며 많은 온·오프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림을 단순히 ‘잘’ 그리고 ‘못’ 그리는 것으로 나누지 않으며, 스스로도 자기만족과 더불어 그림 그리는 행위 자체를 즐기며 행복을 찾아가려고 노력한다. 재료에 제한을 두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어떤 재료가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지, 어떤 재료를 어떻게 사용해야 효과적인지 늘 연구하고 있다.

ㆍ세종대학교 시각디자인 석사 졸업

ㆍ클래스101 ‘오유의 수채화 같은 아이패드 드로잉 클래스’

ㆍ클래스101 ‘부담 없이 시작하는 모나미 플러스펜 수채화 클래스’

ㆍ하비풀 ‘오유의 모나미 프러스펜 수채 드로잉 클래스’

ㆍ대만 토너 갤러리 수채화 수업 해외 출강

ㆍ모나미 프러스펜 60주년 아트 콘테스트 심사

ㆍ개인전 5회 및 단체전 2회 등

ㆍ저서 『인 마이 유니버스』, 『그곳, 우리의 순간들』, 『처음 시작하는 아이패드 프로크리에이트 드로잉』, 『夢幻星空風渲染水彩?(인 마이 유니버스 대만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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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목소리를 듣는 것이 우리의 정의다 - 버닝썬 226일 취재 기록
이문현 지음, 박윤수 감수 / 포르체 / 202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서울 강남의 한 클럽을 통해 대한민국의 병폐와 위선을 고발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세상은 다시 ‘버닝썬 게이트’이전으로 돌아갔다. 경찰 유착 등 몸통은 재빨리 도망가고 날개만 요란하게 잡아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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