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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각하고 말하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 말에 품격을 더하는 언어 감수성 수업
홍승우 지음 / 웨일북 / 2021년 7월
평점 :
한자 ‘품(品)’은 입‘구(口)’가 세 개 모여 이루어져 있다. 말이 쌓이고 쌓여 한 사람의 품성이 된다는 뜻으로 만들어진 글자다. 사람의 체취, 사람이 지닌 고유한 향기는 대개 그 사람이 사용하는 말에서 나온다. 언어처럼 극단을 오가는 것도 드물다. 내 말은 누군가에게, 꽃이 될 수도 있으나 반대로 독이 될 수도 있다.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될 이유다. 우리 속담에도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다. 생각하고 좋은 말을 골라 쓰라는 의미로 생긴 속담일 터다. 화가 치밀 때 더러운 말이 마음에서 올라 입 밖으로 나온 말은 대개 욕설이나 비난하는 말, 불합리한 억지 등이다. 좋은 말을 하려면 언어의 습관을 들여야 한다. 감정이 올라올 때 생각 없이 말을 하면 곧 그대로 자신의 감정 상태를 상대방에게 거르지 않고 하는 셈이 된다. 자신에 득 될 게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대에게 치명적 상처를 입힐 수도 있다. 그래서 말을 가려서 해야 한다고 인간이 언어를 사용할 때부터 가르쳐 왔다.
또 말이 많으면 화(禍)를 면치 못한다. 근심이 많아진다. 반대로 과언무환(寡言無患)이라는 말처럼, 상대에게 상처가 될 말을 줄이면 근심도 줄어든다. 서양 경구 중에도 ‘웅변은 은(銀), 침묵은 금(金)’이라는 격언이 있는 것을 보면 선인들의 생각은 동서양이 그리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숙성되지 못한 말은, 오히려 침묵만 못하다. 인간의 가장 깊은 감정은 대개 말이 아닌 침묵 속에 자리하고 있다. 침묵하는 동안 생각하라, 그리고 말하라. 그것이 이 책의 요지다.
요즘은 인터넷 사이트는 물론 각종 SNS를 통해 자신의 의사 표시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이른바 댓글이나 자신의 생각을 거침 없이 올릴 수 있는 장점으로 꾸준히 사용되고 있다. 특히 유튜브는 소위 '1인 방송국'으로 언어 사용에 제동이 없다. 물론 거르는 장치도 없다. 욕설, 비난, 음모, 혐오 등의 말들이 난무한다. 그래도 개인적인 비방이나 무고가 아니라면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헌법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를 광의로 해석할 경우 막을 법적 장치를 마련할 수도 없다. 말도 안 되는 신조어가 난무하고 비방하는 것도 단수를 높여 법망을 이리저리 잘 빠져 나간다. 특히 구독자 수에 따라 벌어들이는 광고 수익금은 상상을 초월하는 바람에 생계 수단이 되기도 한다. 돈과 결합된 말이 품격이 있을 리 없다.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언어들이 듣기에 속 시원하고 달콤하기 때문에 유튜브 구독자들의 요구가 그대로 방송에 반영돼 여과 없이 방송되기도 한다. 언어 전쟁의 시대에 접어든 느낌이다.
말의 품격을 높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오랜 시간 습관을 들여야 가능한 일이다. 늘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말은 그대로 그 사람의 품성으로 평가된다. 한마디라도 입 밖으로 나가면 이미 내 것이 아니다. 나가기 전에 잘 생각하고 신중하게 말해야 한다. 말을 구성하는 단어도 중요하지만 우리 말 법칙이나 체계에 맞게 선택된 말을 자주 사용하는 것도 말에 품격이 더해질 수 있는 요소라고 독자는 믿는다.
이 책 『나는 생각하고 말하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는 자기계발서 같지만 모든 말하는 사람에게 요구되는 언어 감수성에 대해 다루는 인문 교양서이다. 10년 넘게 콘텐츠를 기획하고 글을 썼으며, 현재 가장 트렌디한 미디어 ‘대학내일’의 미디어센터장을 맡고 있는 홍승우 센터장이 차별과 혐오, 시대착오적 가치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우리 시대에 올바른 언어 사용법을 이 책을 통해 제안한다.
저자는 언어로 비롯된 각종 논란을 보면 차별과 혐오에 대한 사회의 감수성이 높아진 것 같아 반갑다가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단어가 도마 위에 오르면 그동안의 언어 습관을 돌아보며 등골이 서늘해진다고 한다. “무심코 내뱉은 말 때문에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것은 아닐까?”, “이런 말을 써서 생각 없는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았을까?” 이와 비슷한 고민을 한 번이라도 해봤던 이들에게 이 책은 말의 옳고 그름을 가르는 최소한의 기준을 제시한다. 트렌드의 최전선에서 연마한 언어 감수성의 정수를 담은 이 책은 미디어에서, SNS에서, 일상 대화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표현 중 말하는 이의 품격과 호감을 떨어뜨리는 낡은 단어들을 선별해 무엇이 잘못되었으며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친절하게 설명한다.
스스로의 평판을 지키고, 타인에게 상처 주지 않고, 우리 사회와 발맞추어 가기 위한 올바른 말하기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이 책이 훌륭한 언어 감수성 입문서가 되어줄 것으로 저자는 기대한다. 책에 따르면 지금 우리는 ‘말의 힘’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온당한 말 한마디가 천 냥 빚만 갚는 게 아니라 사람의 인생을, 나아가 조직과 공동체의 명운을 바꿔놓기도 한다. 말하기가 개인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잣대가 된 지도 오래다. 말 잘하는 사람을 매력 있는 사람으로 간주하는 풍토는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날카로운 혀를 빼 들어 칼처럼 휘두르는 사람은 넘쳐나고, 자극적인 이야기를 폭포수처럼 쏟아내며 좌중을 들었다 놨다 하는 능변가는 홍수처럼 범람한다.
모든 힘은 밖으로 향하는 동시에 안으로도 작용하는 법이다. 언어의 힘도 예외가 아니다. 말과 문장이 지닌 예리함을 통제하지 못해 자신을 망가뜨리거나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이들이 비일비재하다.
김민철 TBWA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추천평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의 중요성과 가려씀을 강조했다. "말은 사람을 찌를 수 있다. 어떤 말은 사람을 무력하게 만들고, 또 어떤 말은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기도 한다. 말의 힘은 이토록 강력하기에 우리는 말에 대해 끝없이 생각하고 곱씹고 또 배워야 한다. 하지만 말 공부는 쉽지 않다. 새로운 말이 계속 등장하고, 있던 말의 위치도 계속 변하기 때문이다. 매일의 말에 대해 깊게 고민하여 명쾌하게 알려주는 이 책의 발간이 반갑다. 독자들에게도 쾌적한 말을 권하지 않을 수 없다. 나의 말이 쾌적해지고, 독자들의 말이 쾌적해지면, 결국 우리의 세상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흐를 테니 말이다."
이 책은 6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장을 통해 저자는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혐오와 차별 비방의 말을 버리고 SNS에 수없이 돌아다니는 출처 불명의 신조어 등을 폐기하고 밝고 맑은 사회를 위한 품격 높은 언어생활로 나아갈 것을 주장한다. 각 장에는 소제목을 붙여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지적하고 낡은 말을 업데이트하고 발전시켜 우리의 언어 감수성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1부_당신의 말이 무해하다는 착각
1장. 정당한 노동의 가치
2장. 모두가 평균이길 바라는 사회
3장. 단어를 고를 때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것들
2부_버려야 하는 말들의 목록
4장. 그들은 웃지 않는 농담
5장. 전 연령대를 향한 혐오
6장 단어의 성별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한 사례 한 가지를 보여준다. 수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뉴스레터계의 슈퍼스타 〈캐릿〉은 최신의 트렌드를 발 빠르게 캐치해 재미와 의미를 담은 콘텐츠로 제공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로 마케팅과 콘텐츠 업계의 MZ 세대들이 가장 선호하는 미디어로 손꼽히는데 그 이유는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밈(meme)을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는 언어로 해석하고 설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캐릿〉의 운영 총괄을 맡고 있는 저자는 그들도 처음부터 잘했던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초기에는 더 많은 클릭과 ‘좋아요’를 유도하기 위해 자극적인 표현을 찾아 밀어 넣었고, 유행한다는 이유로 장애를 비하하는 ‘결정장애’나 동물권을 해치는 ‘박제’ 등의 단어를 그대로 썼다가 독자의 비판을 받은 적도 많다고 고백한다. 다만 부정적인 피드백에 사과로만 대처하지 않았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단어 속에 숨겨진 함의를 파악하고 언어의 영향력을 생각하는 글쓰기를 보여주었다. 그러자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구독자들의 신뢰와 사랑은 높아져갔다.
이러한 경험을 거친 저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말의 비결을 ‘언어 감수성’에서 찾는다. 언어는 말하는 이의 생각을 대변한다.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상대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사람의 말이 화려한 언변을 자랑하는 사람의 말보다 큰 울림을 주는 것은 그의 말에서 깊이 생각하고 고민한 흔적이 묻어나오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말하기에 있어 우리가 함양해야 할 태도는 유행하는 말을 그대로 받아쓰거나 관습적으로 미사여구를 사용하는 대신 올바른 생각을 갖추고 시대의 흐름을 쫓아가지 못해 구시대의 유물이 된 낡은 단어들을 버리는 일이다.
지금은 노인뿐만 아니라 삼십 대, 심지어는 이십 대까지 틀딱이라 불리곤 한다. 유행을 잘 따라가지 못하고 조금만 고리타분한 모습을 보이면 틀딱 딱지가 농담처럼 붙는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나이 많은 사람들에 대한 혐오를 전제로 깔고 있다. ‘당신들 사고방식이 노인들과 다를 게 뭐야?’라는 항의의 의미라곤 하지만, 본질은 나이 듦에 대한 혐오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pp.177-178)
저자 : 홍승우
대학내일에서 〈대학내일〉과 〈캐릿〉의 운영을 총괄하는 미디어센터장을 맡고 있다. 대학에서는 전자공학을 전공했으나, 정작 사회생활은 잡지 에디터로 시작했다. 2010년 대학내일에 에디터로 입사하여 취재하고 기사 쓰는 법을 익혔고 공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SNS 플랫폼 운영도 담당했다가 지금은 콘텐츠 총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콘텐츠의 발행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반응까지 관리하는 것이 주요 업무이다. 10년 넘게 콘텐츠 미디어 회사에서 일하며 매일 새롭게 말의 힘을 깨닫고 있다. 단어의 의미를 넘어 유래와 관점까지 고려하는 MZ 세대의 뾰족한 비판을 피부로 접하며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많은 단어가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혐오와 시대착오적 함의를 담고 있음을 배우는 중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사랑받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언어 감수성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앞으로도 다양한 세대와 소통하기 위해 생각하고 말하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 MZ 세대와 소통하며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유수의 기업에서 세대 갈등 해소에 관해 강연했다. 저서로는 『밀레니얼이 회사를 바꾸는 38가지 방법』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