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만드는 사람 - 개정보급판
마윤제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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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나를 간절히 만나길 기다리는 가운데 후안이라는 가우초를 만나게 된다. 그 가우초는 오랫동안 상상해온 웨나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 있었다. 그는 다른 가우초와는 술과 도박은 하지 않고 해박한 지식으로 다른이에게 찬양을 받았고 네레오는 후안에게 글을 배우게 되었다. 웨나의 현실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던 후안이 갑자기 사라져 버리는 일이 발생한다. 네레오는 웨나는 고원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웨나는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 정체를 숨기고 살다가 때가 되면 고원으로 올라와 바람을 만드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렇게 네레오의 웨나의 찾기 여정이 시작되었다. 네레오는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도 웨나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힘든 일이 생겨도 길에서 노숙을 한다 해도 그것이 힘든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웨나를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 하나로 여행을 계속 이어간다

막연히 자신만의 표석을 찾는 이들을 만나면서 네레오는 순간 웨나가 실체 없는 환상이고 사람들이 말한 것처럼 세상에는 웨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고원의 사람들이 만들어낸 신화라는 생각에 휩싸인다. 여덟살에 어린 목동이 된 그에게 웨나는 삶을 살아가는 존재였고 고원에 홀로 외로이 살아갈 수 있는 이유였던 웨나가 한순간에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렇게 삶을 자포자기한 순간 루이사라는 절음발이 처녀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네레오의 여정에 이야기에 언제나 흥미가 있었고, 밝고 깨끗한 영혼을 가진 그녀는 네레로가 웨나에게 받은 상처를 치유해 주었다. 네레오에게 이룰 수 없었던 가족이 생겨난 것이다. 웨나를 찾아 떠돌아다니면서 가장 가슴 아팠던 것은 평범한 일상 속에 살아가는 가족이었던 것이다. 그 행복도 잠시 루이사는 어느 순간부터 네레오의 말에 흥미를 잃기 시작하고 마음을 닫기 시작하였다...

 


 

"유년 시절에 상상하는 환상은 성인이 되면서 저절로 깨어진다. 그러나 네레오는 그렇지 못했다. 유년의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그날 자신이 본 네레오의 행복은 거짓이고 허상이었다. 그는 무엇 때문에 전설과 신화의 인물을 좇아 소중한 시간을 탕진한 걸까. 웨나는 신이 아니었다. 따라서 황금과 권력은 물론이고 영생을 약속할 수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웨나를 찾아다니는 이유는 무엇일까. 진실한 행복을 원해서인가. 그렇다면 네레오의 생각과 판단은 잘못되었다.

진실한 행복은 경계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쌓아올린 성채 안에 있었다. 그 안에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이 있었다. 사랑하는 연인의 달콤한 입맞춤과 친구들의 다정한 위로가 있었고 가족들의 대가 없는 사랑과 헌신적인 보살핌이 있었다.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할 수 있는 성가와 축복의 기도가 있었고 육신의 허기를 채울 수 있는 온갖 음식과 포도주가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성채 안에서 노래하고 춤추며 일상의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성채 밖은 그렇지 않았다. 그곳에는 어리석은 미망에 빠진 짐승들이 무거운 사슬을 발목에 매달고 안식처를 찾아 끝없이 방황하고 있었다. 네레오는 황야의 이리처럼 그 어둡고 음습한 땅을 헤매고 다녔던 것이다. 대체 무엇이 그를 경계 밖으로 내몰았던 걸까. 그 어떤 유혹이 그를 미망의 세계로 끌고 간 걸까."(p.292)

위 단락은 이 소설 『바람을 만드는 사람』의 대단원 부분이다.

 


 

이 소설 전반에 걸쳐 가장 많이 나오는 지명 '파타고니아'는 남아메리카 대륙의 남위 38°선 이남 지역으로, 서부는 칠레의 영토, 동부는 아르헨티나의 영토이다. 안데스 산지와 파타고니아 고원이 대부분을 차지하며, 인구는 희박하나 빙하 지형이 많아 관광업이 발달하고 있다. 남아메리카 대륙의 파타고니아(Patagonia) 지방은 칠레의 푸에르토몬트(Puerto Montt)와 아르헨티나의 콜로라도(Colorado) 강을 잇는 선의 이남 지역을 말하며, 전체 면적이 100만㎢를 넘어 한반도 면적의 5배 정도 되는 크기이다. 파타고니아라는 명칭은 1520년 마젤란의 원정 당시 원주민들이 거인(patagon)일 것이라고 짐작한 데서 유래한다. 파타고니아에는 안데스 산맥이 서쪽으로 치우쳐 남북으로 달리고 있으며, 산맥의 동쪽 대부분은 파타고니아 고원이 차지하고 있다.

칠레 파타고니아는 강수량이 많고, 안데스 산지에 빙하의 침식 작용이 더해져 복잡한 해안선과 산악 지형이 특징이다. 반면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는 건조한 기후에다 넓은 고원이라는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다. 서늘한 기후에다 칠레나 아르헨티나의 영토 모두 핵심 지역과 거리가 멀어 전반적으로 인구가 희박하며 큰 도시도 드물다. 밀 재배와 목축업, 석유와 천연가스의 채굴 등이 주요 산업이며, 최근에는 관광 산업이 발달하기 시작하였다.(세계지명사전)

 


 

신형철 문학평론가는 소설 가장 뒷부분에 「추천사」를 통해 다음과 같이 글을 덧붙였다.

"남미 파타고니아의 고원 지대, 압도적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신의 현현(顯現)처럼 느껴지는 그곳에서, 바람을 만드는 존재 ‘웨나’에 대한 전설을 들은 한 소년이 그의 실체를 찾아 평생을 떠도는 이야기. 윗세대에게는 헤르만 헤세의 철학적 구도소설을, 아랫세대에게는 파울로 코엘료의 영적 로망스를 떠올리게 할 이런 이야기를 나는 본래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소설에 미달하는 교훈담이 되거나, 소설을 낮춰보는 형이상학을 자임하는 경우를 더러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달랐다.

내가 변했기 때문일까, 이 작가가 워낙 잘해냈기 때문일까. 내가 알기로 늘 어딘가로 떠나기를 주저하지 않는 이 작가가 그만의 ‘천로역정(天路歷程)’을 써낸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내가 책상머리에 앉아 이 소설을 기이한 절박함 속에서 완독한 것은 뜻밖이었다. 예전 같으면 추상이나 관념으로 느껴졌을 주인공 네레오 코르소의 필생의 여정을 연민과 긴장 속에서 따라갔고, 그 장중한 행로가 마감될 때는 마치 내 남은 삶을 당겨 살아버린 것처럼 먹먹한 피로감마저 느꼈으니 말이다."

 


 

세상의 모든 경계 너머에는 우리가 알지 못한 새로운 땅이 존재한다. 오래전 이미 눈에 보이지 않는 균열이 시작된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오염되지 않은 곳, 자연이 보존되고 생명이 숨 쉴 수 있는 마지막 은신처인 지구의 땅끝 파타고니아는 세상의 모든 바람이 시작되는 곳이다. 그곳에서 바람을 만드는 존재 ‘웨나’에 대한 전설을 들은 한 소년이 그의 실체를 찾아 평생을 떠돌며 많은 사람을 만나고, 인간의 삶을 돌아본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만의 답을 찾는다. 네레오 코르소는 혼탁한 시대에 세상에 태어난 이유,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깨닫는다. 대체 무엇이 그를 경계 밖으로 내몰았던 것일까? 네레오는 우리의 운명이 우연의 산물인지 아니면 천형의 굴레인지, 아득한 세월을 살아온 웨나는 분명 질문에 충분한 답을 해줄 것이라고 믿었고, 그를 찾는 긴 여정 끝에 답을 얻는다.

몰려오는 시간에 굴종하고 운명에 순응하는 것만이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일까? 일상에서 기쁨을 찾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일까? 이 소설은 우리 삶의 본질, 진리, 진실에 한 발짝 다가서려는 한 남자의 일생의 서사가 장엄하게 펼쳐진다. 이야기를 통해서 독자들에게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게 하고, 소통으로 공감과 감동을 이끌어낸다. 길을 찾는 독자들에게 마윤제 작가만의 진중한 언어와 이야기로 위로와 격려, 용기를 준다.

 


 

이 소설은 이상향이라 할 수 있는 바람이 부는 혹은 바람이 시작되는 곳에서 이를 만드는 존제인 '웨나'의 전설을 찾아 나선 한 목동의 상상력으로부터 시작된다. 수많은 마을과 협곡 계곡을 지나 그 실체를 찾기 위한 기나긴 여정, 어디에도 없고 어느 곳에서나 있을 수 있는 존재와 부존제에 관한 이야기, 우리가 믿고 있는 것은 늘 그대로 존재하였던 것일까 아니면,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그것은 존재하기 시작하였던 것일까. 이 소설은 이 소설은 폴커 한트로이크가 쓴 기사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저자는 밝힌다. 어느 병워 대기실에서 본 네레오 코로소라는 목동, 남미의 어느 마을 풍광을 뒤로 하고 세월 따라 늙어가는 얼굴 주름살과 온화한 표정에 저자가 받은 충격에 가까운 감동은 그의 눈빛이었다고 저자는 고백한다. 지구 반대편 파타고니아 평원에서 불어온 바람은 저자의 상상력에 어떨게 불을 지피웠나. 바람처럼 책의 숨결을 따라 차분하게 전개된다.

우리 인생의 경로 또한 정해지거나 주어지지 않더라도 내부 시간의 경계 안에서 쳇바퀴 돌 듯 살듯이, 분명히 외부 경계를 넘나드는 그 존재에 대한 반대 급부의 부존재를 증명해내지 못한다면 네레오 코르소의 인생을 걸 만큼의 여정이 가치 없었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지 않을까. 우리 모두 어쩌면 경계 안에서 살고 있다고 믿는 것조차 경계 밖의 삶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득히 먼 옛날 베링해를 넘어 지구의 땅끝까지 걸어왔던 사람들의 위대한 여정이 끝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들의 여정은 계속되고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그들의 여정은 이 세상 모든 사람이 절멸하는 순간까지 이어질 것이었다."(p.252)

 

저자 : 마윤제

 

경북 봉화에서 태어났고 2011년 문학동네로 등단했다. 2012년 세 소년의 모험을 그린 장편소설 『검은 개들의 왕』을 발표했고, 이후 특별한서재 출판사와 교보문고가 공동으로 주최한 특별 강연을 기반으로 『우리는 왜 책을 읽고 글을 쓰는가』를 펴냈다. 뒤이어 동해안의 한 항구 도시에서 열리는 뱃고놀이 축제를 배경으로 다섯 명 젊은 남녀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장편소설 『8월의 태양』을 출간했다. 어느 날 우연히 병원 로비에서 〈GIO〉라는 잡지에서 독일 〈슈피겔〉지 기자인 폴커 한트로이크가 기고한 남미 최남단 파타고니아에서 양을 치며 살아가는 목동에 관한 기사를 읽고 난 후 무언가에 홀린 듯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3년이란 긴 시간 끝에 완성한 장편소설 『바람을 만드는 사람』은 남미 최남단 파타고니아에서 전설로 전해져오는 바람을 만드는 사람인 ‘웨나’를 열두 살 때부터 죽는 순간까지 찾아다닌 네레오 코르소라는 한 목동의 삶을 그린 장대한 이야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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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클래식
김호정 지음 / 메이트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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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오늘부터 클래식』은 제목에서부터 클래식 초보를 위해 쓰인 책이라는 느낌을 준다. 클래식에 관심은 있지만 정식으로 클래식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들, 클래식에 익숙하지만 서양 음악계에 널리 알려진 에피소드 등은 잘 모르는 클래식 애호가들이 흥미를 갖게 하는 책이다. 그래서 '오늘부터' 정식으로 클래식에 입문하는 사람들에게 더 잘 어울리는 책이다. 독자도 클래식을 오래 들었지만 클래식 공부를 한 적은 없다. 들어서 마음이 편안해지고 안정된 느낌이 좋아 즐겨 듣긴 하지만 한 번도 클래식을 공부한 적은 없다. 물론 요즘 쏟아져 나오는 클래식 관련 책을 코로나 팬데믹 이후 꽤 여러 권 읽었다. 클래식을 즐기는데 풍미를 더해주는 작곡가에 얽힌 얘기, 곡과 인물이 설킨 얘기를 주로 실은 책을 많이 접했다. 이런 책들은 클래식을 듣는데 확실하게 흥미를 돋우어 준다.

저자 김호정은 대학까지 클래식 음악을 정식으로 공부한 음악인이다. 그러나 대학원을 언론정보학이나 공연예술학을 전공한 것으로 보아 진로는 음악이 아니었나 보다. 그러나 클래식에는 정통으로 배운 탓인지 국내 최초의 음악 전문 기자가 됐다. 책 중간 중간에 나오는 에피소드에는 귀중한 경험을 얘기를 담아 클래식계에 새로운 재미를 전해주기도 하고, 클래식 초보자들에게는 점점 책에 빠지게 잘 썼다. 글도 기자여서 그런지 읽기에 무척 매끄럽고 좋은 문장이다.




책에 따르면 저자는 2008년 뉴욕 필하모닉 평양 공연을 취재한 유일한 국내 음악 기자이다. 한 해 앞서 2007년에는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타계 소식에 한달음 달려가 파바로티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인사했던 소회를 맛깔나게 썼다. 클래식 입문자들에게는 신기하고 부러운 흥미거리가 될 터다. 국내외 주요 음악 이벤트 현장 가장 가까이에서 머무르며 듣고 보고 느낀 이야기를 이 한 권의 책에 담았다.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10년 넘게 일간지 음악 기자로 일한 저자는 클래식 음악을 이해하고 감상함에 있어 기자답게 사람과 현장에 시선을 맞춘다.

한 작곡가 혹은 연주자가 울고 웃으며 살아간 인생을 알면 음악이 다르게 들린다는 말도 공감한다. 저자는 극한의 긴장 속 단 한 번의 무대 위에서 모든 기량을 뽐내야 하는 잔인한 운명에 놓인 연주자들의 이야기, 유명 작곡가들의 치열하고 찬란했던 인생과 그것을 오롯이 담아낸 음악 이야기, 기사에서는 미처 전하지 못한 음악 현장의 뒷이야기, 알쏭달쏭한 클래식 궁금증과 클래식 음악의 이모저모를 마치 음악을 연주하듯 유려하게 담아냈다.



독자의 경험으로 비춰볼 때 클래식을 좋아하는 데는 어려운 음악이론이나 복잡한 음악사를 몰라도 괜찮다는 저자의 주장은 참이다. 사람과 현장을 이해하면 클래식 음악이 더는 졸립거나 어렵지 않다는 말도 설득력을 갖는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지금까지 클래식과 거리를 뒀던 많은 이들을 클래식 애호가로 만들 자신감을 갖고 있었는지 모른다. 자신만 알고 있는 현대 클래식계의 이야기를 거침없이, 그리고 아낌없이 풀어놓는다. 독자 입장에서는 호기심이 점점 커지고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게 하는 매력이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독자만의 얘기일까. 이 책을 읽는 사람 모두가 같은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독자는 믿는다. 이 책이 단순히 클래식 현장 중계가 아니라 스토리 중심의 얘기를 클래식이 그 장소에 있어서 가치를 더한 장소의 이야기까지 섞여 독자들의 흥미를 한껏 북돋운다. 아울러 클래식 음악의 풍요로움을 믿는 저자가 음악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쓴 글들은 클래식뿐만 아니라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단숨에 읽힐 것이다. 단조로운 일상에 신선한 변화와 풍요로운 삶을 원한다면 ‘오늘부터 클래식’이 필요한 이유다.





이 책은 모두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요즘 콘서트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서는 클래식 공연과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담았다. 연주자들의 무대 공포증, 다른 악기 연주자들과는 다르게 유독 피아니스트들만 악보를 외워서 연주하는 이유, 대타로 시작해서 스타가 된 연주자들, 왼손 피아니스트들의 이야기까지 하나하나 호기심을 유발하고 클래식을 흥미롭게 느낄 수 있는 이야기들이 담겼다. 독자로서 흥미와 함께 신비로움마저 느껴지는 이야기들이다. 특히 기자가 직접 듣고 느낀 점을 위주로 기술해 놓으니 남들은 모르는 지식을 은근히 나만 알게 되는 것 같다는 묘한 착시감마저 생긴다.

2장 「어떤 사람이 이런 곡을 썼을까?」에서는 유명한 작곡가들의 인생과 그들의 음악을 다룬다. 베토벤, 하이든 등 우리가 잘 알고 있지만 결코 '잘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슈만, 라흐마니노프, 라벨, 에릭 사티, 윤이상 등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작곡가들의 인생과 그에 필연적이었던 음악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는 20세기의 현대음악은 멜로디보다는 리듬 쪽으로 많이 기울었다. 반복되는 리듬으로 연주될 때마다 청중들을 열광시키는 대표적인 작품으로 〈볼레로〉가 압권이다. 〈볼레로〉는 아름답고 감동적인 멜로디 발굴에서 감각적으로 본능을 건드리는 리듬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선언하는 곡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멋진 음악을 만들어낸 것은 다름 아닌 인간으로서 겪었던 불행한 뇌질환이다. 라벨은 1928년에 〈볼레로〉를 썼는데 연구자들은 라벨이 보속증을 앓았을 거라고 본다. 보속증은 ‘손을 들어보시오’ 같은 지시를 한 번 받으면 그 지시가 사라져도, 또는 새로운 지시가 있어도 계속 손을 드는 증상이다.

끝날 것 같지 않은 볼레로의 반복은 라벨의 건강 상태와 관련 있다. 다른 연구자들은 〈볼레로〉 악보에서 라벨의 필적이 혼란스러워져서 그의 뇌질환이 이 시기에 시작되었을 거라고 추측한다.


3장 「내가 만난 연주자들」에서는 현대의 음악가들을 소개한다. 사이먼 래틀, 안드레아 보첼리, 로린 마젤, 요요마, 손열음, 조성진과 백건우까지. 그들을 직접 만나고 이야기 나눈 흥미로운 취재담과 그들의 음악을 한층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음악 저변의 상식도 넓힐 수 있다. 그야말로 다른 책에서는 쉽게 읽고 들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다. 유려한 문장으로 귀에 쏙쏙 들어오게 맛깔스럽게 썼다. 독자들의 흥미는 최고조로 달할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4장 「클래식에 대해 정말 궁금한 것들」에서는 다양한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다. 지휘자는 뭘 하는 사람인지, 프로들의 세계일 것만 같은 클래식 음악계에서 당당하게 활동하는 아마추어 음악가들, 비운의 여성 작곡가의 일생 등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들이 가득하다. 이 4장이야말로 정식으로 클래식을 배우지 못한 독자에게 신선하고 생동감 넘치는 실제 클래식 교육을 받는 듯한 느낌도 들게 한다. 생생하게 느껴지니 기억에도 오래 남으리라.

각 글마다 저자가 추천하는 클래식 명곡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은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이다. 본문 속 이야기의 바로 그 공연을 볼 수 있는 QR코드를 넣었다. 휴대전화로 스캔하는 바로 그 순간, 그곳이 곧 나만의 콘서트홀이 될 것이다.



'저자가 만난 연주자들' 중에서 독자에게 가장 인상적인 연주자는 손열음 피아니스트이다. 손열음은 2009년 미국의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2위를 하고 2011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도 2위에 올랐다. 1위를 ‘못하고’ 2위를 한 손열음은 1위와 비교하지 않고 자기 예술을 완성한다. 그 점이 그들 돋보이게 하는 것이다. '자기만의 예술'을 갖고 있는 연주자는 얼마나 행복할까를 생각하게 하는 피아니스트이다. TV에 출연해 그녀가 선보이는 연주는 진정으로 음악을 즐기는 연주자의 모습으로 늘 독자에게 다가온다.

저자 : 김호정

음악 하는 인생이 일반적인 줄 알고 피아노를 치며 자랐다. 예원학교, 서울예고, 서울대에서 피아노, 언론정보학, 공연예술학으로 학사·석사 학위를 받았다. 중앙일보에 입사해 사회부 경찰팀·시청팀, 산업부 유통팀에서 일했다. 이제는 음악 하는 사람이 아니지만 예술의 풍요함을 신봉한다. 더 많은 사람이 풍족하게 음악을 듣도록 돕는 일에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 현재는 문화부 음악 담당 기자이며, JTBC의 클래식 프로그램 〈고전적 하루〉를 기획·진행했다. 이탈리아 부조니 국제 콩쿠르 라이브스트리밍, 문화재청 덕수궁 석조전 음악회의 사회를 맡았다. 중앙일보 칼럼 ‘왜 음악인가’, 오디오 콘텐츠 〈고전적 하루〉, JTBC 동영상 〈헤이뉴스〉의 ‘헤이 클래식’을 기획 및 진행하고 있으며 클래식 음악과 공연 전반에 걸쳐 글을 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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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피린과 쌍화탕 - 한국인이 쉽게 접하는 약의 효능과 부작용 이야기
배현 지음 / 황금부엉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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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어렸을 때부터 비타민제를 먹어 왔다. 물론 지금까지 거의 거르지 않고 먹었다.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약했던 탓에 아버지가 의사의 권유로 어렸을 때부터 상시 복용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모르지만 잔병치레는 없었다. 감기도 여간해선 걸리지 않았다. 지금은 중년에 들어서며 가벼운 감기는 가끔 걸리기도 하지만 크게 앓지는 않고 콧물과 열이 잠깐 나다가 말 정도로 지나간다. 그러나 유전인지 모르지만 중년에 들어서면서 혈압이 약간 높아(140~150) 혈압약을 먹고 있다. 그러나 주위 친구들이나 지인 중에서 혈압약을 먹는 사람을 본 적은 아직 없다.

고혈압은 관리를 잘하면 큰 문제가 없다는 의사의 권유로 먹기 시작했다. 어렸을 적부터 비타민을 먹던 습관이 배어서인지 꾸준히 먹었더니 의사가 약 용량을 절반으로 먹자고 할 정도로 의사의 지시를 잘 지킨 덕분인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하루에 두 알의 약을 복용하는 셈이다. 다른 병이 겹치지 않는 한 당분간은 이 정도가 유지될 듯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산다. 그러나 약을 분명히 먹기 때문에 오히려 건강 문제에는 신경을 더 쓰게 되는 것 같다. 적당량의 운동은 굳이 의사의 이야기를 듣지 않더라도 경험으로 건강을 위해서 매일 시간을 정해놓고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안다. 매일 약 먹는 것처럼 습관이 되지 않아 일주일에 2~3일밖에 못하지만. 우리나라 성인은 하루 평균 세 알 정도의 약을 복용할 정도로 약 소비량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게 자주 접하는 약이 우리 몸 속에서 정확히 어떤 작용을 하는지 알고 복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약을 먹다 보면 기대하지 않았던 효과가 나타나 당황스러운 경우가 있기도 하다.



이 책 『아스피린과 쌍화탕』은 아스피린이나 쌍화탕처럼 한국인에게 친숙한 약을 비롯하여 흔히 복용하게 되는 약의 효능, 그리고 부작용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뤘다. 많은 이들이 부작용을 ‘유해한 작용’, 즉 ‘NEGATIVE EFFECT’라고 오해하고 있지만 실제 의미는 약효가 본래 의도와 다른 방식으로 작용된다는 의미의 ‘SIDE EFFECT’를 말한다고 저자 배현은 지적한다. 이런 유익한 정보를 전달하면서 감기에 걸렸을 때 익숙하게 복용하는 쌍화탕도 실은 아무나 복용하면 안 된다거나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먹는 해열제도 과다 복용하면 간 독성이 우려된다는 점 등 일상적으로 먹는 약들의 주의사항을 담았다. 저자는 약을 먹고 뜻하지 않은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의 실제 사례와 부작용에 대한 대처 방법을, 약국에 직접 방문한 손님에게 약사가 응대하듯 친근한 대화체의 문장으로 기술했다.

이 책에는 항생제나 진통제처럼 우리가 자주 처방받는 약은 물론, 파스나 연고처럼 일상적으로 구입하는 일반 의약품, 쌍화탕이나 공진단처럼 약국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한약 제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약의 성분과 효능, 부작용이 망라돼 있다. 약을 먹고 뜻하지 않은 증상이 나타나 당황스러웠던 경험이 있는 독자를 비롯해서 오늘도 약국을 들르는, 건강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상비약처럼 이 책을 구비해 두는 게 좋을 듯하다.



책 속에 나오는 사례는 전부 실제 약국을 방문한 손님과의 상담을 재구성한 것으로, 읽기 쉽도록 대화체로 서술했다. 약을 먹고 경험했던 불편한 증상을 위장계·신경정신계·피부·근골격계·심혈관계 등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부작용을 경험한 경우 자신이 복용한 약과 증상을 목차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또한 한국인이 자주 접하는 약 위주로 실려 있으며 양약을 비롯하여, 약국에서 취급하는 한약 제제에 이르기까지 효능과 부작용을 아울러 소개한다. 이 책은 쌍화탕, 타이레놀, 알보칠, 후시딘, 파스…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일반 의약품과 병원 처방약들을 안전하게 복용·사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갈 수 있는 생활 약학서이다.

1장. 약을 먹었더니 속이 불편해요 - 위장 관련 증상

2장. 약을 먹었더니 어지럽고 잠이 안 와요 - 신경·정신 관련 증상

3장. 약을 먹었더니 두드러기가 났어요 - 피부 관련 증상

4장. 약을 먹었더니 여기저기 아파요 - 근골격계 관련 증상

5장. 약을 먹었더니 가슴이 두근거려요 - 심혈관·대사 관련 증상

6장. 약을 먹었더니 불편한 점이 생겼네요 - 기타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예전에 의약분업 사태 때 공익광고에 등장한 카피인 것으로 기억하지만 지금은 의약분업이 정착돼 굳이 필요없는 문구가 됐다. '또 약 좋다고 남용 말고 약 모르고 오용 말자'는 카피도 기억난다. 특히 이 카피는 여기저기서 조금씩 주워들은 약에 대한 지식을 갖고 의사의 처방보다 더 신뢰하는 일부 환자들이 특히 주의해야 할 점으로 약의 부작용을 꼽는다. 심한 경우 드물지만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므로 결코 약을 잘 안다고 자신을 과신하거나 남의 말(민간요법)을 맹신하는 것은 옳지 못한 태도다.

'모든 약엔 독성이 있다'고 봐야 한다는 게 독자의 입장이다. 다만 일반인들엑 유의할 만한 부작용이 없는 약이 시판 허용되므로 위험한 약은 의사의 처방 없이 약국에서 구입할 수 없다. 적절한 제도라 생각한다. 병원에서 자주 처방받는 항생제와 진통제, 일상적으로 복용하는 영양제와 비타민제 등 우리가 자주 접하는 약에도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주의 깊게 인식해야 한다. 건강을 위해 누구나 복용해야 하는데도 전문적인 영역이라 쉽게 알기도, 선뜻 묻기도 어려웠던 복약 관련 궁금증은 이 책에서 찾아보면 훨씬 위험이나 약에 대한 불안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사실 부작용만 놓고 보면 무섭지 않은 약이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흔히 구하기 쉬운 약이라고 해서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며, 모든 약은 신중하게 투여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러기에 약 복용에는 약사·의사와의 상담이 필요하다. 이 책은 의료진과의 상담을 쉽게 도와주는 책으로, 책을 읽고 나면 내가 복용하는 약이 어떻게 작용하며 어떤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는지 상담 전의 배경지식을 쌓을 수 있다.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 내가 먹는 약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은 독자들이라면 이 책을 권한다.

쌍화탕의 경우 약국뿐만 아니라, 편의점, 찻집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보니, 음료수 정도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책을 읽어보면 절대 그렇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다. 보통 감기몸살기가 있을 때 쌍화탕을 먹으면 좋아진다고 알고 있어 아무 의심 없이 쌍화탕이나 감기약을 함께 복용한다. 그러나 이렇게 복용할 경우 가끔씩 속이 거북한 사람이 있다고 한다. 이 경우 대부분 숙지황 때문이라고 한다. 위장 기능이 떨어진 사람이나 임산부는 주의해야 하며 의사의 처방에 따라 복용하는 것이 좋다고 언급한다. 건강에 좋다는 보약, 공진단 역시 비슷한 문제가 있다. 그만큼 한약 역시 약이다. 때문에 양약처럼 과신하지 말고 맹신도 해서는 안 된다. 특수한 환자들은 역시 의사나 한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특히 항생제 부작용에 대한 부분은 잘 숙지하고 넘어가야 요즘은 병원에서 감기약으로 처방되는 항생제를 가급적 잘 안 쓰고 있다. 그러나 예전에는 항생제 남용으로 사회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항생제 장기 과다 복용은 항생제에 내성이 생길 경우 중요한 수술이라든지 치료에 같은 항생제가 말을 듣지 않아 치료에 큰 장애가 되기도 한다. 이때문에 요즘 각 병원에서 감기약에는 가급적 항생제 병행 처방을 잘 하지 않은 것으로 독자는 알고 있다. 각종 염증 치료제로 쓰이는 항생제는 염증성 질병이 많이 생기는 현대인에게 그 만큼 처방도 흔하지만 생각보다 부작용에 대한 인지도는 낮은 것 같다. 지속적인 홍보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선지 저자도 이 책 첫 장부터 항생제 부작용에 대해 자세히 다루고 있다.

"약물 때문에 예기치 않게 미각을 잃거나 후각 장애를 겪을 수도 있다. (중략) 부작용 가능성이 있는 약을 처방할 때는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을 삼가야 한다."

"항생제는 입맛을 변하게 하거나 ( 입이 쓰고 입맛이 뚝 떨어지는 ) 설사를 하거나, 발 귀꿈치가 아프거나 각종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증상마다 처방되는 항생제는 제 각각 다르지만 통증과 염증증상에 항생제를 쓰는 건 일반적이다. 항생제는 장내 세균을 손상시켜 설사를 일으키고 면역체계를 교란하거나, 신체 조직을 직접적으로 손상시키기도 합니다."





요즘은 코로나 백신에 대한 이야기가 의약계 블랙홀이다. 모든 의학 약학계 얘기가 코로나 백신에 쏠려 있다. 이 책도 빼놓을 수 없는 몇 가지 사실을 썼다.

"백신을 맞고 나서 발열(심하면 고열)과 근육통 등 몸살이 이틀 정도 나타나는 것은 당연하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요즘 구하기 힘든 약이 있습니다. 바로 타이레놀입니다. (중략)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또 하나 고민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바로 간 독성입니다. (중략) 실제로 타이레놀(500mg) 포장지에 적힌 용법을 보면 1회 1~2정씩 1일 3~4회(4~6시간마다) 복용이 가능하다고 되어 있습니다. 즉 용법과 용량을 지켜 복용하면 안전한 것이죠. 하지만 다른 감기약이나 진통제를 복용하고 있다면 그 약제들에 아세트아미노펜이 얼마나 포함되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된다는 것도 기억해 주세요. 또한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주기적으로 음주를 하고 있거나 다른 약물을 복용 중이라면, 영양 상태와 몸의 상태에 따라 간 독성이 유발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의사나 약사와 상의해야 합니다."(pp.266~270)

저자 : 배현

2010년부터 10년 넘게 분당에서 밝은미소약국을 운영 중이다. 〈헬스경향〉, 〈건강다이제스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네이버포스트〉, 〈경기도약사회지〉 등에 지속적으로 칼럼을 쓰고 있으며, 약사 대상의 강의를 비롯해서 학생들과 성인을 대상으로 한 약물·건강 강의를 하고 있다. 네이버 블로그,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도 운영한다. 약사는 약의 전문가로서 대중의 약 선택과 복용의 헬퍼 역할을 해야 하며, 올바른 정보 전달과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 먼저 지은 책으로는 『몸을 위한 최선, 셀프메디케이션』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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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 디퍼런트 - 사람과 숫자 모두를 얻는, 이 시대의 다른 리더
사이먼 사이넥 지음, 윤혜리 옮김 / 세계사 / 202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 『리더 디퍼런트』를 읽고 싶은 이유는 오롯이 저자 사이먼 시넥 때문이다. 그는 독자뿐 아니라 우리나라 사회 연구자들에게도 잘 알려진 영향력 있는 작가라는 사실은 그의 전작 『WHY :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에서 이미 검증된 바 있다. 독서계뿐만 아니라 출판계까지 이미 그는 베스트 셀러 작가라는 타이틀이 붙어 다닌다. 사이먼 시넥은 전작(다섯 번째 저서)에서 그는 당신은 왜, 무엇을 위해 출근하는가? 우리는 돈이나 명예, 더 높은 직책만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 모두 나름대로 일을 하는 근거, 이유, 신념, 목적이 있다. 심지어 ‘월급을 위해 일한다’고 공공연히 말하는 사람들에게도 ‘월급을 받기 위해 하필이면 이 일을 하는 이유’가 반드시 있다고 내용으로 베스트 셀러 작가로서의 입지를 굳힌 바 있다. 독자에게도 깊은 감명을 주었다.

저자는 이번 저서에서 회사란 어떤 곳인가. “영리를 얻기 위해 재화나 용역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조직체”라는 단순한 정의만으로는 완전히 설명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책에 따르면 많은 급여 생활자가 회사에서 하루 중 대부분 시간을 보내며 이윤을 창출하고 인생을 빚어낸다. 급여를 받으며 노동력을 제공한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근로자들이 처한 환경은 저마다 다르다. 냉소주의, 편집증, 사리사욕이 팽배한 조직 문화를 꼬집으며 인간 종으로서 우리의 건강한 본성을 회복하고 그 성질이 가장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방법을 안내한다.

 


 

이 책은 8개의 장(章)으로 나뉘어져 오늘날 성공적인 조직 다수와 위대한 리더들의 실례를 들어가며 이미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함께 일하는 놀라운 환경을 만들고 있는 모습을 소개한다. 이는 이 시대 우리에게 어떤 리더가 필요하며 어떤 사람이 리더가 돼야 하는지를 기업에게 제공한다.

1장 우리는 안전한 직장을 원한다

2장 우리를 도와줄 강력한 힘

3장 우리가 직면한 현실

4장 우리는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5장 ‘추상적’이라는 적

6장 파괴적 풍요

7장 중독된 사람들로 넘쳐나는 사회

8장 리더가 된다는 것

 


 

책에서 회사가 수익만 창출하는 공간이라는 것은 이제 낡은 관념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소위 미래 세대로 일컬어지는 MZ세대가 사회로 진출해 기업에 요구하는 윤리나 가치관은 기성세대가 주도하던 시대와 크게 바뀌었다는 것이다. 숫자에만 집중하는 회사는 직원에게는 물론 소비자에게도 오래갈 수 없다. 조직 리더들이 수익을 조직원들의 복지와 사회를 이롭게 하는 데 사용하며 자신의 안위보다 조직원들을 우선시하고, 나아가 조직원들이 개인적인 이익보다 동료를 중시해야 발전하고 살아남는다.

자신과 자신이 속한 조직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에 대한 답을 지닌 리더만이 눈앞의 이익에 집착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길로 나아간다. 저자는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설득력을 얻기 위해 오늘날 필요한 '리더'에 대해 집중 연구 분석 검토한다. 이 책은 연구 결과에 따른 내용을 경험과 성공하는 기업의 노하우에 결합시켜 지속 발전할 수 있는 오늘날의 리더와 기업의 유형을 제시한다.

 


 

저자는 숫자가 아닌 사람에 집중하는 선순환의 문화가 기업의 성패를 가늠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사람에 집중하는 기업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저자는 이 질문의 답을 생물학과 인류학에서 찾았다. 자원이 희소하던 시대, 인류는 유한한 자원을 두고 싸우는 적대적이고 경쟁적인 세상에서 살아남고자 무리를 만들었고 그 안에서 신뢰하고 협동하며 살아남아 번영했다. 인간의 심신은 생존하고 번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 본능적으로 위험을 피하고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행동을 반복하려 한다. 주변 사람에게서 위험을 감지하면 경계하고 방어하며, 소속 집단 사람들을 안전하다고 느끼면 긴장을 풀고 신뢰하며 협력한다.

직원들에게 안전한 근무 환경을 제공하는 기업들은 인간의 위험 회피 본능을 이해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문화를 지녔다. 직원들이 내부 위험을 견뎌야 하는 조직은 외부 위험에 대처하기 어렵다. 자신을 지키는 데 에너지를 모두 쓰느라 외부 요소에 신경 쓸 여력이 없어서이다. 이런 경향이 만연하면 기업 전체가 악화된다. 리더가 인간적 리더십을 펼치면 조직 문화를 망가뜨리는 주범인 내부 경쟁이 사라진다. 인류의 생존과 번영에 적용된 원리가 기업의 생존과 번영에도 적용되는 셈이다.

 


 

기업은 인간이 움직이는 조직이며 그 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는 게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핵심 내용이다. 저자는 조직 문화에 따라 구성원들의 생각과 행동이 정해진다고 강조하며, 내부 위험을 없애고 외부 위험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리더의 목표는 조직 내 위험 요소를 없애는 일이다. 조직 내에 안전망을 갖추면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쏟을 필요가 없어 외부 위험으로부터 조직을 보호하는 데 힘쓰게 된다.

책에 따르면 리더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이 안전망 안에 있는 직원들을 보호하는 일이다. 안전을 지키면 성과가 보장된다. 리더가 직원들의 안전과 행복을 최우선으로 여길 때 직원들은 그 보답으로 서로 보살피며 조직을 위해 가진 것을 아낌없이 쏟아낸다. 사람들은 신뢰받을 때 그 신뢰를 지키고자 더 열심히 일한다. 서로 아끼는 문화가 형성되면 직원들은 성장하고 기업은 번창한다. 리더란 조직과 조직 구성원의 면역력을 만드는 존재이다. 회사의 면역력은 리더에게서 온다. 훌륭한 기업에서는 하나같이 최상단에서는 리더가 직원들을 지켜주고, 밑에서는 직원들이 서로 지켜준다.

 


 

모든 근로자가 일에서 행복과 의미를 찾으며, 기업가와 근로자가 안심하고 협력하는 회사를 만들어야 한다. 명백한 사실에 근거한 저자의 논리는 정연하고 설득력이 크다. 이런 회사는 선두에 선 사람뿐 아니라 각자 자리에서 맡은 바에 충실하며 안전한 환경을 만드는 이까지 모두 리더가 된다. 이것이 앞으로의 리더들이 젊은 세대와 공존하는 방법이며 모든 사람이 행복한 기업을 만들기 위한 전략이자 비전이다.

대부분 사람이 즐겁게 출근해 낮 동안 신뢰하고 인정받으며 일하다 성취한 기분으로 퇴근하는 세상을 상상해보라. 이는 정신 나갔거나 이상주의적인 생각이 아니다. 오늘날 성공적인 조직 다수와 위대한 리더들은 이미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함께 일하는 놀라운 환경을 만들고 있다. 전 세계 여러 조직과 함께한 결과 어떤 팀은 말 그대로 동료를 위해 목숨까지 걸 수 있을 만큼 서로 깊이 신뢰한다는 사실을 시넥은 발견했다. 반면 다른 팀은 인센티브를 제공받아도 분열하고 와해됐다. 왜일까? 시넥은 미 해병대 중장과의 대화에서 이 물음에 대한 답을 명료하게 들을 수 있었다. “장교는 마지막에 먹습니다.” 위대한 리더는 자신이 돌보는 사람들을 위해 본인의 편안함을 희생한다. 그것이 자신의 목숨이라 해도 기꺼이 내던진다. 매우 많은 일터에 냉소주의, 편집증, 사리사욕이 팽배하다. 리더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신뢰와 협동을 기르는 것, 즉 ‘안전망’을 구축하는 일이다. 시넥은 군대부터 투자은행, 대기업, 정부에 이르기까지 여러 흥미로운 사례를 들어 안전하고 인간적인 일터에 관해 이야기한다.

 


 

저자 : 사이먼 시넥

 

굳건한 낙천주의자로서 미래가 밝다고 믿으며 좀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도록 사람들을 북돋는다. “보기 드문 지성을 지닌 선지자”라 일컬어지는 시넥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환경을 갖추는 데 일생을 바쳐왔다. 그가 추구하는 세상에서는 많은 사람이 매일 아침 활기차게 일어나며, 어디에서나 안전함을 얻고 성취감을 느끼며 일과를 마무리한다. 인류의 생활 양상을 오랫동안 공부해온 시넥은 오래가는 영향력을 미친 위대한 리더와 조직에 자연스럽게 매료되었고, 그들을 수년간 연구한 끝에 사고방식과 행동양식 그리고 환경에서 사람들의 타고난 특성을 조정하는 패턴을 발견했다. 그는 개인과 기업의 성장을 방해하는 불행의 연결고리를 끊으려면 리더나 조직이 바뀌어야만 한다고 깨닫고 사람들 행동에 변화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2009년 TED TALKS 첫 강연에서 이야기한 ‘WHY'의 개념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며 기업 경영과 리더십에 관한 시넥의 독특하고도 혁신적인 시각은 국제적으로 주목받았다. 항공·엔터테인먼트·금융·패션업계 대기업부터 경찰까지 거의 모든 분야의 리더들에게 조언을 전했으며 다양한 정부 기관과 미 육군·해군·공군·해병대·해안 경비대 최고 지도자들에게도 생각을 공유하는 영예를 누렸다.

 

역자 : 윤혜리

 

중앙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금융기관에 근무하던 중 영어를 우리말로 적절하게 옮기는 데 흥미를 느껴 출판번역을 시작했다. 글밥아카데미 수료 후 바른번역 소속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며 정확하면서도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번역으로 독자들에게 가치 있는 책을 전하는 데 보람을 느끼고 있다. 옮긴 책으로 『내_일을 쓰는 여자』 『긱 워커로 사는 법』 『어떻게 원하는 미래를 얻는가』 등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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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미도로 떠난 7인의 옥천 청년들
고은광순 지음 / 모시는사람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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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지난해 11월 7일자 중앙일보 보도에 집중한다. "정부가 오는 12월 ‘실미도 사건’에 대한 재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국방부는 12월 10일 출범하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의 1호 사건으로 실미도의 재조사를 추진 중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최근 “실미도 사건을 최우선으로 조사하도록 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원회는 2005년부터 2010년까지 활동한 뒤 해산한 이후 10년 만에 독립 기구로 재출범한다.

중앙일보는 실미도 부대 공작원의 위령제가 열린 8월 하순부터 이달 7일까지 16회에 걸쳐 실미도 사건을 재조명했다. 1960년대 말 냉전 속 남북한이 극도로 대립하던 시기 국가에 의해 감금당한 채 인권을 유린당하고 끝내 죽음으로 내몰렸던 사건의 실체를 알리고 희생된 청년 30여명의 한을 달리기 위해서였다. 이를 위해 본지는 2006년 발표된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 보고서를 근간으로 정부의 비공개 문서(국방부 내부 업무보고서 등)와 실미도 사건의 주요 관계자를 추가로 취재해 보도했다.

본지 보도 과정에서 1971년 8월 서울 대방동 총격전 당시 생존 공작원 4명이 사형을 선고받고 암매장된 장소가 새로 드러났다. 김중권 전 공군본부 검찰부장은 인터뷰에서 “공작원 4명을 사형한 후 서울 대방동에 묻었다”고 증언했다. 또 공작원 4명이 사형을 선고받고도 상고를 하지 않은 것은 군 관계자들로부터 “상고를 포기하면 베트남전에 파병시켜주겠다”는 회유를 받았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새롭게 확인됐다. 이제 유족들은 “12월 출범할 진실화해위원회가 생존공작원 4명의 암매장지를 발굴해 시신을 돌려줄 것”을 간절히 촉구하고 있다."(이하 생략)

국민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가던 '실미도 사건'은 아직 진행중이었다.



100년 대한민국 영화사 중 최초로 천만관객을 동원한 영화 〈실미도〉는 무시무시한 폭력배들의 범죄 장면으로 시작된다. 곧바로 장면이 전환되고 살인범, 흉악범 등 막장인생들은 쪽배를 타고 실미도로 입성한다. “실미도 부대원=살인범, 흉악범” 이야기는 영화 제작자들이 극적 재미를 위해 만들어낸 스토리가 아니라, 오랫동안 이 사건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알고 있는’ “실미도 사건”의 진실의 일부이기도 했다. 영화를 본 국민들은 전율하면서도, 끝내 ‘사망’한 부대원들이 모두 살인범이나 흉악범, 깡패라는 당국의 발표를 받아 쓴 보도 ‘사실’에 일말의 안도감을 느꼈을 것이다. 막장 인생이고 사회 해악자들이니 그들의 희생을 굳이 안타까워하거나 정부를 비방할 이유는 없었다는 '이유 아닌 이유'로 스스로를 정당화하며 자위했다.

그러나 2000년 전후로 '과거사 진상규명위원회'가 밝혀낸 진실의 일부는 경악을 금치 못할 사안의 연속이었다. 그것마저 진실의 전부가 아닌 일부에 불과하지만. 진실은 영화보다 훨씬 더 잔혹하고 믿을 수 없는 추악한 이면을 감추고 있었다. 영화 〈실미도〉는 1999년 출간된 백동호 씨의 『소설 실미도』를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저자 백동호 씨는 1988년 감옥 안에서 만난 실미도 훈련병(이었다고 주장하는) K씨에게서 실미도 훈련병들의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당시 생존자(라고 주장하는) K씨가 아니었다면 소설 실미도나 영화 실미도 역시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책 『실미도로 떠난 7인의 옥천 청년들』의 저자 고은광순은 우연히 실미도 사건을 전해듣다가 그들 중에 7명이나 옥천 청년이었고, 그들은 ‘흉악범이나 살인범’과는 거리가 먼, 순박한 농촌 청년이자 모두 어려서부터 함께 자라온 친구들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경악했다. 저자가 옥천으로 귀농한 지 9년 만의 일이고, 옥천을 배경으로 한 동학 소설을 쓴 지 2년 만의 일이었다. 이 소설이 ‘동학혁명’이라는, 1894년의 사건을 다룬 반면, 옥천 청년들의 이야기는 불과 50년 전의 일이었고, 그 유족들이 모두 한을 품은 채 시퍼렇게 살아 있는 '지금-여기'의 역사였다. 한 동네에서 7명의 흉악범이 동시에 나온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점에 의혹을 가진 것이다.

사건의 배후를 파고들수록, 경악스러운, 추악한 사건의 진실이 드러났다. 사건의 진실을 파고들던 저자는 이 사건은 크게 본다면 한반도의 분단 현실이 낳은 비극이었으며, 한 걸음 더 들어가면, 미국의 세계 전략 속에서 전 세계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약소국가, 독재 정부하의 국민들이 겪을 수밖에 없는 비극적 사태의 전형적인 사례 중의 하나라고 단정짓는다. 그러나 범위를 우리나라로 좁혀 본다면 그것은 대한민국의 정부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저지른 잔인한 국가폭력이었다.





저자에 따르면 옥천 귀촌 9년 만에 '옥천 청년'들을 통해 박정희, 전두환 등 군사 독재자들이 분단을 고착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묻어놓은 '지뢰'를 집요하게 추적했다. 지뢰를 제거하기 위해 유도 발파할 때마다 그들이 감추어 두고 위장해 놓은 더러운 엄호물들이 공중으로 튀어 오르며 추악한 몰골을 드러냈다. 박정희와 차지철 등 '비정상적인 인격'을 가진 자들이 미국의 후원으로 한국 현대사에 더러운 뿌리를 내리고 썩은 기둥을 세웠다. 그것에서 자라난 비정상 정치, 비정상 경제, 비정상 국방, 비정상 언론, 비정상 검찰과 사법…. 오늘 우리가 보고 있는 비정상적인 언론 행태, 그리고 괴물이 되어 버린 사법부의 행태 등의 뿌리 혹은 근원은 일제강점기라는 더 먼 시대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해방과 분단 그리고 한국 전쟁과 이승만의 극우 반공정권을 거쳐 박정희 시대로 온전히 계승되어 왔을 뿐만 아니라, 더욱 더 증폭되어 왔으며, 바로 그러한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응축된 것이 바로 ‘실미도 사건’과 그 이후 이야기라는 점을, 이 책을 통해 주장한다.



사람들이 흔히 관심을 갖기 쉬운 실미도 내에서의 훈련 과정에 대해 이 책은 말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부차적인 문제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실미도에서, 그리고 중앙청으로 향하던 길에서 희생되어 간 실미도 부대원들은 훈련 교관의 직접적인 대우나 그들을 막아선 군경의 총탄에 희생된 것이 아니라, 이 책의 저자가 ‘귀태’라고 부르는 박정희 정권, 그리고 그러한 귀태 정권을 탄생시키고 지지한 미국이라는 거대한 괴물이 만들어 낸 희생이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는 사건의 진실에 접근해 들어가면서 오늘, 여전히 분단의 현실 위에서 전 세계적인 규모로 진행되는 기후 위기와 팬데믹을 극복해 나가는 현실 속에서도, 우리는 단 한 순간도 역사의 진실을 찾아가는 길을 멈출 수가 없다는 각오를 다졌다. 그 길은 역사라는 집합적 단위의 일일 뿐만 아니라, 역사의 무게에, 국가나 정권의 무게에 개개인의 인권이 결코 저당잡히거나 부당하게 대우받아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잊어버리는 순간 국가의, 역사의 무게는 ‘폭력’이 되어 개개인의 삶과 가치를 여지없이 잣밟기 때문이다.



저자 고은광순은 이 책의 집필을 위해 7명의 청년들의 삶의 터전인 충북 옥천을 샅샅이 훑다시피 하며 취재를 거듭하여 그들의 생전의 삶을 생생하게 복원해 냈다. 이 책 1부에서 그리는 그들의 삶은 사실 그대로라고 해도 좋을 만큼 취재에 근거하고 또 그만큼 생생하기도 하다. 그것은 실미도 부대원들의 신상에 대한 역사적, 정치적 왜곡을 바로잡는 데 필요한 일이기도 하지만, 한 개인의 삶의 무게는 ‘국가’라는 이름으로도 결코 무시하거나 짓밟을 수 없는 것임을 강변하는 길이기도 하다.

또한 고은광순은 이들의 희생이 단지 이 일을 현장에서 실행한 실무자들의 문제나 하나의 부당한 독재정권의 불법적이고 무능한 일처리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냉전 또는 열전 속에서 벌어진 일이고, 특히 미국의 대 한반도 전략에 따라, 그들의 입맛에 따라 전개되는 한반도의 정세 변화 속에서 어처구니없게 희생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이 소설은 개인에 대한 국가 폭력의 고발 보고서이자 소설이며, 그 배후에 (한반도뿐 아니라 세계 곳곳의 국지 분쟁에) 미국이 어떻게 개재해 있는지를 보여주는 역사적인 기록물이기도 하다. 독자는 문제를 지나치게 확대할 경우 실미도 사건의 본질이 흐려질 우려를 갖고 있지만 저자의 각고의 노력 끝에 얻어진 그의 결론과 각오를 무시해서도, 폄훼해서도 안 된다는 생각이다.



올해로 50주년이 되는 실미도 부대 사건 당시, 한 마을에 사는 친구들인 옥천 출신 청년 7명이 부대원 모집책의 거짓 선전에 속아 실미도 부대원이 되었다가 결국 비극적으로 희생된 사건의 전사(前史)에 해당하는 역사로, 옥천 출신의 청년 7명의 성장 과정을 소설(1부)과, 이 실미도 사건의 역사적 배경, 한미 관계는 물론 베트남 전쟁과도 깊숙이 관련된 부분에 대한 저널리즘적 해부, 그리고 박정희 정권의 무책임하고 불법적인 실미도 부대 사건의 처리 과정과 은폐, 왜곡 그리고 실미도 사건 현장 최후 생존자인 4명의 사형 과정을 낱낱이 국민들에게 보고한다. 모쪼록 현 정부에서 다시 진상규명이 시작되었으니 진실이 제대로 규명되기를 바랄 뿐이다.

저자 : 고은광순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다.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했으나 군사 정권을 겪는 동안 두 차례 제적되어 졸업하지 못하고 뒤늦게 한의학을 공부하여 한의사가 되었다. 한의원을 차린 이후 아들 낳는 약 처방에 목매는 사람들을 보며 여아낙태, 여성차별의 원인이 되는 호주제를 폐지시키기 위해 큰 힘을 쏟았다. 2008년부터는 명상 공부를 시작했고, 동학 혁명의 본거지였던 충북 옥천군 청산면으로 우연히 가게 된 뒤부터 동학의 역사에 눈을 뜨고 『해월의 딸 용담할매』등 여성 동학

다큐 소설 13권을 발간했다. 이 과정에서 ‘무기 없는 세상’을 꿈꾸며 ‘평화어머니회’를 만들고 1인 시위를 비롯한 평화운동에 나서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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