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만드는 사람 - 개정보급판
마윤제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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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나를 간절히 만나길 기다리는 가운데 후안이라는 가우초를 만나게 된다. 그 가우초는 오랫동안 상상해온 웨나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 있었다. 그는 다른 가우초와는 술과 도박은 하지 않고 해박한 지식으로 다른이에게 찬양을 받았고 네레오는 후안에게 글을 배우게 되었다. 웨나의 현실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던 후안이 갑자기 사라져 버리는 일이 발생한다. 네레오는 웨나는 고원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웨나는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 정체를 숨기고 살다가 때가 되면 고원으로 올라와 바람을 만드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렇게 네레오의 웨나의 찾기 여정이 시작되었다. 네레오는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도 웨나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힘든 일이 생겨도 길에서 노숙을 한다 해도 그것이 힘든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웨나를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 하나로 여행을 계속 이어간다

막연히 자신만의 표석을 찾는 이들을 만나면서 네레오는 순간 웨나가 실체 없는 환상이고 사람들이 말한 것처럼 세상에는 웨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고원의 사람들이 만들어낸 신화라는 생각에 휩싸인다. 여덟살에 어린 목동이 된 그에게 웨나는 삶을 살아가는 존재였고 고원에 홀로 외로이 살아갈 수 있는 이유였던 웨나가 한순간에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렇게 삶을 자포자기한 순간 루이사라는 절음발이 처녀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네레오의 여정에 이야기에 언제나 흥미가 있었고, 밝고 깨끗한 영혼을 가진 그녀는 네레로가 웨나에게 받은 상처를 치유해 주었다. 네레오에게 이룰 수 없었던 가족이 생겨난 것이다. 웨나를 찾아 떠돌아다니면서 가장 가슴 아팠던 것은 평범한 일상 속에 살아가는 가족이었던 것이다. 그 행복도 잠시 루이사는 어느 순간부터 네레오의 말에 흥미를 잃기 시작하고 마음을 닫기 시작하였다...

 


 

"유년 시절에 상상하는 환상은 성인이 되면서 저절로 깨어진다. 그러나 네레오는 그렇지 못했다. 유년의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그날 자신이 본 네레오의 행복은 거짓이고 허상이었다. 그는 무엇 때문에 전설과 신화의 인물을 좇아 소중한 시간을 탕진한 걸까. 웨나는 신이 아니었다. 따라서 황금과 권력은 물론이고 영생을 약속할 수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웨나를 찾아다니는 이유는 무엇일까. 진실한 행복을 원해서인가. 그렇다면 네레오의 생각과 판단은 잘못되었다.

진실한 행복은 경계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쌓아올린 성채 안에 있었다. 그 안에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이 있었다. 사랑하는 연인의 달콤한 입맞춤과 친구들의 다정한 위로가 있었고 가족들의 대가 없는 사랑과 헌신적인 보살핌이 있었다.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할 수 있는 성가와 축복의 기도가 있었고 육신의 허기를 채울 수 있는 온갖 음식과 포도주가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성채 안에서 노래하고 춤추며 일상의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성채 밖은 그렇지 않았다. 그곳에는 어리석은 미망에 빠진 짐승들이 무거운 사슬을 발목에 매달고 안식처를 찾아 끝없이 방황하고 있었다. 네레오는 황야의 이리처럼 그 어둡고 음습한 땅을 헤매고 다녔던 것이다. 대체 무엇이 그를 경계 밖으로 내몰았던 걸까. 그 어떤 유혹이 그를 미망의 세계로 끌고 간 걸까."(p.292)

위 단락은 이 소설 『바람을 만드는 사람』의 대단원 부분이다.

 


 

이 소설 전반에 걸쳐 가장 많이 나오는 지명 '파타고니아'는 남아메리카 대륙의 남위 38°선 이남 지역으로, 서부는 칠레의 영토, 동부는 아르헨티나의 영토이다. 안데스 산지와 파타고니아 고원이 대부분을 차지하며, 인구는 희박하나 빙하 지형이 많아 관광업이 발달하고 있다. 남아메리카 대륙의 파타고니아(Patagonia) 지방은 칠레의 푸에르토몬트(Puerto Montt)와 아르헨티나의 콜로라도(Colorado) 강을 잇는 선의 이남 지역을 말하며, 전체 면적이 100만㎢를 넘어 한반도 면적의 5배 정도 되는 크기이다. 파타고니아라는 명칭은 1520년 마젤란의 원정 당시 원주민들이 거인(patagon)일 것이라고 짐작한 데서 유래한다. 파타고니아에는 안데스 산맥이 서쪽으로 치우쳐 남북으로 달리고 있으며, 산맥의 동쪽 대부분은 파타고니아 고원이 차지하고 있다.

칠레 파타고니아는 강수량이 많고, 안데스 산지에 빙하의 침식 작용이 더해져 복잡한 해안선과 산악 지형이 특징이다. 반면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는 건조한 기후에다 넓은 고원이라는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다. 서늘한 기후에다 칠레나 아르헨티나의 영토 모두 핵심 지역과 거리가 멀어 전반적으로 인구가 희박하며 큰 도시도 드물다. 밀 재배와 목축업, 석유와 천연가스의 채굴 등이 주요 산업이며, 최근에는 관광 산업이 발달하기 시작하였다.(세계지명사전)

 


 

신형철 문학평론가는 소설 가장 뒷부분에 「추천사」를 통해 다음과 같이 글을 덧붙였다.

"남미 파타고니아의 고원 지대, 압도적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신의 현현(顯現)처럼 느껴지는 그곳에서, 바람을 만드는 존재 ‘웨나’에 대한 전설을 들은 한 소년이 그의 실체를 찾아 평생을 떠도는 이야기. 윗세대에게는 헤르만 헤세의 철학적 구도소설을, 아랫세대에게는 파울로 코엘료의 영적 로망스를 떠올리게 할 이런 이야기를 나는 본래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소설에 미달하는 교훈담이 되거나, 소설을 낮춰보는 형이상학을 자임하는 경우를 더러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달랐다.

내가 변했기 때문일까, 이 작가가 워낙 잘해냈기 때문일까. 내가 알기로 늘 어딘가로 떠나기를 주저하지 않는 이 작가가 그만의 ‘천로역정(天路歷程)’을 써낸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내가 책상머리에 앉아 이 소설을 기이한 절박함 속에서 완독한 것은 뜻밖이었다. 예전 같으면 추상이나 관념으로 느껴졌을 주인공 네레오 코르소의 필생의 여정을 연민과 긴장 속에서 따라갔고, 그 장중한 행로가 마감될 때는 마치 내 남은 삶을 당겨 살아버린 것처럼 먹먹한 피로감마저 느꼈으니 말이다."

 


 

세상의 모든 경계 너머에는 우리가 알지 못한 새로운 땅이 존재한다. 오래전 이미 눈에 보이지 않는 균열이 시작된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오염되지 않은 곳, 자연이 보존되고 생명이 숨 쉴 수 있는 마지막 은신처인 지구의 땅끝 파타고니아는 세상의 모든 바람이 시작되는 곳이다. 그곳에서 바람을 만드는 존재 ‘웨나’에 대한 전설을 들은 한 소년이 그의 실체를 찾아 평생을 떠돌며 많은 사람을 만나고, 인간의 삶을 돌아본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만의 답을 찾는다. 네레오 코르소는 혼탁한 시대에 세상에 태어난 이유,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깨닫는다. 대체 무엇이 그를 경계 밖으로 내몰았던 것일까? 네레오는 우리의 운명이 우연의 산물인지 아니면 천형의 굴레인지, 아득한 세월을 살아온 웨나는 분명 질문에 충분한 답을 해줄 것이라고 믿었고, 그를 찾는 긴 여정 끝에 답을 얻는다.

몰려오는 시간에 굴종하고 운명에 순응하는 것만이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일까? 일상에서 기쁨을 찾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일까? 이 소설은 우리 삶의 본질, 진리, 진실에 한 발짝 다가서려는 한 남자의 일생의 서사가 장엄하게 펼쳐진다. 이야기를 통해서 독자들에게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게 하고, 소통으로 공감과 감동을 이끌어낸다. 길을 찾는 독자들에게 마윤제 작가만의 진중한 언어와 이야기로 위로와 격려, 용기를 준다.

 


 

이 소설은 이상향이라 할 수 있는 바람이 부는 혹은 바람이 시작되는 곳에서 이를 만드는 존제인 '웨나'의 전설을 찾아 나선 한 목동의 상상력으로부터 시작된다. 수많은 마을과 협곡 계곡을 지나 그 실체를 찾기 위한 기나긴 여정, 어디에도 없고 어느 곳에서나 있을 수 있는 존재와 부존제에 관한 이야기, 우리가 믿고 있는 것은 늘 그대로 존재하였던 것일까 아니면,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그것은 존재하기 시작하였던 것일까. 이 소설은 이 소설은 폴커 한트로이크가 쓴 기사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저자는 밝힌다. 어느 병워 대기실에서 본 네레오 코로소라는 목동, 남미의 어느 마을 풍광을 뒤로 하고 세월 따라 늙어가는 얼굴 주름살과 온화한 표정에 저자가 받은 충격에 가까운 감동은 그의 눈빛이었다고 저자는 고백한다. 지구 반대편 파타고니아 평원에서 불어온 바람은 저자의 상상력에 어떨게 불을 지피웠나. 바람처럼 책의 숨결을 따라 차분하게 전개된다.

우리 인생의 경로 또한 정해지거나 주어지지 않더라도 내부 시간의 경계 안에서 쳇바퀴 돌 듯 살듯이, 분명히 외부 경계를 넘나드는 그 존재에 대한 반대 급부의 부존재를 증명해내지 못한다면 네레오 코르소의 인생을 걸 만큼의 여정이 가치 없었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지 않을까. 우리 모두 어쩌면 경계 안에서 살고 있다고 믿는 것조차 경계 밖의 삶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득히 먼 옛날 베링해를 넘어 지구의 땅끝까지 걸어왔던 사람들의 위대한 여정이 끝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들의 여정은 계속되고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그들의 여정은 이 세상 모든 사람이 절멸하는 순간까지 이어질 것이었다."(p.252)

 

저자 : 마윤제

 

경북 봉화에서 태어났고 2011년 문학동네로 등단했다. 2012년 세 소년의 모험을 그린 장편소설 『검은 개들의 왕』을 발표했고, 이후 특별한서재 출판사와 교보문고가 공동으로 주최한 특별 강연을 기반으로 『우리는 왜 책을 읽고 글을 쓰는가』를 펴냈다. 뒤이어 동해안의 한 항구 도시에서 열리는 뱃고놀이 축제를 배경으로 다섯 명 젊은 남녀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장편소설 『8월의 태양』을 출간했다. 어느 날 우연히 병원 로비에서 〈GIO〉라는 잡지에서 독일 〈슈피겔〉지 기자인 폴커 한트로이크가 기고한 남미 최남단 파타고니아에서 양을 치며 살아가는 목동에 관한 기사를 읽고 난 후 무언가에 홀린 듯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3년이란 긴 시간 끝에 완성한 장편소설 『바람을 만드는 사람』은 남미 최남단 파타고니아에서 전설로 전해져오는 바람을 만드는 사람인 ‘웨나’를 열두 살 때부터 죽는 순간까지 찾아다닌 네레오 코르소라는 한 목동의 삶을 그린 장대한 이야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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