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들 - Names
정다정 지음 / 별빛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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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수와 민수 두 사람과 함께 걸어 나가다 보면 익숙한 감각이 새롭게 느껴질 것이라는데 오리무중이란 말이 더 어울리게 어떤 세상인지 어떤 느낌인지조차 쉽게 인지되지 않는다. 꿈에서 깨어나 병원에도 가고 산책도 하지만 독자의 의식은 말끔하지 못한 채 소설에 끌려다니고 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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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들 - Names
정다정 지음 / 별빛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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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름들』은 사라진 이름들을 찾고자 하는 진수와 이름을 부를 수 없는 장소로 가고자 하는 민수의 이야기다. 정반대의 방향으로 향하는 두 사람과 함께 걸어 나가다 보면 익숙한 이름들의 감각이 새롭게 느껴지기 시작할 것이라는 글 소개는 참일까? 그리고 이야기 끝에선 정말 한편의 긴 시(詩)를 가질 수 있을까. 소설을 읽고도 읽었는지 그냥 지나왔는지, 끝날 때까지 안갯속을 걸은 느낌이다. 길지 않은 단편소설 정도의 길이에 시집처럼 작고 얇은 책이다. 책 표지마저 낙서인지 그림인지 애매한 모습의 선들이 추상적 형태로 그려져 있다.

'이름들'이란 제목 아래 '수요일' '이름들' '선생님' '문' '둥지' '미래' '모양' 등 7개의 소제목으로 이루어진 소설이다. 1장이라 할 수 있는 '수요일'엔 수요일밖에 없는 나날이 785년 동안 지속된다. 785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수요일밖에 없는 세상이니 7로 나누면 112년쯤 되나? 쓸데없는 생각이고 필요없는 계산이다, 꿈속이니까. 진수는 꿈에서 깨어난 뒤 점점 이름들이 사라졌다. 처음 이름이 사라졌다는 걸 알아차린 순간은 바로 수요일이었다. '수요일'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안 순간은 '수요일'이 사라진 지 열흘이 지난 후였다. 아무튼 주인공 진수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또 한 주인공 민수와는 완전히 다른 것을 원하지만 둘은 가깝다. 수요일만 존재하는 꿈속의 세상에서 나온 진수는 어제가, 785년 동안 계속된 요일이 무슨 요일인지 더 이상 알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 있다.




'이름들'에서는 유명하지만 독자는 잘 모르는 낯선 이름들이 많이 나온다. '잉마르 베리만' '시서스 아이비' '필로덴드론' '플로리다 뷰티' '아단소니'······ 잉마르 베리만(영화감독)을 제외하고 모두 풀이름이라고 한다. 진수와 민수 두 사람과 함께 걸어 나가다 보면 익숙한 감각이 새롭게 느껴질 것이라는데 오리무중이란 말이 더 어울리게 어떤 세상인지 어떤 느낌인지조차 쉽게 인지되지 않는다. 꿈에서 깨어나 병원에도 가고 산책도 하지만 독자의 의식은 말끔하지 못한 채 소설에 끌려다니고 있는 느낌이다. 일제강점기의 시인 이상(李想)의 '오감도'를 봤을 때 독자들의 기분이 이랬을까. 형이상학적이고 추상적인 미의 세계가 이런가 싶다.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믿는다. 오후가 있다는 것을 믿는다. 이름이 사라지고 있다고 믿는다. 아무도 없는 세계가 있다고 믿는다. 정말로 믿고 있나." 언어 유희 같기도 하고, 뭔가 진리를 찾는 단초를 제공하는 것 같기도 하고... 한두 번 읽어서는 독자들이 이해하기에는 너무 높은 추상성을 지닌 것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그러나 추상의 연속만은 아니다. 현실적이고 형상적 사실로 이야기는 계속된다. 진수는 어느 날 독서 모임에서 알게 된 '민수 선생님'에게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한다. 이름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민수는 진수에게 자신은 아무도 없는 세계로 가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한다. 그 세계로 가려면 수상하고 이상한 문을 찾아야 한다.

민수는 아무도 없는 세계로 가고 싶어했고, 진수는 사라진 이름들을 찾고 싶어했다. 그래서 둘은 서로를 돕기로 한다. 민수는 진수의 사라진 이름들을 함께 찾아주고, 진수는 민수가 찾는 수상한 문을 함께 찾아주는 것. 민수는 결국 아무도 없는 세계를 다녀오게 된다. 그곳에는 우리가 사는 곳과 똑같지만 정말 아무도 없다. 그래서 누군가를 부를 일이 없다. 아무도 없기 때문에. 그리고 그곳에서 진수에게 편지를 쓴다. 함께 오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면 아무도 없는 세계가 되지 않기 때문에 혼자 오게 되었다고···





그리고 앞서 언급한 대로 소설은 마지막에 한 편의 시로 남는다.

모양의 거리

아,

눈에 덮인 것은 웬만하면 죽은 것이라지

그는 걷고 있었다

모든 우연은 폐지되었다

집들은 흩어졌다

거리는 남는다

(중략)

실은

그는 당신이고

거리를 걷고 있다면

영원히 걷고 있다면

혹은 영원히 모양하고 있다면

나는 상상해

모양의 거리의 표지판을





저자는 「작가의 말」을 통해 소설 이해의 단초를 제공하지만 이마저 쉽지 않다. "이름을 잃어버리는 사람에 대해 써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어떤 이름들을 잃어버리고 싶었습니다. 정말로 이름들을 잃어버릴 수 있다면 어떨까. 상상해 보기도 하고, 그런 증상을 찾아보기도 했지만 이름을 잃어버리는 일은 쉽고도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이상한 일, 누구나 믿기 힘든 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저자는 이어 "믿음에 대해 오랜 시간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믿는 것들. 믿기로 하는 것들. 믿으면 정말로 생겨나는 것들. 문을 열기 전에 바깥의 세계는 없다고 믿으면 바깥의 세계는 없게 될까요. 창문을 열면 들어오는 바깥의 냄세들을 내가 맡기 전에는 없던 냄새라고 믿으면 없었던 사건이 될까요. 믿음으로 생겨나는 세계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믿는 것은 대부분 믿을 법한 것인가요. 혹은 우리가 이미 믿기로 했기 땜누에 믿을 법한 것이 된 걸까요."

결국 저자는 믿음도 의지가 향하는 방향에 따라 생겨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한다. 어쩌면 믿음은 약속과 같으리라는 생각을 하면서.

저자 : 정다정

세 권의 책을 썼습니다. 모래알이 모이면 사막이 된다고 믿습니다. 오늘도 모래알의 몫을 잘 해내고 싶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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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오포이트리
좌용주 지음 / 이지북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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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과학'이란 이름의 교과목은 고등학교 1학년 때 배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일주일에 1시간씩 일년간 배웠다. 입시 문제에도 출제가 됐고 그래서 학교 교과목에도 들어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본격 입시 준비를 하는 2~3학년 때는 수업 시간이 없어진 것으로 기억돼 입시에 중요한 과목으로 분류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독자에게도 신기한 것을 많이 배웠던 기억만 남아 있다. 지구에 관한 구체적인 것은 설령 배웠다 하더라도 기억엔 거의 없다. 입시에 자주 출제되는 정도만 겉핥기식으로 배웠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수학 미적분보다 실생활에 훨씬 가까운 학문이었던 것 같다. 태풍이나 지진, 화산 폭발, 기후 이상 등도 그때 많이 배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또 지구의 나이를 비롯, 지질, 대륙의 형성 등 사회 생활에 화제가 되는 부분들을 많이 배웠다. 고등학교 들어가서 처음 배우는 새로운 학문이라는 점과 함께 신비로운 점이 많아 기억에도 오래 남은 것 같다. 태양계도 '물리'보다는 '지학' 시간에 더 많이 배운 것으로 기억한다. 우주에 관심이 있었던 친구들은 따로 과학책을 찾아보는 학생들도 있었는데 '천체물리학' 등의 제목에 쓰여 있었다. 독자는 신비로운 점은 많다고 느꼈지만 우주에 대한 관심이 그다지 크지 않아 따로 책을 본 적은 없다. 더 이상의 지구과학과의 인연은 맺지 못했다.



지금 인류는 지구 이외의 태양계 행성은 물론 더 먼 우주로까지 관심을 갖고 새로운 발견을 해나가고 있다. 만약 지구에서 더 이상 살 수 없을 경우 어느 행성이 지구와 가장 가까운 환경 조건인가도 연구하고, 실제 탐사도 달뿐만 아니라 화성, 목성까지 나아가고 있다. 인간은 왜 우주로 나가고 싶어할까? 왜 다른 지성체의 존재를 궁금해할까? 인간이라는 존재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탐구해왔다. 심해를 보기 위해 잠수함을 만들기도 했고, 지하의 층상구조와 지구의 진화를 살피기 위해 땅속을 파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는 외계에 인간과 같은 지성체가 존재하는지, 인간이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서 살 수 있는지를 본격적으로 탐구하고 있다.

현재 인간이 알고 있는, 생명과 지성체가 사는 유일한 행성인 지구는 이런 질문들에 대해 답을 품은 유일한 탐구 대상이다. 최근에 지구과학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이유이다. 이 책 『지오포이트리』는 평생을 지구과학 연구에 매진해온 과학자 좌용주 교수(경상대학교 지질과학과)가 최신의 지구과학을 소개한 책이다. 지구의 탄생과 변화 과정, 그리고 그 안에서의 생명의 출현과 진화를 살펴보면서 외계 행성에서 생명이 살 수 있는지, 외계생명체는 존재하는지에 대한 잠정적인 답을 제시하기도 한다. 제목은 지구과학과 시(詩)가 합쳐진 단어인 것 같다 아마 아름답고 우아한 지구를 공부하는 의미로 붙인 제목으로 독자는 생각한다.




책에 따르면 지구의 역사를 12시간으로 가정하면, 대륙을 움직인 ‘판의 이동’은 0시 31분 3초부터 일어났다. 인류가 11시 58분 58초에 출현한 점을 감안하면 지표의 변화는 아득하게 오래전부터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0.0009초 전, 지난 11시간 30분 정도의 시간을 설명하는 판구조론이 등장했다. 이 과정은 물론 순탄하진 않았다. 판구조론이 탄생하기 전인 20세기 초, 기상학자 알프레드 베게너는 ‘대륙이동설’을 통해 땅덩어리가 분리되어 지금과 같은 분포를 만들었다고 설명했고, 지질학자 해리 헤스가 해저확장설을 통해 해저의 지각이 확장해서 대륙을 분리시켰다고 설명했다. 둘의 설명은 지금 들어도 직관적인 이해가 어려울 정도로 얼토당토않다.

이는 해저확장설을 주장한 헤스도 마찬가지였는지, 자신의 가설을 ‘지오포이트리’, 즉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둔 지질학 이야기라고 표현했다.(이 부분에서 시적 아름다움의 표현으로 지오포이트리라고 추측했던 독자의 상상은 깨졌다) 하지만 이후 고지자기학의 발전으로 이야기에 불과했던 가설들은 판구조론이라는 이론으로 자리잡게 된다. 이런 방대한 규모의 얘기가 쉽게 머릿속에 잡히지 않으니 시계판을 놓고 설명하자니 너무 잘게 쪼개져 감이 쉽게 잡히지 않은 것은 이래 저래 마찬가지다. 미적분으로 다뤄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대부분의 학문이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지구과학은 그 방대한 시공간적 규모 때문에 실험으로 증거를 찾거나 반론을 제시하기 어려운 학문이라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어떤 설명들은 허무맹랑한 소리로 그치지만 어떤 주장들은 과학기술의 발전과 새로운 해석방법의 등장으로 더 오래 살아남기도 하고, 나아가 이론으로 자리잡기도 한다. 지금의 지구과학도 마찬가지이다. 21세기가 되어 이전과는 비교하지 못할 만큼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다양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증명해내기 어려운 문제들이 쌓여있다.

이 책 『지오포이트리』는 현대 과학의 틀 위에서의 지구와 생명, 그리고 인류의 미래를 보여주는 가설들을 상세히 소개한다. 저자는 지구상의 생명체는 탄소를 기반으로 하며, 단백질이 주 구성원이라고 밝힌다. 단백질은 아미노산으로 구성된다. 아미노산은 실험을 통해 그리 어렵지 않게 만들어지며, 우주에도 고분자 화합물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따라서 원시지구에선 아미노산을 발견하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 아미노산이 흔하다고 하여 생명 탄생이 쉬웠다는 말은 아니다. 그렇다면 생명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저자에 따르면 생명의 탄생 조건에는 ‘자기복제 기능’과 ‘효소로서의 능력’이 필요하다. 자기복제를 해야 유전 정보를 옮길 수 있고, 효소 작용이 가능해야 에너지 소모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단백질 월드 가설과 DNA 월드 가설은 두 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시키지 못해 폐기되었다.





최근에는 여러 물질이 섞인 잡동사니 월드에서 무작위로 생긴 고분자 물질 중 일부가 해당 조건 중 한 가지를 충족하게 되고, 다른 기능을 가진 분자를 이용해 RNA 월드를 만들었다는 가설이 등장한 상태이다. 비록 가설의 타당성을 위해서는 더 조사해야겠지만 모든 조건을 만족한 가장 큰 가능성을 지닌 설명임은 분명하다.

기후변화가 급격한 오늘날, 인류의 미래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일까? 11시 58분 58초에 태어난 인류가 단기간에 지구에 미친 영향은 지대하지만, 넓게 봤을 때는 찰나의 변화에 불과하다. 인류가 수천만 년을 살지 않는 이상 인류의 영향은 무시될 것이며, 짧게는 4억 년 후 태양의 변화로 야기되는 이산화탄소의 감소, 산소의 감소와 온도 상승으로 인해 지구 생태계는 없어질 운명이다. 결국 인류의 지속적인 생존을 위해서는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외계생명체 탐색과 행성의 생존 적합성 조사가 선행되어야 하며, 바로 이것이 과학의 한 분야로서 지구과학이 시간이 갈수록 각광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길거리를 지나가다 보면 우리에겐 흔한 돌이 지질학자들에겐 소중한 자료가 되기도 한다. 발에 채는 돌이 수천만 년~수십억 년의 기록을 품은 귀중한 자료로 변하는 것이다. 이런 돌로부터 지구의 조성을 알 수 있고, 과거에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도 알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달에서 가져온 돌인 월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달은 위성이라고 하기에는 유독 큰 크기 때문에 한때 쌍둥이 천체다, 태평양에서 빠져나왔다 등의 소리를 많이 들었던 위성이다. 지구는 어떻게 달을 위성으로 갖게 되었을까? 저자의 친절한 설명은 계속된다.

달의 형성에 대해서는 예로부터 많은 가설이 존재했다. 크게 세 가지로, 분열설, 쌍둥이설, 포획설이다. 그러나 이 세 가지 가설은 현재 지구와 달의 공전궤도의 기울기나, 지구 암석 분석을 통한 구성 물질의 유사성과 물리적인 특징을 설명하지 못하여 폐기됐다고 한다. 달의 형성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가 필요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거대충돌설'이 나왔다. 기술이 발달하고 아폴로계획을 통해 달의 암석 시료를 가져와 분석하게 되면서 달과 지구 맨틀의 화학 조성이 유사함을 알게 되었고, 이로부터 과거 원시행성 간의 충돌로 인해 지구로부터 달이 형성됐다는 설명이 등장한 것이다. 물론 이 설명도 순탄하진 않았으나, 최근에 마그마 바다(magma ocean) 상태에서 충돌 후 지구의 물질로부터 달이 형성되었다는 설명을 시뮬레이션으로 보여줌으로써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과학과 기술이 발전하면서 달과 지구의 암석을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설명이 만들어진 것이다.








생명의 탄생과 달의 형성처럼, 이 책은 지구에 새겨진 가장 오래된 기록들을 토대로 지구의 과거와 현재를 밝히고 미래를 예측하는, 지구과학의 종횡무진 활약상을 엿볼 수 있게 해주는 과학 교양서로 이 책은 가치를 발한다. 저자는 지구과학의 역사에서 나왔던 여러 가지 가능성을 한 번에 보여주고, 그중에서도 최근 과학의 성과에 부합하는 가장 새로운 이야기를 주로 설명한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지구라는 행성의 역사에 대해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과학 교양서로서 가능성부터 시작하는 이론의 발달 과정과 과학 전 분야의 통합적인 사고를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엄프로브는 지질학자를 역사가에 비유하였고, 불완전한 사료로부터 역사를 재구성하는 어려움 속에서 상상력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비록 나중에 모순적인 사실이 드러나자마자 폐기할지언정 과학적 산문의 잃어버린 행간에 대해서는 서사적 영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하략, p.13)

이런 문제에 대한 하나의 해결책이 최근에 제시되었는데, 지구-달 물질의 유사성을 설명하는 새로운 거대충돌 모델이 발표된 것이다. (중략) 거대충돌설에 의한 달의 형성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 몇 차례의 거대충돌을 거치면서 발생한 엄청난 충돌에너지로 말미암아 원시지구의 상당 부분이 녹아 마그마 바다를 이루었을 것이며, (중략) 이 무렵에 다시 지구 질량의 10분의 1 정도의 천체, 즉 테이아가 지구와 충돌한다.(하략, pp.75~77)




지구의 기후가 온난해지면서 바다의 표층에서는 1차 생산(독립영양생물에 의한 유기물 생산)이 늘어나게 된다. (중략) 그리고 플랑크톤의 배설물과 사체 같은 유기물의 양 또한 증가하고, 바닷속을 떠다니다 서서히 가라앉게 되는데 그 모습이 마치 눈 내리는 것 같다 하여 마린 스노우라 부른다. 이런 유기물들이 박테리아에 의해 분해되는 과정에 용존산소가 소비되는 것이고, (중략) 이런 결과가 바로 해양무산소 사건이다.(하략, p.336)

태양은 앞으로 더 뜨거워지고 더 많은 에너지를 방출할 것이다. (중략) 첫 번째로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일사량이 증가하고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아진다. 그리고 이 결과는 두 번째 변화인 산소농도의 급격한 감소로 이어진다. (중략) 지금으로부터 약 15억 년 정도 후에 지표면의 온도는 100℃를 넘게 된다. 지구에서 생명이 사라진다.(p.390)

저자 : 좌용주

서울대학교 지구과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대학교 지질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해양연구소 선임연구원을 거쳐 1992년부터 경상대학교 지질과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과거 중생대 유라시아대륙에서 일어난 화성활동과 남극과 북극의 지질에 대해 연구했다. 경상대학교 기초교육원장과 한국지구과학 올림피아드 위원장을 지냈고, 한국암석학회와 한국지구과학회에서 학술상을 받았다. 최근에는 고고학과 관련된 지질학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쓴 책으로는 우수과학도서 저자상을 수상한 『가이아의 향기』를 비롯해, 『테라섬의 분화, 문명의 줄기를 바꾸다』 『베게너가 들려주는 대륙 이동 이야기』 『윌슨이 들려주는 판 구조론 이야기』 『과학 산책, 자연과학의 변주곡(공저)』 『지구과학 개론(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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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일
조성준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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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를 한마디로 말한다면 어떤 답변들이 나올까? 독자는 '창조자'란 말을 자주 쓴다. 그들은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내니까 그렇다. 창의, 창조란 말은 말 그대로 없는 것(보이지 않는 것)에서 있는 것(보이는 것)으로 사람들에게 표현해준다. 보이지 않는 것은 대부분 사람의 생각이나 정신, 의식 혹은 무의식이다. 이런 것들은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다고 표현하지 못할 것이란 생각은 일반인들의 생각이다. 예술가들은 표현해낸다. 그림으로, 악보로, 문자로 인간의 감정이나 의식, 정신, 생각 등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사람들간에 통하는 것은 있다.

스위스의 화가 파울 클레(Paul Klee)는 그래서인지 "예술은 보이는 것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독자도 클레의 이 말이 좋아서 곧잘 인용한다. 예술을 말로 표현한 말 중 가장 적확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어려운 작업이 예술가들에게는 '일'이다. 어떤 이는 동서고금의 인류에게 모두 인정받는 작품을 남기기도 하고 어떤 이는 단 하나의 작품도 남기지 못하고(인정받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하나의 작품도 인정받지 못한다고 해서 그를 예술가에서 배제할 수는 없다. 그가 평생 예술 작업을 했다면 그를 예술가로 이름을 남기는 데 인색할 필요가 없다. 그가 인정받지 못한 작품들이 후세에 훨씬 인정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들을 '시대를 앞서간 예술가'로 칭하기도 한다.





미술, 음악, 건축, 영화 등 여러 예술 장르에서 예술적 영감과 재능을 발휘하여 자신의 이름을 곧 예술로 만들어낸 사람들이 수없이 많다. 화폭 앞에서, 무대 위에서, 그리고 거리를 누비며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고 실현한 사람들이 남긴 것들은 바로 예술이 되기도 하고 당대엔 빛을 못 보다 후세에 인정을 받는 경우도 많다. 이들 대부분은 평생 예술을 창조하다 생애를 마친 사람들이다. 그들의 작품은 인간들에게 커다란 위안을 주기도 하고, 용기를 주기도 한다. 또 때론 개개인의 감정과 함께하기도 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그들의 삶은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주기도 한다. 예술가로서의 삶과 일반 사람으로서의 삶은 분명 다를 것이다. 일반 사람처럼 평범한 삶에서 위대한 예술 작품이 나오기는 어렵다. 그들의 혼이 실리고 영감과 혼신의 노력이 더해져야 탄생되는 것이 예술이기 때문이다. 삶이 평범한데 작품이 위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재능은 타고난 것이어서 많은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상대적으로 적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열정이나 노력은 모든 예술가들에게 모두 충분히 일반 사람들의 눈에도 보인다. 그들의 삶을 예술적이냐, 평범하냐의 가름은 보통 사람들이 한다. 조금 모순된 듯하나 그럴 수밖에 없다. 위대한 작품으로 인정해주는 일은 일반 사라들의 몫이다. 예술가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예술적 재능, 영감, 열정에 혼신의 노력을 더할 뿐.



이 책 『예술가의 일』(조성준 저)은 예술가 33인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책에 실린 예술가들은 '미치광이', '괴짜', '이단아', '이방인' 등의 다른 이름들을 하나 이상씩 갖고 있다. 이 단어들은 모두 한 시대를 빛내고 인류사에 위대한 유산을 남긴 예술가들이 당대에 들었던 평가다. 미치광이라 불리며 건축학교를 꼴찌로 졸업한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 기행을 일삼았던 클래식계의 이단아 글렌 굴드, 발레 공연을 하다가 외설죄로 체포된 무용수 바츨라프 니진스키. 하지만 안토니 가우디는 성스러운 건축물로 바르셀로나를 세계적인 도시로 우뚝 세웠고, 글렌 굴드의 음악은 지구를 대표하는 음악이 되어 무인탐사선 보이저호에 담겼으며, 바츨라프 니진스키는 발레라는 장르를 현대예술 영역으로 이끌었다. 세계의 일반적인 흐름과 형태와 다르다는 이유로 저평가되기도 했던 이들은 이제 한 예술 장르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되어 예술사에 이름을 새겼고, 그들의 삶은 전설이 되었다. 그들이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겼다.

『예술가의 일』은 예술가의 세계가 탄생하는 과정과 여전히 그 세계의 영향력 아래 살게 하는 주요 작품들을 통해 예술가의 일과 삶을 생동감 있게 담아냄으로써 ‘한 예술가의 세계는 어떻게 탄생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제공한다. 『예술가의 일』은 매경 프리미엄에 인기리에 연재 중인 예술 에세이 ‘죽은 예술가의 사회’를 수정, 보완하여 묶은 책이다. 매일경제 신문사 기자이기도 한 저자 조성준의 필치는 읽기 쉽고 담백하면서도 깊이가 있다. 길지 않은 분량 안에 사회와 문화, 역사와 정치를 통해 시대를 풍미한 예술가들을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보위, 구스타프 말러, 장국영, 마르크 샤갈. 이들 또한 이름이 곧 예술을 대표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일반 사람들은 데이비드 보위의 〈SPACE ODDITY〉가 아폴로 11호의 달 탐사를 생중계하며 배경음악으로 깔렸다는 사실을, 구스타프 말러가 당대 최고의 정신과 의사이던 프로이트를 찾아가 고민을 털어놓았다는 것을, 마르스 샤갈이 히틀러의 숙청 대상이었다는 점은 좀처럼 알지 못한다. 독자도 마찬가지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그들의 삶의 에피소드는 역사에 기록될 정도의 얘기들이었고, 작품에 영향을 주는 일이었을 뿐이었다. 개인적 삶에서 '특별한 일 만 책을 읽거나 미디어 매체를 통해 배워 알았다.

『예술가의 일』은 이러한 이면의 이야기들을 통해 예술가의 삶과 작품을 단편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가’, ‘왜 이러한 작품을 창조했는가’를 보여주는 데 목적이 있다. 독자에게는 예술가들의 '신세계'를 접한다는 느낌에 한없이 신비롭고, 기행이라고 하지만 예술가니까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으로 부럽기조차 하다. 단순히 재능이나 영감, 열정만으로는 위대한 예술이 탄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 책은 글로 보여주고 있다. "당신이 편안하다고 느낀다면, 그건 당신이 죽었다는 뜻이다.” 데이비드 보위의 말이다. 장르를 불문하고 오로지 예술만을 위한 최대한의 삶을 살다가 떠나간 예술가의 모습, 삶의 풍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일을 묵묵히 밀고나간 예술가의 모습에서 우리는 삶을 대하는 불굴의 의지를 읽는다.



이 책에 담긴 예술가들의 공통점은 딱 하나다. 바로 세상을 떠난 예술가들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예술가와 작품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는 쉽지만, 동시에 이 평가는 단편적일 수밖에 없다. 저자는 필립 로스의 책 『아버지의 유산』을 읽던 중에 그의 부고 소식을 접했는데, 그것이 바로 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밝힌다. 병든 아버지를 관찰, 기록하며 죽음에 골몰했던 아들도 결국 세상을 떠난다는 사실을 접한 작가는 한 인간이, 한 세계가 소멸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고심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작가는 필립 로스처럼 이미 세상을 떠난 예술가들의 사연이 궁금했다고 언급한다. 그들은 어떤 일을, 어떠한 마음으로 하였을까? 이렇듯 『예술가의 일』은 우리에게 예술가의 대표 작품만이 아니라, 일생을 바쳐 한 세계를 구축한 예술가의 삶부터 먼저 들여다볼 것을 제안한다.

이 책에는 오늘날 ‘전설’이라 불리는 예술가 33인의 이야기,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독자는 국내의 첫 여성 영화감독 박남옥의 아기 업은 사진을 본 순간 숨이 멎을 뻔했다. 우리 영화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첫 여성 영화감독의 모습이 예전에 우리 주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모습이어서 놀랐다. 단순히 놀라는 정도에 그친 게 아니라 숨이 멎을 뻔했다. 충격이었다. 꽤 서구적 모습을 하고 사진을 찍고 남겼으리라 예견한 독자의 추측은 보기 좋게 빗나간 것이다. 또 거리의 어둠을 수집한 사진작가 비비안 마이어, 일본 에도시대 우키요에 화가 가쓰시카 호쿠사이, 글램록의 대표주자 데이비드 보위에 이르기까지 장르와 시대, 국적을 넘나들며 강렬한 에너지로 독보적인 세계를 구축해온 예술가들의 삶을 면밀하게 들여다본 이 책이 준 충격은 놀라움 자체였고, 독자에게 예술가의 삶에 대해 '너무 몰랐다'는 성찰의 기회를 제공해 준다.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 마르크 샤갈의 〈도시 위에서〉, 프리다 칼로의 〈엘뢰서 박사에게 보내는 자화상〉. 이 작품들은 모두 예술가의 이름만 들어도 저절로 떠오를 정도로 유명한 대표 작품들이다. 독자 개인의 입장으로는 직접 본 것도 있고 사진을 통해 본 작품도 있다. 하지만 이 작품들이 왜 유명해졌는지, 어쩌다 한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 작품이 되었는지에 대한 정확한(?) 답은 이 책을 읽고서부터 알게 됐다. 이 답을 알기 위해선 예술가의 ‘삶’과 ‘일’ 그 자체를 들여다보는 게 중요하다. 이 책은 한 예술가의 세계가 탄생하는 시점부터 그들의 인생사는 물론, 당시의 문화·정치·사회적 흐름까지 담아냈다.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가 서양의 일본풍 찬양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뭉크는 어떠한 상태에서 〈절규〉처럼 강렬한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었나?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 안에는 당시 칼로가 느꼈던 아픔이 어떤 방식으로 표현되었을까? 샤갈의 그림에서 엿볼 수 있는 사랑과 희망의 색채는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던 걸까? 그 밖에도 화성에서 온 외계인 록스타로 불리던 데이비드 보위, 1200억원짜리 낙서의 주인공인 그래피티 아트의 개척자 바스키아, 당대 최고의 명성을 누렸던 피카소도 경계했으며 “아무도 그보다 멀리 갈 수 없다”고 사르트르가 평했던 조각가 자코메티 등... 이 책은 예술가와 그의 작품에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작품에 대한 인식을 확장시킬 뿐만 아니라, 한 예술가의 예술 세계를 총체적으로 그리는 데 도움을 준다. 이 책을 읽고서부터 작품에 대한 감상법도 바뀔 것이라고 독자는 믿는다.








"여전히 사람들이 바스키아의 그림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천재 예술가의 영화 같은 인생 스토리 때문만은 아니다. 바스키아 그림엔 불꽃처럼 타올랐던 그의 삶과 달리 우울함이 감돈다. 유독 눈에 들어오는 색은 ‘블랙’이다. 다양한 색채로 범벅된 그림 중심엔 ‘검은 사람’(바스키아)이 있다. 이 사람은 종종 장기를 드러내 보여준다. 나의 내밀한 모습까지 봐달라고 말하듯이. ‘검은 사람’은 우울하고, 상처받은 눈을 하고 있다. 여기엔 인생의 최절정에서도 죽음에 사로잡혀 있었던 한 예술가의 황량한 내면이 담겨 있다. 1200억짜리 낙서에서 읽어야 할 것은 화려한 빛 뒤에 가려진 젊은 예술가의 우울한 초상일지도 모른다."

p.167, 「1200억짜리 낙서_장미셸 바스키아」 중에서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식상한 표현입니다. 그런데 이 상투적인 문장을 피해서 ‘예술가의 일’을 설명하려니 그게 또 쉽지 않습니다. 예술가들 역시 제각각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을 한 사람들입니다. 누군가는 고독하게 일했고, 누군가는 시끌벅적하게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어떤 예술가의 결과물은 결국 인류의 유산으로 남았습니다. 우리는 이 유산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작가의 말’이라는 주제로 써 내린 지금 이 글도 제게는 일입니다. 저는 ‘예술가의 일’에 대해서 썼고, 이것은 제가 지난 3년 동안 매달린 일이었습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저자 : 조성준

중앙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2014년부터 매일경제 신문사 편집부에서 근무했다. 온라인 뉴스플랫폼 매경프리미엄에 칼럼 ‘죽은 예술가의 사회’를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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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로운 부 - 돈 너머 진정한 부에 이르는 5가지 절대 조건
제임스 아서 레이 지음, 홍석윤 옮김 / 라이온북스 / 2021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 『조화로운 부』의 저자는 세계적 베스트 셀러 『시크릿』의 공동저자이기도 하다. 저자 제임스 아서 레이는 개신교 목사를 아버지로 두었지만 개신교와는 다른 영성을 이 책에서 언급한다. 부처, 예수, 알라 등 종교의 신들을 부르는 이름은 다르지만 결국 하나의 존재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서는 불편할 수도,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환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독자는 개인적으로 그저 하나의 재미있는 관점으로 보았다.(독자는 어느 종교도 가지지 않았다) 삶의 의미를 개신교에서 찾지 못한 그는 세계를 여행하면서 불교와 무당, 도사 등 그들이 이단이라고 부르는-무신론자의 관점에서 보면 이단이나 자신들이나 똑같은 이단일 뿐이지만-사람들과 함께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양자 물리학을 공부하기도 했다. 그 결과 자신의 영적 세계관을 구축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 책의 주요 내용 대략 요약해보면, ① 정신적 측면, ② 관계적 측면, ③ 재정적 측면, ④ 육체적 측면, ⑤ 영적 측면의 다섯 기둥을 조화시키는 것이 삶의 풍요로움을 가져다 준다는 이야기다. "이 설명 중 일부는 당신이 예전에 배웠거나 믿었던 것과는 반대인 것 같지 않은가? 이 설명을 읽고 불편하거나 조금 불안했는가? 상관없다, 내 목적은 당신이 스스로 쳐놓은 경계선이나 당신이 편안하게 안주하는 구역을 넘어서 도전하도록 하는 것이다."고 저자는 전제한다.



일반적으로 책에서 추상적이고 모호한, 은유적 표현들이 독자들에게 합리화하는 데 쓰인다면 독자들에게 큰 혼란을 줄 수 있다. 또 해석하기에 따라 주술적 의미로 받아들여 애매모호한 상태가 선택을 해야 할 가장 좋은 때란 점을 강조할 수도 있다. 다만 그 길이 증명된 길이라든지 과학적으로 입증된 길, 혹은 인문학적으로 설득력이 있는 길이라면 많은 사람이 동조하고 기꺼이 그 길을 걸을 것이다. 그러나 종교적, 영적인 절대적 길이니 믿고 따르라는 식이라면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사람, 독자들의 생각이다.

때문에 이 책은 입증되거나 설득력이 있는 논리적으로 합리적인 길이라 할지라도 '영적인 한 기둥'을 중요 기둥으로 설정함으로써 스스로 공신력에 해를 끼칠 수 있는데도 저자는 '영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만큼 저자 스스로는 믿음이고 신념일 터다. 이 책에서 말하는 '조화로운 부'는 그래서 "이해하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한번 받아들이면 제2의 천성이 될 수 있는 삶의 경험이다. 삶의 특정한 한두 부분에서가 아니라 삶의 모든 부분에서 성취감을 얻게 될 것"(p.9)이라고 강조한다. 앞의 다섯 개의 기본 축(기둥)을 살펴봤지만 기둥은 자체로 훌륭한 축이 될 수 있지만 그것보다는 다섯 개의 축이 완전해야 그 위의 건축물이 우주의 섭리, 진리에 가까운 사실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영적인 기둥을 추가한 것으로 독자는 풀이하고 있다.

저자는 「서문」을 통해 "‘조화로운 부’는 단지 물질적 풍요에 관한 것이 아니다. 비록 물질적 풍요가 우리 삶에 재미를 더해주는 필수적인 요소이긴 하지만, 내가 이 책에서 말하는 ‘조화로운 부’는 우리 삶의 모든 영역을 풍요롭게 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p.13~14)고 밝힌다.



첫째, 재정적 기둥에서는 돈은 조화로운 부라는 방정식 5개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매우 중요한 도구이고 다른 모든 기둥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1년에 10만 달러를 벌려면 1년에 1만 달러를 버는 사람보다 ‘더 큰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둘째, 관계적 기둥에서는 당신이 백만장자라 해도 다른 사람들이나 주변 세상과 효과적으로 관계를 맺지 못한다면 당신은 정서적으로 파산하고 말 것이라며, 관계에 대한 새로운 방식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셋째, 정신적 기둥에서는 당신의 능력에는 제한이 없으니 우리의 마음을 작게 만드는 음모에서 벗어나라고 말한다. 넷째, 육체적 기둥에서는 자신에 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자신을 사랑으로 대하고 앞으로 나아가라고 한다. 당신이 근면하고 사려 깊은 삶을 사는데 소중한 육체를 갖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강조한다. 다섯째, 영적 기둥에서는 영적 존재로서 영적 경험을 하는 것은 당신의 본성이며, 영혼과 연결되지 않는다면 우리의 성과가 아무리 커도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이 다섯 개의 기둥이 없다면 당신이 비록 금전적으로 부자라 하더라도 진정한 부를 이루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조화로운 부를 창출하면 전체적인 행복감, 성취감뿐만 아니라 일체감까지 따라올 것이다. 이 책의 모든 장이 설명하는 조화에 집중하다 보면, 당신이 늘 원하던 삶을 창조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지금까지 발간된 자기계발서나 '부'를 쌓은 방법에 대한 책은 대부분 하나의 일정한 공식을 갖는다. '생각-행동-습관-삶'의 패턴을 갖고 있다. 여기서 생각이란 자신의 삶을 위해 변화를 꿈꾸고 계획하는 것이다. 첫 번째 '생각'이 마지막 '삶'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다. 행동은 생각을 실제 실천하는 것이다. 육체적 실천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생각만 갖고 꿈만 꾼다고 생각이 현실이 될 수 없다. 당연히 육체와 정신을 모두 동원해서 노력해야만 자신의 꿈대로 이룰 수 있다는 의미이다. 다음 과정은 '습관'이다.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 습관이 된다. 자신이 좋은 생각을 하고 계획적으로 행동에 옮기는 것을 반복하면 이미 계획한 바가 자신의 습관이 된 것이다. 자신의 삶 속에 녹아든 상태라고 보면 된다. 그것은 이전의 자신과 비교하면 현저히 다른 점이 많을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변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생각이 습관이 되면 인생이 변한 것이다. 우리 모두는 이런 패턴의 삶을 알든 모르든 이미 살고 있다. 다만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사람은 타인의 삶 속에 함께 부대껴 살고 있는 것이고,자신이 생각하고 계획해서 노력해서 좋은 습관의 삶을 살고 있다면 그 사람은 이미 좋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선한 영향력을 주는 '훌륭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으로 '변화'된 것이다.




이 같은 패턴에서 이 책 『조화로운 부』는 '영적 기둥'을 추가한 셈이다. 즉 종교적 관점에서의 '부'에 대한 시각을 나타낸 것이다. 어떤 종교인든 위대한 종교는 인간의 삶의 바탕을 적게 가진 자, 소외된 자, 지배 받는 자, 가난한 자 등 사회 하층에 있는 사람들에게 더 잘 받아들여진다. 왜? 그들을 위해 종교가 태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때문에 교리 중 일부는 그들을 위해 살아야 한다고, 신(각 종교에서의 절대자)도 그들에게 더 복을 준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것은 물질이 아무리 풍요로운 세상이고, 사상이나 이념이 안정된 세상이라 할지라도 종교가 따로 있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라고 비종교인인 독자는 생각하고 있다.

삶에는 아무리 부정하려 해도 신의 개념이 인간 유전자에 뿌리박혀 있는 한 영적인 면에 대해 강조해도 반론을 펼 수는 없을 것이다. 돈을 벌어 부자가 되는 것도 실제 자신의 노력으로 벌었지만 오롯이 자신의 노력만으로 부를 일궜는지 생각해보면 다른 수많은 주위 환경, 조건, 사람 등으로부터 온 원인이 많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부를 쌓는데도 영적인 면이 관여했을 것이라는 생각은 오히려 자연스럽다. 이 점에 비춰본다면 저자의 '영적인 축'의 강조는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고 독자는 판단한다. 다만 맹신해서는 안될 일이다. 늘 맹신, 광신은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조화'를 강조할 타당성을 얻게 된다. 그런 점에서 영적인 기둥은 부의 사용을 말하는지 모른다는 것이 독자만의 생각일까.



당신이 트럭 한 대 분량의 현금을 가지고 있다 해도, 다른 사람들이나 주변 세상과 효과적으로 관계를 맺지 못한다면 당신은 정서적으로 파산하고 말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새로운 마음가짐이 필요한 이유다.(p.211)

당신의 소중한 삶을 최대한 살아낼 수 있도록 마음을 준비해야 한다. 내면의 시야가 외부의 관찰능력보다 더 강력해지면 그때는 우주가 당신의 명령에 따라 움직일 것이다.(p.275)

자신에 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자신을 사랑으로 대하고, 앞으로 나아가라. 당신은 배울 것도 많고 베풀 것도 많다. 당신이 근면하고 사려 깊은 삶을 사는데, 소중한 육체를 갖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어디 있단 말인가?(p.351)

영혼과 연결되지 않는다면 우리의 성과가 아무리 커도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가 이룩한 성취나 주변의 칭찬이 어떠하든, 그것만으로는 결코 충분하지 못할 것이며, 완전히 충족되지 못할 것이며, 내면의 갈증은 여전할 것이다.(p.441)




저자 : 제임스 아서 레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조화로운 부』 등 6권의 전 세계 베스트셀러를 쓴 작가이며, 『시크릿』(THE SECRET)의 공동 저자이자 실제 주인공이다. 그의 책 『조화로운 부』는 피플지가 선정하는 유명인들이 가장 많이 읽는 책 중 하나로 뽑혔다. 그는 20여 년간 전 세계를 돌며 인생의 모든 분야에서 진정한 부를 창출하는 사람들의 사고와 행동 및 습관을 연구해왔다. 코치이자 멘토로서 수천 명의 개인과 기관들에게 삶과 사업의 모든 분야에서 조화로운 부를 창출하도록 가르치고 있다. 그가 CEO를 맡은 제임스레이인터내셔널은 사람들에게 인생의 모든 분야에서 부를 창출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일을 주로 하는 기업으로서, 한때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다가 2009년 비극적인 사고에 연루되면서 모든 것을 잃었다. 그 이후 제임스는 자신의 삶과 사업을 재건하는 데 자신이 수십 년 동안 고객들에게 가르쳤던 전략을 적용했다.

2016년 CNN에서 방영되었고 지금도 넷플릭스에서 소개되고 있는 CNN 다큐멘터리 영화 〈구루의 탄생과 몰락〉(ENLIGHTEN US)에서 그의 라이프 스토리를 볼 수 있다. 맨손으로 회사를 성공시키고, 끔찍한 위기로 바닥까지 내려갔다가 재건한 경험을 직접 한 탓에, 그는 이미 정상에 있는 사람들과 정상에 오르려는 사람들, 그리고 넘어졌다 다시 일어나 삶을 다시 회복하려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독특한 경험과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는 전 세계 최소 10억 명의 삶과 비즈니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겠다는 것을 사명으로 삼으면서, 자신의 경험, 실패로부터의 회복력, 강한 적응력, 그리고 삶의 지혜를, 자신이 섬기고 지원해야 할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가져다주는 것을 축복으로 생각하고 있다.

역자 : 홍석윤

성균관대학교 법정대학 행정학과를 졸업한 후 외국계 기업에서 오랫동안 근무해왔다. 현재 경제 언론사에서 일하고 있으며, 번역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C코드: 성공한 리더들은 어떻게 정상에 올랐을까?』, 『온택트 경영학: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 『향후 10년 메가트렌드: 앞으로 더 가속화될 10개의 강력한 비즈니스 트렌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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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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