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1줄로 사로잡는 전달의 법칙
모토하시 아도 지음, 김정환 옮김 / 밀리언서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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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는 소통의 시대라고 말한다.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의 시대여서 내 뜻을 상대에게 얼마나 정확하고 빠르게 전달할 수 있느냐에 따라 비즈니스의 성패가 달려 있다. 굳이 비지니스가 아닌 일상적인 대화나 소통에서도 전달력에 따라 상대의 마음에 빨리 다가설 수 있느냐의 여부가 결정된다. 상대는 늘 시간에 쫒기기 때문이다. 길고 장황한 것은 금세 외면 당한다. 정확하고 빠르게 다가서는 것이 관계와 소통의 성패를 가른다.

소통의 매개 중 신문 방송 등 매스 미디어는 대표적 다중 전달 매체이다. 또 개인간의 소통, 개인과 기업과의 소통에도 많이 쓰이는 SNS의 발달로 전달력은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이 일방 소통 가운데에서도 전달력은 소통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척도이다. 빠르게 전달하는 데 모두 같은 조건이라면 다음은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관건이다. 여기서 '어떻게'는 '간략하게'가 답이다. 단 한마디, 한줄로 이쪽의 뜻을 상대에게 전달하지 못하면 사업이든, 소통이든 실패다. 이 책 『단 1줄로 사로잡는 전달의 법칙』은 제목에서 드러나듯 간략하게 정리해 상대에게 전달해야 하는 소통의 방식을 지향한다.





책에 따르면 상대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내 이야기를 들을 마음이 없다. 우리가 전달력을 익혀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상대는 애초에 내 물건을 사거나 내 요구를 들어줄 마음이 없고, 면접관은 나를 채용할 이유가 없으며, 내 유튜브 동영상을 볼 필요도 없다. 화상회의에서는 좁은 모니터 화면에서 더더구나 발언을 하기 힘들다.

이러한 장벽을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 바로 전달의 법칙이다. 전혀 관심 없는 상대의 시선을 잡아끌고, 내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하는 데는 단 1줄이면 충분하다. 별것 아닌 내용도 흥미진진해 보이고, 그저그런 평범한 상품인데도 사고 싶은 것은 전달력을 높이는 패턴을 잘 활용했기 때문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지금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전달의 법칙을 소개한다. 저자 모토하시 아도는 '전달의 법칙'을 위해 방송의 예를 든다. 그는 방송 PD로 올해 일해왔기 때문에 누구보다 소통과 전달력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다.



방송 연출가로 인기 프로그램을 제작해온 모토하시 아도는 오랜 시간 치열한 시청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하우를 쌓아온 방송계에 암암리에 전해 내려온 100% 성공하는 전달의 법칙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특히 정보 프로그램에서는 그저 그런 평범한 상품조차 매력적으로 소개하는 표현 방법, 시청자들을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구성, 호기심을 자극하는 한마디, 기대감을 증폭시켜 끝까지 보게 하는 장치들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유튜브의 시청 시간이 짧고 오래도록 사람들을 붙들고 있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전달의 법칙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이 책에서 말하는 전달의 법칙은 고도의 훈련이 필요한 기술이 아니다. 늘 쓰는 문장에 단어 하나 덧붙이는 것만으로도 신뢰감이 살아나고, 심지어 불필요한 단어 하나만 덜어내도 대단해 보이는 연출을 할 수 있다. 장점이 하나밖에 없어도 그것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안다면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 계속 같은 내용을 말하더라도 상대가 지루하지 않게 표현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간단하고 익숙한 말이 최강의 무기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저자는 지금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온라인 세상으로 돌입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온라인에서 물건을 사고 강의를 들은 지는 이미 오래되었고, 화상 회의, 화상 면접은 대세가 되었으며 SNS와 유튜브는 일상이 되었다. 하루에도 수십만 개가 쏟아지는 정보 중에서 내가 전하고자 하는 정보에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더구나 하나의 화면에 담길 수 있는 내용은 지극히 제한적이고, 그 안에서 눈에 띄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 결국 승부를 걸 수 있는 것은 단 1줄의 문장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스치듯 지나가는 사람들, 내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강력한 1줄이 없다면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 내 물건을 팔 수도 없고, 설득을 하기도 힘들며, 면접에서 강한 인상을 남길 수도 없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의 팔로워는 늘 제자리걸음이고, 화상회의에서는 있으나마나 한 사람이 된다. 이 책에 나오는 전달의 법칙을 숙지하고 하나씩 하나씩 실천해가며 습관화한다면 인플루언서가 먼 길만은 아니라는 느낌도 든다.



저자는 방송국의 A급 PD들 사이에서 전해 내려온 전달의 법칙을 비롯, 저자가 경험하고 연구해온 27가지의 '전달의 법칙'을 밝힌다. 독자들은 자신의 부족한 부분과 처음 들어본 법칙을 중심으로 수행해 나간다면 대화, 소통, 비지니스 등 현대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부분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임할 수 있을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저자는 이 27개 항목을 비슷한 부분들을 한데 묶어 5개 챕터로 나뉘어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숙지할 수 있도록 장(章)을 나누었다.

Chapter 01 상대의 관심을 끌어당기는 전달력 포인트

Chapter02 전달력, 첫 1분에 달렸다

Chapter 03 상대방의 뇌 속에 집어넣는 전달법

Chapter 04 별것 아닌 것을 가장 좋게 만드는 마법의 단어

Chapter 05 전달력을 100% 끌어올리는 비장의 테크닉


저자가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하는 전달의 법칙에 스티브 잡스의 프리젠테이션을 드는 것은 기억에 오래 남는다. 지난 2010년 애플의 신제품 설명회에서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을 세상에 처음 소개했다. 단지 신제품 설명회일 뿐인데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이나 영상을 보는 사람들 모두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빠져들었다. 획기적인 상품이 탄생한 순간이기도 하지만 잡스의 마력과도 같은 프레젠테이션이 아니었다면 그 효과는 상당히 반감되었을 것이다. 당시의 프레젠테이션을 살펴보면 곳곳에 전달의 법칙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품의 매력을 3가지로 정리해서 보여준다는 것,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흥미를 유발하는 것, 접속사로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것 등. 이것은 방송계에서 오랫동안 남몰래 전해 내려온 전달력을 높이는 패턴과 일맥상통한다. 세상에 하나뿐인, 초고도의 기술력이 집약된 매력적인 제품을 더 매력적으로 소개했으니 성공은 뻔한 것이었다.

하지만 세상에는 아이폰처럼 강점을 내세울 수 있는 제품이 많지 않고, 누구나 인정할 만한 능력을 갖춘 사람들도 극히 드물다. 더구나 대부분의 상대는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싶은 마음이 없다. 어떤 제품을 팔고자 할 때 상대가 이미 그 제품을 살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채용 담당자든 내 강의를 듣는 사람이든 어떤 거래를 협상하는 상대든 마찬가지다. 세상에 많고 많은 제품, 고만고만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 심지어 비슷한 주제로 만들어진 수만 개의 유튜브 동영상들은 어떻게 해서든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당기고 계속 보거나 귀 기울이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람은 자신에게 돌아오는 이익을 떠올릴 수 있을 때 비로소 결단을 내린다. 그리고 이익이 커 보일수록 기분이 고양되어 즉각적으로 결단을 내린다. ‘구체적인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것만이 ‘관점’을 부여하는 방법은 아니지만, 쉽고 빠르게 효과를 낼 수 있는 기법이다.(p.85)

의도적으로 당연한 것에 주목해 자신 있게 내세운다. 그다음에는 당연한 것을 ‘최고의 매력 포인트’로 끌어올리면 된다. 이 기법을 사용하면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릴 때도 멋진 문장을 달 수 있다.(p.124)

저자 : 모토하시 아도

텔레비전 버라이어티 방송 프로덕션 연출가로서 TBS 〈임금님의 브런치〉, 니혼TV 〈행렬이 생기는 법률 상담소〉, 〈아라시에게 시켜보자〉, 〈샤베쿠리007〉 등 인기 정보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프로듀서 경력을 바탕으로 2017년 독립하여 주식회사 스핀호이스트를 설립하고, TBS 〈인간 관찰 버라이어티 모니터링〉, 〈버스데이〉, 주쿄TV 〈그건!? 실제로는 어떠한가〉 등의 정규 방송을 제작하고 있다. 또한 텔레비전 방송 업계에서 모든 프로그램 제작에 기본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전달법의 승리 패턴’을 체계화하고 그 노하우를 사용해 기업 홍보 동영상을 제작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텔레비전의 제작 기법을 활용한 호소력 높은 동영상을 제작한다’는 호평을 받으며 스미토모임업, 마루코메, 신일본제약, 일본우편 등 수많은 기업으로부터 의뢰를 받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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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스타그램
이갑수 지음 / 시월이일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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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들의 목표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지, 정의의 실현이 아니다. 킬러는 판단하지 않는다. 고로, 이념이나 대의를 위해 직접 제거 대상을 결정하지 않는다. 그저 의뢰를 받고, 나름의 기준으로 선별하여, 죽일 뿐이다. 사회 부조리에 대한 반항적인 킬러들은 우리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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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스타그램
이갑수 지음 / 시월이일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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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킬러스타그램』은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다. 신조어가 난무하고, 디지털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세상이라지만 소통의 SNS와 사람을 죽이는 '킬러'와 합쳐 단어를 만들어내니 SNS를 사용하는 입장에서 보면 눈에 확 띄기도 하지만 약간의 불쾌감도 든다. 내용에 따라서는 SNS를 사용하지 말까를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마저 들 정도다. 

표지 역시 도박에 주로 사용되는 '카드'에 각종 의미를 가진 그림들을 합성해 '살인'을 암시하는 물건들이 잔뜩 들어 있다. '숨은 그림 찾기'처럼 자세히 보지 않을 경우 평범한 '하트 K(킹) 카드'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왕의 얼굴부터 끔찍하다. 해골을 그려넣었고 심장을 상징하는 하트 도형에선 피가 뚝뚝 떨어진다. 마징가 Z 같은 로보트가 날아가는 모습과 비행기를 표적으로 격추시키려는 행위를 연상시키는 그림도 있다. 이뿐 아니다. 교수형에 쓰일 듯한 교수대 행거(목에 감는 밧줄), 도끼 등 살인 도구가 곳곳에 숨어 있다.



이 소설은 설정부터 섬찟하다. 대대로 사람을 죽이는 킬러 가족이 등장한다. 요리를 좋아하는 할아버지, 고고학을 공부하는 할머니, 시부모님을 모시며 3남매를 키운 엄마, 합기도 도장을 운영하는 삼촌, 검사 형, 의사 누나, 그리고 주인공인 '나'까지, 3대가 함께 사는 이 가족의 일상은 평범해 보인다. 구성원 모두가 킬러라는 것만 빼면.

다시, 여기 한 가족이 있다. 독제사 '옹심이', 폭파 전문가 '꼬마', 살인 의뢰를 취합하고 배정하는 '마더', 사고사 전문 '미네르바', 저격수 '제니'……. 신라 말부터 대대로 킬러로 활동한 이 가족은 오늘도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사람을 죽인다. 소설은 이 집의 막내이자 고등학생인 '나'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살인을 그만두겠다 선언하고 집을 나간 삼촌을 대신해 근접 살인의 기술을 연마하는 '나'는 살인에는 영 재능이 없다. 아니 살인은커녕 무술 자체에 재능이 없다. '나'는 삼촌의 합기도 도장에서 합기도를 배우며 부족한 재능을 꾸역꾸역 메꾸는 중이다. 과연, '나'는 훌륭한 킬러로 성장할 수 있을까.



킬러의 목적은 뚜렷하지만 사회적 공감을 받기 어렵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사람을 죽이는 킬러 가족’. 얼핏 들어도 한참 생각을 해도 설득력은 없어 보인다. 이들의 조상은 대대로 나라를 세우는 것을 돕고, 종교를 전파하고, 교육기관을 만들고, 강력한 법률을 제정하고, 은광을 채굴하고, 농사 기술을 발전시키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천 년의 실패 끝에 이러한 결론을 내린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을 죽여야 한다.” 이런 모순된 말이 어디 있는가. 생명 경시인가, 아니면 '국가'의 은유인가. 이 소설에서는 대를 이어 사람을 죽이게 된 이 가족은 철저한 역할 분담과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살인'한다. 할아버지는 독제사, 할머니는 폭파 전문가, 아빠는 자살 전문가, 엄마는 암기술 전문가, 삼촌은 근접 살인 전문가, 형은 사고사 전문가, 누나는 저격수……. 맡은 역할은 다르지만 목표는 하나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나는 매일 밤 같은 꿈을 꾼다. 내 앞에 상자와 뚜껑이 있다. 나는 상자의 뚜껑을 닫아서 맞은편에 앉은 누군가에게 건넨다. 맞은편에 앉은 누군가는 상자의 뚜껑을 열어서 내게 건넨다. 그러면 나는 다시 상자의 뚜껑을 닫아서 돌려준다. 맞은편의 누군가는 다시 상자를 열어서 돌려준다. 우리는 밤새도록 상자를 주고받는다. 나는 이 꿈에 「현대인의 삶 - 나의 삶」이라는 제목과 부제를 붙였다."(p.37)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이들의 목표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지, 정의의 실현이 아니다. 킬러는 판단하지 않는다. 고로, 이념이나 대의를 위해 직접 제거 대상을 결정하지 않는다. 그저 의뢰를 받고, 나름의 기준으로 선별하여, 죽일 뿐이다. 그들의 활동이 결과적으로 더 많은 죽음을 막기도 하고 정의를 실현하기도 하지만, 배다른 동생이 30명쯤 생기기 전에 아버지를 죽여 달라거나, 30년 전에 곗돈을 들고 도망간 계주를 죽여 달라는 사사로운 의뢰를 수행하는 일이 다반사다. 그것이 각자의 인생에서는 정의 구현만큼이나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킬러’와 ‘살인’이라는 무시무시한 소재와는 별개로, 이 소설은 ‘통째로 바뀌지 않는다면 당장 가려운 부분이라도 긁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우리의 바람을 유쾌하게 실현해주고 있다. 이 소설의 가치를 찾을 수 있는 부분일 것 같다.

"그렇게 문제가 많은 사회를 왜 지속해야 하는데? 나는 고양이 키우는 게 꿈이야."(167p)



이 책은 헤겔의 『합기도 입문』이라는 가상의 책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해 다양한 사회적, 철학적 문제들을 한 가족의 일상을 통해 풀어내고 있다. 독특한 소재와 이갑수 작가표 유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저자는 킬러 가족에게 도착한 다양한 의뢰를 통해 인간과 사회에 관한 여러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특유의 유머를 잃지 않는다. 이를 테면, 제니가 총을 쏠 때마다 부르는 포켓몬스터 이름과 국회의사당을 폭파하자 등장한 로보트 태권 브이 같은 것 말이다. 또한 헤겔의 첫 저작이었다는 『합기도 입문』,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헤겔의 무술 선생 ‘홍’, 종로구에 위치한 ‘아리투헤나 대사관’ 등 너무 진지하고 디테일한 묘사에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서부터 허구인지 알 수 없게 만드는 것 역시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 현실과 가상의 세상이 뒤죽박죽된 듯한 느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은 부조리와 유토피아가 겹쳐 상상되는, 현실에서 못 벗어나는 독자들 아닌가.

"학생들이 합기도를 배우는 이유는, 그들의 부모가 잘못 번역된 문장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원래 원문은 로마의 풍자 시인 유베날리스가 한 말인데, 정확히 번역하면 ‘건전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까지 깃들면 바람직할 것이다’가 된다. 풍자니까 당연히,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을 비꼬는 말이다. 힘이 강한 사람들은 대부분 정신이 썩었다. 그것은 인류 역사의 곳곳에서 확인되는 사실이다."(p.61)



"형은 미래가 암울한 이 나라의 검사다. 예로부터 킬러들은 정부와 긴밀한 협력관계에 있었다. 의뢰를 받는 경우도 많았고, 직접 관직에 나가서 이용하기도 했다. 국가에 대한 정의는 관점마다 다르겠지만, 킬러 입장에서 보자면 국가란 사람을 죽이는 데 필요한 각종 정보와 권한을 집대성해놓은 것이다."(p.69)

첫 줄부터 모순으로 시작하는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 일단 기가 찰 것이다. 잽으로 간을 보며 날아드는 모순에 좀 맞다 보면 그것을 파쇄해 주리라 기를 모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어떠한가? 모순은 부수거나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라 그 자체로 발견되는 것이고, 이갑수는 예로부터 있는 그대로를 돌려보내 공격하는 합기 고수였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세상에 킬러들을 보낼 수밖에. 다름 아닌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평화. - 우다영(소설가)

저자 : 이갑수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11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소설집 『편협의 완성』, 『첨벙』 등이 있다. 앤솔러지 『식스센스』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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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를 걷는 신라공주 - 신라공주와 페르시아왕자의 약속
이상훈 지음 / 파람북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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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공주와 페르시아 왕자의 만남, 마침내 밝혀지는 페르시아 서사시 《쿠쉬나메》의 비밀. 실크로드의 서쪽과 동쪽 끝, 신라와 페르시아의 숨겨진 역사가 밝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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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를 걷는 신라공주 - 신라공주와 페르시아왕자의 약속
이상훈 지음 / 파람북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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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테헤란로를 걷는 신라공주』를 재밌게 읽으려면 세 개의 핵심어를 유의해서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다. '쿠쉬나메'와 '아프라시압 궁전 벽화', 그리고 '처용'이다. 신라 시대의 향가인 '처용가'에 등장하는 인물 처용은 "신라 현강왕 때, 홀연히 한 사람이 기이한 몸짓과 괴이한 복색을 하고 임금 앞에 나아가더니, 노래와 춤으로 덕을 찬미하고 임금을 따라 서울(경주)로 들어갔다. 그는 자기를 처용이라 불렀으며 언제나 달밤이면 시중에서 노래 부르고 춤을 추었으나, 끝내 그가 있는 곳을 알지 못하였다. 당시 그를 신인(神人)이라 생각하였다. 후세 사람들이 그 일을 기이하게 여겨, 이 노래를 지었다."고 기록돼 있다. 이를 기록한 『삼국유사』에서는 처용을 용의 아들이라고 하였지만, 처용의 신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분분하다. 실제로는 당시 울산 지방에 있었던 호족의 아들이라고도 하고, 혹은 당시 신라에 내왕하던 아라비아 상인일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처용탈의 생김이 매우 이국적인 것과 『고려사』 악지에 기록된 처용의 모습을 비춰볼 때 그가 외국인일 가능성은 꽤 크다. 독자가 고등학교 때 배운 내용이다.

또 아프라시압 궁전 벽화(Afrasiab Painting)는 1965년에 우즈베키스탄의 옛 사마르칸트 지역에서 발굴된 스키타이-소그드의 대표적인 예술 유적이다. 7세기 중반에 완성되었다고 추정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쪽 벽화의 중앙 부분에서 고구려 사신들이 발견되어 화제가 되었다. 사마르칸트 일대는 예전부터 실크로드 중개무역을 통해 동서양 문명 교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지역이라, 벽화에 그려진 차가니안등 각국에서 온 외교 사신들을 통해 당시의 외교상황을 알아낼 수 있는 중요한 유적이기도 하다.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겨진 서벽에는 고대 한국인의 사신들을 중심적으로 보이고 있다. 벽화 속에선 고구려인 두 명이 확인돼 국내 학계의 관심을 끌었다. 고구려 특유의 복식인 조우관(鳥羽冠, 새의 깃으로 장식한 모자)을 쓰고 환두대도(環頭大刀, 둥근 고리가 달린 큰 칼)를 찬 모습이었다.



쿠쉬나메는 7세기 중엽 통일 신라 전후의 신라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페르시아 구전 서사시이다. 쿠쉬나메는 이슬람 이전 시기 영웅의 서사적 내용의 형태를 띠고 있으며, 오랫동안 구전으로 내려오던 페르시아의 전통적인 서사시이다. 물론 구전 서사시이기 때문에 조선시대 임진왜란때 조선군들이 해전에서 일본군에게 역공을 가한 뒤, 일본까지 침공해서 일본을 정복한다는 내용의 임진록같은 서사시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소설에서 알 수 있는 건 당시 통일 신라와 사산조 페르시아가 서로 친한 동맹국이었거나 가까운 관계임과 동시에 서로 교류가 활발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쿠쉬나메는 신라인과 페르시아인 사이에서 태어난 신라의 혼혈인인 페레이둔이 나중에 페르시아를 망하게 한 이방인 이슬람 왕조로부터 페르시아를 구하기 위해 이슬람 왕조로 쳐들어가서 그들을 모두 무찌르고 평화를 되찾았다는 내용이다. 스토리도 임진록과 비슷하게 흘러가긴 한다. 쿠쉬나메에서 '쿠쉬'는 인명(人名)이며, '나메'는 페르시아어로 서적을 통칭한다. 따라서, 쿠쉬나메는 쿠쉬라는 주인공을 다룬 저서 즉, '쿠쉬의 책'이다. 일반적으로 페르시아 서사시가 도덕적이고 덕이 많은 정의의 화신인 영웅의 이름을 따는 경우가 많이 있지만 쿠쉬나메의 쿠쉬는 폭압자이고 기이한 용모를 지닌 악의 대상으로 존재한다. 이 점이 쿠쉬나메의 독특한 설정이다. 더욱이 쿠쉬는 한 이름으로 두 명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전편의 쿠쉬는 바그다드에 도읍한 폭정자 아랍의 임금님(Tazikan)으로 묘사되고 후편의 쿠쉬는 중국과 주변국인 마친(Machin)의 왕으로 등장한다.(위키백과)



이 소설 『테헤란로를 걷는 신라공주』는 신라와 페르시아의 오랜 역사적 인연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다. 페르시아, 곧 오늘날의 이란은 대한민국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나라다. 1970년대 중동 건설 붐은 한국 경제발전사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한국인들의 핵심적인 집단기억 중 하나로 남아 있다. 저자는 어릴 때 이란 건설 책임자인 아버지를 따라서 이란에 살았던 친구로부터 페르시아의 매혹적인 설화를 전해 듣게 되었으며, 그 설화가 소설 구상의 시작이었다. 그 과정에서 저자 이상훈은 테헤란로의 비밀을 밝혀낸다. 테헤란로는 역사의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었다.

저자에 따르면 설화는 옛날 페르시아 왕자의 이야기이다. 페르시아가 아랍인들의 침략으로 누란의 위기에 처했을 때 왕자는 다른 나라로 몸을 피하게 되었는데, 그곳이 놀랍게도 실크로드 동쪽 끝의 머나먼 나라, 신라(바실라)였다는 것이다. 더 놀라운 점은 그곳에서 페르시아 왕자가 신라 왕의 환대를 받으며 신라 공주와 결혼까지 했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결국 페르시아 제국을 재건했다는 뒷이야기였다. 11세기경 이란의 대학자인 이란샤 이븐 압달 하이르가 편찬한 고대 페르시아 서사시 《쿠쉬나메》에 전하는 내용이다. 저자는 이 놀라운 설화에 얽힌 역사적 증거들을 차근차근 조사해 왔다. 역사 미스터리로 이미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소설가 이상훈. 그는 『한복 입은 남자』, 『제명 공주』, 『김의 나라』 등 치밀한 역사적 고증과 문학적 상상력을 결합한 장편소설들로 그는 역사 미스터리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그가 오랜 취재와 자료 조사를 거쳐 새로운 역사 미스터리 소설을 선보였다. 이번에는 1,400년 전, 신라와 페르시아다.



이 소설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한 부분은 증거에 따른 고증과 작가적 상상력으로 재구성한 페르시아 왕자와 신라 공주의 이야기다. 다른 한 부분은, 한국과 이란의 역사적 인연을 탐구하는 작가의 여정을 일종의 소설적 분신으로 형상화한 것이다.(여기에는 한국의 여러 이란 연구자들은 물론, 민간 교류에 헌신해 온 여러 숨은 공로자들의 모습도 투영되어 있다) 이 파트에서는 다큐멘터리 피디 안희석이 자신의 뿌리를 찾아 떠나는 출생의 비밀이 그려진다. 그리고 과거와 현재의 두 파트는 서로 교감하며 한뜻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페르시아에 관련한 자료란 자료는 모두 섭렵하며, 방대한 역사적 데이터에 기반해 소설을 구상하고 한편으로는 간명한 구도와 쉽고 명쾌한 문장들 속에서, 자신이 보고 느끼고 추론하고 또 상상했던 과거와 현재의 한국, 그리고 페르시아의 모습들을 밝혀낸다. 그리고 서구인들의 단선적인 가치관 속에 파묻혀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에도 중요한 의미와 가치가 있었음을, 그리고 페르시아와 신라인들의 개방성이 높은 수준의 문화적 성취를 이뤘다는 점을 독자들에게 각인시킨다. 우리 역사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매혹적인 미완의 이야기가 마침내 빼어난 한 편의 현대소설로 완성된 셈이다.




저자는 『머리말』을 통해 소설의 구상과 자료 조사, 취재 및 집필 때까지의 자세한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역사 전문가들이 퍽 괴이하게 여기는 신라 유물들이 있다. 왜 이게 여기에 있지? 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가령 신라 금관을 보자. 오늘날의 우즈베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부근, 옛날에는 소그디아나(소그드)라고 불렸던 페르시아계 왕국의 자리에서 발견된 금관과 똑같다. 그리고 원성왕의 무덤, 일명 괘릉의 무신상을 보자. 코가 크고 눈이 깊으며 꼬불꼬불한 수염이 풍성한, 전형적인 코카서스인 남자가 터번을 쓰고 방문객들을 노려본다. 송림사에서 발견된 페르시아 스타일로 세공된 유리잔은 또 어떤가. 상원사 동종, 경주 월지 입수쌍조문, 계림로 보검에 이르기까지, 단순히 실크로드를 건너서 물건만 왔다고 보기에는, 신라와 페르시아, 곧 이란과 한국의 인연은 범상치 않다. 저자의 느낌은 상상력을 더해 소설을 구상했고 집필했다.

대중적 인기는 물론 문학성 역시 인정받은 저자는 예전부터 이 미스터리에 주목해 왔다. 취재 결과 페르시아 왕자가 신라로 왔다는 역사 기록은 없었다. 이란에서 한국에 오려면, 천산산맥을 넘고 타클라마칸 사막을 지나, 중국 대륙을 횡단한 다음 황해를 다시 건너야 한다. 또는 해로로 거대한 인도양을 뚫고 말라카 해협을 통과해, 남중국해를 거쳐 남해로 들어와야 한다. 그 옛날에 이 먼 여정이 가능할까 의심했던 사람들은 페르시아 유물은 물론 이란계의 사람들을 가리키는 여러 증거들-삼국유사의 처용, 이란인들의 춤을 묘사하는 최치원의 시 등-도 오랫동안 무시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하지만 영국 대영박물관에서 발견된 《쿠쉬나메》가 신라와 페르시아의 인연을 검증하는 데 크나큰 전환점이 되어주었다. 이것은 신라 공주와 페르시아 왕자의 로맨스가 존재했음을 말해주는 서사시 기록이다. 여기에 탄력을 받은 작가는 관련 자료란 자료들을 모두 섭렵하며 이 로맨스가 어떻게 가능할지를 치밀하게 살폈고, 마침내 이 역사소설을 완성했다. 저자는 “역사소설은 역사적 팩트에 근거해서, 기록이 누락된 부분을 상상력으로 메꾸거나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는 작업이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신라 공주와 페르시아 왕자의 로맨스를 이야기하는 것이야말로 역사소설에 딱 어울리는 작업이다. 앞서 살폈듯 공식적인 기록이 미비하지만, 유물이나 설화 등 기타 증거들은 아주 풍부하니까. 사실 기록이 아주 없지는 않다. 사마르칸트에 방문한 한국인들-이들의 복식은 그들이 한반도의 왕국으로부터 왔음을 더없이 잘 말해준다-을 정확히 묘사한 벽화나, 둔황 석굴에서 기적적으로 발견된 혜초의 여행기는 신라로부터 페르시아로의 여행이 충분히 가능했고, 실제로 그 여행을 한 사람들이 있었음을 증명한다. 작가는 그 길을 따르며 역사가적 진지함과 이야기꾼의 경쾌함을 환상적으로 조합하며 역사소설을 풀어나간다.

"사마르칸트에 온 신라의 사신은 젊은 화랑이었다. 십칠팔 세 정도의 어린 나이인 신라 사신은 새의 깃털을 양옆으로 꽂은 모자를 쓰고 칼을 차고 있었다. 칼은 신기하게도 손잡이 끝이 둥글게 되어있었다. 복장이 고급스러우면서도 단정했고 예의가 바르고 총명하게 보였다. 아비틴은 신라의 첫인상이 마음에 들었다."(p. 036, 「페르시아 제국의 멸망」 중에서)




저자 : 이상훈

경남 밀양출생으로 마산고와 성균관대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수학했다. KBS 공채 피디로 방송에 입문, SBS 개국에 참여해 수많은 히트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며 채널A 제작본부장으로 채널A 개국을 진두지휘했다. 그 후 대학교수로 재직하며 많은 글을 발표했다. 일찍이 방송계의 전설적인 스타 피디로 알려졌으며, 방송프로그램 연출과 대본을 직접 집필해 작가로서의 능력을 인증받았다. 첫 에세이집 《고향생각》이 20만 부 이상 팔리면서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랐고, 이어 《더 늦기 전에 부모님의 손을 잡아드리세요》, 《상식이 통하는 나라에 살고 싶다》, 《유머로 시작하라》 등의 책을 출간해 반향을 일으켰다.

2014년 첫 소설 《한복 입은 남자》가 국민적인 관심 속에 베스트셀러에 올라 지금도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한복 입은 남자》는 현재 미국 메이저 OTT 회사에서 글로벌 콘텐츠로 드라마 제작이 추진되고 있다. 백제의 의자왕과 일본 여자 천황인 제명천황과의 사랑과 일본 탄생의 미스터리를 추적한 두 번째 소설 《제명공주》는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세 번째 소설 《김의 나라》는 역사소설의 최고 권위 있는 상으로 일컬어지는 제16회 류주현문학상을 수상함으로써 문학성을 인정받았다. 《김의 나라》는 드라마 판권계약이 체결되어 현재 드라마 제작이 진행 중이다. 수상경력으로는 한국방송대상, 한국프로듀서 대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보건복지부 장관상, 상록회 대상, 자랑스러운 한국인 상, 류주현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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